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니안님의 대화: 제 경우엔 결정론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배어 있어서 다른 사람을 원망하는 감정이 드는 때는 드문 것 같아요. 하지만 겪어 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겠죠. 제가 비교적 무난한 환경에서 지내왔기 때문에..^^
결정론적 사고로 보자면, 우리에게 어떤 감정이 들고 어떤 생각이 드느냐 하는 것도 인과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고, 그렇게 보면 우리에게 드는 어떤 감정들을 옳다 그르다 할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의 인과관계에 따라 감정도 일어나는 것이니까요.
그렇다고 모든 것이 통제 밖에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통제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자원(에너지나 시간 등)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우리 운명을 다 바꿀 수는 없고 우리가 선택한 특정 부분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에 나온 비유를 사용하자면, 코끼리는 자기가 가고 싶은 대로 가고 기수는 가끔씩 관여할 수 있을 뿐이죠. 하지만 결국에 가게 되는 목적지에 기수의 영향력이 적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항상 긴장 상태에서 통제를 할 수는 없고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온전히 질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감정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자면, 감정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어떤 관점에서 생각하느냐에 따라 감정이 자연스럽게 변화하게 되는 경우는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저런 경험을 하고 새로운 관점을 접하기도 하면서 우리의 성격이나 감정 패턴도 천천히 변화해 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맞아요. “어떤 관점에서 생각하느냐에 따라 감정이 자연스럽게 변화”한다는 말씀에 동의해요. 그리고 제 감정이라는 것도 하루에도 열두번씩 바뀌더라고요. 어떨 때는 ‘그래, 아버지도 참 딱하지.’ 그러다가도 ‘아니야, 그러면 나는 더 딱하지! 나야말로 뭔 잘못이 있어?’ 그러다가 또 ‘아니 근데 지금 그런 게 중요해?’ (이게 뭐람? ㅎㅎ 대개 그쯤에서 머리속이 엉켜버리고 생각은 그만 멈춥니다.)
꼬꼬마 때 아빠가 쓴 일기를 훔쳐본 적 있는데(아이들은 항상 어른들의 생각보다 아주 많은 것을 알고 있지요!) 이런 내용이 있던 게 아직도 기억납니다. ‘나 자신도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뭐 그런 얘기였어요. 아이고, 이놈의 겹겹이 포개진 거북이들을 몽땅 없애버릴 수도 없고 말이죠!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