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6.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D-29
샘 해리스는 '자기 자신이 다음에 무엇을 생각할 것인지'를 용케 생각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2장과 3장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자기 자신이 다른 소망을 갖기를 바라는 일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 장의 핵심은 당신이 더 많은 의지력을 갖도록 스스로 의지를 발휘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는 믿음으로 세상을 운영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 4장 강인한 의지력: 그릿의 신화,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장맥주님의 대화: 하이트는 우리 선택은 대부분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서 나온다는 주장을 펼쳤으니, 그 주장이 자유의지를 전제한 것이긴 하네요. 그 외에 하이트가 결정론이나 자유의지와 관련해서 특별한 주장을 펼친 건 없습니다.
@장맥주 우리끼리 이야기인데 새 선생과 하이트 선생 사이엔 약간 긴장감이 있어 보여요. 몇 가지 단서가 있는데, 『행동』에서 왜 하이트는 우파로 아웃팅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슬쩍 긁은 대목, 지난 책과 이번 책 모두 새 선생이 호의적으로 극찬하는 하버드 대학교 조슈아 그린이 하이트의 비판자라는 점, 반면 하이트 선생은 코끼리/기수(자유 의지로 볼 수도) 모델로 양립론자에 가까운 견해를 가진 점 등. 하지만 또 하이트 선생은 이번 책 추천사를 썼으니. 하이트 선생이 좀 더 품이 넓거나 새 선생과 달리 선배 대접을 해주고 있는 걸로. (괜히 버릇 도졌습니다.)
오도니안님의 대화: 마침 제가 읽고 있는 다른 책에 마이클 가지니가(이름이 너무 어려워요)의 분리뇌 실험이 등장하네요. 좌뇌와 우뇌를 잇는 뇌량이 단절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인데, 이런 사람들에게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각각 다른 이미지를 보여 주고 어떤 이미지를 봤는지 선택하게 하면, 예를 들어 왼쪽 눈에 닭을 보여주고 오른쪽 눈에 제설용 삽을 보여주면, 삽은 인식하지 못하고 닭을 봤다고 대답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른쪽 뇌의 통제를 받는) 왼쪽 손으로 자기가 본 이미지를 가리키라고 하면 삽의 이미지를 가리킨대요. 그리고 왜 닭을 봤다고 하면서 삽을 가리키냐고 물으면 "닭장을 치우려면 삽을 이용해야 하니까요" 하는 식으로 이유를 지어낸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은 자기가 말하는 이유 때문에 삽을 가리킨 거라고 믿는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실험이에요.
와, 신기하네요. 인간의 뇌가 보는 순간 이야기를 만들어 내나봅니다.
향팔님의 대화: 요즘에는 '심야괴담회' 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같더라고요. 꼬꼬마 때는 전설의고향, M 같은 드라마도 있었고 납량특선 영화도 tv에서 많이 틀어줬었죠. 공포의 묘지였나,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를 보고 달달달 떨었던 기억도 나고, 하수구 도시전설 악어가 나오는 엘리게이터랑, 또 무슨 거대 개미 영화도 본 기억이 나요 ㅎㅎ 지금도 공포영화나 괴수영화, 재난영화 같은 걸 좋아하는데 어린 시절 영향인가 싶기도 합니다. 딴 얘기지만 저 어릴 땐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도 그냥 빌려 봤네요. 중딩 때 다니던 신문 보급소 바로 옆에 '용비디오'라고 손바닥만한 비디오 가게가 있었는데요(하도 뻔질나게 드나들어서 이름을 잊어먹지도 않아요), 그집 아저씨께선 손님의 연령대에 일절 구애받지 않고 무조건 빌려준다는 장사 철학을 가지고 계셨거든요. ('으뜸과버금'이나 '영화마을' 같은 데서는 얄짤 없이 빠꾸였는데 말이죠.) 그때 조선일보 배달한 돈을 모아서 녹화도 안 되는 꼬진 비디오 플레이어를 샀는데 너무 행복했답니다. 그걸 오빠 방에 놓고선 온갖 비디오 테잎을 참 신나게 빌려 봤었죠. (오빠가 가끔 야한 영화 테이프를 빌려와서 자기 책상 세번째 서랍 너머의 공간에다 숨겨둔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것도 몰래몰래 꺼내 보고요.) 하루는 집 앞에 있던 도서대여점에서 나상만의 <혼자 뜨는 달>을 빌리려는데 아주머니께서 "이거 니가 볼 거니?" 물으시길래 "아니요? 오빠 심부름인데요." 이러면 그냥 무사 통과였던 ㅋㅋㅋ 으이구
어릴 때부터 영뜩했구만요. ㅋㅋㅋ 난 당췌 애로는 영...
YG님의 대화: @장맥주 우리끼리 이야기인데 새 선생과 하이트 선생 사이엔 약간 긴장감이 있어 보여요. 몇 가지 단서가 있는데, 『행동』에서 왜 하이트는 우파로 아웃팅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슬쩍 긁은 대목, 지난 책과 이번 책 모두 새 선생이 호의적으로 극찬하는 하버드 대학교 조슈아 그린이 하이트의 비판자라는 점, 반면 하이트 선생은 코끼리/기수(자유 의지로 볼 수도) 모델로 양립론자에 가까운 견해를 가진 점 등. 하지만 또 하이트 선생은 이번 책 추천사를 썼으니. 하이트 선생이 좀 더 품이 넓거나 새 선생과 달리 선배 대접을 해주고 있는 걸로. (괜히 버릇 도졌습니다.)
아... ㅋㅋㅋㅋㅋ 속으로 느끼고 있었는데 이렇게 시원히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새 선생님 밴댕이 소갈딱지... 바다 건너 제가 느낄 정도인데 학계 구성원들이나 본토의 교양 독자들도 다 알겠지요? 새 박사님이 저한테는 진보 꼰대(이 말도 이제 어색하지 않은 용어가 됐네요)처럼 다가오네요. 하이트와 핑커가 허허 웃으며 넘어가는 모양새라 그렇지, 그들을 긁는 문장들이 심술과 악의 사이에 걸쳐 있지 않나 걱정합니다. 새 박사님 인품이야 제가 걱정할 바는 아니지만, 이 책 전체가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학문적으로 지지하기 위한 시도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하이트의 이론을 새 박사님이 온 몸으로 증명하시는 걸까요?). 새 박사님 성향이나 좁은 자유, 넓은 결정 등 @YG 님도 모임 초반에 길잡이를 잘 잡아주신 덕분에 ‘응?’ 싶을 때에도 헤매지 않고 잘 읽고 감사드려요. 유능한 길잡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독서입니다. ^^
HL7707님의 대화: 아. 농담이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여쭤보았습니다. 지나가다가 제목과 내용이 비슷해보여서 읽어볼까 하다가 너무 두껍고 어려울까봐 망설여져서 한번 여쭤봤습니다. 답변 감사드립니다!!
@HL7707 님, 이 방에서도 뵙네요. 반갑습니다. ^^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는 (현실의 거시경제학과 흡사한) 심리역사학이 말하는 역사적 필연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네요. 개인의 뇌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집중합니다. 트랜터와 제2파운데이션에는 분명 신경과학자들이 많이 있었겠지만 거기서 이 책의 결론 같은 주장을 하는 학자가 있었다면 해리 셀던에게 파문당했을 거 같습니다. 어떤 개인의 뇌를 아주 정교하게 조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는 셀던이 관심 가졌을 테지만요.
장맥주님의 대화: @HL7707 님, 이 방에서도 뵙네요. 반갑습니다. ^^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는 (현실의 거시경제학과 흡사한) 심리역사학이 말하는 역사적 필연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네요. 개인의 뇌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집중합니다. 트랜터와 제2파운데이션에는 분명 신경과학자들이 많이 있었겠지만 거기서 이 책의 결론 같은 주장을 하는 학자가 있었다면 해리 셀던에게 파문당했을 거 같습니다. 어떤 개인의 뇌를 아주 정교하게 조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는 셀던이 관심 가졌을 테지만요.
네 작가님,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파운데이션 (애플TV+에서는 진작 봤지만) 보고 있어서 관심이 가서 순진하게 한번 물어보게 되었네요. @YG @장맥주 님 감사합니다!
대부분의 조현병 환각은 청각적인데, 이는 우리의 사고가 얼마나 언어적인지를 반영한다. 그리고 이 규칙을 증명하는 정말 놀라운 예외로, 조현병을 앓는 선천성 농인들이 미국수어로 환각을 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어떤 사람은 ‘실체 없는 한 쌍의 손’이나 신이 자신에게 수어로 이야기하는 환각을 경험했다고 한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 397쪽,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장맥주님의 대화: 아... ㅋㅋㅋㅋㅋ 속으로 느끼고 있었는데 이렇게 시원히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새 선생님 밴댕이 소갈딱지... 바다 건너 제가 느낄 정도인데 학계 구성원들이나 본토의 교양 독자들도 다 알겠지요? 새 박사님이 저한테는 진보 꼰대(이 말도 이제 어색하지 않은 용어가 됐네요)처럼 다가오네요. 하이트와 핑커가 허허 웃으며 넘어가는 모양새라 그렇지, 그들을 긁는 문장들이 심술과 악의 사이에 걸쳐 있지 않나 걱정합니다. 새 박사님 인품이야 제가 걱정할 바는 아니지만, 이 책 전체가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학문적으로 지지하기 위한 시도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하이트의 이론을 새 박사님이 온 몸으로 증명하시는 걸까요?). 새 박사님 성향이나 좁은 자유, 넓은 결정 등 @YG 님도 모임 초반에 길잡이를 잘 잡아주신 덕분에 ‘응?’ 싶을 때에도 헤매지 않고 잘 읽고 감사드려요. 유능한 길잡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독서입니다. ^^
@YG 그런데 하이트의 연구는 인간이 사고를 통해 도덕적 판단을 이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먼저 도덕적 직관과 감정적 판단(의지와 사고의 통제 범위 밖에 있는)이 먼저 일어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당화가 뒤이어 행해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새폴스키의 이론을 어느 정도 뒷받침해주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마이클 가자지니의 분리뇌 연구도 인간이 자기 행동의 원인을 잘못 의식하고 스스로 의식하지도 못하면서 가짜 이야기를 지어내는 경향을 보여주기 때문에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도덕적 판단이 온전히 직관과 감정만으로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인간이 인식하는 자기 행동의 원인이 모두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자유의지를 온전히 부정하거나 결정론을 지지하는 근거로서 쓰이기는 힘들겠지만, 어쨌든 인간의 의식적 판단과 선택이 스스로 알지 못하는 무의식적 원인들의 영향을 받는다고 하는 것은 자유의지의 '비중'을 조금 늘리고 결정론의 '비중'을 조금 높이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하긴 프로이트가 한참 전에 했던 이야기와도 비슷하네요. 그전에는 마르크스...
전자책에서 검색해 보니까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에서는 딱 한 군데 하이트의 연구가 인용되는 대목이 있네요. 11장이라 아직 한참 남았는데 어떤 맥락일지 궁금합니다.
향팔님의 대화: 스텔라님 글을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사형 제도에 관해서 말이죠. 저는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사형제 반대하는 사람 손 들어봐” 하면 손 드는 학생이었고, 나중에 잠시 몸담았던 단체의 대표적 활동도 사형 폐지 운동이었어요. 그래서 제 공식적(?) 입장은 ‘난 사형제 폐지론자야.’ 이거였는데요, 그런데 진짜로 저의 비공식적(?) 마음도 그러하냐,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매체를 통해 흉악범들 사건을 접하거나 역사책에서 권력을 잡고 학살을 벌인 인간들의 사례를 보면 ‘와, 이런 죽일 놈들. 이런 건 인간도 아니다.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인간은 권리도 같이 저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죽여도 돼!’ 하는 생각이 슬며시 들거든요. 그런데 어떤 책에서 보니 중형/사형 등이 범죄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사형제라는 건 감정을 달래기 위한 것일 뿐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응보’라는 건 그리고 ‘인권’이라는 건 과연 무엇인가 싶기도 합니다. 예전에 김복준 형사님인가요? 그분 말씀이 일본은 ‘진짜 최고 악질 범죄자(예:지하철 사린가스 테러를 일으킨 옴진리교 교주 같은)’만 선별적으로 사형을 집행한다고 하던데…. 이 나이까지도 아직 제가 어떤 입장에 서있는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 새 박사님께 기대하는 게 한 가지 있긴 합니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미국은 제3의 성을 인정한다고 하잖습니까? 남성, 여성 말고도 제3의 성. 이게 사회적으로 굉장히 문제가 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중엔 성이 수시로 바뀐다고 합니다. 오늘 내가 여자였다가 내일은 남자라고 그러고, 또 어느 날은 고양이라고 그러고, 어느 날은 개라고 그러고. 그게 장난이 아닌 게 부모는 그것을 인정해줘야지 절대로 제제를 가하면 안 된다네요. 어쨌든 그에 따라 미국도 그렇고 서구 사회는 화장실이나 샤워실에 남녀 구분을 없앴다고 들었습니다. 그에 따라 일어나는 성폭력도 비일비재하고. 누구는 지금까지 트럼프가 잘한 것이 딱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게 세상엔 남자와 여자 두 성 밖에 없다고 선언한 거라고 하더군요. 이것에 대해 새 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결정론을 옹호하는 입장이라면 성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주장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 오히려 제3의 성을 주장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또 아니면 이 문제를 피해 갔으려나?
우리는 '삶이 우리에게 선물로 주거나 저주하듯 부여한 속성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꽤 잘 인식한다. 하지만 우리가 옳고 그름의 갈림길에서 이러한 속성에 편승하여 하는 행동은 우리로 하여금 강력한 직관에 따라 '자유의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도록 집요하게 유도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당신이 감탄할 만한 상황 대처 능력을 보이든, 방종의 늪에 빠져 기회를 낭비하든, 유혹을 당당하게 째려보거나 유혹에 굴복하든, 이 모든 것은 PFC와 거기에 연결된 다른 뇌 영역의 기능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 p.158,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향팔님의 대화: 연해님 글을 읽으니 문득 이 유머 짤이 생각나네요…
아하하하... 버스에서 이 짤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저는 지금 마지막 단계에 놓여있군요. 특히 요즘은 정말이지 일이 너무 많아 그런가(휴일이 오는 게 달갑지 않을 정도로), 마음에 독을 품게 됩니다. 나대려는 게 아니라 다들 저 좀 그만 찾았으면 좋겠어요(자기 똥은 자기가 치우는 거라고, 제발). 그래도 이렇게 짬짬이 그믐에서 행복하지요:)
YG님의 대화: @소리없이 사실 새 선생이 이 책을 쓴 의도 자체가 '능력주의' 혹은 '능력정' 비판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장에서 명확하게 밝히고 있듯이요. '당신들이 내 의견에 동의가 안 되어도 이해한다. 다만, 누군가를 판단할 때 그의 성공이나 실패가 사실 수많은 결정 요인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만이라도 기억하라.'
엇! @밥심 님이 올려주신 영상에서도 이 말씀을 하셨던 것 같아요.
향팔님의 대화: 요즘에는 '심야괴담회' 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같더라고요. 꼬꼬마 때는 전설의고향, M 같은 드라마도 있었고 납량특선 영화도 tv에서 많이 틀어줬었죠. 공포의 묘지였나,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를 보고 달달달 떨었던 기억도 나고, 하수구 도시전설 악어가 나오는 엘리게이터랑, 또 무슨 거대 개미 영화도 본 기억이 나요 ㅎㅎ 지금도 공포영화나 괴수영화, 재난영화 같은 걸 좋아하는데 어린 시절 영향인가 싶기도 합니다. 딴 얘기지만 저 어릴 땐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도 그냥 빌려 봤네요. 중딩 때 다니던 신문 보급소 바로 옆에 '용비디오'라고 손바닥만한 비디오 가게가 있었는데요(하도 뻔질나게 드나들어서 이름을 잊어먹지도 않아요), 그집 아저씨께선 손님의 연령대에 일절 구애받지 않고 무조건 빌려준다는 장사 철학을 가지고 계셨거든요. ('으뜸과버금'이나 '영화마을' 같은 데서는 얄짤 없이 빠꾸였는데 말이죠.) 그때 조선일보 배달한 돈을 모아서 녹화도 안 되는 꼬진 비디오 플레이어를 샀는데 너무 행복했답니다. 그걸 오빠 방에 놓고선 온갖 비디오 테잎을 참 신나게 빌려 봤었죠. (오빠가 가끔 야한 영화 테이프를 빌려와서 자기 책상 세번째 서랍 너머의 공간에다 숨겨둔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것도 몰래몰래 꺼내 보고요.) 하루는 집 앞에 있던 도서대여점에서 나상만의 <혼자 뜨는 달>을 빌리려는데 아주머니께서 "이거 니가 볼 거니?" 물으시길래 "아니요? 오빠 심부름인데요." 이러면 그냥 무사 통과였던 ㅋㅋㅋ 으이구
향팔님 어린 시절 이야기 너무 재밌는데요.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오래된 속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겁도 많고, 규칙어기는 걸 두려워해서 대범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근데 또 반골기질은 충만해서 속으로 꾸역꾸역 삼키다가 뜬금없는 부분에서 터져나와 주변을 놀라게 하는... (이게 더 무서운건가, 암튼) 예술(?)을 연령으로 구분짓지 않으시는 '용비디오' 사장님의 남다른 배포에도 웃음이 납니다. 저는 어릴 때 봤던 전설의 고향의 몇 장면들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흑흑).
장맥주님의 대화: @연해 @오도니안 저도 다른 해산물은 그리 싫어하지 않는 편이고, 골뱅이 아주 좋아하고, 번데기도 상당히 잘 먹습니다. 전복도 그 돈 내고 먹을 게 아니라고 생각하지 싫어하지는 않고요. 굴과 성게알도 그럭저럭 먹습니다. 근데 해삼 멍게는 정말 모르겠어요. 못 먹는 건 아니지만 왜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가격을 생각하면 더구나... 한국인은 참 별 걸 다 먹는구나 하는 생각뿐입니다. 유해진님이 따오고 차승원님이 조리해서 주셔도 잘... 옆에 마트에서 사 온광어회가 있으면 그거 먹겠습니다. ^^ 제가 이거 굳이 왜 이 돈을 내면서까지 먹지?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해산물에는 게와 가재(랍스터 포함)도 있습니다. ㅎㅎㅎ 충식 대중화에 찬성하고 메뚜기 요리는 맛있게 먹었어요. 개미나 귀뚜라미 요리는 큰 거부감 없이 잘 먹을 거 같아요. 근데 바 선생 양갱 같은 게 진짜로 나오면 저도 고민은 좀 할 거 같습니다. 자유의지를 논하는 심각한 독서모임에서 바 선생 이야기에는 참전하지 않았지만 해삼 멍게... 그리고 결국 다시 바 선생 이야기로... 누군가 먹** 선생 이야기를 꺼내셨지만 거기에 안 넘어간 저를 칭찬합니다.
개미와 귀뚜라미 하... (털썩) 자유의지를 논하는 심각한! 신성한! 독서모임이지만(에헴), 이런 게 또 독서모임의 묘미가 아닐까요(재미있잖아요, 헷). 소소한 이야기에 잠시나마 이렇게 취향을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작가님. 여담이지만 저도 갑각류를 그리 선호하지는 않아요(비싼 것도 있지만, 먹는 과정이 좀 번거롭달까요). 먹** 이야기에 참전하지 않으신 건 아쉽지만 칭찬 목걸이 걸어드립니다. 근데 저 얼마 전에
연해님의 대화: 아하하하... 버스에서 이 짤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저는 지금 마지막 단계에 놓여있군요. 특히 요즘은 정말이지 일이 너무 많아 그런가(휴일이 오는 게 달갑지 않을 정도로), 마음에 독을 품게 됩니다. 나대려는 게 아니라 다들 저 좀 그만 찾았으면 좋겠어요(자기 똥은 자기가 치우는 거라고, 제발). 그래도 이렇게 짬짬이 그믐에서 행복하지요:)
연해님 파이팅!!
연해님의 대화: 향팔님 어린 시절 이야기 너무 재밌는데요.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오래된 속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겁도 많고, 규칙어기는 걸 두려워해서 대범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근데 또 반골기질은 충만해서 속으로 꾸역꾸역 삼키다가 뜬금없는 부분에서 터져나와 주변을 놀라게 하는... (이게 더 무서운건가, 암튼) 예술(?)을 연령으로 구분짓지 않으시는 '용비디오' 사장님의 남다른 배포에도 웃음이 납니다. 저는 어릴 때 봤던 전설의 고향의 몇 장면들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흑흑).
아! 그러네요. 장사 철학을 넘어 사장님의 예술 철학이었던 것을…. 덕분에 좋은 영화를 많이 접해서 그분께 감사해요.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드래곤 비데오였다…’(응?)
YG님의 대화: 사실, 4장은 많이 배운 장이기도 하지만, 새(폴스키) 선생이 그다지 페어하지 않다는 증거로도 보이는데요. 예를 들어, 마이클 가자니가 같은 뇌과학계 구루의 주장은 그저 한두 문장으로 ‘웃기다’ 이렇게 논평하고 넘어갈 게 아니거든요(117쪽). 저는 새 선생이 아주 낡은 패러다임에 갇힌 분 같아요. :) 철학 개념 가운데 ‘지향성’이 있습니다. 원래는 (새 선생이 질색할) 주체 철학의 중요한 키워드였어요. ‘의식은 언제나 무언가에 대한(about) 의식’이라는 명제가 지향성의 핵심입니다. 주체(인간)와 객체(세계/물질)를 가르는 결정적 경계선이 바로 지향성이라는 개념입니다. 새 선생이라면 “개코 같은 소리”라고 할 법한 이야기죠. * 그런데 이 ‘지향성’이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한동안 @장맥주 작가님과 그믐 여러분이 함께 읽었던 브루노 라투르 같은 철학자, 또 최근에 현대 사상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현대 물질주의 철학자가 이 ‘지향성’을 전혀 다른 의미로도 재해석해서 사용하고 있거든요. 철학자마다 핀트가 조금씩 다릅니다만, 제가 이해하는 공통점은 이렇습니다. 알다시피 이들은 인간과 비인간(기술, 물질, 생물, 인프라 등)을 같은 층위에서 다루는 ‘일원론적 인류학’을 지향합니다. 여기서 지향성은 고립된 인간 주체가 행동 전 미리 품고 있는 ‘선험적 의도(자유 의지?)’가 아닙니다. 지향성은 같은 네트워크(망)에서 상호 작용하는 인간과 비인간이 결합해서 형성되는 특정한 효과인 것이죠. 가장 고전적인 예로 설명해 보자면, 총의 존재입니다. 총이 없을 때의 인간과 총이 있을 때의 인간은 전혀 다른 효과를 낳죠. 라투르 식으로 표현해 보자면 총과 인간의 상호 작용의 결과로 ‘총-인간’이라는 새로운 행위자가 등장하게 되고, 그때 나타나는 이 연합의 효과야말로 지향성이라는 것입니다. * 여기까지만 읽고서, 새 선생 얘기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지향성의 새로운 해석이 새 선생이 짜놓은 결정론의 프레임 자체를 흔들 수 있고, 자유 의지의 틈새를 다른 식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 선생의 생각부터 시작해서 아이디어를 나열해 보겠습니다. 새 선생의 논리 구조에서 인간(혹은 인간의 뇌)은 일종의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유전자, 호르몬, 태아기 환경, 문화적 배경 같은 입력값이 주어지면 뇌라는 복잡한 회로를 거쳐 행동이라는 출력값이 고스란히 도출되는 통로라는 것이죠. 이런 구조 속에서 자유 의지가 들어갈 틈새는 정말로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라투르 같은 철학자의 시각에서 인간은 결과물이 아니라 매개자에 가깝습니다. 한 주체(인간)가 과거의 원인(유전자, 환경)에 얽매여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원인이 현재의 구체적인 물질적 네트워크(도구, 기술, 제도, 텍스트 등)와 상호 작용하면서 결합하는 순간 그 주체를 결정했던 과거 원인의 효과는 뒤틀리고 재배치됩니다. 이 뒤틀리고 재배치되는 순간이야말로 새 선생식 용어로 따지면 ‘틈새’라고 생각합니다. 가자니가는 새 선생보다 18년 선배인데요(1939년생). 이분 주장의 틀은 놀랍게도 라투르 등과 비슷합니다. 다만, 비인간의 자리에 타인을 놓고 있을 뿐입니다. 즉, 한 주체(인간)가 과거의 원인(유전자, 환경)에 얽매여 있다는 걸 인정합니다. 다만, 현재 그가 무슨 행동을 할 때는 항상 그 시점의 타인, 공동체 그리고 그것이 무형화된 결과인 제도 등과 상호 작용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 상호 작용의 순간에 그 주체를 결정했던 과거 원인의 효과는 뒤틀리고 재배치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알코올 중독자가 순수한 의지력(4장의 ‘그릿’)만으로는 술을 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의 알코올 중독자는 과거의 원인 탓이니 그를 비난하는 것도 멈춰야 합니다. 다만, 술이 없는 물질적 환경을 조성하고 중독자 치료 커뮤니티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에 자신을 접속시킴으로써 알코올 중독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과정의 성패에 따라 다른 미래가 펼쳐지죠. * 새 선생은 그 ‘술이 없는 물질적 환경을 조성하고 중독자 치료 커뮤니티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 또 그것에 접속할 수 있는지조차도 또 다른 외부 결정 요인이라고 반박하겠죠. 결과 C를 낳는 원인 A, B 안에 모든 것을 우겨서 넣을 수 있는 무적의 논리니까요. (라투르 등은 이런 주장에도 실소할 겁니다. 왜냐하면, A-B-C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번역과 굴절이 필수니까요.) 그런데 이런 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 치료를 돕는 특정 의약품(날트렉손 등)의 개발 과정이나 알코올 중독자 치료 커뮤니티의 행동 강령은 그 중독자 개인의 과거 원인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독립적인 자기만의 역사와 계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한 개인이 그런 특정 의약품과 알코올 중독자 치료 커뮤니티와 접속했다면, 그것마저도 태초부터 뇌에 예정되어 있던 것일까요? 그리고 그 접속으로 그의 미래 삶이 완전히 다른 경로로 갔다면 그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A-B-C의 인과 관계 안에 X가 들어와서 ‘C+X’라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주체의 지향성이 D라는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이 ‘C+X’에서 D로 가는 과정이야말로 일종의 틈새가 아닐까요. * 더구나, 인간은 자신이 결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 결정 요인을 역으로 이용하는 성찰성이 있는 존재입니다. 알코올 중독자 치료 커뮤니티의 행동 강령과 단주 노하우야말로 그 단적인 증거죠. 수많은 알코올 중독자의 성찰의 결과로 그런 제도가 만들어졌고, 후대의 알코올 중독자는 그 제도와 접속할 가능성이 커지니까요. 가자니가가 “책임은 우리의 결정론적인 뇌가 아닌 다른 수준의 조직, 즉 사회적 조직에 존재한다”(117쪽)고 말할 때의 의미는 바로 이런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거의 비슷한 결론을 얘기하고 싶어 하면서도 새 선생은 ‘자유 의지는 없다’라는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서 이런 견해에는 주목하지 않습니다. 제가 페어하지 않다고 한 이유입니다. :)
4장을 다 읽고 YG님의 글을 주의깊게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읽다보니 얼마 전 옆방에서 <웨이스트 타이드>를 읽으며 얘기했던 ‘인간과 기계의 융합’, 포스트휴먼 담론도 생각나네요.) 4장을 읽던 중 가자니가 선생님께서 “책임은 우리의 결정론적인 뇌가 아닌 다른 수준의 조직, 즉 사회적 수준에 존재한다” 이 대목을 보고 ‘이건 새 선생님과 비슷한 주장 아닌가?’라고 생각했었는데요, 그 의문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어요. 이렇게 또 제가 모르는 세계의 한 페이지를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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