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읽기클럽)3.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D-29
<1비트짜리 오류>를 펼치자마자 한 문장이 가슴에 와 박혔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하나하나의 이름을 두 번 정의한다는. 한 번은 앞 날에 대한 기대로 한 번은 지난 날의 요약으로. 이래서 켄 리우^^
<그 짐은 영원히 그대 어깨 위에> 는 약간 위트가 있다고 해야하나요? 먼 미래의 고고학자들이 루나라는 지구 유적을 탐사하면서 생긴 일이 모티프인데 명성을 지키려 진실의 가능성을 외면하는 학자의 모습이 제목에 있는 짐을 가리키는 중의적인 의미일까요?
순서대로 읽을까,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오는 순서대로 읽을까를 고민하다 첫 작품은 그래도 소설집의 첫 이야기 <루프 속에서>로 골랐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지 않는 전쟁은 어쩌면 사람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고 서로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대신 그 싸움을 하게 해 주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행위의 주체를 무엇으로 포장하든 결국 그 마지막의 마지막은 사람이 남는 거였네요. 흐릿한 렌즈로 전장을 누비는 드론 뒤에는 순간적으로 무서운 판단을 했어야 했던 그로 인해 결국 자신의 삶도 놓아 버린 카이라의 아빠가 있었고, 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낸 알고리즘 뒤에는 카이라가 있었으니까요. 기술이 발전한다고, 우리의 삶은 나아질 거라고 희망찬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우리 삶의 모습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 그 자체라고 생각했습니다.
@강희누나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 죽일 사람을 고르고 결정하고 결국 그 결정의 대상이 사람이라는 것이 끔찍했어요. 소설 마지막이 그래서 더 무서웠고요...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느 전쟁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터에서 기계가 사람을 대리해 사람을 공격하고 싸움을 이어나가면서, 이게 첨단이라고 위안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의 주체가 사람이라는 것이 참 아픈 현실인 것 같습니다. 기계 뒤에 숨는다고 숨어지는 것이 아니구나 싶었어요.
@강희누나 절대 공감합니다.^^ 오늘은 <장거리 화물 비행선>에 나오는 소동파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를 찾다가 등려군의 목소리로 부근 '단원인장구'를 들었어요. 원래 좋아하는 가수인데 이렇게 소설을 통해서 또 다른 노래를 알게 되니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이 가수는 중국 사람들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가인인가 봐요.
햇살 좋은 날 다소 이질적인 작품이지만, <우수리 불곰>을 읽으며 황량한 벌판에 저 스스로를 던져놓고 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일본 제국주의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시대와 이야기의 ‘기술력(?)’이 다소 이질적이라 오히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과연 인류가 과연 제국주의 시대를 넘어서긴 한 것일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어요. 인류는 시대의 강을 건너온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결국 역사는 그대로 쌓여 그 시대를 온전히 버린 것은 아닐지도요.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의 시선에서는 복수해야 할 대상이었던 ‘곰’이 그 이전에 사람의 필요에 의해 일방적으로 희생당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다시금 기억하며 인류가 지구상에 저지르고 있는 수많은 범죄를 어떻게 갚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네요.
@강희누나 시대배경과 이질적인 기술력이라는 표현에 동감합니다. 아직 <북두>를 안 읽으셨을까요? <우수리불곰>과 <북두>가 다 동북아시아 역사 배경이고, 특히 <북두>는 임진왜란이 배경이다 보니 더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먼 역사를 현대적인 기술과 섞어 묘사한 점은 비슷하고요. 저는 <북두> 중에 잠깐 나오는 정화원정대 이야기를 읽으며 <1434>라는 오래 전에 읽었던 책도 떠올랐습니다. 왜 명나라가 그런 문물을 가지고도 몰락했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소설 속에서 만력제가 대답하네요. 물론 뭐가 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1434: 중국의 정화 대함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불을 지피다이 책에서 15세기 중국 함대의 유럽 방문이 르네상스를 촉발했다는 흥미진진한 증거를 제시하며 역사를 재해석한다. 역사 교과서에서는 르네상스를 그리스와 로마의 전통적인 사상과 이상의 재발견에 따른 결과로 설명한다. 그러나 저자는 1434년에 중국이 유럽의 르네상스를 불러일으켰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친다. 그에 따르면, 1434년 이후 유럽인들은 중국의 지적 자산, 새로운 발견, 발명품 등을 받아들였고, 그것은 오늘날 서구 문명을 지탱하는 기반이 되었다고 말
이 땅의 시각에서, 여기서 배운 역사로 알고 있던 시대의 이야기를 다른 땅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 재미있었습니다. 당시 그 전쟁이 조선뿐만 아니라 조선을 지척에 두고 있는 ‘명’도 당사자였다는 걸 다시금 생각하게 하네요. 물론 이 이야기 역시도 시간이 존재하는 곳과 이야기를 아우르는 기술이 존재하는 곳의 이질감이 재미를 더하는 것 같았습니다. <루프 속에서>에서 전쟁의 당사자일 사람을 지키기 위한, 사람 앞에 내세우기 위한 기술 뒤에도 결국 사람이 있어 그 책임은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과는 또 다른 결로 기술의 이야기를 다루는 면도 흥미로웠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소설집의 제목 <신들은 죽임 당하지 않을 것이다>을 가진 소설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대신 '신들은...'으로 시작하는 세 편의 소설이 포스트 휴먼 3부작으로 실려 있더군요. 목줄을 차지 않고, 순순히 죽지 않고, 헛되이 죽지 않을 신이된 기계 혹은 기계가 된 인간의 이야기가 결국은 이 소설집의 핵심인가 봅니다. 재미있게 읽었도 앞으로도 이 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여러 분들과 나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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