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lla15님의 대화: 저요! 사실 어제 밤에 단독으로 올리려고 했는데 마침 그믐이 잠시 먹통되는 바람에 오늘 향팔님 생각이 저와 비슷해서 답글로 올립니다.
우선 관련해서 영화 하나가 생각이 났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나이>란 영화죠. 필립 느와레가 주인공으로 나온 영환데, 그렇게 말하면 잘 모르실 분도 혹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영사 기사 알프레도를 연기했던 배우의 젊은 시절 영화죠.
워낙 오래전에 본 영화라 정확한 내용은 기억에 없고, 하나 기억나는 장면은 아름답고 사랑스럽긴 하지만 남편에게 끊임없이 잔소리를 퍼붓는 아내가 어느 날 사고로 사망을 합니다. 물론 슬프기도 하겠지만 그건 장례 기간 동안뿐이고 알렉산더는 그때부터 불행 끝 행복 시작이죠. 그에게 행복은 침대를 떠나지 않는 삶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머리고 수염이고 엉망으로 자랐는데도 별로 신경 쓰지 않죠.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는 좀 다르긴 한데, 제가 기억하는 건 알렉산더의 엉망으로 자란 머리와 수염이었습니다.
언젠가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있으면 좋고, 발전적인 쪽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안 좋은 쪽으로 간다고. 한마디로 짐승 같아진다는 얘기죠. 늑대 인간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가 있을 겁니다. 그래서 사람은 죽을 때까지 자기 자신을 연마하고 배우기를 힘써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교육이란 게 필요하고, 이것이 인간과 동물이 다른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새 박사님 결정론을 인정해 버리면 인간이 교육을 굳이 받을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 밥심님 올린 새 박사님 인터뷰 중에 교도소 죄수들에 관한 얘기를 잠깐 언급했는데,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다면 자신이 지은 죄도 내 의지가 아닌 그렇게 하기로 이미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거라고 자기 변명을 하게 되죠. 그러다 보면 굳이 속죄할 필요가 없어지고 아무 생각 없이 사람을 죽여놓고도 그게 뭐 어때서...? 이렇게 되어버린다는 거죠. 그렇다면 인간의 양심은 어디로 간 걸까요? 그런 건 아예 없는 걸까?
오늘날의 교도소가 교정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사회와 격리만 시킨다는 새 박사님의 지적은 옳은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과 관련해서 사형 제도가 사라졌죠. 적어도 선진국에선 사형이 없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종신형을 때릴망정. 물론 일각에선 사형제도의 부활을 주장합니다. 어쨌든 그들이 사형을 피했다고 해서 그 사실에 대해 감사를 하고 새 마음으로 고쳐먹느냐면 그렇지 않다는 거죠. 그들은 여전히 같은 죄를 지을 가능성이 높고 범죄는 줄어들지 않죠. 그래봤자 종신형이니까. 교정이 필요한 건데 격리만 시켜놓다니. 사형의 폐지가 인도주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들에 의해 희생 당한 사람과 유가족들은 전혀 배려하지 않는 처사라고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사형제도가 있었을 땐 양심에 따라 죽어서라도 죄를 씻겠다는 사람이 있지만 이젠 그 마음이 작동하지 않을 거라는 거죠. 물론 사형제도의 폐지론자는 재판의 오판으로 억울하게 죽는 사람을 막기위한 거라고 합니다. 그것도 일리는 있습니다.
어쨌든 여기까지 쓰고 보니 새 박사님이 말씀하신 결정론이란 게 신경학보단 이미 사회제도가 그렇게 몰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사실 결정론과 자유의지는 철학이나 특히 신학에서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다루어왔던 주제이긴 합니다. 그것을 신경학에서도 다룬다는 게 저로선 이색적이긴 합니다. 용어도 어렵고. 결정론을 감히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기독교에서의 '원죄'로 치환해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기독교인이거나 기독교에 열린 마음을 가진 분들은 생각해 볼 여지는 있겠지만 부정적인 분들도 있을 겁니다. 기독교에선 어떤 신경 작용 보다는 존재론에 더 주목을 하죠. 그래서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기 보단 둘 다를 수용하되 자유의지를 좀 더 강조합니다.
뭐 꼭 기독교 사고관이 아니더라도 새 박사님 이론은 실존주의 철학자들에게 비판을 받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미 그런 거 같긴하지만. 저도 주워들은 거 대충 짜깁기 한 것이니 그냥 참고로 이런 생각도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해 주시길. 혹시 이 원죄에 대해 흥미가 있으시다면 미우라 아야꼬의 <빙점>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아마도 도 선생님의 '카씨 형제들'과 비교해서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스텔라님 글을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사형 제도에 관해서 말이죠. 저는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사형제 반대하는 사람 손 들어봐” 하면 손 드는 학생이었고, 나중에 잠시 몸담았던 단체의 대표적 활동도 사형 폐지 운동이었어요. 그래서 제 공식적(?) 입장은 ‘난 사형제 폐지론자야.’ 이거였는데요, 그런데 진짜로 저의 비공식적(?) 마음도 그러하냐,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매체를 통해 흉악범들 사건을 접하거나 역사책에서 권력을 잡고 학살을 벌인 인간들의 사례를 보면 ‘와, 이런 죽일 놈들. 이런 건 인간도 아니다.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인간은 권리도 같이 저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죽여도 돼!’ 하는 생각이 슬며시 들거든요.
그런데 어떤 책에서 보니 중형/사형 등이 범죄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사형제라는 건 감정을 달래기 위한 것일 뿐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응보’라는 건 그리고 ‘인권’이라는 건 과연 무엇인가 싶기도 합니다. 예전에 김복준 형사님인가요? 그분 말씀이 일본은 ‘진짜 최고 악질 범죄자(예:지하철 사린가스 테러를 일으킨 옴진리교 교주 같은)’만 선별적으로 사형을 집행한다고 하던데…. 이 나이까지도 아직 제가 어떤 입장에 서있는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