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a님의 대화: 369페이지 주석에서 분류한 것에 따르면, 저는 두번째 부류인 것 같아요. 자유의지를 훨씬 강하게 믿는다고는 못하겠지만 놓을 수 없는? 예전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죠, 소련의 우주인이 우주에 나가서 보고 ‘신은 없더라‘ 라고 한 반면 미국 우주인은 ‘하나님이 만든 세계는 정말 아름답더라‘ 라고 했다고요. 전 이렇게 인간을 생물학적으로 유전학적으로 분자단위까지 세세하고 파고들고 있으면 과연 우리가 기계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면서 오히려 영혼과 마음의 존재를 믿게 되는 것 같아요. 새선생님이 근거를 들라고 한다면 어버버 거리겠지만 어쩌겠어요? 제 코끼리는 그쪽으로 가겠다는데…
13장을 읽다보니 드는 생각은,
1. 뇌전증환자는 잘못이 없지만 술을 먹기 위해 약을 안 먹는 것은 명백하게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잘못이 아니면 음주운전도 잘못이 아니겠죠. 새선생님은 분노하지 말라고, 처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말씀하실 것 같은데 (14장에서) 세상에는 다른 사람이 처벌 받는 것을 여러번 봐야 뇌.에.서. 하지말아야겠다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사람도 있을거라고요. 처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분리가 중요한 거면 영원히 감옥에서 나오지 않아야 하는겁니다. (이게 더 문제 아닙니까? 감옥이 교화하는 곳이라고 생각해볼 때 이미 결정된 뇌를 가진 사람을 그 1-2년 감옥에 둔다고 뭐 많이 변화하겠습니까? .. 이러면 두번째 기회에 대한 고찰로 넘어가야 할텐데 나중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지도 궁금하군요)
2. 결정론 입장에서 보면 후성 유전학적인 측면에서도 뇌에 영향을 미치는데, 3장에서 아동기 성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양육,또래 사회화, 환경적 영향,문화적 신념과 가치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 4가지 중 부모가 전혀 관련이 없는 항목이 있을까요? 이렇게 따진다면 조현병 발병의 환경적 스트레스에도 부모가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 인데, (물론 부모도 자유의지없이 본인이 자라온 대로 아이들을 키운다…라고 겹쳐진 거북이론을 펼치겠지만) 오히려 결정론이 부모에게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네요. 현대에는 조현병은 좀 덜하지만 자폐(아직도)나 우울증같은 정신병리적인 질병에 가정환경문제나 부모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행위의 결과에 대해서는 결정론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도 그 과정에 대해서는 결정론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게 될지 의문입니다.
과정 중에 있는 우리는 행위의 선택으로 미치는 파급효과를 생각해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단순하게 A(일반적으로 도덕적으로 나쁜 쪽), B(좋은 쪽)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있다고 가정해 봅니다. 결정론만 믿고 ‘원래 다 정해져 있는 거니까 A를 선택해도 내 잘못은 아니잖아’라고 생각하여 A를 선택하면서 발생할 파급 효과와 무관하게 “내가 이로운 대로 결정할게”라고 결정론이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시킬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결정론을 빙자한 자기 합리화가 되겠죠. 좀 귀찮고 힘들지만 B를 선택하는 사람은 ‘나는 원래 바람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니까 결정론적으로 B를 선택하는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선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고통과 귀찮음을 무릅쓰고 내가 생각하는 더 나은 가치를 선택하려는 의지의 작용을 거치게 됩니다. 고민을 하는 와중에 책임감, 도덕적 직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영향을 미치겠죠. 내가 미래에 A를 선택할지 B를 선택할지 스스로도 알 수 없습니다. B를 선택한 이후에 그 행동을 분석하거나 이해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정론이 이미 벌어진 일의 결과에 대한 해석과 이해의 수단이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과정 중에 놓여 있는 선택을 결정하는 수단이 되거나 영향을 미치는 일은 미약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즉, 행위자의 관점과 관찰자의 관점으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행위자의 입장에서 결정론을 대입하려니 혼란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이 결정되어 있든 아니든 삶을 살아가는 인간은 자신의 선택과 주체성이 현실을 붙들게 해줍니다. B를 선택하기 위해 기꺼이 고통을 견디는 결단이 삶을 추동하고 품위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