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4. 조현병의 모든 것

D-29
대도시에서 살면서 시골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 자극량을 줄이고 싶은 사람, 바로 접니다. ㅠ.ㅠ
저도 그런 편이라, 신자도 아니면서 한 해에 두 세번씩 절에서 짧게 지냅니다. 많이 도움이 되더군요. 자극에 민감한 사람이 있나 봅니다.
제 아는 분 중에서 한 사람이 조현병으로 보여요. 나이는 30대 중반 정도 된 남자인데... 조현병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이미 정신병원에도 입원했다가 퇴원했다가 하는 분이니까요. 말을 하면 확실히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을 합니다. 그냥 뒤죽박죽이죠. 조현병 사고패턴 중에서 '연상의 이완'에 해당하는 분이네요. 1년에 2개월 정도는 입원했다가 컨디션 좋으면 퇴원하는데 아침에 항상 목욕탕에 갑니다. 요즘에는 주로 그 시간 때에 만나는데 만나면 반갑게 아는 척을 합니다. 과거에는 조금 인연이 있었기 때문인데 물론 두 세 마디 얘기하면 말이 안되니까 내가 인사하고 보내죠. 애 엄마는 혹시 애가 어디 나가서 사람들에게 잘못 보여서(사실 일반인들에게 오해받을 행동을 많이 하니까) 아마 사람들 안 다니는 새벽에만 내보내는 것 같습니다. 이 집 부모님은 이 동네에서는 소문난 맛집을 운영하는 분인데... 자식 때문에 항상 노심초사하죠. 그리고 조현병 중에 폭력적인 조현병자는 거의 없어요. 자신이 사회적으로 매우 낮은 어려운 위치인 거를 분위기로 대략 파악하는 듯 하더라구요.
정확한 진단은 임상의의 판단이 필요하겠지만, 본인과 가족 모두 고생이 많을 것 같네요. 안타깝습니다.
사실 조현병 진단에 필수적인 단 하나의 증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고장애, 정동 이상, 행동 이상 같은 다른 증상들을 함께 겪으면서도 망상이나 환각 증상이 전혀 없는 조현병 환자도 많다. 덧붙여 망상과 환각은 조현병 외 다른 뇌 질환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조현병의 모든 것 〈1장 광기 내부의 세계: 안에서 보는 모습〉, E 풀러 토리
어느 날 내게 자신의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고 한 환자가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좋아지고 있다는 걸 알아요. 내 목소리가 그렇게 말했거든요.”
조현병의 모든 것 〈1장 광기 내부의 세계: 안에서 보는 모습〉, E 풀러 토리
조현병 환자인 마이클 웩슬러는 이를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깔끔하게 요약했다. “정말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상태로 깨어 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보다는 그게 더 나을 거예요.”
조현병의 모든 것 〈1장 광기 내부의 세계: 안에서 보는 모습〉, E 풀러 토리
모든 감정이 빠져나가 공백만 남는다는 이 대목을 읽고 무척 놀랐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책에서 언급된 다른 조현병 증상은 어떨지 조금이라도 상상이 가는데, 감정이 빠져나간 상태는 어떤 상태일지 도무지 상상이 안되네요.
저도 놀랐습니다. 모든 감정이 빠져나간 상태는 우울증에 해당할 거라 생각했는데요.
네 저도 우울증이 슬픈 감정의 지속이기 보다는 무감정한 상태의 지속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조현병 환자의 무감정한 상태에 대한 묘사를 보면 우울증과는 또 다른 차원인 것 같았습니다. 이제 1장을 다 읽었는데 조현병이 끔찍한 질환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알게 됩니다. @장맥주 님이 <부모와 다른 아이들>을 읽고 '자폐증 환자 부모는 절망하는 것 같았고, 조현병 환자 부모는 공포에 질린 것 같았다.'고 하셨는데 또한번 공감합니다.
그 분의 부모님 보면... 그냥 다 운명이려니 생각하시더군요. 그래도 그분의 여동생은 그런 형편에서도 삼성전자 생산직으로 들어가서 결혼하고 아이낳고 그래서 손자 보는 맛에 산다고 합니다. 어차피 이 분은 사회생활은 글렀구요.
저는 대체로 과학기술 발전이 인간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태도는 아닌 편인데, 이런 때에는 과학의 발전을 애타게 기다리게 되네요...
과학기술이 상당부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전 맞다고 봐요. 예전에는 그냥 하늘의 뜻이니 했던 게(대표적으로 문둥병도 그렇고 간질도 천질이라면서 하늘이 내린 병으로 생각했죠) 이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닌 게 되었고요. 오늘 어떤 할머니와 이야기를 했는데 이분이 자식이 넷인데 원래는 다섯인데 하나는 죽었다는군요. 1970년 경의 일인데 아이가 저체중으로 태어나서 살기 어려웠는데 자기 시어머니와 의사가 짜고서 아이를 방치해서 죽게 했다더군요..
<부모와 다른 아이들>에서 좌절이나 공포 때문에 정신장애가 있는 자녀를 살해하는 부모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이 정말 슬프고 무서웠습니다.
오늘날에는 조현병 환자가 둔한 감정과 무관심을 흔히 경험하는 이유는 조현병 치료제의 부작용 때문이라는 생각이 유행처럼 번져있다. 사실 이런 생각은 아주 조금만 진실이다. 조현병 치료에 쓰는 많은 약에 감정을 차분하게 만들거나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감정이 둔하게 마비되고 의욕이 희박해지는 것은 병 자체의 결과지 약의 영향이 아니다. 이는 그 약물들이 도입되기 전 문헌에 묘사된 환자들의 모습만 봐도 쉽게 증명된다.
조현병의 모든 것 〈1장 광기 내부의 세계: 안에서 보는 모습〉, E 풀러 토리
저 이미지는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고흐의 그림인데... 저렇게 보이는군요. 정말 저렇게 세상이 보인다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현실에 있는 것인지 알기 힘들 듯.
뭐 당시에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겠지요. 당시까지만 해도 기근이 있던 시절이니까 저체중으로 태어나 오래 못 살 거 같은 애들은 그런 식으로 유기해서(요즘에는 엄연히 살인죄) 버리는 일이 많았다는데... 할머니는 어린 천사가 하느님을 만나러 갔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군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강에서 바구니에 담긴 아기들을 건지는 설화들이 있는데, 이 또한 고대의 영아 살해 방법이었을 것 같습니다. 직접 죽이기는 너무 마음에 부담이 되니 그런 식으로 '떠나 보냈던' 듯합니다.
질병 인식이 줄어드는 현상은 다른 뇌 질환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의 경우 대개 처음에는 병을 인식하지만 병이 진행될수록 병식이 사라진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했을 때 공개적으로 자신의 병을 밝혔지만, 병이 진행되면서 병식을 잃었고 심지어 가족들도 알아보지 못했다. 다른 유형의 치매와 일부 뇌졸중 환자의 경우에도 병식이 감소한다. 뇌졸중을 겪은 사람 중에는 증거가 분명히 눈에 보이는데도 자신의 팔이나 다리가 마비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이들도 있다. 병식 감소는 공식적인 신경학적 용어로 질병인식불능증(anosognosia)이라고 한다.
조현병의 모든 것 〈1장 광기 내부의 세계: 안에서 보는 모습〉, E 풀러 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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