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a @이기린 님, 저는 리사 펠드먼 배럿의 자유 의지에 대한 생각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배럿의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과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의 저자요.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새 선생과 그가 높이 평가하는 조지프 르두 같은 과학자가 아주 극찬하는 추천사까지 썼고, 사실 감정 연구의 표준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나온 감정 관련 연구와 저서일수록 배럿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럿은 새 선생과 자유 의지를 놓고서는 생각이 다릅니다. (새 선생이 자유 의지를 놓고서 아주 강하게 이야기한 배럿의 이전 저서의 논지를 왜 모두 논의에서 누락했는지 의아해요. 심지어 자기가 추천사까지 쓴 책의 한 장이 자유 의지 대목인데요.)
둘의 결정적인 차이를 요약하자면, 새 선생의 뇌는 '반응하는 뇌(Reactive Brain)'이고 배럿의 뇌는 '예측하는 뇌(Predictive Brain)'입니다.
새 선생의 뇌는 입력(원인)이 들어오면 출력(행동)이 도출되는 인과적 회로입니다. 반면, 배럿의 예측하는 뇌는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능동적으로 예측합니다. 과거의 예측 회로는 새 선생 말대로 내 탓이 아닙니다. 하지만 내일의 예측을 바꾸는 '오늘의 경험'은 내가 선택이 가능합니다. 배럿이라면 새 선생을 이렇게 비판할 듯합니다. 물론 새 선생은 교묘한 말장난이라고 비웃겠지만요.
"새 선생님, 당신은 뇌를 '입력(유전자·환경)-처리-출력(행동)'으로 이어지는 19세기식 유물론의 틀에 가둬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뇌과학이 밝혀낸 뇌의 핵심은 '예측(Prediction)'입니다. 뇌는 자극을 기다렸다가 반응하는 수동적 회로가 아니라, 과거의 개념을 재조합해 끊임없이 미래의 감각을 예측하는 능동적 생성기입니다.
선생님 말대로 내가 지금 가진 예측 회로는 과거의 유전과 환경이 만든 것이 맞습니다. 그 점에선 나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죠. 하지만 인간의 뇌는 자신의 예측 루프를 스스로 재구성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신경가소성과 개념 생성)을 갖고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자가 지금 술을 집어 드는 건 과거 회로의 예측 결과일 수 있지만, 그가 새로운 치료 커뮤니티에 발을 들여놓거나 새로운 환경에 자신을 노출해 '내일의 뇌가 다르게 예측하도록 오늘의 인풋을 제어하는 행위'는 분명한 주체적 선택입니다. 당신은 과거의 원인이라는 사슬에 매여 '내일의 뇌를 리와이어링(Rewiring)할 수 있는 인간의 예측적 통제력'마저 부정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면, 저는 이런 배럿의 아이디어를 앞에서 언급한 지향성 개념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럿은 뇌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 예측을 통한 새로운 경험을 '어떻게', '무엇과' 결합시켜서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설명은 개인(주체)의 내면에 머물러 있는 면이 있습니다. 반면, 지향성을 염두에 두면 좀 더 세련된 설명이 가능해요.
내면의 자유 의지가 아니라 외부의 물질, 도구, 기술, 제도 혹은 타인과의 상호 작용 같은 네트워크의 결합 효과를 통한 창발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술을 끊겠다'는 알코올 중독자의 지향성은 중독자 개인의 뇌에서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닙니다. '중독자의 예측하는 뇌 + 음주 운전 규제 같은 제도 + 가족의 존재 + 치료제 + 지지 커뮤니티의 존재 + 상담사' 같은 하이브리드 네트워크가 구축되었을 때 창발하는 효과죠.
이 과정에서 중독자의 예측하는 뇌는 여전히 핵심 행위자이기 때문에 책임의 문제를 피해 갈 수 없고요. 이런 아이디어를 구체화해보고 있습니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심리학과 인지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저자는 의학, 법률 제도, 자녀 양육, 명상, 심지어 공항 보안 분야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감정과 마음과 뇌에 관한 새로운 과학이 밝혀낸 연구 성과와 함께 감정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 뇌가 당신에 관해 말할 수 있는 7과 1/2가지 진실뇌가 어떻게 생겨났으며 왜 중요한지, 그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으며 어떻게 다른 뇌와 함께 작동해서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지 설명하기 위해 지금까지 과학이 내놓은 성과 위에서 최선의 과학적 시선으로 뇌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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