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혼자 읽기

D-29
이런 단순 반복적인 일을 하는 노동자는 어떤 이들일까? 이미지 레이블링 한 개당 고작 몇 센트의 보수를 받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결국 이런 일이라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다. 부업으로 일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이를 주 소득원으로 삼고 있다. 미국에서는 주로 저소득층 노동자나 주부 혹은 집 밖에 나갈 수 없는 이들이다. 장애를 갖고 있거나 가족을 돌봐야 해서 외출할 수 없는 이들, 혹은 공부를 하고 있어 정규 시간에 일을 할 수 없는 이들이다. 온라인으로 노동력이 중개되는 이 업무에 총 40여 개국의 노동자들이 참여하는데, 주로 저개발국가의 노동자들이 대다수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7장 마이크로워크: AI 뒤에 숨은 인간, 불평등의 알고리즘〉 (하대청), 신상규 외 지음
이들의 실상에 대한 체계적인 통계는 없지만, 국제노동기구의 한 조사에 따르면 AMT에서 데이터 처리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은 평균 시간당 4.43달러를 벌었다. 그나마 미국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4.7달러를 번 반면, 아프리카에서 원격으로 일하는 이들의 시간당 임금은 고작 1.33달러에 그쳤다. 하루 8시간 일한다고 이 돈의 8배를 버는 것도 아닌데, 그중 상당한 시간은 적합한 업무를 검색하거나 업무 수행 자격이 되는지를 입증하기 위한 테스트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하루 종일 일하고 8~10달러를 버는 경우가 많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7장 마이크로워크: AI 뒤에 숨은 인간, 불평등의 알고리즘〉 (하대청), 신상규 외 지음
기술발전으로 인간이 쓸모없어질 것이라는 내러티브는 경계해야 한다. 기술발전은 거역할 수 없는 것이고, 인간이 쓸모없어지는 것 또한 막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의 쓸모없음을 정해진 미래처럼 만드는 것이다. 인간노동자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나는 것은 이제 기술발전의 필연적 결과일 뿐이니 순순히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기술의 오랜 역사가 보여주듯이, 사실 기술발전은 하나의 결과를 지시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지하고 설계하느냐에 따라 기술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때로는 기술의 경로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7장 마이크로워크: AI 뒤에 숨은 인간, 불평등의 알고리즘〉 (하대청), 신상규 외 지음
지구 생태계의 혼란을 벗어나 우주로 도피하려는 영화 속 계획이 실제로 추진 중이라고 한다. ‘페르세포네 프로젝트’는 “지구가 기후 변화나 핵전쟁, 생물전으로 인해 인간에게 쓸모없는 지대가 될 경우를 대비해 인간 문명을 보존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한다. 이 프로젝트의 취지에 대해 『인류세』의 저자인 사회학자 클라이브 해밀턴은 이렇게 반문한다. “왜 우리가 인간 문명을 보존해야 한단 말인가? …… 문명을 태동시킨 자연 조건을 지켜 내지 못한다면, 그 문명은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8장 인류세: ‘인간’이 만든 인류의 곤경〉 (송은주), 신상규 외 지음
이렇게 ‘선한 인류세’가 가능하다고 낙관하는 이들이 에코모더니스트ecomodernist이다. 그중 대표적 인물인 얼 엘리스Erle C. Ellis는 역사적으로 인간이 자연 체계를 변화시켜 왔지만 지구는 늘 그러한 변화를 잘 수용하여 더욱 생산적으로 변모해 왔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역학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일은 없다고 주장한다. 지구는 인간의 지식과 기술로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며, 이를 잘 사용하기만 한다면 인류세는 위기가 아니라 인류를 도약하게 하는 위대한 지질연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8장 인류세: ‘인간’이 만든 인류의 곤경〉 (송은주), 신상규 외 지음
에코모더니스트들의 주장은 과학기술로 자연과 물질의 제약을 극복하고 인간의 능력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는 전통적 휴머니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의 입장과 유사하다. 자연은 인간이 통제 가능한 대상이며, 인간은 자연을 배경으로 잠재된 가능성을 실현한다. 그들은 서구 문명의 역사는 언제나 자연에 대한 인간의 전쟁, 물질에 대한 정신의 전쟁, 숙명에 대한 자유의 전쟁을 천명하며 전진해 왔고, 역사는 이런 끝없는 투쟁의 이야기였다고 주장한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8장 인류세: ‘인간’이 만든 인류의 곤경〉 (송은주), 신상규 외 지음
에코모더니스트와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의 사상적 기반인 계몽주의적 휴머니즘의 인간 주체는 자연을 배경으로 자기의 의지를 실현해 나가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주체였다. 근대 이후의 자연은 그 자체로는 생명이 없는 죽은 객체로서의 자연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마음대로 통제하고 이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수동적이고 무력한 대상이었다. 인류세에 들어와 자연과 인간의 역사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자연이 더는 수동적인 객체가 아니라 인간과 공동의 지구 역사를 만드는 행위자가 되었다. 따라서 인간과 자연을 별개로 보는 근대 계몽주의의 관점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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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시 소련 당국은 주민들을 다 소개한 후 마을에 남은 가축이나 야생동물들을 하나씩 다 쏘아 죽였다. 오염되었기 때문에 살려 둘 수가 없었던 것이다. 주민들이 키우다가 버리고 간 개나 고양이들이 인적이 끊어졌던 마을에 나타난 사람들이 반가워서 뛰어 나오면 하나씩 총을 겨눠 쏘아 죽였다. 흙도 모조리 파내서 콘크리트 관에 넣어 묻었다. 증언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땅 껍질을 벗겼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8장 인류세: ‘인간’이 만든 인류의 곤경〉 (송은주), 신상규 외 지음
인류세의 이야기는 단순히 인간의 종말에 관한 어둡고 음울한 경고가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포스트휴먼이 된다는 것이 진정으로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포스트휴먼이 된다는 것은 정신을 컴퓨터에 업로드하고 기계적 보철 장치로 신체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투공성(透孔性)의 존재이며 주변 환경과 모든 비-인간 존재들과 연결되어 운명을 함께하는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다. 라투르는 이를 ‘지구에 묶인 자(Earthbound)’라고 표현했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8장 인류세: ‘인간’이 만든 인류의 곤경〉 (송은주), 신상규 외 지음
과학사가 도나 해러웨이는 인류세에 대한 두 가지 반응, 곧 기술적 해법이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는 믿음과, 반면에 이미 모든 것이 늦었고 어떤 노력도 무의미하다는 비관주의 모두를 비판한다. 우리가 인류세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곤란들과 함께 머물기』라는 해러웨이의 책 제목처럼, 이 곤란들과 함께 이 자리에 기꺼이 머물겠다는 자세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과학기술이 구원해 주리라는 환상 없이, 이 곤란들이 우리를 조만간 피할 수 없는 절멸로 몰고 가리라는 냉소적인 절망도 없이.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8장 인류세: ‘인간’이 만든 인류의 곤경〉 (송은주), 신상규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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