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14. <중급 한국어>

D-29
저도 재미있거나 슬픈 책을 읽다가 대중교통에서 난감해지는 상황이 종종 있어요. 웃는 건 그래도 괜찮은데 눈물이 나면 정말 곤란하더라고요 ㅎㅎ 제 책을 읽다가 그런 경험을 하셨다니 반갑고 감사합니다 :)
최근에 ChatGPT 같은 인공지능(AI)이 활약하는 시대에 읽기와 쓰기는 어떻게 될지를 놓고서 짧은 글을 쓸 기회가 있었어요. 팬심 발휘했습니다.
이제 글머리에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와 『초급 한국어』 『중급 한국어』를 언급하면서 꺼냈던 이야기도 매조져 보자.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에도 재주가 있다. 생성형 AI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만든다. 그동안 예술과 같은 창작의 영역은 여전히 인간의 자리라고 생각했던(정확히 말하면 ‘오해했던’) 많은 사람을 당혹스럽게 하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어떤 글이고, 그림이고, 음악이냐다. 예를 들어, 생성형 AI가 수많은 웹소설을 학습해서 ‘여성향’의 로맨스 혹은 ‘남성향’의 무협물 한 편을 만들어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는 있다. 심지어 대량 생산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로맨스나 무협물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기존 웹소설의 여러 요소의 짜깁기에 불과할 것이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웹소설 플랫폼 기업도 있겠다.)
결국,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로맨스나 무협물에 무엇인가 ‘새로움’이 있다면 그것은 지시어를 입력하는 인간의 역량이다. 마치, ‘구상’과 ‘제작’이 분리된 현대 미술 작품의 소유권과 정체성을 구상한 화가에게 귀속시키는 것과 같다. 생성형 AI는 제작뿐만 아니라 구상에도 참여하지만, 그 기여에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생성형 AI는 GPT-4가 아니라 GPT-10이 나와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나 『초급 한국어』 『중급 한국어』 같은 책은 절대로 써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 세 권의 책은 온전히 저자의 경험과 해석을 원재료로 사용해서 써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최근에 사석에서 만난 문지혁 작가가 “문학의 미래에 ‘오토픽션’이 있다”고 얘기했던 것일까?)
맞습니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것은 데이터베이스화되지 않는 데이터들, 그러니까 '개인적인 경험'과 그 안에서의 '커넥팅 더 닷츠'를 통해 생성된 의미망 뿐인 것 같아요. 소설, 그리고 1인칭은 그런 의미에서 AI가 만들어내지 못하는 시선과 목소리를 담기에 가장 좋은, 혹은 마지막으로 남은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과 인사이트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독자의 처지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20대, 30대 여성 독자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에 열광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BTS RM)와 책을 통해서 정서적 공감을 얻고 싶다는 열망, 같은 세대의 우울증 치료 경험에 대한 공감이 중요했다. 내가 문지혁의 『초급 한국어』 『중급 한국어』에 매료되었던 것도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자 하지만 현실의 여러 장애물 탓에 고군분투하는 (어쩌면 저자 자신일 수도 있는) 작중 화자의 경험과 또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삶에 대한 통찰에 여러 측면에서 공감했기 때문이다. ChatGPT는 이런 일에는 미숙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 점은 ChatGPT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몇 차례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진행하고 나서 ChatGPT는 이렇게 생성형 AI의 한계를 털어놓았다. 이렇게 솔직한 친구라니!
“인간 작가는 AI가 생성한 콘텐츠에서는 부족할 수밖에 없는 복잡한 감정과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인간 작가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자기의 통찰’을 활용해서 설득력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반면에, 생성형 AI는 실제 경험에서 오는 감정적 깊이와 그것을 고유한 뉘앙스로 독자에게 전하는 데에는 역부족입니다.
마찬가지로, 인간 독자는 AI가 따라서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작품의 주제와 등장인물에 연결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AI는 독자의 선호도에 따라 개인화된 추천을 제공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작품을 독자에게 의미 있게 만드는 문화적, 사회적, 정서적 맥락을 이해하고 그것에 맞춤한 읽기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인간의 글쓰기와 읽기에는 AI가 따라 하기 어려운 수준의 창의성과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AI는 패턴과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생성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문학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한계를 뛰어넘는 진정으로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데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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