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병리학자들은 반복적인 발작 병력이 있는 사람들의 사후 뇌에서 광범위한 손상을 발견했다. 이 시기는 갈바니즘과 동물 전기animal electricity의 시대로, 뇌가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신호의 전기적 특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뇌 자체가 일종의 전기 기관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는 뇌전증이 일종의 전기적 문제와 관련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신경학계의 거물이자 천재였던 휴링스 잭슨Hughlings Jackson은 국소화라는 개념을 도입했는데, 그 내용은 발작이 시작될 때 경련성 씰룩거림과 움직임을 통해 뇌의 어느 부위에 문제가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으니, 바로 사람들이 처음으로 “사람이 아니라 질병이 문제다”라고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근대성의 속삭임이었다. 1808년에는 발작중에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무죄판결을 받았고, 이후에도 이러한 사례가 계속 이어졌다. 19세기 중반까지 베네딕트 모렐Benedict Morel이나 루이 들라시오브Louis Delasiauve 같은 정신의학계의 거물들이 ‘뇌전증 환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다’고 더욱 일반적으로 주장했다. ”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 p.379,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문장모음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