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물러섰으면 좋겠다. 내가 당신을 조금 더 모르고, 당신이 나를 조금 더 모르면, 우리는 어쩌면 조금 더 좋은 사이일지 모르고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우리가 볼 수 있는 것 (38p),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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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ㅕㅇㅇㅣ
조금 늦게 합류해서 일단 우연히 펼친 페이지에 머물러보았습니다. 승강장 스크린 도어에 비친 내 모습을 볼 때 이 시가 생각날 거 같아요! '한 걸음 물러서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방송을 화자의 바람으로 이어지는 게 재밌으면서도 내용이 씁쓸해요. 외로운 나를 잘 표현한 거 같고요. 흑흑.. 저도 이런 생각 자주 하곤 하는데..
김새섬
저도 이 시가 마음에 남아서 오늘 올려야지 했는데 마침 나눠주셨네요. 그럼 저는 마음에 들었던 다른 구절을...
ㄱㅕㅇㅇㅣ
@정쏘주 마음에 드는 구절 올리다가 시에 대한 감상도 조금 남겨도 괜찮을지요? 남기고 나서 물어보고 있지만요. ㅎㅎ 댓글 쓰고 스크롤 올려서 보니까 '마음에 드는 구절'을 올리는 모임이어서요.
정쏘주
감상을 남겨 주시면, 더 좋죠!! 두 분( @ㄱㅕㅇㅇㅣ @고쿠라29) 덕분에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을 다시 한번 읽게 되었습니다.
김새섬
밖에서 당신을 봤어. 어젯밤 남편이 말했다. 제발 아무데서나 불행한 여자처럼 넋 놓고 앉아 있지 마. 그는 수치심을 느낀 것처럼 보였다.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우리가 볼 수 있는 것 ,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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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섬
남편은 지하철 승강장 벤치에 앉아있는 아내를 보았지만 사실은 아내를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정쏘주
@고쿠라29 그렇게 느끼셨어요? 1부에 수록되어 있는 시 가운데서, 이 시가 제일 슬펐습니다.ㅠㅠ
김새섬
저도 시를 많이 어려워 하는 편인데요, 이 시는 제가 평상시 지하철을 타면서 느꼈던 점들과도 많이 맞닿아 있어 참 좋았습니다. ^^
저의 짧은 생각을 더해 보자면 이 시의 제목이 '우리가 볼 수 있는 것' 인데요, 지하철이라는 공간이 정말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잖아요. 하지만 과연 이들을 우리가 정말 '보았다' 고 할 수 있나... 남편은 바깥에서 불행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아내를 '보았'지만 이유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지요. 서툴지만 이런 부분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늘은 2부를 읽어보겠습니다.
ㄱㅕㅇㅇㅣ
'보았'지만 이유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는 시선이 '사실은 아내를 보지 못한 것 같다'와 맞닿아 있겠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어쩐지 기혼자가 아니어서 그 연은 처음부터 눈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고쿠라29님 덕분에 다시 읽어보게 되었어요!
김새섬
바깥에서 우연히 우리 눈에 '보이는' 가족은 집에서 '보는' 거랑은 다르게 더 초라해 보이고 짠하게 보이기 마련인데요, 시 속의 남편은 안 그런 거 같더라고요. 아내를 진정 어린 시선으로 보고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체면만을 중시하는 그런 가족인 듯 느껴졌어요. ㅎㅎ
저도 잘은 모르겠고 그냥 느낌입니다. 다른 글은 판단하고 추론해 가면서 읽는데 반해 시는 그냥 느껴지는 대로 읽으려 합니다. ^^
김새섬
평소에도 나는 나쁜 상상을 즐겨했습니다.
영화 같은
영화보다 더 진짜 같은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시 중에서 ,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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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섬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는 이 시집의 표제작입니다. 이 시는 마치 스릴러 영화처럼 분위기가 조금 음산하고 우울합니다. 최근에 읽은 <30일의 밤>이라는 소설에는 다중 우주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내가 많이 나오는데, 이 시가 주는 느낌이 너무 비슷해서 신기했습니다.
김새섬
“ 밤마다 지붕 위로 올라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아무도 모르게 하는 일 하나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잖아요? 몰래 후원을 하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시를 쓰거나, 폭약을 제조하거나, 자위, 자해, 자살을 하는...... 그러나 밤은 이미 패색이 짙습니다. 저들은 패색을 밤의 색깔, 지구의 기분이라고 부릅니다. 저희들의 패색왕이여. ”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지구를 지켜라> 중에서 ,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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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상태5
거기까지 가는 길은 아는데
왜 가는지는 모릅니다.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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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ㅕㅇㅇㅣ
우와 최근에 제가 '헤매고 있지만 계속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와 딱 적절한 표현이네요! 다시 여기서 이 문장을 읽으니까 제가 생각했던 것이 더 선명해지고 확실해졌어요.
진공상태5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 김행숙
시를 찾아서 읽어 봤는데, 오.. 저에게는.. 어렵습니다.. ^^;;
그래도 읽어 보았어요. 두번, 세번.. 한번 더 읽어보겠습니다.
정쏘주
얼마 전에 카프카를 읽어서 그런지... 사흘간 2부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문장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김새섬
오늘부터는 3부 우리가 그림자를 던지자 첨벙, 하고 커다란 소리를 냈다 를 읽어볼게요.
김새섬
“ 아침에 일어나는 일
거의 잊혀진 것 같다
머리 하나를 두고 온 것 같다
머리가 두 개인 사람처럼
머리를 일으켰다
모든 게 너의 착각에서 시작되고 끝났다,
헤어질 때
당신이 한 말
두 명의 사람이 누워 있는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떠서
간신히 한 사람만 안아 일으켰다
라디오 스위치를 켜고
어제와 똑같은 아침 방송을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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