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리얼리즘> 함께 읽기

D-29
<자본주의 리얼리즘> 를 함께 차근차근 읽어요. 입문자입니다.
불임이라는 주제를 은유로, 다른 종류의 불안이 전치된 것으로 읽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나는 이런 불안을 문화의 견지에서 읽어야 한다고, 나아가 이 영화가 다음의 물음을 제기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새로운 것이 없다면 하나의 문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청년들이 더 이상 놀라움을 만들어 낼 수 없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13, 마크 피셔
전통이 더 이상 논쟁되거나 변경되지 않을 때 그 전통은 아무 쓸모도 없어진다. 그저 보존되어 있기만 한 문화는 결코 문화가 아니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15, 마크 피셔
유럽과 북아메리카에 거주하는 스무 살 이하의 청소년 대부분에게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의 결여는 더 이상 쟁점조차 아니다. 자본주의는 생각할 수 있는 것의 지평을 빈틈없이 장악하고 있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25, 마크 피셔
"자본주의는 생각할 수 있는 것의 지평을 빈틈없이 장악하고 있다" 저는 어렴풋하게나마 그 예시가 저작권 문제 아닐까 싶어요. 거리에 울려퍼지고 사람들이 흥얼거리던 캐롤이나 저잣거리 광대의 공연 등까지 저작권으로 값을 매기는 것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숨쉬는 공기와 마시는 물에 돈을 매기는 것과 다름없지 않을까..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도 그렇고요. 그것을 한 회에 10원으로 할지 100원으로 할지 1000원으로 할지, 사후 10년으로 할지, 100년으로 할지, 결국 이런 건 다 권력싸움같고요. 시간이 될 때 카피 레프트에 대해 자세히 공부해보고 싶기도 해요.
'리얼해지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어떤 자연상태, 승자와 패자만이 존재하며 우리 대부분은 패자가 되기 마련인 그런 자연상태와 대면하는 것.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마크 피셔
예전에 이 책과 <오징어 게임>을 연결시켜 현대 극단적인 자본사회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꼬집은 글을 재밌게 읽고나서 이 책도 읽기 시작하다가 혼자 읽기 힘들어서 중단했는데 이렇게 함께 읽기 페이지가 있어서 참 반갑네요. 저는 초반부터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지 않아서 계속 읽기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것이 없다면 하나의 문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종말이 이미 왔다는 의심, 아마도 미래에는 반복과 재조합만이 남게 될 것이라는 생각... " 이라는 주장은 지극히 앵글로색슨 중심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동의하기 힘들었고, 새로운 것이 없다기에는 오히려 제3세계와 신흥국들 및 중국이나 라틴문화권 하다못해 한류까지 새로운 것들은 오히려 너무 많이 유입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자본주의는 "옛 문화의 실천이나 의례가 한낱 미학적 대상으로 전환됨에 따라 그것들에 대한 믿음은 객관적으로 아이러니해지고 인위적인 것으로 변형된다."라는 주장까지는 매우 통찰력있다고 생각했으나, 그 다음 "자본주의는 정교한 의례나 상징 수준에서 믿음이 무너진 뒤 남겨진 무엇이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편협하고 옛것만이 좋다고 생각하는 '꼰대'같아 못마땅하더라고요. 어쨌든 마크 피셔는 영국인이고 영미권 사회에 한정해서 그의 주장이 유효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시대에 매우 뒤쳐져있고 앵글로색슨 중심적인 사고방식(뭐.. 그들 세계가 다 그렇지만요)에 갇혀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던 것 같아요. 제 단점은 동의하기 어렵거나 공감이 가지 않는 글에 반박하고자 하는 심리가 강해서 글을 끝까지 못 읽는다는 건데, 이번 기회에 완독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한때 조금이나마 읽으면서 나눠보고 싶었던 얘기가 정말 많았던 책이라서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혹시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JJ 안녕하세요. 전혀 실례가 아니니 걱정 말고 의견 남겨 주세요:) 저는 이제 막 자본주의를 공부하고 있고, 모든 의견이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JJ님의 의견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언급해 주신 부분을 읽으면서 저는 오직 한국 문화내에서의 반복과 재조합에 대해 생각해서 어떤 의구심 없이 넘겨 버렸는데, 글로벌 문화를 기준으로 읽으면 분명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어요! 또한 "자본주의는 정교한 의례나 상징 수준에서 믿음이 무너진 뒤 남겨진 무엇이다."라는 문장은 저는 아예 이해가 되지 않아 표시해 두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공감이 가지 않아 이해 자체가 안 됐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JJ님의 관점을 함께 떠올리며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 기회에 다시 읽으시면서 저뿐 아니라 다른 분들과도 활발히 의견 나누시길요.
책을 끝까지 읽어 보니, 앞에 문화에 관한 언급은 체제에 관한 비유였던 것 같습니다. 문화조차도 새로운 것이 없고 반복과 재조합만 있다면 지속되기 힘든데, 현재의 자본주의 역시 참신하거나 새로운 점 없이(있다고 우리는 착각하고 있지만) 기존 이데올로기의 특징(예를 들면 관료주의)를 반복하고 있다고, 그러므로 옛것이 좋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미래를 향한 사회적 상상력이 필요한 때라는 주장을 필자가 하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해당 문장은 저는 이해가 어렵긴 하네요ㅠ ㅠ 이런 용어가 익숙해지거나 자본주의에 대해 지금보다 좀 더 배운 단계가 됐을 때 책을 다시 읽으며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는지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Aaaaan 창작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저작권은 무조건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카피라이트의 반대 개념이 도용이 아니라 카피레프트라는 것을 전혀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네요. 정말 말 그대로 '빈틈없이 장악하고'있군요...
선전 없는 파시즘이나 스탈린주의를 떠올리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누군가가 그것을 옹호하지 않더라도 완벽하게, 어떤 의미에서는 그래야 더 잘 굴러갈 수 있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34, 마크 피셔
자본주의가 반자본주의를 소비재로 전락시키고 도리어 그것을 자본주의 체계를 지속하는데 이용한다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어떻게 누군가가 그것을 옹호하지 않을 때 더 잘 굴러갈 수 있다는 말일까? 완벽한 체계는 아니지만 그동안 우리가 경험한 이데올로기 중 최악은 아니라는 말로?
화제로 지정된 대화
자본주의가 나쁜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는 동안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자유롭게 자본주의적 교환에 가담할 수 있다. 지젝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자본주의는 이러한 부인 구조에 의존한다. 우리는 화폐가 아무런 내재적 가치도 없는 무의미한 징표일 뿐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는 마치 화폐가 신성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라도 한 듯이 행한다. 더욱이 이러한 행동은 정확히 앞서의 그 부인에 의존하고 있다. 즉 이미 머릿속에서 화폐와 아이러니한 거리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행동에서 화폐를 물신화할 수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35~36, 마크 피셔
진정한 정치적 행위 능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욕망의 층위에서 자본의 무자비한 분쇄기 안에 들어가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환영적 대타자들에 대한 무지와 악의 적나라함 속에서 부인되고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 이 세계의 억압적 네트워크와 공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38, 마크 피셔
p38~39 실재the real 과 현실reality의 차이. "현실원칙을 통해 스스로를 자연적인 것으로 제시하는 어떤 현실도 의심하도록 유도" 하는, 이 개념이 라캉주의 정신분석학에서 비롯된 것인지 몰랐네요. "현실원칙은 단순히... 사물들이 어떻게 존재하는지와 연관된 어떤 종류의 자연적 방식이 아니다. 현실원칙 자체가 이데올로기적으로 매개된다. 그것이 이데올로기의 최고 형태를 구성한다고, 즉 자신을 경험적 사실 또는 필연성으로 제시하는 (그리고 우리가 비이데올로기적인 것으로 지각하는 경향이 있는) 이데올로기를 구성한다고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데올로기의 작동에 대해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정확히 여기다."
오히려 프로덕트레드가 보여 준 '펑크록'이나 '힙합'적인 특징이란 자본주의가 도시의 유일한 게임임을 '현실주의적'으로 수용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프로덕트레드의 목표는 그저 이 특수한 거래로 발생한 수익금 일부가 훌륭한 명분에 쓰인다는 사실을 확신시키는 것이었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40, 마크 피셔
현 체제 아래서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결국 자본주의적 '명분' 아래 합리화될 뿐이라면, 결국 어떤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뜻일까요
저는 이 챕터가 이해하기 조금 어려웠어요. 그렇지만 자본주의 구조 안에서 반자본주의 운동도 결국 소비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논지에는 동의해요. 양심의 가책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방식에 참여했다는 만족감을 돈 주고 얻는 행위에 불과할 뿐이니 결국 자본주의 구조 내에 머무는 선택인 것 같아요.
그것은 어떤 만연한 분위기에 더 가까운 것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은 문화의 생산뿐 아니라 노동과 교육의 규제도 조건 지으며, 나아가 사고와 행동을 제약하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42, 마크 피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그들은 사회주의에 반대하면서 종종 하향식 관료주의가 계획경제에서나 볼 수 있는 제도적 경화증과 비효율성을 야기한다며 맹비난했다. 신자유주의의 승리와 더불어 관료주의는 한물 간 것, 아쉬울 것 없는 스탈린주의적 과거의 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는 후기 자본주의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 대부분의 경험과 상충한다. 이들에게 관료주의는 여전히 일상생활의 커다란 일부다. 관료주의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가 변했으며 새롭고 탈중심화된 형태를 통해 오히려 증식했다... 이런 존속은 자본주의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이 자본주의 리얼리즘이 제시하는 그림과는 아주 다름을 시사한다." 42쪽
자본주의가 고통을 안기는 방식을 강조하는 도덕적 비판은 자본주의 리얼리즘을 강화할 뿐이다. 어떤 식으로든 자본주의 리얼리즘이 비일관적이고 방어될 수 없음을 보여 줄 때만, 다시 말해 자본주의의 표면적인 '리얼리즘'에 리얼리즘 같은 것은 없음을 드러낼 때만 그것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42, 마크 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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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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