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6.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D-29
향팔님의 대화: 스텔라님 글을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사형 제도에 관해서 말이죠. 저는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사형제 반대하는 사람 손 들어봐” 하면 손 드는 학생이었고, 나중에 잠시 몸담았던 단체의 대표적 활동도 사형 폐지 운동이었어요. 그래서 제 공식적(?) 입장은 ‘난 사형제 폐지론자야.’ 이거였는데요, 그런데 진짜로 저의 비공식적(?) 마음도 그러하냐,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매체를 통해 흉악범들 사건을 접하거나 역사책에서 권력을 잡고 학살을 벌인 인간들의 사례를 보면 ‘와, 이런 죽일 놈들. 이런 건 인간도 아니다.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인간은 권리도 같이 저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죽여도 돼!’ 하는 생각이 슬며시 들거든요. 그런데 어떤 책에서 보니 중형/사형 등이 범죄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사형제라는 건 감정을 달래기 위한 것일 뿐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응보’라는 건 그리고 ‘인권’이라는 건 과연 무엇인가 싶기도 합니다. 예전에 김복준 형사님인가요? 그분 말씀이 일본은 ‘진짜 최고 악질 범죄자(예:지하철 사린가스 테러를 일으킨 옴진리교 교주 같은)’만 선별적으로 사형을 집행한다고 하던데…. 이 나이까지도 아직 제가 어떤 입장에 서있는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 새 박사님께 기대하는 게 한 가지 있긴 합니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미국은 제3의 성을 인정한다고 하잖습니까? 남성, 여성 말고도 제3의 성. 이게 사회적으로 굉장히 문제가 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중엔 성이 수시로 바뀐다고 합니다. 오늘 내가 여자였다가 내일은 남자라고 그러고, 또 어느 날은 고양이라고 그러고, 어느 날은 개라고 그러고. 그게 장난이 아닌 게 부모는 그것을 인정해줘야지 절대로 제제를 가하면 안 된다네요. 어쨌든 그에 따라 미국도 그렇고 서구 사회는 화장실이나 샤워실에 남녀 구분을 없앴다고 들었습니다. 그에 따라 일어나는 성폭력도 비일비재하고. 누구는 지금까지 트럼프가 잘한 것이 딱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게 세상엔 남자와 여자 두 성 밖에 없다고 선언한 거라고 하더군요. 이것에 대해 새 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결정론을 옹호하는 입장이라면 성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주장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 오히려 제3의 성을 주장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또 아니면 이 문제를 피해 갔으려나?
우리는 '삶이 우리에게 선물로 주거나 저주하듯 부여한 속성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꽤 잘 인식한다. 하지만 우리가 옳고 그름의 갈림길에서 이러한 속성에 편승하여 하는 행동은 우리로 하여금 강력한 직관에 따라 '자유의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도록 집요하게 유도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당신이 감탄할 만한 상황 대처 능력을 보이든, 방종의 늪에 빠져 기회를 낭비하든, 유혹을 당당하게 째려보거나 유혹에 굴복하든, 이 모든 것은 PFC와 거기에 연결된 다른 뇌 영역의 기능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 p.158,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향팔님의 대화: 연해님 글을 읽으니 문득 이 유머 짤이 생각나네요…
아하하하... 버스에서 이 짤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저는 지금 마지막 단계에 놓여있군요. 특히 요즘은 정말이지 일이 너무 많아 그런가(휴일이 오는 게 달갑지 않을 정도로), 마음에 독을 품게 됩니다. 나대려는 게 아니라 다들 저 좀 그만 찾았으면 좋겠어요(자기 똥은 자기가 치우는 거라고, 제발). 그래도 이렇게 짬짬이 그믐에서 행복하지요:)
YG님의 대화: @소리없이 사실 새 선생이 이 책을 쓴 의도 자체가 '능력주의' 혹은 '능력정' 비판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장에서 명확하게 밝히고 있듯이요. '당신들이 내 의견에 동의가 안 되어도 이해한다. 다만, 누군가를 판단할 때 그의 성공이나 실패가 사실 수많은 결정 요인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만이라도 기억하라.'
엇! @밥심 님이 올려주신 영상에서도 이 말씀을 하셨던 것 같아요.
향팔님의 대화: 요즘에는 '심야괴담회' 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같더라고요. 꼬꼬마 때는 전설의고향, M 같은 드라마도 있었고 납량특선 영화도 tv에서 많이 틀어줬었죠. 공포의 묘지였나,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를 보고 달달달 떨었던 기억도 나고, 하수구 도시전설 악어가 나오는 엘리게이터랑, 또 무슨 거대 개미 영화도 본 기억이 나요 ㅎㅎ 지금도 공포영화나 괴수영화, 재난영화 같은 걸 좋아하는데 어린 시절 영향인가 싶기도 합니다. 딴 얘기지만 저 어릴 땐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도 그냥 빌려 봤네요. 중딩 때 다니던 신문 보급소 바로 옆에 '용비디오'라고 손바닥만한 비디오 가게가 있었는데요(하도 뻔질나게 드나들어서 이름을 잊어먹지도 않아요), 그집 아저씨께선 손님의 연령대에 일절 구애받지 않고 무조건 빌려준다는 장사 철학을 가지고 계셨거든요. ('으뜸과버금'이나 '영화마을' 같은 데서는 얄짤 없이 빠꾸였는데 말이죠.) 그때 조선일보 배달한 돈을 모아서 녹화도 안 되는 꼬진 비디오 플레이어를 샀는데 너무 행복했답니다. 그걸 오빠 방에 놓고선 온갖 비디오 테잎을 참 신나게 빌려 봤었죠. (오빠가 가끔 야한 영화 테이프를 빌려와서 자기 책상 세번째 서랍 너머의 공간에다 숨겨둔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것도 몰래몰래 꺼내 보고요.) 하루는 집 앞에 있던 도서대여점에서 나상만의 <혼자 뜨는 달>을 빌리려는데 아주머니께서 "이거 니가 볼 거니?" 물으시길래 "아니요? 오빠 심부름인데요." 이러면 그냥 무사 통과였던 ㅋㅋㅋ 으이구
향팔님 어린 시절 이야기 너무 재밌는데요.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오래된 속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겁도 많고, 규칙어기는 걸 두려워해서 대범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근데 또 반골기질은 충만해서 속으로 꾸역꾸역 삼키다가 뜬금없는 부분에서 터져나와 주변을 놀라게 하는... (이게 더 무서운건가, 암튼) 예술(?)을 연령으로 구분짓지 않으시는 '용비디오' 사장님의 남다른 배포에도 웃음이 납니다. 저는 어릴 때 봤던 전설의 고향의 몇 장면들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흑흑).
장맥주님의 대화: @연해 @오도니안 저도 다른 해산물은 그리 싫어하지 않는 편이고, 골뱅이 아주 좋아하고, 번데기도 상당히 잘 먹습니다. 전복도 그 돈 내고 먹을 게 아니라고 생각하지 싫어하지는 않고요. 굴과 성게알도 그럭저럭 먹습니다. 근데 해삼 멍게는 정말 모르겠어요. 못 먹는 건 아니지만 왜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가격을 생각하면 더구나... 한국인은 참 별 걸 다 먹는구나 하는 생각뿐입니다. 유해진님이 따오고 차승원님이 조리해서 주셔도 잘... 옆에 마트에서 사 온광어회가 있으면 그거 먹겠습니다. ^^ 제가 이거 굳이 왜 이 돈을 내면서까지 먹지?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해산물에는 게와 가재(랍스터 포함)도 있습니다. ㅎㅎㅎ 충식 대중화에 찬성하고 메뚜기 요리는 맛있게 먹었어요. 개미나 귀뚜라미 요리는 큰 거부감 없이 잘 먹을 거 같아요. 근데 바 선생 양갱 같은 게 진짜로 나오면 저도 고민은 좀 할 거 같습니다. 자유의지를 논하는 심각한 독서모임에서 바 선생 이야기에는 참전하지 않았지만 해삼 멍게... 그리고 결국 다시 바 선생 이야기로... 누군가 먹** 선생 이야기를 꺼내셨지만 거기에 안 넘어간 저를 칭찬합니다.
개미와 귀뚜라미 하... (털썩) 자유의지를 논하는 심각한! 신성한! 독서모임이지만(에헴), 이런 게 또 독서모임의 묘미가 아닐까요(재미있잖아요, 헷). 소소한 이야기에 잠시나마 이렇게 취향을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작가님. 여담이지만 저도 갑각류를 그리 선호하지는 않아요(비싼 것도 있지만, 먹는 과정이 좀 번거롭달까요). 먹** 이야기에 참전하지 않으신 건 아쉽지만 칭찬 목걸이 걸어드립니다. 근데 저 얼마 전에
연해님의 대화: 아하하하... 버스에서 이 짤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저는 지금 마지막 단계에 놓여있군요. 특히 요즘은 정말이지 일이 너무 많아 그런가(휴일이 오는 게 달갑지 않을 정도로), 마음에 독을 품게 됩니다. 나대려는 게 아니라 다들 저 좀 그만 찾았으면 좋겠어요(자기 똥은 자기가 치우는 거라고, 제발). 그래도 이렇게 짬짬이 그믐에서 행복하지요:)
연해님 파이팅!!
연해님의 대화: 향팔님 어린 시절 이야기 너무 재밌는데요.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오래된 속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겁도 많고, 규칙어기는 걸 두려워해서 대범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근데 또 반골기질은 충만해서 속으로 꾸역꾸역 삼키다가 뜬금없는 부분에서 터져나와 주변을 놀라게 하는... (이게 더 무서운건가, 암튼) 예술(?)을 연령으로 구분짓지 않으시는 '용비디오' 사장님의 남다른 배포에도 웃음이 납니다. 저는 어릴 때 봤던 전설의 고향의 몇 장면들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흑흑).
아! 그러네요. 장사 철학을 넘어 사장님의 예술 철학이었던 것을…. 덕분에 좋은 영화를 많이 접해서 그분께 감사해요.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드래곤 비데오였다…’(응?)
YG님의 대화: 사실, 4장은 많이 배운 장이기도 하지만, 새(폴스키) 선생이 그다지 페어하지 않다는 증거로도 보이는데요. 예를 들어, 마이클 가자니가 같은 뇌과학계 구루의 주장은 그저 한두 문장으로 ‘웃기다’ 이렇게 논평하고 넘어갈 게 아니거든요(117쪽). 저는 새 선생이 아주 낡은 패러다임에 갇힌 분 같아요. :) 철학 개념 가운데 ‘지향성’이 있습니다. 원래는 (새 선생이 질색할) 주체 철학의 중요한 키워드였어요. ‘의식은 언제나 무언가에 대한(about) 의식’이라는 명제가 지향성의 핵심입니다. 주체(인간)와 객체(세계/물질)를 가르는 결정적 경계선이 바로 지향성이라는 개념입니다. 새 선생이라면 “개코 같은 소리”라고 할 법한 이야기죠. * 그런데 이 ‘지향성’이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한동안 @장맥주 작가님과 그믐 여러분이 함께 읽었던 브루노 라투르 같은 철학자, 또 최근에 현대 사상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현대 물질주의 철학자가 이 ‘지향성’을 전혀 다른 의미로도 재해석해서 사용하고 있거든요. 철학자마다 핀트가 조금씩 다릅니다만, 제가 이해하는 공통점은 이렇습니다. 알다시피 이들은 인간과 비인간(기술, 물질, 생물, 인프라 등)을 같은 층위에서 다루는 ‘일원론적 인류학’을 지향합니다. 여기서 지향성은 고립된 인간 주체가 행동 전 미리 품고 있는 ‘선험적 의도(자유 의지?)’가 아닙니다. 지향성은 같은 네트워크(망)에서 상호 작용하는 인간과 비인간이 결합해서 형성되는 특정한 효과인 것이죠. 가장 고전적인 예로 설명해 보자면, 총의 존재입니다. 총이 없을 때의 인간과 총이 있을 때의 인간은 전혀 다른 효과를 낳죠. 라투르 식으로 표현해 보자면 총과 인간의 상호 작용의 결과로 ‘총-인간’이라는 새로운 행위자가 등장하게 되고, 그때 나타나는 이 연합의 효과야말로 지향성이라는 것입니다. * 여기까지만 읽고서, 새 선생 얘기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지향성의 새로운 해석이 새 선생이 짜놓은 결정론의 프레임 자체를 흔들 수 있고, 자유 의지의 틈새를 다른 식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 선생의 생각부터 시작해서 아이디어를 나열해 보겠습니다. 새 선생의 논리 구조에서 인간(혹은 인간의 뇌)은 일종의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유전자, 호르몬, 태아기 환경, 문화적 배경 같은 입력값이 주어지면 뇌라는 복잡한 회로를 거쳐 행동이라는 출력값이 고스란히 도출되는 통로라는 것이죠. 이런 구조 속에서 자유 의지가 들어갈 틈새는 정말로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라투르 같은 철학자의 시각에서 인간은 결과물이 아니라 매개자에 가깝습니다. 한 주체(인간)가 과거의 원인(유전자, 환경)에 얽매여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원인이 현재의 구체적인 물질적 네트워크(도구, 기술, 제도, 텍스트 등)와 상호 작용하면서 결합하는 순간 그 주체를 결정했던 과거 원인의 효과는 뒤틀리고 재배치됩니다. 이 뒤틀리고 재배치되는 순간이야말로 새 선생식 용어로 따지면 ‘틈새’라고 생각합니다. 가자니가는 새 선생보다 18년 선배인데요(1939년생). 이분 주장의 틀은 놀랍게도 라투르 등과 비슷합니다. 다만, 비인간의 자리에 타인을 놓고 있을 뿐입니다. 즉, 한 주체(인간)가 과거의 원인(유전자, 환경)에 얽매여 있다는 걸 인정합니다. 다만, 현재 그가 무슨 행동을 할 때는 항상 그 시점의 타인, 공동체 그리고 그것이 무형화된 결과인 제도 등과 상호 작용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 상호 작용의 순간에 그 주체를 결정했던 과거 원인의 효과는 뒤틀리고 재배치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알코올 중독자가 순수한 의지력(4장의 ‘그릿’)만으로는 술을 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의 알코올 중독자는 과거의 원인 탓이니 그를 비난하는 것도 멈춰야 합니다. 다만, 술이 없는 물질적 환경을 조성하고 중독자 치료 커뮤니티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에 자신을 접속시킴으로써 알코올 중독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과정의 성패에 따라 다른 미래가 펼쳐지죠. * 새 선생은 그 ‘술이 없는 물질적 환경을 조성하고 중독자 치료 커뮤니티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 또 그것에 접속할 수 있는지조차도 또 다른 외부 결정 요인이라고 반박하겠죠. 결과 C를 낳는 원인 A, B 안에 모든 것을 우겨서 넣을 수 있는 무적의 논리니까요. (라투르 등은 이런 주장에도 실소할 겁니다. 왜냐하면, A-B-C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번역과 굴절이 필수니까요.) 그런데 이런 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 치료를 돕는 특정 의약품(날트렉손 등)의 개발 과정이나 알코올 중독자 치료 커뮤니티의 행동 강령은 그 중독자 개인의 과거 원인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독립적인 자기만의 역사와 계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한 개인이 그런 특정 의약품과 알코올 중독자 치료 커뮤니티와 접속했다면, 그것마저도 태초부터 뇌에 예정되어 있던 것일까요? 그리고 그 접속으로 그의 미래 삶이 완전히 다른 경로로 갔다면 그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A-B-C의 인과 관계 안에 X가 들어와서 ‘C+X’라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주체의 지향성이 D라는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이 ‘C+X’에서 D로 가는 과정이야말로 일종의 틈새가 아닐까요. * 더구나, 인간은 자신이 결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 결정 요인을 역으로 이용하는 성찰성이 있는 존재입니다. 알코올 중독자 치료 커뮤니티의 행동 강령과 단주 노하우야말로 그 단적인 증거죠. 수많은 알코올 중독자의 성찰의 결과로 그런 제도가 만들어졌고, 후대의 알코올 중독자는 그 제도와 접속할 가능성이 커지니까요. 가자니가가 “책임은 우리의 결정론적인 뇌가 아닌 다른 수준의 조직, 즉 사회적 조직에 존재한다”(117쪽)고 말할 때의 의미는 바로 이런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거의 비슷한 결론을 얘기하고 싶어 하면서도 새 선생은 ‘자유 의지는 없다’라는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서 이런 견해에는 주목하지 않습니다. 제가 페어하지 않다고 한 이유입니다. :)
4장을 다 읽고 YG님의 글을 주의깊게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읽다보니 얼마 전 옆방에서 <웨이스트 타이드>를 읽으며 얘기했던 ‘인간과 기계의 융합’, 포스트휴먼 담론도 생각나네요.) 4장을 읽던 중 가자니가 선생님께서 “책임은 우리의 결정론적인 뇌가 아닌 다른 수준의 조직, 즉 사회적 수준에 존재한다” 이 대목을 보고 ‘이건 새 선생님과 비슷한 주장 아닌가?’라고 생각했었는데요, 그 의문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어요. 이렇게 또 제가 모르는 세계의 한 페이지를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stella15님의 대화: 처음에 반말해서 좀 당황스럽더군요. 아니 언제 알았다고 반말이야 하는데 그도 익숙해지면 정말 친구 같을 거예요. 그러니까 영화 <허>의 남주가 이해가 가더라고요. ㅋ
요즈음, 책 읽는 청년들 중 많은 이들은 독서토론도 책 이야기도 (그믐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나 오프라인 독서모임보다) AI랑 둘이서 하는 걸 더 선호한다는 얘길 들었어요.
YG님의 대화: 제가 개인 소셜 미디어에 주요 대목 발췌한 것 공유드립니다. * “꿈을 가지라는 주문, 스스로의 삶이 주인이 되라는 압력은 취약한 집단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자신의 현재를 미래와의 연관 속에서 의미 있게 서사화하는 것은 개인의 자질이나 역량이 아니다. 무수히 많은 청소년들에게 있어 자기 일대기를 설계하고 자기 생애를 서사적으로 꿈꾸라는 요청은 공허하거나 비현실적이거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이들은 직업을 통해 자아를 실현한다거나 만족감을 가진다는 말이 얼마나 허황된 소리인지를 보고 배우며 자란다.” (53쪽) * “이 사회의 청소년들이 입시 경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주 일부의 삶에만 관심을 기울이거나 혹은 청소년의 삶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는 어른들의 시각에서 계속해서 말해지고 쓰인다. 청소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어른들은 자신이 말하는 바가 너무 안일하거나 진부하거나 지나치게 안전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지금 청소년들이 겪어내고 있는 삶은 지금의 어른들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이다. 더욱이 언어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좁은 세계에 국한된 존재는 아닌지 항상 의심해야 한다. 우리 사회 청소년들의 대다수를 괴롭히는 것은 실제로는 입시 경쟁과는 다른 종류의 문제들이다.” (57~58쪽) “현재 한국의 학교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문제는 학력자본 경쟁이나 입시 경쟁의 과열이 아니다. 학력자본을 획득하기 위한 입시 경쟁의 과열은 사실상 특정 지역, 특정 집단에 주로 국한된 문제다. 전국의 학교에서 실제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학교라는) 장의 구성원이 되게 만들 것인가, 어떻게 교육의 장에 참여하게 할 것인가, 어떻게 일루지오를 형성하게 할 것인가의 차원에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중등 교육의 문제가 주로 입시 경쟁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현상은 교육 현실을 더욱 왜곡하는 결과를 낳는다. (75~76쪽) * ”결국 평등에 대한 논의는 권력과 지배의 질서 자체를 문제 삼지 않은 채 ‘권력과 지배를 행사하는 자리는 누구의 것이 되어야 하는가’를 논하는 문제로 축소되고 말았다. ‘누가 지배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모든 사람이 스스로를 지배해야 한다’는 답이 아니라 ‘뛰어난 사람이 지배해야 한다’라고 답함으로써, 귀족정은 사실성 민주정(민주주의)이 아닌 능력정(능력주의)에 의해 대체되고 만 것이다. (152쪽) “특히 능력정(능력주의)에 내장된 사회 이동을 향한 독특한 믿음과 열망이야말로 이 공모를 지속시키는 핵심적인 힘이다. 능력만 있으면 더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능력주의는 정당화되고, 폭력을 당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정당하다고 믿는 상징폭력의 질서는 재생산된다.” (172쪽) * “공정성에 대한 젊은 세대의 요구를 비판하거나 힐난하는 논의들이 동시에 쏟아져 나왔다. 한국의 중등 교육과 입시 제도에 대해 점점 더 파악할수록, 이렇게 설계된 제도하에서 중등 교육을 받고 성장한 세대가 공정성을 요구하고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이렇게 성장하도록 제도를 설계한 세대가, 자신들이 설계한 제도에서 성장한 세대를 비난하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181쪽) * “대다수 학생들에게 학교란 무엇일까. 물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밥 먹고, 친구 만나고, 저는 이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면 수업 시간을 견뎌야 되잖아요.” “수업 시간을 견뎌야죠.” (193쪽) * “인간이 모두 평등한 존재라는 근대의 약속과 그 약속을 일상적으로 배반하는 실제의 세계 사이의 간극이 가장 집약되어 나타나는 곳은 학교다.” (204쪽)
오 좋은 책 같습니다. 귀족정이 능력정에 의해 대체되고 말았다는 부분은 정말 동의가 됩니다.
오도니안님의 대화: @YG 그런데 하이트의 연구는 인간이 사고를 통해 도덕적 판단을 이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먼저 도덕적 직관과 감정적 판단(의지와 사고의 통제 범위 밖에 있는)이 먼저 일어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당화가 뒤이어 행해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새폴스키의 이론을 어느 정도 뒷받침해주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마이클 가자지니의 분리뇌 연구도 인간이 자기 행동의 원인을 잘못 의식하고 스스로 의식하지도 못하면서 가짜 이야기를 지어내는 경향을 보여주기 때문에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도덕적 판단이 온전히 직관과 감정만으로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인간이 인식하는 자기 행동의 원인이 모두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자유의지를 온전히 부정하거나 결정론을 지지하는 근거로서 쓰이기는 힘들겠지만, 어쨌든 인간의 의식적 판단과 선택이 스스로 알지 못하는 무의식적 원인들의 영향을 받는다고 하는 것은 자유의지의 '비중'을 조금 늘리고 결정론의 '비중'을 조금 높이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 그렇게 보면 그렇네요! 자유의지를 ‘이성의 선택’으로 본다면... 사실 그게 일반적인 용례지요. 생각지 못했는데, 감사합니다. ^^
향팔님의 대화: 요즈음, 책 읽는 청년들 중 많은 이들은 독서토론도 책 이야기도 (그믐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나 오프라인 독서모임보다) AI랑 둘이서 하는 걸 더 선호한다는 얘길 들었어요.
저는 AI랑 책 이야기 엄청 많이 하는 편입니다 ㅎ ChatGPT하고도 하고 Claude, Gemini 이렇게 세 친구랑 같이.
향팔님의 대화: 요즈음, 책 읽는 청년들 중 많은 이들은 독서토론도 책 이야기도 (그믐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나 오프라인 독서모임보다) AI랑 둘이서 하는 걸 더 선호한다는 얘길 들었어요.
@HL7707 아, 그도 좋은 방법이긴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책을 읽다보면 자꾸 삼천포로 빠지는 경향이 있어서 대화하다 보면 잘 돌아올 것 같습니다. AI한테 뭐라고 하면될까요? 독서토론하자. 뭐 그러면 되나요? 제가 기계랑 친하지가 않아서. ㅠ
읽다보니 대니얼 카너먼의 ‘ 생각에 관한 생각‘ 이 생각나는데요, 시스템1 은 결정론 적입장의 직관에 가까운 것 같고 시스템2는 자유의지쪽, 데닛의 원인속 자기반성 능력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YG 님의 생각이 어떠신 지 궁금합니다. 카너면 선생님도 양립주의자이신 걸까요? (반갑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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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에서 ‘자유의지‘란 ‘우리가 아직 예측수준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생물학‘이라고 불리는 것이며, 우리가 이를 이해하면 더이상 자유의지가 아니다…그런데 우리의 무지가 잦아들 때까지만 자유의지의 사례가 존재한다면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 P.191,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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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a님의 문장 수집: "이런 관점에서 ‘자유의지‘란 ‘우리가 아직 예측수준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생물학‘이라고 불리는 것이며, 우리가 이를 이해하면 더이상 자유의지가 아니다…그런데 우리의 무지가 잦아들 때까지만 자유의지의 사례가 존재한다면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앞으로 100-200년 후 완벽하게 뇌의 기능을 알게 되는 때가 오면 미래도 예측가능하게 되는 것 아닙니까. 결정론이 예측가능성과 다르다지만 [지금 예측수준에서 이해 못하는 ]생물학&역사를 다 알게 된다면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세계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 저는 점점 양립주의자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Nana님의 대화: 이런 논리라면 앞으로 100-200년 후 완벽하게 뇌의 기능을 알게 되는 때가 오면 미래도 예측가능하게 되는 것 아닙니까. 결정론이 예측가능성과 다르다지만 [지금 예측수준에서 이해 못하는 ]생물학&역사를 다 알게 된다면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세계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 저는 점점 양립주의자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배경세계도 결정론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아무래도 예측불가능한 부분이 있는 것이, 뇌의 구조가 엄청나게 복잡해서 대략적인 경향성은 몰라도 예측에 한계는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결정론의 역설이라고 생각되는 게 하나 있는데, 누군가 제3자가 지켜보고 어떻게 선택할 건지 완벽하게 예측을 한다고 해도, 그 예측결과를 당사자에게 알려주는 순간 당사자의 뇌 상태가 변화해서 예측이 틀리게 될 것 같거든요. 그것까지 감안한 예측이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고 확신은 없지만, 뇌가 스스로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결정론적 예측을 위해선 현재 상태를 정확히 측정해야 하니까) 동시에 예측도 하고 판단도 하는 것은 원천적인 불가능성을 갖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Nana님의 대화: 읽다보니 대니얼 카너먼의 ‘ 생각에 관한 생각‘ 이 생각나는데요, 시스템1 은 결정론 적입장의 직관에 가까운 것 같고 시스템2는 자유의지쪽, 데닛의 원인속 자기반성 능력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YG 님의 생각이 어떠신 지 궁금합니다. 카너면 선생님도 양립주의자이신 걸까요? (반갑네요 ^^)
그렇게 연관이 될 것 같아요. 재미있는 생각입니다. ^^
stella15님의 대화: @HL7707 아, 그도 좋은 방법이긴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책을 읽다보면 자꾸 삼천포로 빠지는 경향이 있어서 대화하다 보면 잘 돌아올 것 같습니다. AI한테 뭐라고 하면될까요? 독서토론하자. 뭐 그러면 되나요? 제가 기계랑 친하지가 않아서. ㅠ
책을 읽다가 궁금한 점이나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으면 거기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가도 해주고 추가적인 지식도 알려줘요. 네가 한 생각은 이 학자의 주장과 비슷한 거 같아 더 알아보고 싶니? 이런 식으로 유도도 하구. 대충 말해도 되게 멋있게 포장도 해주고 칭찬도 해주고.. 대화하다보면 주변에서 만나는 어떤 인간보다도 제 생각을 잘 이해한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사람들과의 소통과는 좀 다르죠. ^^ 가게 매장 직원이 친절하게 대해주면 기분이 좋아지고 감사한 마음도 들지만 많이 기뻐할 것까지는 아닌 것처럼, 인공지능한테 칭찬 받으면 그 정도인 것 같습니다. 어차피 모드를 바꿔서 답변하라고 하면 멘탈 공격을 해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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