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팔님의 대화: 아, 내가 무언가를 하고 싶다, 할 수 있다, 해야겠다는 의미로서의 의지... 근데 그 의지라는 것이 지금 저한테 있다는 것 자체가 결정론의 품 안에 포함된다는 게 재미있어요. 내 의지라는 것은 분명히 있기는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데서 갑자기 짠 하고 튀어나온 의지가 아니고, 내 독립된 의식이 창조(?)해낸 의지도 아니고, '겹겹이 포개진 거북이', 그 인과관계의 사슬로부터 나온 의지라는 것, 그러니 그걸 두고 '자유의지'라고 할 수는 없다는 의미일까요.
우왓, 역시 향팔님 정리력! 저도 딱 이렇게 이해하고 읽어가는 중이에요. "내 의지라는 것은 분명히 있기는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데서 갑자기 짠하고 튀어나온 의지가 아니고"라는 대목이 특히요.
저는 평소에 사람을 만날 때도, 상황에 놓였을 때도, 어떤 선택을 할 때도, 인과관계를 명확히 정리하고, 일관성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요. 그렇다보니 맥락 없는 누군가의 행동과 말에 멈칫거리거나 신뢰하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근데 이것과는 별개로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에 자꾸 비틀거리는 건, 위에서 장작가님이 말씀하신 "자유의지가 없다면 내 삶은 뭐가 되는 거냐,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란 말이냐, 내가 선택했다는 느낌이 착각이라면 세상에 믿을 수 있는 게 뭐가 있느냐"라는 대목에 공감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근데 한편으로는요. 조금 뜬금없지만 이런 마음도 있어요. 제 개인적인 성향입니다만 저는 게으른 저를 견디지 못해서 늘 몰아치거나 갈아넣는 편인데요. 그래서 '해야지, 해야지'를 입버릇처럼 말하는 분들을 대할 때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더랬죠. '그 말 할 시간에 그냥 하면 되지 않나?'
간식을 계속 입에 넣으면서 "나 살빼야 하는데, 어쩌지?"라고 말하는 동료를 마주할 때마다 거대 물음표가 뜨곤 합니다(먹지를 말든지, 살 뺀다는 말을 하지 말든지, 둘 중 하나만요) 네, 물론 속으로만요(쿨럭).
그래서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없는 거라면, 모든 게 다 정해져있는 거라면 그들이 계속해서 무언가를 미루는 행위에 대해서도 이해가 가능할 것 같다고... (그래, 그대가 선택한 건 아닐 테지) 낙관해봅니다(이, 이게 맞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