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리얼리즘> 함께 읽기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자본주의가 나쁜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는 동안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자유롭게 자본주의적 교환에 가담할 수 있다. 지젝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자본주의는 이러한 부인 구조에 의존한다. 우리는 화폐가 아무런 내재적 가치도 없는 무의미한 징표일 뿐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는 마치 화폐가 신성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라도 한 듯이 행한다. 더욱이 이러한 행동은 정확히 앞서의 그 부인에 의존하고 있다. 즉 이미 머릿속에서 화폐와 아이러니한 거리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행동에서 화폐를 물신화할 수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35~36, 마크 피셔
진정한 정치적 행위 능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욕망의 층위에서 자본의 무자비한 분쇄기 안에 들어가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환영적 대타자들에 대한 무지와 악의 적나라함 속에서 부인되고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 이 세계의 억압적 네트워크와 공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38, 마크 피셔
p38~39 실재the real 과 현실reality의 차이. "현실원칙을 통해 스스로를 자연적인 것으로 제시하는 어떤 현실도 의심하도록 유도" 하는, 이 개념이 라캉주의 정신분석학에서 비롯된 것인지 몰랐네요. "현실원칙은 단순히... 사물들이 어떻게 존재하는지와 연관된 어떤 종류의 자연적 방식이 아니다. 현실원칙 자체가 이데올로기적으로 매개된다. 그것이 이데올로기의 최고 형태를 구성한다고, 즉 자신을 경험적 사실 또는 필연성으로 제시하는 (그리고 우리가 비이데올로기적인 것으로 지각하는 경향이 있는) 이데올로기를 구성한다고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데올로기의 작동에 대해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정확히 여기다."
오히려 프로덕트레드가 보여 준 '펑크록'이나 '힙합'적인 특징이란 자본주의가 도시의 유일한 게임임을 '현실주의적'으로 수용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프로덕트레드의 목표는 그저 이 특수한 거래로 발생한 수익금 일부가 훌륭한 명분에 쓰인다는 사실을 확신시키는 것이었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40, 마크 피셔
현 체제 아래서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결국 자본주의적 '명분' 아래 합리화될 뿐이라면, 결국 어떤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뜻일까요
저는 이 챕터가 이해하기 조금 어려웠어요. 그렇지만 자본주의 구조 안에서 반자본주의 운동도 결국 소비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논지에는 동의해요. 양심의 가책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방식에 참여했다는 만족감을 돈 주고 얻는 행위에 불과할 뿐이니 결국 자본주의 구조 내에 머무는 선택인 것 같아요.
그것은 어떤 만연한 분위기에 더 가까운 것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은 문화의 생산뿐 아니라 노동과 교육의 규제도 조건 지으며, 나아가 사고와 행동을 제약하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42, 마크 피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그들은 사회주의에 반대하면서 종종 하향식 관료주의가 계획경제에서나 볼 수 있는 제도적 경화증과 비효율성을 야기한다며 맹비난했다. 신자유주의의 승리와 더불어 관료주의는 한물 간 것, 아쉬울 것 없는 스탈린주의적 과거의 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는 후기 자본주의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 대부분의 경험과 상충한다. 이들에게 관료주의는 여전히 일상생활의 커다란 일부다. 관료주의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가 변했으며 새롭고 탈중심화된 형태를 통해 오히려 증식했다... 이런 존속은 자본주의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이 자본주의 리얼리즘이 제시하는 그림과는 아주 다름을 시사한다." 42쪽
자본주의가 고통을 안기는 방식을 강조하는 도덕적 비판은 자본주의 리얼리즘을 강화할 뿐이다. 어떤 식으로든 자본주의 리얼리즘이 비일관적이고 방어될 수 없음을 보여 줄 때만, 다시 말해 자본주의의 표면적인 '리얼리즘'에 리얼리즘 같은 것은 없음을 드러낼 때만 그것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42, 마크 피셔
이 책에 대안이 없다는 말씀을 하셨었는데 이런 비판을 통해 지반이 위태로워질 때 인간들은 가장 창의적인 대안을 만들어내왔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제목을 통해 저자가 주장하듯 "자본주의에는 대안이 없다"는 현실인식이 널리 공유될 때 대안에 대한 공모가 시작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p123 "스피노자는 중독이 일탈적 상황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표준 상태. 이 인간 존재는 (자신들 및 세계의) 얼어붙은 이미지에 의해 습관적으로 반응적, 반복적 행동에 사로잡히게 된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자유란 우리가 우리 행위의 실제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때만, 우리를 취하게 만들고 도취시키는 '슬픔의 정념들'을 물리칠 때만 성취될 수 있는 어떤 것이다.
추린 부분들을 다시 읽다가 니체의 '초인'과 '최후의 인간' 개념에 대해 찾아보고 왔어요.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방식 중 하나가 '소설 쓰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하셨잖아요. 자기 가치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니체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보여요:) 개인적으로 이 책이 제시한 대안이(특히 관료주의에 관한 대안이) 대학 기관이라는 특수한 곳으로만 좁혀져 있어서 아쉬웠지만 실재와 현실의 균열을 경험한 사람들이 점점 더 그 틈을 벌려 가며 공모해 나가야 하는 거겠죠. 몸은 최후의 인간으로 남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정신은 초인의 방향을 향해 있어서 더 괴롭네요. 하하ㅠ ㅠ
화제로 지정된 대화
라캉에게 실재는 모든 '현실'이 반드시 억압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현실은 바로 이러한 억압을 통해 구성된다. 실재는 재현할 수 없는 X, 겉으로 드러난 현실의 장내에 있는 균열과 비일관성 속에서만 엿볼 수 있는 어떤 외상적 공백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리얼리즘에 대항하는 한 가지 전략은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현실의 기저에 있는 실재(들)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45, 마크 피셔
기후 변화나 자원 고갈 위험은 억압되기보다는 오히려 광고나 마케팅에 통합되고 있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45, 마크 피셔
자본주의 리얼리즘은 악착스레 정신 건강을 날씨 같은 자연적 사실인 양 취급한다(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제는 날씨도 정치경제적 효과만큼이나 자연적 사실이 아니다). 정말이지 쟁점은 질환들의 바로 그 평범함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47, 마크 피셔
관료주의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가 변했으며, 이 새롭고 탈중심화된 형태를 통해 오히려 증식했다. 후기 자본주의에서 관료주의가 존속하고 있다고 해서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존속은 자본주의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이 자본주의 리얼리즘이 제시하는 그림과는 아주 다름을 시사한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49, 마크 피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반성적 무기력. 이들은 사태가 나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이사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또한 안다. 그런데 이런 '앎', 이런 반성성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수동적인 관찰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자기 충족적 예언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52, 마크 피셔
어디선가 우리나라의 출산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낮은 출산율을 무언가의 결여로 여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 대한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합리적으로 여겨지는 선택을 한다던 말이 생각나네요. 무기력한 젊은 세대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언급되기 시작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그들의 수동성이 아니라 '자기충족적 예언'일 수 있겠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햄버거를 원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니체를 원한다. 이들은 그 소화하기 힘듦, 그 어려움이 곧 니체라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며 소비 체계의 논리는 이러한 오해를 부추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57, 마크 피셔
이 문장이 저에게도 새로운 인식을 주었습니다. 난독증이라고 자처하며 읽기 어려운 글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문장을 읽고 나서부터는 수영 전에 깊이 호흡하고 잠수하듯이 문장 속에 잠수해보려고 시도해보게 되더군요. 성인이 된 후라도 가르침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작은 가르침들이 얼마나 큰 변화를 줄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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