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I

D-29
저도 시를 많이 어려워 하는 편인데요, 이 시는 제가 평상시 지하철을 타면서 느꼈던 점들과도 많이 맞닿아 있어 참 좋았습니다. ^^ 저의 짧은 생각을 더해 보자면 이 시의 제목이 '우리가 볼 수 있는 것' 인데요, 지하철이라는 공간이 정말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잖아요. 하지만 과연 이들을 우리가 정말 '보았다' 고 할 수 있나... 남편은 바깥에서 불행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아내를 '보았'지만 이유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지요. 서툴지만 이런 부분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늘은 2부를 읽어보겠습니다.
'보았'지만 이유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는 시선이 '사실은 아내를 보지 못한 것 같다'와 맞닿아 있겠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어쩐지 기혼자가 아니어서 그 연은 처음부터 눈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고쿠라29님 덕분에 다시 읽어보게 되었어요!
바깥에서 우연히 우리 눈에 '보이는' 가족은 집에서 '보는' 거랑은 다르게 더 초라해 보이고 짠하게 보이기 마련인데요, 시 속의 남편은 안 그런 거 같더라고요. 아내를 진정 어린 시선으로 보고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체면만을 중시하는 그런 가족인 듯 느껴졌어요. ㅎㅎ 저도 잘은 모르겠고 그냥 느낌입니다. 다른 글은 판단하고 추론해 가면서 읽는데 반해 시는 그냥 느껴지는 대로 읽으려 합니다. ^^
평소에도 나는 나쁜 상상을 즐겨했습니다. 영화 같은 영화보다 더 진짜 같은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시 중에서 , 김행숙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는 이 시집의 표제작입니다. 이 시는 마치 스릴러 영화처럼 분위기가 조금 음산하고 우울합니다. 최근에 읽은 <30일의 밤>이라는 소설에는 다중 우주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내가 많이 나오는데, 이 시가 주는 느낌이 너무 비슷해서 신기했습니다.
밤마다 지붕 위로 올라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아무도 모르게 하는 일 하나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잖아요? 몰래 후원을 하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시를 쓰거나, 폭약을 제조하거나, 자위, 자해, 자살을 하는...... 그러나 밤은 이미 패색이 짙습니다. 저들은 패색을 밤의 색깔, 지구의 기분이라고 부릅니다. 저희들의 패색왕이여.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지구를 지켜라> 중에서 , 김행숙
거기까지 가는 길은 아는데 왜 가는지는 모릅니다.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김행숙
우와 최근에 제가 '헤매고 있지만 계속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와 딱 적절한 표현이네요! 다시 여기서 이 문장을 읽으니까 제가 생각했던 것이 더 선명해지고 확실해졌어요.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 김행숙 시를 찾아서 읽어 봤는데, 오.. 저에게는.. 어렵습니다.. ^^;; 그래도 읽어 보았어요. 두번, 세번.. 한번 더 읽어보겠습니다.
얼마 전에 카프카를 읽어서 그런지... 사흘간 2부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문장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오늘부터는 3부 우리가 그림자를 던지자 첨벙, 하고 커다란 소리를 냈다 를 읽어볼게요.
아침에 일어나는 일 거의 잊혀진 것 같다 머리 하나를 두고 온 것 같다 머리가 두 개인 사람처럼 머리를 일으켰다 모든 게 너의 착각에서 시작되고 끝났다, 헤어질 때 당신이 한 말 두 명의 사람이 누워 있는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떠서 간신히 한 사람만 안아 일으켰다 라디오 스위치를 켜고 어제와 똑같은 아침 방송을 들었다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아침에 일어나는 일> , 김행숙
시가 짧아 전문을 올려보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일>은 연애시로 느껴집니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헤어진 다음, '간신히' 일어나 '아침 방송을 들'으며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려는 연인의 노력이 못내 슬프게 다가오네요. 이 시에서 제가 굉장히 흥미롭게 본 점은 문장 부호의 사용입니다. 이 시에는 문장 부호가 딱 한 번 나오는데요 '끝났다' 라는 단어 뒤에 나오는 쉼표입니다. '끝났다' 라는 말 뒤에는 마침표가 나와야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쉼표를 썼습니다. 이 관계는 정말 끝난 것일까요? 시 속의 화자는 우리 사이가 끝난 것이 아니고 잠시 쉬어가는 것이라고 끝끝내 믿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슬픔을 담대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시 안에서 일어나는 일 자체가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졌어요. 리추얼, 이라는 단어가 생각나기도 했는데요. 맨 마지막 연에서 "어제와 똑같은 아침 방송을 들었다"는 행이 더더욱 그랬고요.
며칠 동안 들어와보지 못했는데 3일 남았군요 벌써! 자기 전에 시집 진득하게 읽어보고 내일 아침에 공유해볼게요.
@고쿠라29 @ㄱㅕㅇㅇㅣ 두 분은 시를 쓰고 계시나요? 아니시라면 얼른 시작하십시오.
한때 썼다가 지금은... 쏘주 님은 시를 쓰는 분이신가요?
일 년에 한 편 씁니다.^^
밤새 현관문을 열어놓고서 밤낚시꾼처럼 간이의자에 앉아 다리를 달달 떨고 있어 숲이 깰까 봐 숲이 우르르 일어나 아이를 물고 우리 집을 찾아올까 봐
[죽지 않는 그림자] 파괴된 건물의 파괴되지 않은 그림자들은 볼가 강물과 바람 속에 단단히 붙잡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그림자가 그곳에서 영원히 살아간다면, 그것은 강물과 바람의 힘이 아니라 전적으로 그림자의 의지에 따라 결정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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