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I

D-29
아침에는 집 근처 내천가를 달리고 왔어요. 숨 고르며 돌아오는 길에 '4월의 금빛 햇살'을 본 것 같아요.
저도 같은 시에 눈길이 갔어요. 저는 그럼 <봄날은 간다>에서 다른 구절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신기해, 왼손에 있는 것을 오른손에 옮길 수 있다는 것 내 손에 있는 것을 네 손에 옮길 수 있다는 것 바구니는 넘치는데 우리는 점점 더 가벼워지네 바구니가 우리를 들고 둥둥 떠가는 것 같네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봄날은 간다> 중에서, 김행숙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헤어진 후라면 <봄날은 간다>는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의 모습을 달달하게 그리고 있어요. 장바구니를 들고 물건을 사러 가는 연인인데요,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랑이 공짜이기 때문에 이처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들 즉, 햇살, (달걀 내용물 말고)달걀 껍질, (빵이 아니고) 빵 냄새 같은 것들로 바구니를 채우고 싶다고 하네요. 사랑에 빠진 이들에겐 모든 것이 기적으로 느껴지지요. 왼손에 있는 것을 오른손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바구니를 왼손으로 들다가 오른손으로 드는 것일까요?) 내 손에 있는 것이 네 손으로 가는 것(바구니를 내가 들다가 애인에게 넘겨줄 수도 있겠죠?) 장바구니에 구매한 물건을 담아 집에 돌아오는 길에 바구니는 엄청 무거워졌을 테지만 연인들의 마음은 풍선처럼 하늘을 날아갑니다. 참으로 사랑스러운 시네요. : )
여드레 동안 시집 읽기가 끝났네요. 모르는 시집이었는데 마음에 드는 시를 여러 편 만났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문학의 언어란 본래 그러한 것이다. 말라르메가 말했듯 언어 자신을 드러내는 언어, 야콥슨이 말했듯 언어 자신을 전달하는 언어, 이 언어들이 존재하는 장소가 문학이다. 김행숙의 시에서 언어들이 일종의 존재로서 나타난다면, 그것은 이러한 의미에서다.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진정한 말의 시, 함께-있는 밤을 위하여' (박슬기) p. 128, 김행숙
저도 마침 김행숙 시인의 시집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를 못 읽고 있다가 다시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내맨뒤에 해설에서 좋은 문장을 발견해서 공유해봅니다.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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