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4. 조현병의 모든 것

D-29
조현병 환자의 일상생활에서 담배와 커피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이 둘은 사회적 상호작용, 지출, 부채 누적, 호의를 주고받는 일에서 핵심을 차지한다. 일부 조현병 환자는 담배와 커피를 확보하는 일에 너무 집착해 일상 활동이 그 일에 장악당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조현병의 모든 것 10장 10대 주요 문제, E 풀러 토리
또 하나의 문제는 환자가 성인으로서 자기 의지로 동의한 것인지, 아니면 성적인 상황에서 이용당하는 것인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이다. 이는 주로 여성에게 적용되는 문제지만, 때로는 남성도 다른 남성에게 이용당하기도 한다. 가족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해봐야 한다. 그는 성과 무관한 상황에서 상대에게 싫다는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가? 다른 일상적인 기능 영역들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판단력을 갖고 있는가? 성적인 만남에서 좋은 판단력과 분별력이 있는가? 남자를 피하려고 하는가 아니면 찾고 있는가? 그녀가 성관계에 동의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특정한 무엇, 대개는 담배나 음식에 쓸 돈을 얻기 위한 것인가?
조현병의 모든 것 10장 10대 주요 문제, E 풀러 토리
코네티컷주에서 실시한 한 연구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마약중개상들에게 당하기 쉬운 것은 사회적 고립과 인지 결손으로 인해 누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잘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범죄자들은 조현병 환자들을 ‘손쉬운 먹잇감’으로 여기며, 환자들을 범죄자들이 모여 있는 쇠락한 동네의 그룹홈에 배치하는 관행은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한다.
조현병의 모든 것 10장 10대 주요 문제, E 풀러 토리
미국이 폭력적인 사회라는 점은 강조해야 한다. 그리고 이 넓은 맥락 안에서는 조현병 환자들이 전체 폭력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아주 작다. 또한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는 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이지 않다는 점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래도 소수의 조현병 환자들이 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인 것은 사실이며, 그렇지 않다고 우기는 옛 방식으로는 문제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조현병의 모든 것 10장 10대 주요 문제, E 풀러 토리
환자가 공격 또는 폭력 행동을 한 적이 있는 가족은 몹시 통렬한 고통을 느끼며 아주 특별한 종류의 지옥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가족 구성원들은 종종 환자를 두려워하는 동시에 그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을 느끼며 그 행동이 비정상적인 뇌 기능의 산물임을 인지하고 있다. 가족들이 필연적으로 느끼는 이런 양가감정은 무시무시할 정도다. 공포와 사랑, 회피와 다가감이 불안정한 채로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나중에 환자가 아무리 다시 좋아지더라도,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흐르더라도, 과거의 공격이나 폭력의 기억은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조현병의 모든 것 10장 10대 주요 문제, E 풀러 토리
대다수 조현병 환자가 병의 과정에서 어느 시점엔가는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아서 조현병 환자의 우울증을 경계하고 우울증이 생길 경우 항우울증약으로 적극 치료한다. 우울증은 조현병의 질병 과정 자체에서 생길 수도(즉, 조현병이 뇌 화학에 영향을 미쳐 우울증을 초래할 수도) 있고, 자기 병세의 위중함에 대한 환자의 자각 때문에(즉, 병에 대한 반응으로서) 생길 수도 있으며, 때로는 조현병 치료에 사용하는 약의 부작용으로 생기기도 한다.
조현병의 모든 것 10장 10대 주요 문제, E 풀러 토리
사람들이 조현병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조현병을 초래했다며 서로를 비난할 뿐이다.
조현병의 모든 것 11장 환자와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조현병을 이겨낼 수 있을까, E 풀러 토리
병을 두고 서로를 비난하는 것은 조현병의 비극을 몇 배나 더 증폭시킨다. 조현병은 그 자체로 뇌의 만성질환이며, 개인과 가족에게는 불가항력으로 닥쳐온 불행이지만 그래도 대개는 관리할 수 있는 규모의 불행이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들이 그 병의 무게에 비난까지 더한다면, 조현병은 가족 전체를 이루는 구조보다 더 밑으로까지 뿌리를 뻗으며 무한한 규모의 재앙으로 확대된다.
조현병의 모든 것 11장 환자와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조현병을 이겨낼 수 있을까, E 풀러 토리
부모가 자기들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큰 아이에게 조현병이 발병했다고 믿는다면, 이론상 그 행동을 하지 않으면 작은 아이의 조현병은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반면에 모든 증거가 암시하는 대로 조현병이 생물학적으로 발생하는 무작위적 사건이라고 믿는다면 그들로서는 조현병을 예방할 가망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이런 가족들에게는 죄책감을 갖는 것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제공한다. 죄책감을 놓지 않으려는 가족의 또 다른 유형은, 죄책감이 그 가족의 삶의 방식이 된 경우다. 이런 가족에서는 대개 한 명 이상이 장기간 심리치료를 받고 있고, 이들은 죄책감을 낙으로 삼고 있으며, 죄책감에서 허우적거리며 서로를 비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여가 활동이다.
조현병의 모든 것 11장 환자와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조현병을 이겨낼 수 있을까, E 풀러 토리
조현병 환자에게서는 이런 식의 꾸밈없는 대답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사회적 체면치레를 모두 제거해버린 대답, 우리 모두 가끔은 말해버리고 싶지만 대개는 입 밖에 내지 않는 그런 대답 말이다. 이럴 때 조현병에 걸린 사람과 함께 웃을 수 있으면 모두에게 치유가 된다. 그럴 때 화를 내는 건 물론 더 상처가 되지만.
조현병의 모든 것 11장 환자와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조현병을 이겨낼 수 있을까, E 풀러 토리
환자가 병에 걸리기 전에 비범할 정도로 장래가 촉망되던 사람일수록 그러한 예상을 수정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런 가족들일수록 그 사람이 언젠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예전의 경력을 이어갈 거라는 희망을 해가 가고 또 바뀌어도 계속해서 붙들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계획들을 세우고, 대학이나 성대한 결혼을 위한 돈을 저축하면서 ‘그 애가 다시 건강해질 때’에 대한 거대한 착각을 가족끼리 공유하며 함께 서로를 속이는 것이다.
조현병의 모든 것 11장 환자와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조현병을 이겨낼 수 있을까, E 풀러 토리
이런 착각의 문제는 병든 당사자가 그것이 착각임을 알고 있고, 따라서 자기로서는 불가능한 일을 해내야 하는 상황에 갇혀 버린다는 점이다. 환자가 가족을 만족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완치되는 것밖에 없는데, 그것은 그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몇몇 연구자들은 이런 문제를 감지하고 가족들에게 환자에 대한 기대를 낮추라고 권고해왔다. 그렇게 하면 가족들 자신도 더 행복해진다.
조현병의 모든 것 11장 환자와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조현병을 이겨낼 수 있을까, E 풀러 토리
전문가와 환자 모두에게서 가장 존경받는 직원은 환자를 뇌 질환이 있어도 여전히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사람이다. 가장 존경받지 못하는 직원은 환자를 내려다보는 태도로 대하며 그들의 열등한 위치를 자주 상기시키는 사람이다. 이러는 이유는 대개 그 직원들이 조현병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 병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현병에 걸린 사람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바로 ‘친절하게’다.
조현병의 모든 것 11장 환자와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조현병을 이겨낼 수 있을까, E 풀러 토리
대개는 가족들이 환자의 감각적 경험의 유효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 경험에 대한 그들의 해석은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다. “너는 거기 뱀이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믿는 걸 거야. 하지만 나는 그 이유가 병 때문에 네 뇌가 너에게 장난을 치고 있어서라고 생각해.”
조현병의 모든 것 11장 환자와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조현병을 이겨낼 수 있을까, E 풀러 토리
그러나 나머지 성격특성들에 대한 척도에서는 차이가 매우 적었고, 전통적 가치 고수, 위험 감수 행동에 대한 흥미 같은 또 다른 척도들에서는 사실상 아무 차이도 없었다. 조용하고 신실한 두 여성은 둘 중 한 사람이 조현병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용하고 신실했다. 말썽을 잘 부리고 위험한 행동을 감행하는 한 쌍의 젊은이들은 한 사람이 조현병에 걸렸음에도 여전히 말썽꾼에 위험한 행동을 좋아했다. 조현병에 걸린 사람도 핵심 성격은 최소한으로만 변한다.
조현병의 모든 것 12장 자주 묻는 질문들, E 풀러 토리
물론 그 사람에게서 보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성격특성을 모두 조현병 탓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은 언제든 든다. 나는 환자 가족들이 실상과는 아주 다르게, 병든 가족이 조현병에 걸리기 전에는 아주 이상적인 성격이었던 것처럼 회상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또한 병에 걸리기 전에도 갖고 있던 모든 결점과 약점을 병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는 환자도 많이 보았다.
조현병의 모든 것 12장 자주 묻는 질문들, E 풀러 토리
조현병이 없는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듯이 조현병에 걸린 사람 중에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조종하는 데 자신의 증상을 매우 잘 이용하는 이들이 있다. 예를 들어 자기가 살고 싶지 않은 곳에 배정되었을 때 병원이나 이전에 살던 곳으로 다시 보내지려면 어떤 식으로 행동하면 되는지 정확히 안다. 내가 맡았던 환자 중에도 병세가 개선되었을 때 내게 “선생님, 내 상태가 좀 좋아지기는 했지만, 일을 해도 될 만큼 충분히 좋아진 건 아닙니다”라고 의도가 뻔히 보이는 말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조현병의 모든 것 12장 자주 묻는 질문들, E 풀러 토리
어떤 사람의 행동이 정신이상의 ‘결과’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고 주관적인 일이다. 누군가 지적했듯이 “그 말의 정의상 거의 모든 범죄가 정신이상이라고 표현할 만한 사회규범의 위반들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저항할 수 없는 충동’에 대해서는 “저항할 수 없는 충동과 저항하지 않은 충동을 구분하는 선은 아마도 황혼과 땅거미를 구분하는 선만큼 모호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그런 판단은 지나간 시점에 회고적으로 내려진다는 사실도 어려움을 한층 더한다.
조현병의 모든 것 12장 자주 묻는 질문들, E 풀러 토리
은유와 상징적 사고가 불가능해지는 것 또한 종교적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방해하는 또 한 가지 요소다. 대부분의 공식화된 종교적 신앙 체계에서는 은유와 상징적 사고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수의 조현병 환자가 이 병을 앓는 과정 내내 종교적 문제들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실제로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조현병 환자의 30퍼센트가 “발병 이후 신앙심이 더욱 깊어졌다”고 보고했다.
조현병의 모든 것 12장 자주 묻는 질문들, E 풀러 토리
1960~1970년대 영화에서 정신이 온전치 않은 사람을 표현하던 또 하나의 흔한 방식은, 주변의 정상적이라 주장하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제정신인 존재로 묘사하는 것이었다.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영화 〈왕이 된 사나이〉(1966)에서는 정신병원 입원환자들이 병원을 떠나 전쟁 통에 모두가 버리고 떠난 마을을 차지한다. 그들이 보이는 정상적인 행동은 계속되는 전쟁의 광기와 대조되고, 앨런 베이츠가 연기한 플럼픽 일병은 결국 군대를 떠나 그 환자들의 무리에 합류하기로 결정한다.
조현병의 모든 것 13장 대중의 눈에 비친 조현병, E 풀러 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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