[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6.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D-29
YG님의 대화: @향팔 우리 새폴스키 옹도 말씀하셨잖아요. 철학자들이 "설치는" 바람에 이해하기도 벅차는 상황이 되었다고. 핵심은 '리벨 실험은 자유 의지 논쟁에서 의미가 없다 혹은 크지 않다' 정도로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
녜 ㅎㅎ 철학자들이 “설치고 있다보니,” 저는 신경과학자도 아닌데 괜스레 “숨을 헐떡”이고 있네요. YG님 말씀대로 정리해볼게요! 즐거운 독서가 중요하므로~
연해님의 대화: 엇! 향팔님 찌찌뽕:) 사실 저 어제부터 1장 다시 읽고 있거든요(속닥).
뽕찌찌.. 같이 힘내보아요:)
소리없이님의 대화: 저도 책 중간의 이러한 부분들이 재밌게 여겨졌습니다^^
본문 뿐 아니라 주석 등에서도 계속 솔직한 모습을 보여줘서 어렵사리 겨우겨우 읽어가고 있긴 한데 이런 깨알 재미로 나아가긴 하네요..^^;;
YG님의 대화: @소리없이 님 질문을 듣고서 간단히 제 생각을 말씀드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새폴스키는 지나가다 우연히 새우깡을 사거나 필통에서 펜을 쥐는 사소한 행동까지도 "이전의 생물학과 환경의 상호작용"이 만든 결과물이라고 봅니다. 새폴스키의 사전에 '예외'는 없으니까요. ​이 '의도'의 문제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새폴스키가 말하는 의도를 한 사람의 '정체성(Identity)'과 연결 지어 생각하면 좋겠어요. ​우리가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기계적인 반응이 있을 수도 있고, 나의 오랜 가치관이나 정체성에 깊게 닿아 있는 중요한 반응(직업 선택, 도덕적 결단 등)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후자의 행위들은 개인의 고유성과 맞닿아 있기에 훨씬 중요하죠. ​새폴스키가 주목하는 전선도 바로 이 '정체성이 반영된 의도'입니다. 많은 철학자는 사소한 행동은 결정되어 있을지 몰라도, 이렇게 깊이 고뇌하고 내 정체성에 따라 내린 '의도적인 선택'만큼은 자유 의지라고 부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새폴스키는 바로 그 지점에 돋보기를 들이댑니다. "그 정체성과 고유성은 대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라는 질문이죠. ​내가 사소하게 새우깡을 고르는 취향부터, 타인을 대하는 도덕적 태도(혹은 우발적 폭력성)라는 정체성까지, 그 깊은 의도마저도 결국 유전자, 태아 시절의 자궁 환경, 유년기의 양육 방식, 사회적 자극들이 촘촘하게 짜낸 결과물이라는 것이 새폴스키의 주장입니다. 즉, 사소한 행동이든 정체성이 담긴 행동이든 모두 인과관계의 그물 안에 있다는 뜻이지요. 흠, 저도 계속 생각을 정리 중이랍니다. 저는 틈새가 있다는 쪽이라서요. :)
일반적으로, 다루는 주제의 범주를 넓혀 놓으면 그만큼 관점이 다양해져 다각도에서의 반론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저자도 의식했을 것 같은데요, 점점 더 흥미롭습니다!
@꽃의요정 님께서 올려 주신 글을 읽다 보니 아주 오래 전 친구와의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만나자마자 친구는 대뜸 최근에 큰 티비를 샀는데 그 이유는 월드컵을 보기 위함이고 월드컵을 열심히 보고자 생각한 이유는 무엇이고 등등등이었습니다^^ 당시 친구가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 제 나름대로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지만 새폴스키의 말을 빌리면 정말로 겹겹이 포개진 거북이가 수도 없이 등장할 것 같아 한껏 토닥토닥하는 말투로 누구야 네가 하고 싶으면 하면 되는 거지 했던 기억이 납니다 ^^
오도니안님의 대화: 그런데 작가님의 '산자들'에 나오는 단편들은 결정론적인 세계관이 많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아요. ^^
감사합니다. ^^ 저는 자연주의 소설을 어렸을 때 싫어했고 지금도 썩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자연주의 소설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글들을 자꾸 쓰게 되네요. 아이러니합니다.
borumis님의 대화: 아 맞아요. 사고실험이 그저 사고 실험인 게 실제로는 재현하기 힘든 사고 속 가정일 뿐이고 되도록 대조를 명확히 하기 위해선지 극단적이더라구요. 그래서 처음엔 극단적으로 갈리게 하다 점점 더 조금씩 수정/보완하는 조건들을 더해 가면서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그게 그렇다면 저련 경우는? 이러면? 이래도? ...하는 식으로 컨디션을 점점 더 바꿔가는 경우를 사고실험 책들에서 많이 본 것 같아요. 근데 전.. ㅜㅜ미묘하거나 마일드 한 경우든 극단적인 경우든 판단이 쉽지 않아서;;;
저도 그러네요^^ 어떤 경우든 고려할 것은 너무 많은 것 같고 어질어질 합니다^^
마법을 걸어 환경미화원에게 졸업생의 과거를 모두 가지게 하는 것 외에, 졸업생에게도 마법을 걸어 환경미화원의 과거를 모두 가지게 해보는 거다. 두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을 모두 바꾸면, 졸업 가운을 입은 사람과 쓰레기통을 비우는 사람이 바뀔 것이다. 이게 바로 내가 말하는 결정론의 의미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 우리 모두는 졸업생과 쓰레기통을 비우는 사람이 바뀔 거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사실을 거의 숙고하지 않은 채, 졸업생이 성취한 모든 것을 축하하는 반면 환경미화원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비켜서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 31p,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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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님의 대화: 감사합니다. ^^ 저는 자연주의 소설을 어렸을 때 싫어했고 지금도 썩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자연주의 소설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글들을 자꾸 쓰게 되네요. 아이러니합니다.
@장맥주 저는 나중에 한국 문학사를 정리하는 후대의 인문학자가 있다면 작가님 『산 자들』에 실린 작품 몇 편을 분명히 높이 평가하며 거론할 거라 생각해요. 얼른 떠오르는 작품은 '알바생 자르기'와 '현수동 빵집 삼국지'이네요.
YG님의 대화: @장맥주 저는 나중에 한국 문학사를 정리하는 후대의 인문학자가 있다면 작가님 『산 자들』에 실린 작품 몇 편을 분명히 높이 평가하며 거론할 거라 생각해요. 얼른 떠오르는 작품은 '알바생 자르기'와 '현수동 빵집 삼국지'이네요.
동의합니다. 지금 당장 제목이 생각 안나지만 아나운서 시험 이야기랑 대기업 취직한 지방대생 이야기도 정말 인상 깊었어요. 레알 자연주의 또는 하이퍼리얼리즘 작품너낌이.. ㅎㅎㅎ
YG님의 대화: @장맥주 저는 나중에 한국 문학사를 정리하는 후대의 인문학자가 있다면 작가님 『산 자들』에 실린 작품 몇 편을 분명히 높이 평가하며 거론할 거라 생각해요. 얼른 떠오르는 작품은 '알바생 자르기'와 '현수동 빵집 삼국지'이네요.
@YG @SooHey 어우... 이런 과찬의 말씀을... 감사합니다. 흑흑. <산 자들 2> 내년 초에 나옵니다. ^^
운이 시간이 지나면서 평균에 수렴하지 않으며, 레비의 말처럼 “더 많은 운으로 운의 영향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 대신 우리의 세계는 사실상 불운과 행운이 각각 더 증폭되도록 보장하고 있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애초에 의도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우리가 때때로 마음먹은 대로 자유롭게 행동하는 듯이 보이더라도, 무엇을 하겠다고 마음먹는 데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을 던지지 않고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는 것은 잔인하고 부도덕할 수 있으며 '영화를 평가하려면 마지막 3분만 보면 된다'고 믿는 것만큼이나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요컨대, 더 넓은 관점에서 보지 않고 의도의 특징과 결과를 이해하려 해봐야 아무 쓸모없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 2장 영화의 마지막 3분,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검지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다면, '당신이 어떤 일을 하기로 선택했다고 느끼는 순간'과 '당신의 뇌가 그 행동에 전념하는 순간', 그리고 '이 두 가지가 같은지'를 이해하기 위해 리벳의 관심사를 탐구하고 특정 뉴런과 특정 밀리초를 연구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직관적으로 이해가 된다. 하지만 리벳 논쟁과 (누군가의 행동이 의도적이냐 아니냐만 따지는) 형사사법제도가 자유의지에 대한 생각과 무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장의 서두에서 처음 언급했듯이, 두 가지 모두 이 책의 모든 페이지에서 던지는 핵심적 질문인 애초에 의도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 2장 영화의 마지막 3분,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장맥주님의 대화: @YG @SooHey 어우... 이런 과찬의 말씀을... 감사합니다. 흑흑. <산 자들 2> 내년 초에 나옵니다. ^^
왓!! 대박! 정말요? 전 문학을 잘 모르지만 산 자들/열광금지, 에바로드/5년만에 신혼여행/먼저 온 미래/한국이 싫어서가 personal top 5로 좋았어요. 안그래도 요즘 에바로드도 다시 읽고 싶었는데 산 자들도 2권이 나오면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기대 기대
향팔님의 대화: 녜 ㅎㅎ 철학자들이 “설치고 있다보니,” 저는 신경과학자도 아닌데 괜스레 “숨을 헐떡”이고 있네요. YG님 말씀대로 정리해볼게요! 즐거운 독서가 중요하므로~
저두요.. 헐떡헐떡;; 좀 중간중간 스스로 머리 속을 정리해봐야겠네요;;
꽃의요정님의 대화: 뭐 결정되어 있을 수도 있고, 모든 복합적 요소들이 모여 지금의 선택을 하게 만든 것일 수도 있다는 등의 여러 이론들을 많이 들어 왔지만, 전 상관하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거 해요. 그게 우주의 뜻이건 제 자유의지건 지금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면 일단 하고 봅니다. '나중에는 못한다' 이론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서요. 점점 체력도 떨어지는 것 같고요. ㅎㅎ @YG 어! 저도 틈새는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용하다는 무당들도 미래는 잘 못 맞힌다고 하잖아요. ㅎㅎ 갑자기 샤머니즘으로 빠지는 꽃의 요정...
하하하.. 안그래도 남편이 넷플릭스에 무슨 무당들이 누가누가 더 짱인지 맞먹는 점배틀 같은 프로를 계속 보던데..(제목이;;) 아니 저러면서 왜 거기 프로 패널에 있던 박모씨가 어찌 될 지는 몰랐냐 하면서 중얼중얼;;;
연해님의 대화: 저는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제가 처음에 갖고 있던 생각이 뭐였는지 조차 혼란스럽습니다. 거기다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과 제가 처음으로 벽돌 책 모임에 참여했을 때, 지정도서였던 대니얼 카너먼의 『노이즈』는 왜 자꾸 떠오르는 것인지... 뭔가 뒤죽박죽 다 엉킨 기분입니다(모자란 저의 이해력 탓이겠죠). 그래도 모임분들이 나눠주신 의견들 덕분에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기는커녕 더 혼란, 대혼란(하하하). 특히 오도니안님과 장작가님 대화가요. 참전은 어렵겠습니다. 얌전히 관전하려고요.
실은 저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현 사회의 juridicial system이 얼마나 정확한지에 그리고 그런 부정확한 판단에 근거하여 사람의 삶을 왔다갔다 하는 게 옳은지 재고하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교육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구요..
YG님의 대화: @장맥주 저는 나중에 한국 문학사를 정리하는 후대의 인문학자가 있다면 작가님 『산 자들』에 실린 작품 몇 편을 분명히 높이 평가하며 거론할 거라 생각해요. 얼른 떠오르는 작품은 '알바생 자르기'와 '현수동 빵집 삼국지'이네요.
@장맥주 저도 이 두 작품이 먼저 떠올라요. 알바생 자르기는 마지막 장면의 반전이 특히 인상적이었구. 현수동 빵집 삼국지에서 주인공이 상대편 빵집을 방문하는 장면은 결정론적 세계를 배경으로 할 때 더 빛나 보이는 자유의지의 사례라고 제 맘대로 의미 부여해 봅니다. ^^
의도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보조운동영역이 워밍업되기 1초 전에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생물학에서 온다. 하지만 의도는 1분 전, 한 시간 전, 심지어 천 년 전에서도 오는데, 이 책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준비전위나 '누군가가 범죄를 저지를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만 갖고서 자유의지 논쟁을 시작하고 끝낼 수는 없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 2장 영화의 마지막 3분,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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