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츠발 독서모임, 11회차: <행성어 서점>

D-29
성인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 <8(에이츠)>에서 파생된 독서모임입니다. 11회차 도서는 김초엽 저, <행성어 서점>입니다. 정해진 기간까지 책을 완독하신 후 해당 모임에 감상을 남겨주세요. 감상에 정해진 분량은 없으며 타인의 감상에 대해 피드백을 다는 것 역시 자유입니다. 작품을 감상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료나 읽을 거리가 있다면 톡방이나 그믐, 에이츠 등을 통해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간 내로 감상을 올리지 못하신 분은 다른 책에 대한 100자 평을 에이츠에 남겨주셔야 합니다. 중간 점검은 기간 중 불시에 시행되며, 진도가 가장 빠른 분은 선정 도서 추가 or 책에 대한 발제가 가능합니다. 모임에 대한 피드백은 카카오톡을 통해 언제든지 받고 있습니다. 그럼 이번 회차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한 줄 감상: 마지막 장이 앞 내용을 다 까먹게 만들어버린 책 단편들로 구성된 책이었기에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동시에 생각할 것 들이 많은 주제들이었어서 두세번은 더 반복해 읽게 되어버리는 책이었다. sf의 현실과 어긋나 있는 미묘한 거슬림...불쾌감? 을 한가득 느꼈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 오히려 그 부분에서 흥미가 올라갔었다. sf라는 장르에서 한두번씩은 접했을 법 한 발상들을, 각자 다른 흐름으로 짧게 한곳에 모아두니 뭔가 부페식을 먹는 듯 했다. 아는 맛인데 조리를 다르게 하니 맛있네? 단편들 중에서는 '시몬을 찾아서' 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차라리 세상 사람 모두가 가면을 쓰고 표정을 없앤다면 표정을 읽어내야 하는 피로도가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아, 대신 진의를 파악하는게 신경을 소모하게 될까? 그 마을에 방문했던 화자처럼 나도 그곳을 잊지 못하게 될 것 같았다. 아예 가서 살게 된다면 어떨까. 가면도 쓰면서. '오염구역'. 이 파트에선 불쾌감이 너무 심해서 그냥 넘기지 않게 하는게 힘들었다.....특히 삽화가 제일 힘들었다...... 사람 피부에 무언가가 있는 묘사가 너무나도 생생해서 최대한 상상하지 않도록 했는데, 삽화가 갑자기....난 정말 이런 (징그러운) 부분이 힘들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했던 각 장 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아홉 페이지였다. 설마하니 그들이 전부 같은 그룹이었을 줄이야. 내용에 등장하는 이름을 찾으려고 앞 페이지들을 계속 넘겨다 보았다. 특정되지 않은, 대명사로만 나왔던 인물들 중에서 여기 언급된 사람들이 숨어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연우가 처분되었다 라고 알려온 오웬은 사실 몸을 아끼지 않는 과학자였다고 하니(매드 사이언티스트 적인 의미로?) '늪지의 소년'편에서 자기 몸을 날려 일종의 실험을 했고 그것에 성공해서 늪 안의 자아로 살아있으니, 언젠가 탈출한 소년에 의해 돌아돌아 다시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해 본다.
책을 읽을 때 앞에 있는 작가 소개나 소개글을 빠짐없이 읽는 편인데. 소개글에 적힌 대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들의 연속이었다. sf장르를 입문하게 해준 작가이고 장편도 재밌게 봤기에 기대를 하고 봤는데 우빛속의 임팩트가 너무 강해서였을까 조금 아쉬웠다. 그렇지만 재밌게 보았다! 다양한 외계생명체와 인간의 교류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나는 이 작가의 외계인에게도 인간에게도 인류애 넘치는(?) 인간찬가스러운 시선이 좋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선인장 끌어안기 / 포착되지 않는 풍경 / 지구의 다른 거주자들 / 늪과 운무림에 관한 이야기들은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뭐야 마음에 든 거 많네.. 생각보다 더 재밌게 봤을지도..! 마음에 든 이야기 위주로 감상을 써보자면 선인장 끌어안기. 첫장에 나온 질문.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 사랑일까 고통을 견디는 것이 사랑일까. 나는 처음에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이야기를 읽고 견디는 것 또한 사랑이구나 가슴 깊이 느끼게 되었다. 마지막의 포옹은 불타는 사람을 끌어안는 느낌이었을까 싶다.. 아니, 다시 보니 제목이 선인장 끌어안기였다... ... 포착되지 않는 풍경. 지금보다 훨씬 기술이 발전한 시대에도 시각매체로 기록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 또한 낭만적인 일이구나 싶었다. 지금도 미술관이나 영화관처럼 사진촬영이 금지된 장소는 많지만.. 그거랑은 좀 다른 느낌??(비슷한가..) 아무튼 핸드폰 전원을 꺼놓고 종이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거나 명상하는 기분이 드는 이야기였다. 어떤 시대가 와도 아날로그가 주는 느낌은 남아있지 않을까. 어쩐지 안심되는 이야기였다. 사이보그 포지티브 배척받던 기계몸을 긍정하려는 것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기계눈을 가지고 싶다고 하는 아이의 말로 끝이난다. 멀쩡한 인체를 ‘더 좋으니까’‘편리하니까’‘멋있으니까’등의 이유로 기계로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그건 올바른 방향일까? 최근에 한 게임 림버스 컴퍼니에서도 이런 주제의 이야기가 나왔기에 흥미로웠다. 림버스 컴퍼니에선 그런 사이보그들을 완전 부정하고 박멸하려는 집단이 나왔는데.. 그런 길로 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지구의 다른 거주자들. 가장 재밌게 읽었다. 지구음식이 입에 안 맞는 외계인이라니. 입에 맞는 음식을 찾기 위해 별의별 직업을 가지며 노력하고 결국 몇가지 요리법을 찾아낸 초미각을 가진 외계인이란게 정말 재밌는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계속 휴게소에 남아 가끔 대화를 했다면 좋았을걸 짧은 만남이 괜히 아쉬웠다. 화자인 다현도 같은 곳에서 온 외계인이었을지 아닐지 모를 일이지만 친구가 될 수 있을것 같았는데. 늪과 운무림에 관한 이야기들 단편집에서 따로따로 떨어져있는 이야기들이 조금씩 연결고리를 가지고 연결되는 순간은 정말 몇번을 겪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몇년새 지구를 뒤덮은 외계 식물, 그들이 주는 영향을 분석하는 지구인들.. 재밌다. 우주로 진출은 커녕 외계 식물에게 지배당할 위기인 지구.. 나는 코코를 보는 지구인들 마냥 음. 코코가 딱히 나쁜 일을 한 것 같지도 않은데 그냥 놔두면 안되나.. 이러고 있었지만 파견자들의 생각은 다른가보다. 이런 상황을 상상할 때 나는 너무나 일반인이라서 그냥 순응하는 사람 시점으로 보게될 때가 많다. 오염을 막고 연구하는 포지션은 내가 아니다보니.. 아 그냥 코코도 키우고 내 몸에 난 버섯도 먹고 되는대로 살아요~ 하는데 ㅋㅋ 번식력과 생존력이 강한 식물의 위대함이란.. 굳이 외계에서 온 식물이 아니더라도 외계생물마냥 지배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단 상상을 잠깐 해보았다. +시몬을 찾아서 얼킨님 감상을 보고 생각났는데 이것도 맘에 들었다! 사람들이 쓰고다닌다는 가면이 외계생물일거란 생각은 못했는데 그게 밝혀진 순간 섬뜩하기도 하고 외계생물과 공존하는 방법은 참 여러가지구나 싶었다. 지금은 마스크도 자주 쓰고, 가끔 게임을 할 때는 얼굴을 아예 가리는 탈이나 가면을 쓰고 다닐때도 많고 오브젝트 헤드도 워낙 좋아하다보니 실제로 나타난다면 나도 저기서 살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 미래에 대한 예측을 보고 싶다면 sf소설을 보란 얘기도 있을만큼 sf작가들의 상상력이란 대단한 것 같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가끔 책을 읽다보면 그 안에 펼쳐지는 이야기를 영화나 드라마처럼 시각화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번 선정도서인 ‘행성어 서점’도 그러했다. 나에게 멀어지며 물결처럼 이동하는 유리벽들이나, 초록색 그것으로 가득 채운 구조선을 내리는 활짝 웃는 모습의 과학자, 찰나의 순간으로 남을 별안개, 나는 아마도 먹어보지 못할 푸딩 등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고, 제각각의 개성을 가진 단편들의 모음집이라 그런지 얼킨님의 비유처럼 잘 차려진 뷔페식을 먹는 기분이었다. 여러 단편 중 다른 사람들은 어떤 소설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하다. 나 같은 경우엔 처음 ‘선인장 끌어안기’를 읽고, 최애 단편이 될 뻔 했으나 마지막에 고민을 좀 했다. 그도 그럴게 서로 다른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며 등장인물이 엮이는 상황을 정말 좋아하는데, ‘가장자리 너머’의 보고서가 딱 그러했기 때문이다. 다시 만난 클론 소년이 반가웠고 근신 중인 파견자가 궁금해졌고, 마지막이지만 풀린 여러 추가 떡밥?적인 이야기 덕에 앞으로의 전개를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선인장 끌어안기’가 나에게 준 강렬한 인상은 이길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유독 상상이 잘 되는 소설이었다. 적막한 공간 속 선인장들과 개방적으로 보이지만 가로 막는 유리벽들... 짐을 정리하는 파히라의 모습에서 어떤 마지막을 준비하구나 싶었고 고조되는 긴장감 속에 유리벽들이 일제히 천장으로 올라갔을 때, 곧장 선인장을 끌어안는 파히라의 모습은 비극적이면서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어지는 파히라의 인터뷰를 읽으며 사랑이라던가 사람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며 오랜 시간 여운을 느낀 것 같다. 그 외에도 모든 단편이 그렇진 않지만 먼 미래 속 배경의 등장 인물들이 갖고 있는 고민들이 지금의 우리와 비슷한게 재밌었다. 발전한 미래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이 깨지면서도 사람 사는 건 여전히 똑같겠구나 싶고...그럼에도 희망을 꿈꾸고, 공생을 꾀하고, 즐거움을 찾으며 살아가는 것도 여전하겠지 싶어 안심도 됐다.
나는 직장인이라 짬날 때마다 독서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장편 소설을 읽는데 부담감을 많이 느꼈다. 10분, 20분 단위로 끊어서 읽다 보면 이전 줄거리가 기억이 안나서 페이지를 뒤적이느라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행성어 서점>은 토막 시간에 전부 다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긴 이야기보다 이런 짧은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는 게 유튜브 쇼츠 같은 매체에 길들여져서 그런건지 잠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졌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사실 그렇게 믿고싶은 것에 가깝긴 하다...ㅇㅅㅇ;) <행성어 서점>이 부담스럽지 않게 읽힌 다른 이유는 저자가 책의 앞머리에서 쓴 대로 작가 자신이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짧은데 완벽한 이야기를 쓸 수는 없을 테니까, 그냥 나에게 좋은 이야기를 쓰자." 그렇게 어깨에 힘 빼고 출발해야 도달할 수 있는, 산뜻한 이야기의 마을이 있는 것 같다.'(p.7) SF라고 하면 과학적으로 정교한 고증이 담겨 있거나 우주적 스케일의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그런 소설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단편들은 다루는 소재들이 지나치게 무겁지 않아서, 저자의 마음대로 '가벼운 짐만 꾸려 떠난 휴가처럼' 책을 즐길 수 있었다. 책 속의 여러 단편들은 각자의 매력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cyborg_positive, 데이지와 이상한 기계, 포착되지 않는 풍경, 늪지의 소년을 특히 재미있게 읽었다. 뭐랄까, 나는 이런 소설들이 담는 통념과는 다른 가치관과 삶의 방식에 대한 긍정에 마음이 끌리는 것 같다. #cyborg_positive 는 기계 눈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인플루언서 리지가 마케팅 제안을 받으며 시작한 내적 고민을 담고 있지만, 개발사의 자본주의적 논리에 의해 기능성과 심미성이 나누어진 제품군, 대상의 좋은 점만을 표현하고 단점은 최대한 가리는 유튜버들의 영상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현상, 라미네이트와 같이 미관 개선을 목적으로 오히려 삶의 질을 하락시키는 수술/시술과 같은 현대 사회의 삶의 모습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져서 특히 와닿았던 것 같다. 특히 미래 기술이 우리의 삶을 더 좋게 만들거라는 '과학상상화'스러운 낙관주의를 깨부수는 개발사의 세일즈 기술이 그럴듯하게 느껴져서 더 씁쓸했다. 데이지와 이상한 기계. 특히 짧은 이야기이지만 워낙 이런 소재를 좋아해서 재미있게 읽었고, 최애 단편으로 손꼽고 싶은 작품이다. 인간은 각자의 감각기관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그걸 과거의 경험과 지식에 비춰서 해석한다. 그렇기에 내가 인식하는 세계와 실제 세계는 결코 같을 수 없고, 영영 알 수도 없을 것이다. 늘 겸허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포착되지 않는 풍경은 소설에서 묘사하는 감각적인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다. 별안개를 나도 한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도 완벽하게 담아낼 수 없었던 추억들이 떠올라서 아련한 여운에 길게 잠기기도 했다. 저자의 다른 소설인 <공생가설>을 <우.빛.속> 의 단편 중에서 제일 좋아했는데, <늪지의 소년>도 비슷한 이야기여서 마음에 들었다. 개별성이라는 관념이 희박한 '우리'는 처음에는 소년을 '우리'의 일부로 포섭하려고 하지만 나중에는 소년의 개별성을 존중하면서 소년을 지켜주는 장면이 감동(?)적이었다. 엉덩국의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단편만화가 떠오르기도 하고... 아무튼 나는 이렇게 서로 다른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사랑 이야기에 약하다...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언급하신 '선인장 끌어안기'나 '시몬을 위하여' 등등... 저자의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 덕에 좋은 휴가를 보냈다. 그리고 좋은 여행이 늘 그렇듯 새로운 생각으로 머리를 환기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평생을 살아도 우리는 타인의 현실의 결에 완전히 접속하지 못할 거야. 모든 사람이 각자의 현실의 결을 갖고 있지. 만약 그렇게, 우리가 가진 현실의 결이 모두 다르다면, 왜 그중 어떤 현실의 결만이 우세한 것으로 여겨져야 할까?
행성어 서점 p.57, 김초엽
그믐에 새로운 기능이...!! 신기해서 한번 써봤습니다. 갬성이 흘러넘쳐서 마음에 쏙 드네요.
김초엽 작가가 유명하다는 건 알았지만 책은 처음 읽었다. 일부러 아무런 정보도 찾아보지 않고 읽었는데 SF 단편집이라 놀랐고 쉽고 빠르게 읽혀서 또 놀랐다. 각 단편의 길이가 짧은 마큼 하루에 두세편씩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완독하고나서 마음에 드는 단편에 북마크를 해두었는데 6편이나 되었다. 선인장 끌어안기. 이 책의 맨 첫 페이지에 단편 속 글귀가 쓰여있다.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 사랑일까, 아니면 고통을 견디는 것이 사랑일까.> 할 수 있는 사랑을 모두 다 줘버린 파히라의 죽음을 암시하는 결말에 마음이 쓰렸다. #사이보그_포지티브 : SF소재임에도 주인공이 겪는 모순이 가장 현실적으로 와닿았던 소설이다. 데이지와 이상한 기계 : 수록된 단편 중 제일 짧은 분량같은데 가장 기억에 남았다. 한번 읽어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몇번 다시 읽었는데, 말이 글로 바뀌는 것 그것을 누군가가 읽는 것으로 또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이 단편은 전체 필사를 하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들었다. 애절한 사랑 노래는 그만 : 제일 재밌게 본 단편이다. 재치있고 귀여운 글이기도 하고 공감도 갔다. 행성어 서점 : 표제작이라 기대를 가지고 읽었는데 정말 좋았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감성이 느껴졌다. 여행지에서의 만남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두 사람의 인연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포착되지 않는 풍경 : 예전에 해외 축제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가 핸드폰을 들어 현장을 찍고 있고 할머니 한 분만 퍼레이드를 직접 보며 즐기는 사진이었다. 기록은 절대 실물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도 생각났다. 비슷하게 며칠 전 벚꽃구경을 다녀왔는데 눈으로 보는 꽃과 사진 속 꽃이 달라보여서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본 풍경을 추억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는 건데 기억과 다르면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지구의 다른 거주자들 : 트위터의 괴식 사진들이 생각났다. 그 사람들도 어쩌면 입맛이 다른 외계인일 수도?! 주인공에게 진짜 맛있는 디저트를 먹이고 싶은 도전정신이 들었다. 앞의 이야기를 한데 묶듯이 나오는 마지막 단편을 읽으면서 늪을 떠난 소년의 뒷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희망을 기대하기 힘든 배경인데도 막연히 어딘가 희망이 있으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어차피 절망으로 가야한다면 초미각자 사장님의 끊임없는 탐구정신으로 살아야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완독하고나니 김초엽 작가의 장편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단편과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작가의 근사한 상상력을 더 즐기고 싶다.
아주 짧은 단편들이라 틈틈히 읽기 좋았다. 한편으로는 이어지는 이야기도 있어 흥미로웠다. 대체로 sf에 빗대어 우리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거나, 시점을 미래로 돌려서 현재를 노스탤지어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그래서 아주 기억에 남기보다는 대체로 저자와 같은 시대를 살면서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기분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감성적으로는 행성어 서점이나 선인장 끌어안기, 사진이 과거의 기술이 된 이야기 등이 와닿았지만, 역시 설정으로는 외계 식물이 지구에 침투한 시리즈가 흥미롭다. 식물이 주는 축축하고 차가운 이미지를 원래도 좀 무섭다고 느낀다. 의사소통도 되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번식하며(당연함. 식물임.) 지구를 뒤덮는 외계식물이라니..! 하지만 늪의 생명체들처럼 아주 낯설지만 오랫동안 지구를 공유하며 살아온 것들도 있고, 외계 식물은 굳이 지구인을 지배하려는 음모보다는 자기 방식대로 살아갈 뿐이니 호들갑떨기보다는 마지막 단편의 화자처럼 덤덤하게 공생을 모색하는 것이 답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오웬이나 늪의 클론 소년처럼 사람은 개별적인 자아를 유지하고 싶어하고, 이질적인 것을 본능적으로 꺼림직하게 느끼는 것도 그 생존방식의 연장선상일 것이다. 정말 사람이란 어렵고 살기 복잡하구나.
요즘 장편 소설을 읽을 기력이 없었는데, 그런 나에게 딱인 단편 모음집이었다 사실 단편보다는 장편을 선호하는 파였지만 오늘 이후로 입장을 조금 달리해야할 것 같다 작품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부담없이 술술 읽히는 필력.. 이 단편집은 작가의 말처럼 가벼이 짐만 챙겨 떠난 휴가처럼 마음이 굉장히 편했다! 다른 분들 말씀처럼 인상 깊은 작품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개인적으로는 늪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나는 개체중심적인 삶을 살고있는 인간이기에 늪의 사고방식과 삶에 대하여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진 않지만 그래도 그 또한 그 또는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의 일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생명체 설정은 SF물에서 꽤나 자주 보여지는 것 같은데 에반게리온도 그렇고 사이코패스도 그렇고.. 매체에서 긍정적으로 다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접할 때마다 상당히 흥미로운 설정이다 그리고 기생하는 버섯 이야기도 좋았는데 SF가 인간 우월주의에 반하는 이야기를 하는 장르라서, 개인적으로 SF물을 좋아하는 이유와도 직결되는 듯하다 짧은 책이었음에도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그건 이 책을 굉장히 재밌게 읽어서 인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SF 단편선들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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