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팔님의 대화: “절대 닮지 않을 거라 다짐했던 부모님의 어떤 모습을 제게서 볼 때”<< 아.. 저도 그렇답니다.
한번은 제 이런 고민을 오빠에게 얘기했던 적이 있어요. “진짜 인정하기 싫은데 난 아버지 성격을 닮았어. 아빠를 닮을까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데 갈수록 닮아가는 것 같아서 무서워!” 그랬더니 오빠 왈, “야, 나이 사십 넘어서 누굴 닮아서 이렇다는 둥 그런 얘기하는 건 남 탓하는 것 밖에 안돼. 니 나이면 니 성격은 니가 만든 거고, 니 탓인 거야.”
캬… 저는 그 말을 듣고 제 뼈를 쳤답니다(갈비뼈는 아님!). 그러고보니, 저희오빠도 자유의지를 인정하는 사람인 것이었군요.
@향팔 님, 우리 새 선생께서는 이렇게 답하실 듯해요.
(특유의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맞소. 부모의 유전적 영향은 중요하지만 절대적이진 않지. 자네에겐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앞이마엽겉질(전전두엽 피질)이 있으니까 말이요. 마흔이 넘었으니 부모 탓만 할 수 없다는 오빠의 말은 뇌과학적으로도 일리가 있소.
하지만 향팔 씨, 그렇다고 해서 그게 '자유 의지'가 있다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오. 왜냐하면 인간의 앞이마엽겉질은 뇌 부위 중 가장 늦은 만 25세 전후에야 비로소 완공되기 때문이지.
즉, 만 12세 사춘기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자네가 겪은 수많은 환경, 자네의 뼈를 때린 오빠의 잔소리, 스치듯 만나온 사람들과의 경험이 자네의 앞이마엽겉질 회로를 물리적으로 조각해 온 것이라오. 결국 마흔의 자네가 내린 주체적으로 보이는 결정마저도 그 촘촘한 과거의 흔적들이 빚어낸 결과물이지. 역시나 자유 의지가 들어갈 틈새는 없소.
하지만 향팔 씨, 너무 낙담하실 필요는 없소. '네 나이면 네 탓'이라며 오빠분이 강력하게 뼈를 때려준 그 경험 역시, 지금 이 순간 향팔 씨의 앞이마엽겉질에 입력된 아주 새로운 '환경적 자극'이니까.
우리 뇌는 새로운 자극을 받으면 회로가 변하는 성질(신경가소성)이 있으니, 그 강렬한 자극 덕분에 앞으로 향팔 씨의 행동이나 생각이 조금이라도 바뀐다면, 그 변화 역시 '어제와는 다른 미래'로 나아가는 아름다운 결정론의 결과물일 것이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