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4. 조현병의 모든 것

D-29
환자들을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 거주하게 하는 일에 관해서는 그 지역사회가 자기 동네가 아닌 한 모두가 찬성한다는 말까지 있다.
조현병의 모든 것 8장 조현병의 재활, E 풀러 토리
책임감 있는 정신건강 전문가가 환자들의 경과를 계속 지켜보고 약물 복용을 감독하기만 한다면, 실제로 조현병이 있는 사람은 아주 괜찮은 이웃이다.
조현병의 모든 것 8장 조현병의 재활, E 풀러 토리
내가 진료했던 한 젊은이는 대부분의 증상에서 회복해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병에 걸리기 전처럼 친구들과 함께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며 또래들 속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이 아주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고, “친구들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고, 나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환자는 사람을 사귀는 상황에서 “나는 문장들을 이루는 단어들 사이의 공간에서 길을 잃었다. 집중할 수가 없었고, 뭔가 다른 생각으로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들을 생각해보면 조현병이 있는 많은 사람이 대인 관계 상황에서 종종 부적절한 반응을 보이고 그러다 결국에는 위축되어버리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조현병의 모든 것 8장 조현병의 재활, E 풀러 토리
조현병 환자들이 우정을 누릴 수 있는 또 한 가지 방법은 반려동물 기르기다. 반려동물은 평범한 사람들뿐 아니라 그들에게도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개가 좋은 반려가 되어준다. 개들은 아무 차별 없이 사랑을 주고, 그 사람의 사고장애나 환청을 불편해하지도 않으며, 상황이 안 좋을 때도 잘 이해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조현병 환자에게 반려동물을 키우게 하면 대체로 큰 기쁨을 줄 수 있다.
조현병의 모든 것 8장 조현병의 재활, E 풀러 토리
환청 네트워크를 홍보하는 사람들은 환청을 듣는 것은 연속체 상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병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많은 사람이 목소리를 듣고, 문화권에 따라 죽은 조상들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을 예상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환청을 듣는 것이 때로는 도움이 된다고까지 주장한다. 환청 네트워크의 한 지도자는 이렇게 선언했다. “내가 환청을 듣는 사람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그것은 너무나도 특별하고 독특한 경험이다.”
조현병의 모든 것 8장 조현병의 재활, E 풀러 토리
그러니 우리는 중증 환자들을 위한 정신과의 장기 병상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이는 어사일럼(asylum)의 개념에서 원래 그 단어가 지닌 자선적 의미, 즉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되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소아마비에 걸린 사람이 반드시 다시 걸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으며, 그들이 스스로 돌볼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할 때 그들을 지역사회의 기숙 가정으로 보내지 않는다. 우리는 다발경화증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다른 중증 뇌 질환 환자 중 스스로 보살필 수 없는 사람들의 장기 병원 병상은 유지한다. 조현병 환자에 대해서도 똑같이 해야 하지 않을까?
조현병의 모든 것 9장 좋은 서비스란 어떠해야 하는가, E 풀러 토리
조현병 환자의 일상생활에서 담배와 커피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이 둘은 사회적 상호작용, 지출, 부채 누적, 호의를 주고받는 일에서 핵심을 차지한다. 일부 조현병 환자는 담배와 커피를 확보하는 일에 너무 집착해 일상 활동이 그 일에 장악당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조현병의 모든 것 10장 10대 주요 문제, E 풀러 토리
또 하나의 문제는 환자가 성인으로서 자기 의지로 동의한 것인지, 아니면 성적인 상황에서 이용당하는 것인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이다. 이는 주로 여성에게 적용되는 문제지만, 때로는 남성도 다른 남성에게 이용당하기도 한다. 가족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해봐야 한다. 그는 성과 무관한 상황에서 상대에게 싫다는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가? 다른 일상적인 기능 영역들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판단력을 갖고 있는가? 성적인 만남에서 좋은 판단력과 분별력이 있는가? 남자를 피하려고 하는가 아니면 찾고 있는가? 그녀가 성관계에 동의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특정한 무엇, 대개는 담배나 음식에 쓸 돈을 얻기 위한 것인가?
조현병의 모든 것 10장 10대 주요 문제, E 풀러 토리
코네티컷주에서 실시한 한 연구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마약중개상들에게 당하기 쉬운 것은 사회적 고립과 인지 결손으로 인해 누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잘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범죄자들은 조현병 환자들을 ‘손쉬운 먹잇감’으로 여기며, 환자들을 범죄자들이 모여 있는 쇠락한 동네의 그룹홈에 배치하는 관행은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한다.
조현병의 모든 것 10장 10대 주요 문제, E 풀러 토리
미국이 폭력적인 사회라는 점은 강조해야 한다. 그리고 이 넓은 맥락 안에서는 조현병 환자들이 전체 폭력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아주 작다. 또한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는 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이지 않다는 점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래도 소수의 조현병 환자들이 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인 것은 사실이며, 그렇지 않다고 우기는 옛 방식으로는 문제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조현병의 모든 것 10장 10대 주요 문제, E 풀러 토리
환자가 공격 또는 폭력 행동을 한 적이 있는 가족은 몹시 통렬한 고통을 느끼며 아주 특별한 종류의 지옥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가족 구성원들은 종종 환자를 두려워하는 동시에 그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을 느끼며 그 행동이 비정상적인 뇌 기능의 산물임을 인지하고 있다. 가족들이 필연적으로 느끼는 이런 양가감정은 무시무시할 정도다. 공포와 사랑, 회피와 다가감이 불안정한 채로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나중에 환자가 아무리 다시 좋아지더라도,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흐르더라도, 과거의 공격이나 폭력의 기억은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조현병의 모든 것 10장 10대 주요 문제, E 풀러 토리
대다수 조현병 환자가 병의 과정에서 어느 시점엔가는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아서 조현병 환자의 우울증을 경계하고 우울증이 생길 경우 항우울증약으로 적극 치료한다. 우울증은 조현병의 질병 과정 자체에서 생길 수도(즉, 조현병이 뇌 화학에 영향을 미쳐 우울증을 초래할 수도) 있고, 자기 병세의 위중함에 대한 환자의 자각 때문에(즉, 병에 대한 반응으로서) 생길 수도 있으며, 때로는 조현병 치료에 사용하는 약의 부작용으로 생기기도 한다.
조현병의 모든 것 10장 10대 주요 문제, E 풀러 토리
사람들이 조현병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조현병을 초래했다며 서로를 비난할 뿐이다.
조현병의 모든 것 11장 환자와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조현병을 이겨낼 수 있을까, E 풀러 토리
병을 두고 서로를 비난하는 것은 조현병의 비극을 몇 배나 더 증폭시킨다. 조현병은 그 자체로 뇌의 만성질환이며, 개인과 가족에게는 불가항력으로 닥쳐온 불행이지만 그래도 대개는 관리할 수 있는 규모의 불행이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들이 그 병의 무게에 비난까지 더한다면, 조현병은 가족 전체를 이루는 구조보다 더 밑으로까지 뿌리를 뻗으며 무한한 규모의 재앙으로 확대된다.
조현병의 모든 것 11장 환자와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조현병을 이겨낼 수 있을까, E 풀러 토리
부모가 자기들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큰 아이에게 조현병이 발병했다고 믿는다면, 이론상 그 행동을 하지 않으면 작은 아이의 조현병은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반면에 모든 증거가 암시하는 대로 조현병이 생물학적으로 발생하는 무작위적 사건이라고 믿는다면 그들로서는 조현병을 예방할 가망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이런 가족들에게는 죄책감을 갖는 것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제공한다. 죄책감을 놓지 않으려는 가족의 또 다른 유형은, 죄책감이 그 가족의 삶의 방식이 된 경우다. 이런 가족에서는 대개 한 명 이상이 장기간 심리치료를 받고 있고, 이들은 죄책감을 낙으로 삼고 있으며, 죄책감에서 허우적거리며 서로를 비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여가 활동이다.
조현병의 모든 것 11장 환자와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조현병을 이겨낼 수 있을까, E 풀러 토리
조현병 환자에게서는 이런 식의 꾸밈없는 대답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사회적 체면치레를 모두 제거해버린 대답, 우리 모두 가끔은 말해버리고 싶지만 대개는 입 밖에 내지 않는 그런 대답 말이다. 이럴 때 조현병에 걸린 사람과 함께 웃을 수 있으면 모두에게 치유가 된다. 그럴 때 화를 내는 건 물론 더 상처가 되지만.
조현병의 모든 것 11장 환자와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조현병을 이겨낼 수 있을까, E 풀러 토리
환자가 병에 걸리기 전에 비범할 정도로 장래가 촉망되던 사람일수록 그러한 예상을 수정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런 가족들일수록 그 사람이 언젠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예전의 경력을 이어갈 거라는 희망을 해가 가고 또 바뀌어도 계속해서 붙들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계획들을 세우고, 대학이나 성대한 결혼을 위한 돈을 저축하면서 ‘그 애가 다시 건강해질 때’에 대한 거대한 착각을 가족끼리 공유하며 함께 서로를 속이는 것이다.
조현병의 모든 것 11장 환자와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조현병을 이겨낼 수 있을까, E 풀러 토리
이런 착각의 문제는 병든 당사자가 그것이 착각임을 알고 있고, 따라서 자기로서는 불가능한 일을 해내야 하는 상황에 갇혀 버린다는 점이다. 환자가 가족을 만족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완치되는 것밖에 없는데, 그것은 그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몇몇 연구자들은 이런 문제를 감지하고 가족들에게 환자에 대한 기대를 낮추라고 권고해왔다. 그렇게 하면 가족들 자신도 더 행복해진다.
조현병의 모든 것 11장 환자와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조현병을 이겨낼 수 있을까, E 풀러 토리
전문가와 환자 모두에게서 가장 존경받는 직원은 환자를 뇌 질환이 있어도 여전히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사람이다. 가장 존경받지 못하는 직원은 환자를 내려다보는 태도로 대하며 그들의 열등한 위치를 자주 상기시키는 사람이다. 이러는 이유는 대개 그 직원들이 조현병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 병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현병에 걸린 사람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바로 ‘친절하게’다.
조현병의 모든 것 11장 환자와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조현병을 이겨낼 수 있을까, E 풀러 토리
대개는 가족들이 환자의 감각적 경험의 유효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 경험에 대한 그들의 해석은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다. “너는 거기 뱀이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믿는 걸 거야. 하지만 나는 그 이유가 병 때문에 네 뇌가 너에게 장난을 치고 있어서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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