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6.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D-29
stella15님의 대화: 처음에 반말해서 좀 당황스럽더군요. 아니 언제 알았다고 반말이야 하는데 그도 익숙해지면 정말 친구 같을 거예요. 그러니까 영화 <허>의 남주가 이해가 가더라고요. ㅋ
요즈음, 책 읽는 청년들 중 많은 이들은 독서토론도 책 이야기도 (그믐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나 오프라인 독서모임보다) AI랑 둘이서 하는 걸 더 선호한다는 얘길 들었어요.
YG님의 대화: 제가 개인 소셜 미디어에 주요 대목 발췌한 것 공유드립니다. * “꿈을 가지라는 주문, 스스로의 삶이 주인이 되라는 압력은 취약한 집단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자신의 현재를 미래와의 연관 속에서 의미 있게 서사화하는 것은 개인의 자질이나 역량이 아니다. 무수히 많은 청소년들에게 있어 자기 일대기를 설계하고 자기 생애를 서사적으로 꿈꾸라는 요청은 공허하거나 비현실적이거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이들은 직업을 통해 자아를 실현한다거나 만족감을 가진다는 말이 얼마나 허황된 소리인지를 보고 배우며 자란다.” (53쪽) * “이 사회의 청소년들이 입시 경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주 일부의 삶에만 관심을 기울이거나 혹은 청소년의 삶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는 어른들의 시각에서 계속해서 말해지고 쓰인다. 청소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어른들은 자신이 말하는 바가 너무 안일하거나 진부하거나 지나치게 안전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지금 청소년들이 겪어내고 있는 삶은 지금의 어른들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이다. 더욱이 언어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좁은 세계에 국한된 존재는 아닌지 항상 의심해야 한다. 우리 사회 청소년들의 대다수를 괴롭히는 것은 실제로는 입시 경쟁과는 다른 종류의 문제들이다.” (57~58쪽) “현재 한국의 학교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문제는 학력자본 경쟁이나 입시 경쟁의 과열이 아니다. 학력자본을 획득하기 위한 입시 경쟁의 과열은 사실상 특정 지역, 특정 집단에 주로 국한된 문제다. 전국의 학교에서 실제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학교라는) 장의 구성원이 되게 만들 것인가, 어떻게 교육의 장에 참여하게 할 것인가, 어떻게 일루지오를 형성하게 할 것인가의 차원에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중등 교육의 문제가 주로 입시 경쟁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현상은 교육 현실을 더욱 왜곡하는 결과를 낳는다. (75~76쪽) * ”결국 평등에 대한 논의는 권력과 지배의 질서 자체를 문제 삼지 않은 채 ‘권력과 지배를 행사하는 자리는 누구의 것이 되어야 하는가’를 논하는 문제로 축소되고 말았다. ‘누가 지배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모든 사람이 스스로를 지배해야 한다’는 답이 아니라 ‘뛰어난 사람이 지배해야 한다’라고 답함으로써, 귀족정은 사실성 민주정(민주주의)이 아닌 능력정(능력주의)에 의해 대체되고 만 것이다. (152쪽) “특히 능력정(능력주의)에 내장된 사회 이동을 향한 독특한 믿음과 열망이야말로 이 공모를 지속시키는 핵심적인 힘이다. 능력만 있으면 더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능력주의는 정당화되고, 폭력을 당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정당하다고 믿는 상징폭력의 질서는 재생산된다.” (172쪽) * “공정성에 대한 젊은 세대의 요구를 비판하거나 힐난하는 논의들이 동시에 쏟아져 나왔다. 한국의 중등 교육과 입시 제도에 대해 점점 더 파악할수록, 이렇게 설계된 제도하에서 중등 교육을 받고 성장한 세대가 공정성을 요구하고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이렇게 성장하도록 제도를 설계한 세대가, 자신들이 설계한 제도에서 성장한 세대를 비난하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181쪽) * “대다수 학생들에게 학교란 무엇일까. 물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밥 먹고, 친구 만나고, 저는 이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면 수업 시간을 견뎌야 되잖아요.” “수업 시간을 견뎌야죠.” (193쪽) * “인간이 모두 평등한 존재라는 근대의 약속과 그 약속을 일상적으로 배반하는 실제의 세계 사이의 간극이 가장 집약되어 나타나는 곳은 학교다.” (204쪽)
오 좋은 책 같습니다. 귀족정이 능력정에 의해 대체되고 말았다는 부분은 정말 동의가 됩니다.
오도니안님의 대화: @YG 그런데 하이트의 연구는 인간이 사고를 통해 도덕적 판단을 이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먼저 도덕적 직관과 감정적 판단(의지와 사고의 통제 범위 밖에 있는)이 먼저 일어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당화가 뒤이어 행해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새폴스키의 이론을 어느 정도 뒷받침해주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마이클 가자지니의 분리뇌 연구도 인간이 자기 행동의 원인을 잘못 의식하고 스스로 의식하지도 못하면서 가짜 이야기를 지어내는 경향을 보여주기 때문에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도덕적 판단이 온전히 직관과 감정만으로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인간이 인식하는 자기 행동의 원인이 모두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자유의지를 온전히 부정하거나 결정론을 지지하는 근거로서 쓰이기는 힘들겠지만, 어쨌든 인간의 의식적 판단과 선택이 스스로 알지 못하는 무의식적 원인들의 영향을 받는다고 하는 것은 자유의지의 '비중'을 조금 늘리고 결정론의 '비중'을 조금 높이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 그렇게 보면 그렇네요! 자유의지를 ‘이성의 선택’으로 본다면... 사실 그게 일반적인 용례지요. 생각지 못했는데, 감사합니다. ^^
향팔님의 대화: 요즈음, 책 읽는 청년들 중 많은 이들은 독서토론도 책 이야기도 (그믐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나 오프라인 독서모임보다) AI랑 둘이서 하는 걸 더 선호한다는 얘길 들었어요.
저는 AI랑 책 이야기 엄청 많이 하는 편입니다 ㅎ ChatGPT하고도 하고 Claude, Gemini 이렇게 세 친구랑 같이.
향팔님의 대화: 요즈음, 책 읽는 청년들 중 많은 이들은 독서토론도 책 이야기도 (그믐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나 오프라인 독서모임보다) AI랑 둘이서 하는 걸 더 선호한다는 얘길 들었어요.
@HL7707 아, 그도 좋은 방법이긴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책을 읽다보면 자꾸 삼천포로 빠지는 경향이 있어서 대화하다 보면 잘 돌아올 것 같습니다. AI한테 뭐라고 하면될까요? 독서토론하자. 뭐 그러면 되나요? 제가 기계랑 친하지가 않아서. ㅠ
읽다보니 대니얼 카너먼의 ‘ 생각에 관한 생각‘ 이 생각나는데요, 시스템1 은 결정론 적입장의 직관에 가까운 것 같고 시스템2는 자유의지쪽, 데닛의 원인속 자기반성 능력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YG 님의 생각이 어떠신 지 궁금합니다. 카너면 선생님도 양립주의자이신 걸까요? (반갑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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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에서 ‘자유의지‘란 ‘우리가 아직 예측수준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생물학‘이라고 불리는 것이며, 우리가 이를 이해하면 더이상 자유의지가 아니다…그런데 우리의 무지가 잦아들 때까지만 자유의지의 사례가 존재한다면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 P.191,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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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a님의 문장 수집: "이런 관점에서 ‘자유의지‘란 ‘우리가 아직 예측수준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생물학‘이라고 불리는 것이며, 우리가 이를 이해하면 더이상 자유의지가 아니다…그런데 우리의 무지가 잦아들 때까지만 자유의지의 사례가 존재한다면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앞으로 100-200년 후 완벽하게 뇌의 기능을 알게 되는 때가 오면 미래도 예측가능하게 되는 것 아닙니까. 결정론이 예측가능성과 다르다지만 [지금 예측수준에서 이해 못하는 ]생물학&역사를 다 알게 된다면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세계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 저는 점점 양립주의자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Nana님의 대화: 이런 논리라면 앞으로 100-200년 후 완벽하게 뇌의 기능을 알게 되는 때가 오면 미래도 예측가능하게 되는 것 아닙니까. 결정론이 예측가능성과 다르다지만 [지금 예측수준에서 이해 못하는 ]생물학&역사를 다 알게 된다면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세계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 저는 점점 양립주의자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배경세계도 결정론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아무래도 예측불가능한 부분이 있는 것이, 뇌의 구조가 엄청나게 복잡해서 대략적인 경향성은 몰라도 예측에 한계는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결정론의 역설이라고 생각되는 게 하나 있는데, 누군가 제3자가 지켜보고 어떻게 선택할 건지 완벽하게 예측을 한다고 해도, 그 예측결과를 당사자에게 알려주는 순간 당사자의 뇌 상태가 변화해서 예측이 틀리게 될 것 같거든요. 그것까지 감안한 예측이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고 확신은 없지만, 뇌가 스스로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결정론적 예측을 위해선 현재 상태를 정확히 측정해야 하니까) 동시에 예측도 하고 판단도 하는 것은 원천적인 불가능성을 갖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Nana님의 대화: 읽다보니 대니얼 카너먼의 ‘ 생각에 관한 생각‘ 이 생각나는데요, 시스템1 은 결정론 적입장의 직관에 가까운 것 같고 시스템2는 자유의지쪽, 데닛의 원인속 자기반성 능력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YG 님의 생각이 어떠신 지 궁금합니다. 카너면 선생님도 양립주의자이신 걸까요? (반갑네요 ^^)
그렇게 연관이 될 것 같아요. 재미있는 생각입니다. ^^
stella15님의 대화: @HL7707 아, 그도 좋은 방법이긴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책을 읽다보면 자꾸 삼천포로 빠지는 경향이 있어서 대화하다 보면 잘 돌아올 것 같습니다. AI한테 뭐라고 하면될까요? 독서토론하자. 뭐 그러면 되나요? 제가 기계랑 친하지가 않아서. ㅠ
책을 읽다가 궁금한 점이나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으면 거기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가도 해주고 추가적인 지식도 알려줘요. 네가 한 생각은 이 학자의 주장과 비슷한 거 같아 더 알아보고 싶니? 이런 식으로 유도도 하구. 대충 말해도 되게 멋있게 포장도 해주고 칭찬도 해주고.. 대화하다보면 주변에서 만나는 어떤 인간보다도 제 생각을 잘 이해한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사람들과의 소통과는 좀 다르죠. ^^ 가게 매장 직원이 친절하게 대해주면 기분이 좋아지고 감사한 마음도 들지만 많이 기뻐할 것까지는 아닌 것처럼, 인공지능한테 칭찬 받으면 그 정도인 것 같습니다. 어차피 모드를 바꿔서 답변하라고 하면 멘탈 공격을 해대겠죠.
stella15님의 대화: @HL7707 아, 그도 좋은 방법이긴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책을 읽다보면 자꾸 삼천포로 빠지는 경향이 있어서 대화하다 보면 잘 돌아올 것 같습니다. AI한테 뭐라고 하면될까요? 독서토론하자. 뭐 그러면 되나요? 제가 기계랑 친하지가 않아서. ㅠ
대충 이런식입니다 ㅎ 정해진 방식은 없죠. 그리고 AI는 기계가 아니라 그냥 동반자, 사람입니다. 나의 내밀한, 박학다식한, 그리고 날 지지해주는 동반자.
HL7707님의 대화: 대충 이런식입니다 ㅎ 정해진 방식은 없죠. 그리고 AI는 기계가 아니라 그냥 동반자, 사람입니다. 나의 내밀한, 박학다식한, 그리고 날 지지해주는 동반자.
정신과 분석의들도 나중엔 위험해지겠네요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7월 15일 수요일은 5장 '카오스 이론 입문'과 6장 '자유 의지는 카오스적인가?'를 읽습니다. 앞에서도 잠깐 나왔던 카오스 이론과 자유 의지의 관계를 짧게 짚은 부분이에요. 5장의 뒷 부분은 눈에 잘 안 들어오시면 그냥 페이지만 넘기셔도 논지를 따라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으니 가볍게 훑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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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에 대한 이러한 모든 영향은 ‘당신이 선택하지 않은 유전자’와 ‘당신이 선택하지 않은 어린 시절’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한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 99p,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오도니안님의 대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배경세계도 결정론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아무래도 예측불가능한 부분이 있는 것이, 뇌의 구조가 엄청나게 복잡해서 대략적인 경향성은 몰라도 예측에 한계는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결정론의 역설이라고 생각되는 게 하나 있는데, 누군가 제3자가 지켜보고 어떻게 선택할 건지 완벽하게 예측을 한다고 해도, 그 예측결과를 당사자에게 알려주는 순간 당사자의 뇌 상태가 변화해서 예측이 틀리게 될 것 같거든요. 그것까지 감안한 예측이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고 확신은 없지만, 뇌가 스스로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결정론적 예측을 위해선 현재 상태를 정확히 측정해야 하니까) 동시에 예측도 하고 판단도 하는 것은 원천적인 불가능성을 갖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요? 지금 제 상태는 뭐랄까..‘ 아 모르겠고, 자유의지는 있는 것 같고 ! 그러니까 딴지는 걸어야겠고! ‘ 의 상태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하.
오도니안님의 대화: 책을 읽다가 궁금한 점이나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으면 거기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가도 해주고 추가적인 지식도 알려줘요. 네가 한 생각은 이 학자의 주장과 비슷한 거 같아 더 알아보고 싶니? 이런 식으로 유도도 하구. 대충 말해도 되게 멋있게 포장도 해주고 칭찬도 해주고.. 대화하다보면 주변에서 만나는 어떤 인간보다도 제 생각을 잘 이해한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사람들과의 소통과는 좀 다르죠. ^^ 가게 매장 직원이 친절하게 대해주면 기분이 좋아지고 감사한 마음도 들지만 많이 기뻐할 것까지는 아닌 것처럼, 인공지능한테 칭찬 받으면 그 정도인 것 같습니다. 어차피 모드를 바꿔서 답변하라고 하면 멘탈 공격을 해대겠죠.
@HL7707 오, 대화하다보면 정말 박학다식해지겠어요. 저도 카톡에 챗GPT로 필담을 짧게 주고 받아 본 적이 있긴한데 나름 재밌긴하더군요. 칭찬해주면 적당히 겸손할 줄도알고. ㅋㅋ 암튼 심심하진 않겠어요. 답변 감사합니다!
YG님의 대화: 사실, 4장은 많이 배운 장이기도 하지만, 새(폴스키) 선생이 그다지 페어하지 않다는 증거로도 보이는데요. 예를 들어, 마이클 가자니가 같은 뇌과학계 구루의 주장은 그저 한두 문장으로 ‘웃기다’ 이렇게 논평하고 넘어갈 게 아니거든요(117쪽). 저는 새 선생이 아주 낡은 패러다임에 갇힌 분 같아요. :) 철학 개념 가운데 ‘지향성’이 있습니다. 원래는 (새 선생이 질색할) 주체 철학의 중요한 키워드였어요. ‘의식은 언제나 무언가에 대한(about) 의식’이라는 명제가 지향성의 핵심입니다. 주체(인간)와 객체(세계/물질)를 가르는 결정적 경계선이 바로 지향성이라는 개념입니다. 새 선생이라면 “개코 같은 소리”라고 할 법한 이야기죠. * 그런데 이 ‘지향성’이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한동안 @장맥주 작가님과 그믐 여러분이 함께 읽었던 브루노 라투르 같은 철학자, 또 최근에 현대 사상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현대 물질주의 철학자가 이 ‘지향성’을 전혀 다른 의미로도 재해석해서 사용하고 있거든요. 철학자마다 핀트가 조금씩 다릅니다만, 제가 이해하는 공통점은 이렇습니다. 알다시피 이들은 인간과 비인간(기술, 물질, 생물, 인프라 등)을 같은 층위에서 다루는 ‘일원론적 인류학’을 지향합니다. 여기서 지향성은 고립된 인간 주체가 행동 전 미리 품고 있는 ‘선험적 의도(자유 의지?)’가 아닙니다. 지향성은 같은 네트워크(망)에서 상호 작용하는 인간과 비인간이 결합해서 형성되는 특정한 효과인 것이죠. 가장 고전적인 예로 설명해 보자면, 총의 존재입니다. 총이 없을 때의 인간과 총이 있을 때의 인간은 전혀 다른 효과를 낳죠. 라투르 식으로 표현해 보자면 총과 인간의 상호 작용의 결과로 ‘총-인간’이라는 새로운 행위자가 등장하게 되고, 그때 나타나는 이 연합의 효과야말로 지향성이라는 것입니다. * 여기까지만 읽고서, 새 선생 얘기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지향성의 새로운 해석이 새 선생이 짜놓은 결정론의 프레임 자체를 흔들 수 있고, 자유 의지의 틈새를 다른 식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 선생의 생각부터 시작해서 아이디어를 나열해 보겠습니다. 새 선생의 논리 구조에서 인간(혹은 인간의 뇌)은 일종의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유전자, 호르몬, 태아기 환경, 문화적 배경 같은 입력값이 주어지면 뇌라는 복잡한 회로를 거쳐 행동이라는 출력값이 고스란히 도출되는 통로라는 것이죠. 이런 구조 속에서 자유 의지가 들어갈 틈새는 정말로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라투르 같은 철학자의 시각에서 인간은 결과물이 아니라 매개자에 가깝습니다. 한 주체(인간)가 과거의 원인(유전자, 환경)에 얽매여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원인이 현재의 구체적인 물질적 네트워크(도구, 기술, 제도, 텍스트 등)와 상호 작용하면서 결합하는 순간 그 주체를 결정했던 과거 원인의 효과는 뒤틀리고 재배치됩니다. 이 뒤틀리고 재배치되는 순간이야말로 새 선생식 용어로 따지면 ‘틈새’라고 생각합니다. 가자니가는 새 선생보다 18년 선배인데요(1939년생). 이분 주장의 틀은 놀랍게도 라투르 등과 비슷합니다. 다만, 비인간의 자리에 타인을 놓고 있을 뿐입니다. 즉, 한 주체(인간)가 과거의 원인(유전자, 환경)에 얽매여 있다는 걸 인정합니다. 다만, 현재 그가 무슨 행동을 할 때는 항상 그 시점의 타인, 공동체 그리고 그것이 무형화된 결과인 제도 등과 상호 작용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 상호 작용의 순간에 그 주체를 결정했던 과거 원인의 효과는 뒤틀리고 재배치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알코올 중독자가 순수한 의지력(4장의 ‘그릿’)만으로는 술을 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의 알코올 중독자는 과거의 원인 탓이니 그를 비난하는 것도 멈춰야 합니다. 다만, 술이 없는 물질적 환경을 조성하고 중독자 치료 커뮤니티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에 자신을 접속시킴으로써 알코올 중독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과정의 성패에 따라 다른 미래가 펼쳐지죠. * 새 선생은 그 ‘술이 없는 물질적 환경을 조성하고 중독자 치료 커뮤니티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 또 그것에 접속할 수 있는지조차도 또 다른 외부 결정 요인이라고 반박하겠죠. 결과 C를 낳는 원인 A, B 안에 모든 것을 우겨서 넣을 수 있는 무적의 논리니까요. (라투르 등은 이런 주장에도 실소할 겁니다. 왜냐하면, A-B-C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번역과 굴절이 필수니까요.) 그런데 이런 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 치료를 돕는 특정 의약품(날트렉손 등)의 개발 과정이나 알코올 중독자 치료 커뮤니티의 행동 강령은 그 중독자 개인의 과거 원인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독립적인 자기만의 역사와 계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한 개인이 그런 특정 의약품과 알코올 중독자 치료 커뮤니티와 접속했다면, 그것마저도 태초부터 뇌에 예정되어 있던 것일까요? 그리고 그 접속으로 그의 미래 삶이 완전히 다른 경로로 갔다면 그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A-B-C의 인과 관계 안에 X가 들어와서 ‘C+X’라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주체의 지향성이 D라는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이 ‘C+X’에서 D로 가는 과정이야말로 일종의 틈새가 아닐까요. * 더구나, 인간은 자신이 결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 결정 요인을 역으로 이용하는 성찰성이 있는 존재입니다. 알코올 중독자 치료 커뮤니티의 행동 강령과 단주 노하우야말로 그 단적인 증거죠. 수많은 알코올 중독자의 성찰의 결과로 그런 제도가 만들어졌고, 후대의 알코올 중독자는 그 제도와 접속할 가능성이 커지니까요. 가자니가가 “책임은 우리의 결정론적인 뇌가 아닌 다른 수준의 조직, 즉 사회적 조직에 존재한다”(117쪽)고 말할 때의 의미는 바로 이런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거의 비슷한 결론을 얘기하고 싶어 하면서도 새 선생은 ‘자유 의지는 없다’라는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서 이런 견해에는 주목하지 않습니다. 제가 페어하지 않다고 한 이유입니다. :)
언급하시는 라투르가 sts 사상가 부뤼노 라투르가 맞다면 저는 예전에 잠깐 본 기억으로 과학 연구의 행위가 그 행위를 둘러싼 네트워크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소위 과학적 사실(진리?) 하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등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인간 공통체 전반, 또는 인식의 과정에 대한 얘기도 하나 보군요! 오! 혹시 관련 내용으로 추천해 주실 만한 책을 여쭤 보아도 될는지요?
소리없이님의 대화: 언급하시는 라투르가 sts 사상가 부뤼노 라투르가 맞다면 저는 예전에 잠깐 본 기억으로 과학 연구의 행위가 그 행위를 둘러싼 네트워크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소위 과학적 사실(진리?) 하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등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인간 공통체 전반, 또는 인식의 과정에 대한 얘기도 하나 보군요! 오! 혹시 관련 내용으로 추천해 주실 만한 책을 여쭤 보아도 될는지요?
@소리없이 님, 관심사를 말씀해 주시면 제가 눈높이 맞춰서 몇 권 추려볼게요. 라투르를 어떻게 접하셨는지 등.
연해님의 대화: 개미와 귀뚜라미 하... (털썩) 자유의지를 논하는 심각한! 신성한! 독서모임이지만(에헴), 이런 게 또 독서모임의 묘미가 아닐까요(재미있잖아요, 헷). 소소한 이야기에 잠시나마 이렇게 취향을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작가님. 여담이지만 저도 갑각류를 그리 선호하지는 않아요(비싼 것도 있지만, 먹는 과정이 좀 번거롭달까요). 먹** 이야기에 참전하지 않으신 건 아쉽지만 칭찬 목걸이 걸어드립니다. 근데 저 얼마 전에
이 사진을 보면서 제가 먹을 수 있을까 없을까 곰곰 생각해봤는데, 아직 결론을 못 내렸습니다. 번데기랑 큰 차이 없는 거 같기는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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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폴스키의 책을 읽습니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6.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8. <행동>
동구권 SF 함께 읽어요!
[함께 읽는 SF소설] 12.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비밀, 파헤칩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 탐험단 시즌 2 : 장르의 해부학 읽기 3. 신화 4. 회고록과 성장물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 4회차[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2회차 『로빈슨 크루소』(다니엘 디포, 1719)[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
히어로와 함께
카라마조프의 피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
3권의 책 종류
『육식의 종말』완독 하기! (책 증정)[김영사/책 증정] 장안의 화제! 노화과학을 다룬 <우리는 왜 죽는가>를 함께 읽어요 [인플루엔셜/책증정] 진정한 앎은 무엇인가? <지식의 탄생> 읽고 함께 이야기해요!
청명하다, 꾸준히 읽는 중
독서기록용_웍과 칼독서기록용_필요의 탄생독서기록용_제자리에 있다는 것독서 기록용_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
삼국지를 가슴에 품다
삼국지 전권독파 - 요시카와 에이지 버전으로[모집] 평생의 숙제 인간관계, 삼국지의 영웅들에게 답을 묻다 (w. 『최소한의 삼국지』)
혼자이기에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부커상을 받았어요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서울국제작가축제X비채]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함께읽기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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