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책방] '한국작가들' 함께 읽기 1탄. 인생의 역사_신형철

D-29
언젠가 릴케는 문제의 묘석을 실제로 보았고, 거기 부조된 고대의 연인들(“절제하고 있는 그들”)에게서 ‘절제하는’ 사랑의 역설적 깊이를 보았다. 그가 말하는 ‘절제’란 사랑이 탕진되지 않도록 가장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하는 기술일 것이다. (...) 이제 그는 이렇게 말하기로 결심하는데 이를 제2비가의 결론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살며시 어루만지는 것, 그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임을.” 사랑 따위 아무 의미 없다는 말이 아니다. 격정으로서의 사랑이 덧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지 사랑을 하고 있다고 해서 진실로 존재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 천사가 껴안으면 바스러질 뿐인 우리 불완전한 인간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그를 ‘살며시 어루만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인간의 사랑이 취할 수 있는 최상의 자세일 것이기 때문이다. (...) 사랑의 관계 속에서 인간은 누구도 상대방에게 신이 될 수 없다. 그저 신의 빈자리가 될 수 있을 뿐.
인생의 역사(리커버) 2부 사랑의 면, <연인들에게 묻는다, 우리의 존재를> 중, 신형철
읽는 내내 많은 문장들이 붙잡아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유난히 “사랑”에 관한 문구들이 마음에 남습니다. ‘빗방울까지 두려워해야 했던 사람’이라는 구절에서는 짐작은 했으나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랑을 떠올리고 곱씹을 수 있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인생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지금은 살아서 존재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르는 중입니다.
읽는 내내 많은 문장이 붙잡았다는 말이 적확한 표현인 것 같아요! 저도 정말 그랬어요!
나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지만 어쩌자고 이런 것까지 모르는가. 왜 학교에서는 '슬픔학學'을 가르치지 않는가. 혼자 공부하다보면 언젠가는 이런 벽에 부딪힌다.
인생의 역사(리커버) 48, 신형철
'그러나 누구도 시인들만큼 잘 묻기는 어렵다. 나는 그들로부터 질문하는 법을, 그 자세와 열도와 끈기를 배운다. 그것이 시를 읽는 한 가지 이유다. 인생은 질문하는 만큼만 살아지기 때문이다. P87' 마지막 문장에서 머리가 띵 했어요. 질문하는 만큼만 살아진다니... 여러번 곱씹어볼수록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장이었어요. 질문하지 않는 인생은 무의미하죠. 내 삶에 얼마나 많은 질문을 던지고 또 답을 찾아낼 것인지,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답을 찾아내는 그 과정이 곧 인생일테죠.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본 사람일수록 농도 짙은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좋은 문장이 너무나 많네요 :)
맞아요 풀 수 없더라도 끊임없이 질문을 해야 의미있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이 책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인생은 희로애락을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슬픔에 대해서. 슬픔을 멀리 하고 이해하지 않으려는 이들을 멀리합니다. 슬픔을 공감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제 인생에 함께 했으면 합니다.
슬픔을 알고 깊이 느끼는 사람만이 진정한 행복을 아는 사람이라 저도 생각해요.
p. 8 ...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 p. 25 ... 그대는 그대 자신을 위해 그대를 돌보면 되고, 나도 그대를 위해 나를 돌보면 된다. p. 36 ...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 '나는 내 뜻대로 안 된다. 너도 내 뜻대로 안 된다. 그러므로 인생은 우리 뜻대로 안 된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되면, 그 이전 과는 사뭇 다른 눈으로 시를 읽고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제 돌을 갓 지났을 작가 분의 아이에게 작가는 자신을 마음 껏 이용해 줄 것을, 자신은 아이를 위해 조심하고 또 조심할 것을 다짐합니다. 그 시기를 조금 먼저 지나온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합니다. 조금 더 자란 아이들은 아빠가 필요하기도, 때로는 필요 없기도, 어느 순간에는 없는게 나을거 같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돌이켜 보면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 아이들의 생각이 영 잘못 되었다고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더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세계를 찾아 떠나갑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때 부모는 아이들을 위해 스스로를 돌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내 곁을 떠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책임지고 돌보아야 합니다. 이제 나이가 좀 들고 나니, 주변의 친구들이 자의로 타의로 세상을 등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 다지만, 아이들이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형편이 될 때까지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기를 다짐하고, 아이들에게 짐이 되거나, 떠나가는 아이들의 발목을 잡는 인생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어쩌면 필요없는게 나은 순간도 온다는 것이 저릿하네요. 한편 독립되어진 한 사람을 키웠다는 것이 대단한 일이지 않을까 싶어요. 부모는 그래서 존경받아 마땅한 것 같습니다!
인생이란 온 몸으로 부딪히고 깨지고 부서지며 하나씩 배워 나가는 것 같아요. 가끔은 타협한것 같은 내 모습에 화도 나지만 그래도 그 모습조차 인정해가며 성장해가는 것 같아요.
타협도 필요하지요! 유연하게 사는 것도 인생 살아가는 한방법이지 않을까요?!
“일반적으로 말하는 슬픔이란 스스로를 가여워하는 감정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지만 스스로를 가여워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를 용서해야 한다. 스스로를 용서하기 힘든 사람은 쉽게 슬퍼할 수 없다.“
인생의 역사(리커버) 48, 신형철
이번주 너무 바빠서 ㅠ 첫 챕터밖에 못 읽었어요. 얼마전 출산을 한 친구한테 사주고 싶어서 주문 했답니다. 그 친구에게도 필요한 책인 것 같더라구오
부모가 되는 사람에게 정말 좋은 선물인 것 같아요!
"그러므로 나는 죽지 않을게. 죽어도 죽지 않을게." p26
비장함이 묻어나오는 문장이죠!
p64 이상하지,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 오늘은 이상하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시를 자주 보게 되네요. 아주 드물게 시와 음악이 가득한 하루였는데 딱 적당하게 서글퍼 집니다. 시간에 기대고 싶은 날이었어요.
적당하게 서글픈 날이라니!
P.34 요컨대 이 노래는 간절한 무無를 냉혹한 경竟이 무너뜨리는 구조로 돼 있다. 인생에는 막으려는 힘과 일어나려는 힘이 있다는 것. 아무리 막아도, 일어난 어떤 일은 일어난다는 것. P.35 그때 웬 노래였을까. 그가 물속으로 막 들어갔을 때만 해도 돌아오라는 절규였을 말들이 그가 물속에 잠기는 순간 인사불성의 노래로 바뀌기 시작했으리라. 에우리디케를 잃은 오르페우스 같았을 것이다. 네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었다. 여기서 너란 남편이기도 하지만 삶 그 자체이기도 할 것이었다. 이제 그녀 앞에는 뜻대로 안 되는 삶 대신 뜻대로 되는 죽은 만이 남아 있었다. -공무도하가 오랜만에 읽으니 고전시가 수업 생각나네요. 그때는 필기하고 해석만 외우느라 바빴었는데. 죽음만이 뜻대로 된다는 발췌문이 인상깊어 옮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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