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6.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D-29
YG님의 대화: 사실, 4장은 많이 배운 장이기도 하지만, 새(폴스키) 선생이 그다지 페어하지 않다는 증거로도 보이는데요. 예를 들어, 마이클 가자니가 같은 뇌과학계 구루의 주장은 그저 한두 문장으로 ‘웃기다’ 이렇게 논평하고 넘어갈 게 아니거든요(117쪽). 저는 새 선생이 아주 낡은 패러다임에 갇힌 분 같아요. :) 철학 개념 가운데 ‘지향성’이 있습니다. 원래는 (새 선생이 질색할) 주체 철학의 중요한 키워드였어요. ‘의식은 언제나 무언가에 대한(about) 의식’이라는 명제가 지향성의 핵심입니다. 주체(인간)와 객체(세계/물질)를 가르는 결정적 경계선이 바로 지향성이라는 개념입니다. 새 선생이라면 “개코 같은 소리”라고 할 법한 이야기죠. * 그런데 이 ‘지향성’이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한동안 @장맥주 작가님과 그믐 여러분이 함께 읽었던 브루노 라투르 같은 철학자, 또 최근에 현대 사상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현대 물질주의 철학자가 이 ‘지향성’을 전혀 다른 의미로도 재해석해서 사용하고 있거든요. 철학자마다 핀트가 조금씩 다릅니다만, 제가 이해하는 공통점은 이렇습니다. 알다시피 이들은 인간과 비인간(기술, 물질, 생물, 인프라 등)을 같은 층위에서 다루는 ‘일원론적 인류학’을 지향합니다. 여기서 지향성은 고립된 인간 주체가 행동 전 미리 품고 있는 ‘선험적 의도(자유 의지?)’가 아닙니다. 지향성은 같은 네트워크(망)에서 상호 작용하는 인간과 비인간이 결합해서 형성되는 특정한 효과인 것이죠. 가장 고전적인 예로 설명해 보자면, 총의 존재입니다. 총이 없을 때의 인간과 총이 있을 때의 인간은 전혀 다른 효과를 낳죠. 라투르 식으로 표현해 보자면 총과 인간의 상호 작용의 결과로 ‘총-인간’이라는 새로운 행위자가 등장하게 되고, 그때 나타나는 이 연합의 효과야말로 지향성이라는 것입니다. * 여기까지만 읽고서, 새 선생 얘기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지향성의 새로운 해석이 새 선생이 짜놓은 결정론의 프레임 자체를 흔들 수 있고, 자유 의지의 틈새를 다른 식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 선생의 생각부터 시작해서 아이디어를 나열해 보겠습니다. 새 선생의 논리 구조에서 인간(혹은 인간의 뇌)은 일종의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유전자, 호르몬, 태아기 환경, 문화적 배경 같은 입력값이 주어지면 뇌라는 복잡한 회로를 거쳐 행동이라는 출력값이 고스란히 도출되는 통로라는 것이죠. 이런 구조 속에서 자유 의지가 들어갈 틈새는 정말로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라투르 같은 철학자의 시각에서 인간은 결과물이 아니라 매개자에 가깝습니다. 한 주체(인간)가 과거의 원인(유전자, 환경)에 얽매여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원인이 현재의 구체적인 물질적 네트워크(도구, 기술, 제도, 텍스트 등)와 상호 작용하면서 결합하는 순간 그 주체를 결정했던 과거 원인의 효과는 뒤틀리고 재배치됩니다. 이 뒤틀리고 재배치되는 순간이야말로 새 선생식 용어로 따지면 ‘틈새’라고 생각합니다. 가자니가는 새 선생보다 18년 선배인데요(1939년생). 이분 주장의 틀은 놀랍게도 라투르 등과 비슷합니다. 다만, 비인간의 자리에 타인을 놓고 있을 뿐입니다. 즉, 한 주체(인간)가 과거의 원인(유전자, 환경)에 얽매여 있다는 걸 인정합니다. 다만, 현재 그가 무슨 행동을 할 때는 항상 그 시점의 타인, 공동체 그리고 그것이 무형화된 결과인 제도 등과 상호 작용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 상호 작용의 순간에 그 주체를 결정했던 과거 원인의 효과는 뒤틀리고 재배치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알코올 중독자가 순수한 의지력(4장의 ‘그릿’)만으로는 술을 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의 알코올 중독자는 과거의 원인 탓이니 그를 비난하는 것도 멈춰야 합니다. 다만, 술이 없는 물질적 환경을 조성하고 중독자 치료 커뮤니티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에 자신을 접속시킴으로써 알코올 중독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과정의 성패에 따라 다른 미래가 펼쳐지죠. * 새 선생은 그 ‘술이 없는 물질적 환경을 조성하고 중독자 치료 커뮤니티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 또 그것에 접속할 수 있는지조차도 또 다른 외부 결정 요인이라고 반박하겠죠. 결과 C를 낳는 원인 A, B 안에 모든 것을 우겨서 넣을 수 있는 무적의 논리니까요. (라투르 등은 이런 주장에도 실소할 겁니다. 왜냐하면, A-B-C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번역과 굴절이 필수니까요.) 그런데 이런 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 치료를 돕는 특정 의약품(날트렉손 등)의 개발 과정이나 알코올 중독자 치료 커뮤니티의 행동 강령은 그 중독자 개인의 과거 원인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독립적인 자기만의 역사와 계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한 개인이 그런 특정 의약품과 알코올 중독자 치료 커뮤니티와 접속했다면, 그것마저도 태초부터 뇌에 예정되어 있던 것일까요? 그리고 그 접속으로 그의 미래 삶이 완전히 다른 경로로 갔다면 그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A-B-C의 인과 관계 안에 X가 들어와서 ‘C+X’라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주체의 지향성이 D라는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이 ‘C+X’에서 D로 가는 과정이야말로 일종의 틈새가 아닐까요. * 더구나, 인간은 자신이 결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 결정 요인을 역으로 이용하는 성찰성이 있는 존재입니다. 알코올 중독자 치료 커뮤니티의 행동 강령과 단주 노하우야말로 그 단적인 증거죠. 수많은 알코올 중독자의 성찰의 결과로 그런 제도가 만들어졌고, 후대의 알코올 중독자는 그 제도와 접속할 가능성이 커지니까요. 가자니가가 “책임은 우리의 결정론적인 뇌가 아닌 다른 수준의 조직, 즉 사회적 조직에 존재한다”(117쪽)고 말할 때의 의미는 바로 이런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거의 비슷한 결론을 얘기하고 싶어 하면서도 새 선생은 ‘자유 의지는 없다’라는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서 이런 견해에는 주목하지 않습니다. 제가 페어하지 않다고 한 이유입니다. :)
마침 제가 읽고 있는 다른 책에 마이클 가지니가(이름이 너무 어려워요)의 분리뇌 실험이 등장하네요. 좌뇌와 우뇌를 잇는 뇌량이 단절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인데, 이런 사람들에게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각각 다른 이미지를 보여 주고 어떤 이미지를 봤는지 선택하게 하면, 예를 들어 왼쪽 눈에 닭을 보여주고 오른쪽 눈에 제설용 삽을 보여주면, 삽은 인식하지 못하고 닭을 봤다고 대답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른쪽 뇌의 통제를 받는) 왼쪽 손으로 자기가 본 이미지를 가리키라고 하면 삽의 이미지를 가리킨대요. 그리고 왜 닭을 봤다고 하면서 삽을 가리키냐고 물으면 "닭장을 치우려면 삽을 이용해야 하니까요" 하는 식으로 이유를 지어낸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은 자기가 말하는 이유 때문에 삽을 가리킨 거라고 믿는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실험이에요.
향팔님의 대화: 크으.. 감사합니다. 동물원의 음악 같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저도 동물원 좋아합니다. '그대를 위한 소품' 이 노래도 가사를 일기에 베껴 적으며 귀가 닳도록 들었던 ㅎㅎ (우울증으로 힘들 때 김창기 선생님 병원에도 찾아간 적이 있다는;;) 저도 답례로, 지난달 <쇳돌> 읽기 모임에 남겼던 조선일보 배달기 에피소드 하나 투척합니다. https://www.gmeum.com/meet/3622?talkId=279732
ㅋㅋㅋㅋ 아주 재미납니다! @향팔 님이 묘사하신 그 풍경이 제 눈앞에도 선하네요. 그놈의 광고지들.. 어휴! 전 그때 조선일보 말고도 소년조선일보, 코리아헤럴드, 스포츠조선까지 돌렸네요-_- 새벽에 출근하다 변태도 만나고..;;;;; 나름 파란만장했더랬지요ㅋㅋㅋㅋ 저도 까먹기 전에 이야기로 남겨둘까봅니다:)
SooHey님의 대화: ㅋㅋㅋㅋ 아주 재미납니다! @향팔 님이 묘사하신 그 풍경이 제 눈앞에도 선하네요. 그놈의 광고지들.. 어휴! 전 그때 조선일보 말고도 소년조선일보, 코리아헤럴드, 스포츠조선까지 돌렸네요-_- 새벽에 출근하다 변태도 만나고..;;;;; 나름 파란만장했더랬지요ㅋㅋㅋㅋ 저도 까먹기 전에 이야기로 남겨둘까봅니다:)
우와 멋있어요. 하나만 해도 힘든데 멀티 배달이라뇨! 저도 쇳돌 방에서 느낀 건데 신문 배달 하면서 겪은 체험기만 해도 책 한권 분량은 거뜬히 나오겠더라고요 ㅎㅎ
오도니안님의 대화: 혼자 뜨는 달. 제목부터 설레네요.
흐흐, 많은 분들이 이 책에 얽힌 추억을 갖고 계실 것 같아요.
소리없이님의 대화: 제가 책을 읽으며 기대했던 바로는 .. 실은 마지막 장은 읽고는 좀 힘이 빠져 행간을 파악하고자 여러 번 거듭 읽었습니다. 제가 살짝 이해가 안되었다고 말씀 드린 것은 위에 언급해 주신 책과는 능력주의 비판이라는 주된 주장 정도만 일치한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장맥주 님께서 언급해 주셔서 [바른 행복]을 찾아 보았는데요, The Happiness Hypothesis 를 말씀하시는 것이실지요? 위에서 너무 꼬리를 물고 여쭈어 보는 것 같아 질문을 안드렸으나 이번에 다시 얘기가 나와 여쭤봅니다. 이 책의 번역본이 있어나 보군요.
네, 맞습니다. 번역이 두 번 되었어요. 원래 <행복의 가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가, <바른 마음>이 유명해지자 다른 출판사에서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이라는 제목을 달고 다시 나왔어요. 뭐... 얌전한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나쁘지는 않지만, 하이트의 진수는 제법 문제작인 <바른 마음>입니다. <나쁜 교육>, <불안 세대>도 상당히 도발적인 부분들이 있습니다. 원숙해지면서 점점 더 도발적인 책을 쓰는 작가님이네요.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 - 불행의 시대에 고전에서 찾은 행복의 비밀《바른 마음》 《나쁜 교육》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세계적 사상가인 조너선 하이트는 고대의 지혜와 현인들의 말씀에서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는다. 현재 우리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의 모든 것은 이미 여러 고전에 잘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행복의 가설 - 고대의 지혜에 긍정심리학이 답하다아마존 닷컴 3년 연속 베스트셀러. 헤이트는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을 총동원하여 동양과 서양의 오래된 철학과 종교 전통들을 넘나들며 그들이 전하는 지혜를 현대의 뇌과학, 인지심리학, 신경학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입증하고 때로는 비판한다. 우리를 지속적으로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외부적인 요인을 우리 삶의 조건과 자발적 활동, 두 가지로 분석한다.
소리없이님의 대화: 네~^^ 조너선 하이트의 책들을 정독해야겠습니다! 새폴스키의 책에서 조너선 하이트에 대한 언급을 다시 찾아 보았는데요, 어렴풋이 남은 인상 만으로 제가 이해한 조너선 하이트 논지의 맥락과는 좀 다르게 얘기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잘은 모르나 대니얼 데닛도 펜로즈에 대한 부분도 조금씩 이렇게 느껴져서요 .. 판단을 어느 정도 제대로 해보려면 이 책에서 반박하고 있는 철학자 및 과학자들의 저서를 다 들여다 보아야 하나 … 이 점도 좀 난감했습니다.
하이트는 우리 선택은 대부분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서 나온다는 주장을 펼쳤으니, 그 주장이 자유의지를 전제한 것이긴 하네요. 그 외에 하이트가 결정론이나 자유의지와 관련해서 특별한 주장을 펼친 건 없습니다.
YG님의 대화: @HL7707 지금 슬쩍 농담하신 거죠? 아이작 아시모프 소설 속 심리역사학과 결정론적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현실 버전 주장입니다. :) 소설 속 심리역사학이 집단이 단위라면 새 선생은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요. 예정설이라고 볼 수가 없는 게 새 선생은 목표가 예정되어 있다고 보는 게 아니라, 현재의 결과가 과거의 원인과 얽혀 있다는 인과 관계를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아. 농담이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여쭤보았습니다. 지나가다가 제목과 내용이 비슷해보여서 읽어볼까 하다가 너무 두껍고 어려울까봐 망설여져서 한번 여쭤봤습니다. 답변 감사드립니다!!
ACE[아동기의 부정적 경험] 점수, 태아의 역경 점수, 3장에서 언급한 RLCE(아동기의 억세게 운 좋았던 경험) 점수 등은 모두 동일한 사실을 말해준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뻔히 보고도 '누군가가 인생에서 난도 높은 일을 얼마나 쉽게 하느냐가 비난, 처벌, 칭찬, 보상을 정당화한다'고 주장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대담함과 무관심이 필요하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여성의 자궁 속에서 이미 신경생물학적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태아에게 물어보라.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 4장 강인한 의지력: 그릿의 신화,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우리는 '삶이 우리에게 선물로 주거나 저주하듯 부여한 속성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꽤 잘 인식한다. 하지만 우리가 옳고 그름의 갈림길에서 이러한 속성에 편승하여 하는 행동은 우리로 하여금 강력한 직관에 따라 '자유의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도록 집요하게 유도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당신이 감탄할 만한 상황 대처 능력을 보이든, 방종의 늪에 빠져 기회를 낭비하든, 유혹을 당당하게 째려보거나 유혹에 굴복하든, 이 모든 것은 PFC와 거기에 연결된 다른 뇌 영역의 기능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그리고 그 PFC의 기능은 몇 초 전, 몇 분 전, 몇천 년 전에 일어난 일의 결과물이다. 이것은 뇌 전체를 다룬 3장의 핵심 구절과 동일하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이라는 동일한 핵심 구절을 호출한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면 나는 당신의 PFC가 진화한 과정을 다루면서 '진화한 유전자'와 '그 유전자가 뇌에서 코딩하는 단백질'과 '어린 시절의 환경과 경험이 이러한 유전자와 단백질의 조절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신의 PFC를 지금 이 순간까지 이끌어온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향 사이에 자유의지가 끼어들 틈은 한 군데도 없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 4장 강인한 의지력: 그릿의 신화,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샘 해리스는 '자기 자신이 다음에 무엇을 생각할 것인지'를 용케 생각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2장과 3장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자기 자신이 다른 소망을 갖기를 바라는 일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 장의 핵심은 당신이 더 많은 의지력을 갖도록 스스로 의지를 발휘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는 믿음으로 세상을 운영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 4장 강인한 의지력: 그릿의 신화,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장맥주님의 대화: 하이트는 우리 선택은 대부분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서 나온다는 주장을 펼쳤으니, 그 주장이 자유의지를 전제한 것이긴 하네요. 그 외에 하이트가 결정론이나 자유의지와 관련해서 특별한 주장을 펼친 건 없습니다.
@장맥주 우리끼리 이야기인데 새 선생과 하이트 선생 사이엔 약간 긴장감이 있어 보여요. 몇 가지 단서가 있는데, 『행동』에서 왜 하이트는 우파로 아웃팅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슬쩍 긁은 대목, 지난 책과 이번 책 모두 새 선생이 호의적으로 극찬하는 하버드 대학교 조슈아 그린이 하이트의 비판자라는 점, 반면 하이트 선생은 코끼리/기수(자유 의지로 볼 수도) 모델로 양립론자에 가까운 견해를 가진 점 등. 하지만 또 하이트 선생은 이번 책 추천사를 썼으니. 하이트 선생이 좀 더 품이 넓거나 새 선생과 달리 선배 대접을 해주고 있는 걸로. (괜히 버릇 도졌습니다.)
오도니안님의 대화: 마침 제가 읽고 있는 다른 책에 마이클 가지니가(이름이 너무 어려워요)의 분리뇌 실험이 등장하네요. 좌뇌와 우뇌를 잇는 뇌량이 단절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인데, 이런 사람들에게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각각 다른 이미지를 보여 주고 어떤 이미지를 봤는지 선택하게 하면, 예를 들어 왼쪽 눈에 닭을 보여주고 오른쪽 눈에 제설용 삽을 보여주면, 삽은 인식하지 못하고 닭을 봤다고 대답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른쪽 뇌의 통제를 받는) 왼쪽 손으로 자기가 본 이미지를 가리키라고 하면 삽의 이미지를 가리킨대요. 그리고 왜 닭을 봤다고 하면서 삽을 가리키냐고 물으면 "닭장을 치우려면 삽을 이용해야 하니까요" 하는 식으로 이유를 지어낸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은 자기가 말하는 이유 때문에 삽을 가리킨 거라고 믿는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실험이에요.
와, 신기하네요. 인간의 뇌가 보는 순간 이야기를 만들어 내나봅니다.
향팔님의 대화: 요즘에는 '심야괴담회' 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같더라고요. 꼬꼬마 때는 전설의고향, M 같은 드라마도 있었고 납량특선 영화도 tv에서 많이 틀어줬었죠. 공포의 묘지였나,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를 보고 달달달 떨었던 기억도 나고, 하수구 도시전설 악어가 나오는 엘리게이터랑, 또 무슨 거대 개미 영화도 본 기억이 나요 ㅎㅎ 지금도 공포영화나 괴수영화, 재난영화 같은 걸 좋아하는데 어린 시절 영향인가 싶기도 합니다. 딴 얘기지만 저 어릴 땐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도 그냥 빌려 봤네요. 중딩 때 다니던 신문 보급소 바로 옆에 '용비디오'라고 손바닥만한 비디오 가게가 있었는데요(하도 뻔질나게 드나들어서 이름을 잊어먹지도 않아요), 그집 아저씨께선 손님의 연령대에 일절 구애받지 않고 무조건 빌려준다는 장사 철학을 가지고 계셨거든요. ('으뜸과버금'이나 '영화마을' 같은 데서는 얄짤 없이 빠꾸였는데 말이죠.) 그때 조선일보 배달한 돈을 모아서 녹화도 안 되는 꼬진 비디오 플레이어를 샀는데 너무 행복했답니다. 그걸 오빠 방에 놓고선 온갖 비디오 테잎을 참 신나게 빌려 봤었죠. (오빠가 가끔 야한 영화 테이프를 빌려와서 자기 책상 세번째 서랍 너머의 공간에다 숨겨둔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것도 몰래몰래 꺼내 보고요.) 하루는 집 앞에 있던 도서대여점에서 나상만의 <혼자 뜨는 달>을 빌리려는데 아주머니께서 "이거 니가 볼 거니?" 물으시길래 "아니요? 오빠 심부름인데요." 이러면 그냥 무사 통과였던 ㅋㅋㅋ 으이구
어릴 때부터 영뜩했구만요. ㅋㅋㅋ 난 당췌 애로는 영...
YG님의 대화: @장맥주 우리끼리 이야기인데 새 선생과 하이트 선생 사이엔 약간 긴장감이 있어 보여요. 몇 가지 단서가 있는데, 『행동』에서 왜 하이트는 우파로 아웃팅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슬쩍 긁은 대목, 지난 책과 이번 책 모두 새 선생이 호의적으로 극찬하는 하버드 대학교 조슈아 그린이 하이트의 비판자라는 점, 반면 하이트 선생은 코끼리/기수(자유 의지로 볼 수도) 모델로 양립론자에 가까운 견해를 가진 점 등. 하지만 또 하이트 선생은 이번 책 추천사를 썼으니. 하이트 선생이 좀 더 품이 넓거나 새 선생과 달리 선배 대접을 해주고 있는 걸로. (괜히 버릇 도졌습니다.)
아... ㅋㅋㅋㅋㅋ 속으로 느끼고 있었는데 이렇게 시원히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새 선생님 밴댕이 소갈딱지... 바다 건너 제가 느낄 정도인데 학계 구성원들이나 본토의 교양 독자들도 다 알겠지요? 새 박사님이 저한테는 진보 꼰대(이 말도 이제 어색하지 않은 용어가 됐네요)처럼 다가오네요. 하이트와 핑커가 허허 웃으며 넘어가는 모양새라 그렇지, 그들을 긁는 문장들이 심술과 악의 사이에 걸쳐 있지 않나 걱정합니다. 새 박사님 인품이야 제가 걱정할 바는 아니지만, 이 책 전체가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학문적으로 지지하기 위한 시도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하이트의 이론을 새 박사님이 온 몸으로 증명하시는 걸까요?). 새 박사님 성향이나 좁은 자유, 넓은 결정 등 @YG 님도 모임 초반에 길잡이를 잘 잡아주신 덕분에 ‘응?’ 싶을 때에도 헤매지 않고 잘 읽고 감사드려요. 유능한 길잡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독서입니다. ^^
HL7707님의 대화: 아. 농담이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여쭤보았습니다. 지나가다가 제목과 내용이 비슷해보여서 읽어볼까 하다가 너무 두껍고 어려울까봐 망설여져서 한번 여쭤봤습니다. 답변 감사드립니다!!
@HL7707 님, 이 방에서도 뵙네요. 반갑습니다. ^^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는 (현실의 거시경제학과 흡사한) 심리역사학이 말하는 역사적 필연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네요. 개인의 뇌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집중합니다. 트랜터와 제2파운데이션에는 분명 신경과학자들이 많이 있었겠지만 거기서 이 책의 결론 같은 주장을 하는 학자가 있었다면 해리 셀던에게 파문당했을 거 같습니다. 어떤 개인의 뇌를 아주 정교하게 조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는 셀던이 관심 가졌을 테지만요.
장맥주님의 대화: @HL7707 님, 이 방에서도 뵙네요. 반갑습니다. ^^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는 (현실의 거시경제학과 흡사한) 심리역사학이 말하는 역사적 필연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네요. 개인의 뇌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집중합니다. 트랜터와 제2파운데이션에는 분명 신경과학자들이 많이 있었겠지만 거기서 이 책의 결론 같은 주장을 하는 학자가 있었다면 해리 셀던에게 파문당했을 거 같습니다. 어떤 개인의 뇌를 아주 정교하게 조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는 셀던이 관심 가졌을 테지만요.
네 작가님,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파운데이션 (애플TV+에서는 진작 봤지만) 보고 있어서 관심이 가서 순진하게 한번 물어보게 되었네요. @YG @장맥주 님 감사합니다!
대부분의 조현병 환각은 청각적인데, 이는 우리의 사고가 얼마나 언어적인지를 반영한다. 그리고 이 규칙을 증명하는 정말 놀라운 예외로, 조현병을 앓는 선천성 농인들이 미국수어로 환각을 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어떤 사람은 ‘실체 없는 한 쌍의 손’이나 신이 자신에게 수어로 이야기하는 환각을 경험했다고 한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 397쪽,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장맥주님의 대화: 아... ㅋㅋㅋㅋㅋ 속으로 느끼고 있었는데 이렇게 시원히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새 선생님 밴댕이 소갈딱지... 바다 건너 제가 느낄 정도인데 학계 구성원들이나 본토의 교양 독자들도 다 알겠지요? 새 박사님이 저한테는 진보 꼰대(이 말도 이제 어색하지 않은 용어가 됐네요)처럼 다가오네요. 하이트와 핑커가 허허 웃으며 넘어가는 모양새라 그렇지, 그들을 긁는 문장들이 심술과 악의 사이에 걸쳐 있지 않나 걱정합니다. 새 박사님 인품이야 제가 걱정할 바는 아니지만, 이 책 전체가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학문적으로 지지하기 위한 시도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하이트의 이론을 새 박사님이 온 몸으로 증명하시는 걸까요?). 새 박사님 성향이나 좁은 자유, 넓은 결정 등 @YG 님도 모임 초반에 길잡이를 잘 잡아주신 덕분에 ‘응?’ 싶을 때에도 헤매지 않고 잘 읽고 감사드려요. 유능한 길잡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독서입니다. ^^
@YG 그런데 하이트의 연구는 인간이 사고를 통해 도덕적 판단을 이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먼저 도덕적 직관과 감정적 판단(의지와 사고의 통제 범위 밖에 있는)이 먼저 일어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당화가 뒤이어 행해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새폴스키의 이론을 어느 정도 뒷받침해주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마이클 가자지니의 분리뇌 연구도 인간이 자기 행동의 원인을 잘못 의식하고 스스로 의식하지도 못하면서 가짜 이야기를 지어내는 경향을 보여주기 때문에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도덕적 판단이 온전히 직관과 감정만으로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인간이 인식하는 자기 행동의 원인이 모두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자유의지를 온전히 부정하거나 결정론을 지지하는 근거로서 쓰이기는 힘들겠지만, 어쨌든 인간의 의식적 판단과 선택이 스스로 알지 못하는 무의식적 원인들의 영향을 받는다고 하는 것은 자유의지의 '비중'을 조금 늘리고 결정론의 '비중'을 조금 높이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하긴 프로이트가 한참 전에 했던 이야기와도 비슷하네요. 그전에는 마르크스...
전자책에서 검색해 보니까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에서는 딱 한 군데 하이트의 연구가 인용되는 대목이 있네요. 11장이라 아직 한참 남았는데 어떤 맥락일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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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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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오디세이로 계속 이어집니다
[웰다잉 오디세이 2026] 7. 어떻게 죽을 것인가[웰다잉 오디세이 2026] 6.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
천천히 읽어요
세계문학전집 느리게 읽기 (1) 브람스를 좋아하세요...[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
안 노란 책을 찾아라!
안노란 책 리뷰 <지금, 그리고 그때>안노란책 리뷰 <슬픔의 물리학>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안노란 책 리뷰 <영원히 계속되다가 끝이 난다 > 앤 드 마르켄안노란 책 리뷰 <메데이아> 에우리페데스안노란 책 리뷰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하임 마이어호프
새벽엔 느낌 좋은 소설로 하루 시작해요
[느낌 좋은 소설 읽기] 3.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느낌 좋은 소설 읽기] 2. 오버스토리 [느낌 좋은 소설 읽기] 1. 모나의 눈
아티초크의 멋진 책!
[아티초크/책증정] 세계 여성 시인선 100『슬픔에게 언어를 주자』와 함께해요.[아티초크/시집증정] 감동보장!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 아틸라 요제프 시집과 함께해요.[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
‘인생 록 음악’ 추천!
[그믐밤] 49. 국제 암석의 날 기념, ‘인생 록 음악’ 추천해주세요[김영사/책증정] 대화도 음악이 된다!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 함께 읽어요[그믐밤] 33. 나를 기록하는 인터뷰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새폴스키의 책을 읽습니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6.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8. <행동>
동구권 SF 함께 읽어요!
[함께 읽는 SF소설] 12.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비밀, 파헤칩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 탐험단 시즌 2 : 장르의 해부학 읽기 3. 신화 4. 회고록과 성장물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 4회차[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2회차 『로빈슨 크루소』(다니엘 디포, 1719)[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
히어로와 함께
카라마조프의 피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
3권의 책 종류
『육식의 종말』완독 하기! (책 증정)[김영사/책 증정] 장안의 화제! 노화과학을 다룬 <우리는 왜 죽는가>를 함께 읽어요 [인플루엔셜/책증정] 진정한 앎은 무엇인가? <지식의 탄생> 읽고 함께 이야기해요!
청명하다, 꾸준히 읽는 중
독서기록용_웍과 칼독서기록용_필요의 탄생독서기록용_제자리에 있다는 것독서 기록용_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
삼국지를 가슴에 품다
삼국지 전권독파 - 요시카와 에이지 버전으로[모집] 평생의 숙제 인간관계, 삼국지의 영웅들에게 답을 묻다 (w. 『최소한의 삼국지』)
혼자이기에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부커상을 받았어요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서울국제작가축제X비채]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함께읽기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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