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6.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D-29
꽃의요정님의 대화: 이걸 읽으면서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가 욕을 굉장히 창의적으로 다채롭게 하는데, 우리집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건가? 했습니다. 엄빠는 집에서는 욕을 한마디도 안 하는데, '가정에서 사용되는 언어의 복잡성'과 '아이의 다채로운 욕언어 사용'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져 보았고요. 저 문구에 대해 어제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는 이상한 책 좀 그만 읽어."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향팔 역시 제가 무슨 얘길 해도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인가 봅니다.
저 예전에 주일학교 교사했을 때 정말 아이들 욕을 잘하더만요. 교회 다니는 아이들이 이 정도라면 학교는 욕천국이겠구나 싶더라구요. 길 가다 아이들 얘기하는 걸 우연히 듣게됐는데 거의 한마디 걸러 역을하더군요. 그땐 그런쪽으로 누가누가 잘하나 경합을 펼치긴하죠. 근데 웃겨요. 엄마 이상한 책 좀 그만 읽어라니! ㅋㅋㅋ
꽃의요정님의 대화: 저도 희망 들어간 말 중에 젤 좋아하는 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 나왔다던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입니다.
저 대사 좀 괜찮아 보이네요. ㅋㅋ
연해님의 대화: 저도 어젯밤에 완독했습니다. 읽으면서 어떤 부분은 동의할 수 있었지만 어떤 부분은 동의하기 어려웠어요. 아무래도 위에서 많은 분들이 남겨주신 도덕적 책임에 대한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 책에 담긴 주장은 세상과 인간을 너무 단편적으로(혹은 기계적으로) 담아낸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모임 시작 때, @YG 님이 말씀해주신 '좁은 자유'의 개념 덕분에 이해가 되긴 했지만요. 동의하지 않았던 부분은 과학적 사실과 논리의 타당성을 떠나 마음에서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긴 합니다. 모든 게 다 결정되어 있어서 내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 꼭 하나의 면죄부같아서요. 해석하기에 따라 악용될 여지도 다분하고. 『행동』에서 맥락, 맥락, 맥락! 을 외쳐주시던 새 박사님의 카리스마가 이 책에서는 결정론이라는 이름으로 매섭게 다가오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걸 생각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위에서 "세상이 결정되어 있든 아니든 삶을 살아가는 인간은 자신의 선택과 주체성이 현실을 붙들게 해줍니다."라는 @ifrain 님의 문장이 울림처럼 남네요. 고통이라는 걸 알면서도 굳이 굳이 그 선택(!)을 한다는 것이야말로 자유의지이지 않을까. 존엄함이 아닐까. 그리고 그게 (다소 뜬금없지만) AI와 인간의 차이가 아닐까...
마지막에 쓰신 '고통이라는 걸 알면서도 굳이 그 선택'을 한다는 것을 제일 잘 보여줬던 영화(원작 소설 말고)가 컨택트였어요. 이 영화를 보고, 첫장면에 감명을 받아 가끔 돌려 보면서 울곤 했습니다. 햅타포드의 세계관이 딱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였잖아요. 그 언어를 배우면서 그들의 세계관으로 생각하게 된 여주인공이 결정된 미래까지 보게 되는 설정 저도 새 박사님 책은 굉장히 흥미롭게 읽고 읽지만, 연해님처럼 동의하는 부분/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무지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건 저만) 등이 섞여 있습니다. ^^
컨택트어느 날 전 세계 12개 지역에 외계 비행물체 셸이 동시다발로 출현한다. 450m에 달하는 거대 비행체가 가만히 서 있을 뿐 어떤 행동도 하지 않자 각국 정부는 각자의 방식으로 외계인과 접촉을 시작하지만, 완전히 다른 언어 체계 때문에 첫 단계부터 난항을 겪는다. 미국 정부의 요청을 받은 언어학자 루이스와 물리학자 이안은 말과 글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신체의 모든 기관과 감정을 이용해 미지의 생명체와 대화를 시도하고 서로의 문자를 배워나간다. 마침내 대화의 물꼬가 트이게 되지만 그때부터 루이스는 이해하기 어려운 환상을 연이어 보기 시작하는데...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7월 29일 수요일과 내일 30일 목요일에는 14장 '처벌의 즐거움'을 읽습니다. 이번 장에서 새 선생의 본색이 드러납니다. :) 우선 새 선생은 범죄 가해자를 팬데믹 시대의 바이러스 보유자로 보자고 얘기해요. 그래서 바이러스 보유자를 (윤리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지만) 일정 기간 격리하듯이 격리하자고 말합니다. (평생 격리도 오케이! 무서운 사람이에요!) 하지만 '이게 될 리가 있겠어?' 하면서 그렇게 못하는 이유가 사실은 우리가 진화 과정에서 습득한 응징과 복수의 마인드 때문이라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범죄자 처벌의 관행이 계속해서 문명화된 과정에서 희망을 찾아보자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장 놓고서도 할 말이 많은데, 오늘은 현업이 바빠서 수다는 잠시 미뤄두겠습니다.
stella15님의 대화: 저 예전에 주일학교 교사했을 때 정말 아이들 욕을 잘하더만요. 교회 다니는 아이들이 이 정도라면 학교는 욕천국이겠구나 싶더라구요. 길 가다 아이들 얘기하는 걸 우연히 듣게됐는데 거의 한마디 걸러 역을하더군요. 그땐 그런쪽으로 누가누가 잘하나 경합을 펼치긴하죠. 근데 웃겨요. 엄마 이상한 책 좀 그만 읽어라니! ㅋㅋㅋ
제가 "안 가지고 노는 장난감들 좀 다 갖다 버려!"라고 했을 때, "엄마도 읽지도 않는 책들 좀 다 갖다 버려!"라고 하는 아이랍니다. 책을 신성시하는 선비의 나라 한국에서? 책이 이렇게 홀대 당하는 건 처음 봤습니다.
세 가지 이상의 변수가 상호작용하는 ‘3체 문제three-body problem’의 영역에 들어가면 필연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한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 168p,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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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님의 문장 수집: "세 가지 이상의 변수가 상호작용하는 ‘3체 문제three-body problem’의 영역에 들어가면 필연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한다."
책 '삼체'가 왜 그 제목인지 이 문장을 보고 알았습니다!!
꽃의요정님의 대화: 마지막에 쓰신 '고통이라는 걸 알면서도 굳이 그 선택'을 한다는 것을 제일 잘 보여줬던 영화(원작 소설 말고)가 컨택트였어요. 이 영화를 보고, 첫장면에 감명을 받아 가끔 돌려 보면서 울곤 했습니다. 햅타포드의 세계관이 딱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였잖아요. 그 언어를 배우면서 그들의 세계관으로 생각하게 된 여주인공이 결정된 미래까지 보게 되는 설정 저도 새 박사님 책은 굉장히 흥미롭게 읽고 읽지만, 연해님처럼 동의하는 부분/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무지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건 저만) 등이 섞여 있습니다. ^^
이 영화 원작 역시 테드 창의 소설입니다. 15장에서 소개된 그의 단편소설 <우리가 해야 할 일>과 마찬가지로 역시 자유의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테드 창은 SF 소설을 쓰면서 자유의지를 많이 다룬 작가입니다.
우리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자유의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비난과 처벌에는 윤리적 정당성이 전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올바른 종류의 처벌에 본능적으로 보람을 느끼도록 진화해왔다. 그야말로 절망적이다. .......... 우리가 변화를 일구어낸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렵겠지만, 우리는 변화를 일구어낸 경험이 있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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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님의 대화: 마지막에 쓰신 '고통이라는 걸 알면서도 굳이 그 선택'을 한다는 것을 제일 잘 보여줬던 영화(원작 소설 말고)가 컨택트였어요. 이 영화를 보고, 첫장면에 감명을 받아 가끔 돌려 보면서 울곤 했습니다. 햅타포드의 세계관이 딱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였잖아요. 그 언어를 배우면서 그들의 세계관으로 생각하게 된 여주인공이 결정된 미래까지 보게 되는 설정 저도 새 박사님 책은 굉장히 흥미롭게 읽고 읽지만, 연해님처럼 동의하는 부분/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무지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건 저만) 등이 섞여 있습니다. ^^
하... 이 영화를 저는 최근에서야 봤거든요. 외계인 나오는 영화인가보다 싶어 사전 지식 별로 없이 보다가 @꽃의요정 님이 말씀하신 그 대목(저는 후반부에서야 알았습니다)에서 엄청 울었어요(근데 영화나 책은 왜 이렇게 저를 자주 울리는지... 현실에서는 주변인들에게 독하다는 말을 주로 듣는데 말이죠). 이혼한 남편이 누구였는지 밝혀졌을 때도 어찌나 슬프던지. 저 이 영화보고 한동안 이 노래에 푹 빠져있었던 기억도 납니다. 생각난 김에 오늘도 들어야겠어요. https://youtu.be/u_d23K_-v1Q?si=RR0Cuw5GHBtmczvq 근데 이 음악은 영화 《햄넷》에서도 OST로 나왔던 곡이라 더 좋아해요. 그 영화에서도 이 음악 나오는 장면이 굉장히 슬펐거든요.
연해님의 대화: 하... 이 영화를 저는 최근에서야 봤거든요. 외계인 나오는 영화인가보다 싶어 사전 지식 별로 없이 보다가 @꽃의요정 님이 말씀하신 그 대목(저는 후반부에서야 알았습니다)에서 엄청 울었어요(근데 영화나 책은 왜 이렇게 저를 자주 울리는지... 현실에서는 주변인들에게 독하다는 말을 주로 듣는데 말이죠). 이혼한 남편이 누구였는지 밝혀졌을 때도 어찌나 슬프던지. 저 이 영화보고 한동안 이 노래에 푹 빠져있었던 기억도 납니다. 생각난 김에 오늘도 들어야겠어요. https://youtu.be/u_d23K_-v1Q?si=RR0Cuw5GHBtmczvq 근데 이 음악은 영화 《햄넷》에서도 OST로 나왔던 곡이라 더 좋아해요. 그 영화에서도 이 음악 나오는 장면이 굉장히 슬펐거든요.
조금 뜬금없지만 정이현 작가님의『우리가 녹는 온도』라는 책에 나오는 이 문장도 참 좋아합니다. "녹을 것을 알면서도 눈사람을 만드는 그 마음에 대하여"
우리가 녹는 온도정이현의 이야기 산문집. 총 열 편의 '이야기+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짧은 이야기 형태의 '그들은,'과 그에 덧붙이는 작가의 소회 '나는,'이 짝꿍처럼 붙어 있다. 전자는, 주로 그가 주위의 사연을 듣거나, 자신이 겪었거나, 혹은 머릿속에서 상상해 가공한 것이고, 후자는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개인적 속마음이다.
aida님의 문장 수집: "우리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자유의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비난과 처벌에는 윤리적 정당성이 전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올바른 종류의 처벌에 본능적으로 보람을 느끼도록 진화해왔다. 그야말로 절망적이다. .......... 우리가 변화를 일구어낸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렵겠지만, 우리는 변화를 일구어낸 경험이 있다."
아직 읽지 않은 대목이지만, 이 대목에 동의합니다. '올바른 종류의 처벌' 같은 어색한 표현은 번역 문제일 것 같구요. 번역자가 자꾸 righteous를 올바르다는 의미로 번역하시는 것 같은데 이 단어는 독선적이라거나 도덕적 우월감을 느낀다는 뉘앙스를 갖고 있어서 그냥 올바르다고 번역하면 표현이 어색해지는 것 같아요. 어쨌든 우리는 복수와 응징에 대한 강한 충동을 느끼고 그런 행위들에서 즐거움을 얻죠. 다만, 저는 그 또한 술을 마시는 것과 비슷하게 부작용을 조심한다면 소소하게 누릴 수도 있는 즐거움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처벌하려는 본능은 정의감으로 포장된 무신경한 잔인함의 밑바탕이 되기도 하고 실제로도 정의롭다고 평가할 수 있는 변화를 추동하는 힘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꽃의요정님의 대화: 제가 "안 가지고 노는 장난감들 좀 다 갖다 버려!"라고 했을 때, "엄마도 읽지도 않는 책들 좀 다 갖다 버려!"라고 하는 아이랍니다. 책을 신성시하는 선비의 나라 한국에서? 책이 이렇게 홀대 당하는 건 처음 봤습니다.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는 저의 엄니가 책을 사는 저를 핍박하십니다. 그럼 엄마 옷 사는 거나 나 책 사는 거나 필요한거 사는 건데 왜 그러냐고 저항했죠. 지금은 책과 옷 서로 거의 안 사거나 최소한으로 사죠. 저는 책 읽는 게 힘들어졌고, 엄니는 옷 사는 게 힘들어져서. 인생이 다 그렇게 흘러 가는 거더라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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