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서점] 안희연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같이 읽기

D-29
사흘이면 벌써 이 모임도 마무리되는군요. 이번 모임에선 @겨울매미 님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ㅎㅎ 다른 두 분은 많이 바쁘신가봐요ㅠㅠ 이 책 꼭 다 읽어보셨으면 좋겠는데 말이지요. 이번 모임 책은 이미 다 읽고 그믐에 들어올 때마다 다시 읽고 있습니다. 필사해두었던 것도 연거푸 꺼내보고. 보면서 이건 왜 적어놨었던가, 생각도 해보고요. 제 생각 위로 작가님과 겨울매미님의 생각을 포개어 보다 보니 계속 새로운 생각들이 이어지더라고요. 아, 그러고 보니까 이번 독서 모임에서는 겨울매미님이 저의 '그 사람' 이군요! 예전에 읽은 책에서 이런 문장을 옮겨 적어둔 적이 있습니다. 안희연 작가의 '그 사람' 이라는 단어를 본 순간 그 문장이 떠올랐어요. '누구는 겨우 책 한 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책 한 권으로 어떤 사람이 몰려오기도 하는 법이었다.' - 김미현 <지금 난 여름에 있어> 정말 맞는 말이죠?
‘책 한 권으로 어떤 사람이 몰려오기도 하는 법이었다.’ 정말 맞는 말입니다. 제가 @무슨 님께 ‘그 사람’이 되어 기뻐요. 독서 모임 때마다 @무슨 님도 제게 ‘그 사람’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계속 생각하고 있다.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알고 듣고 이해하기 위해서.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p.156, 안희연
아침에서 저녁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삶에서 죽음으로, 상실에서 애도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옮겨야만 하는 우리는 모두 뒤축이 닮은 구두를 신고 있는 존재들입니다.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p.169, 안희연
닮은 > 닳은 / 오타가 났네요.ㅎㅎ 그믐에선 오타가 나는 것도 나름 묘미입니다. ㅎㅎ 그나저나 '닮은' 이라고 바꿔 써도 어째 의미가 통하는 느낌. 오늘 나는 무엇을 옮기느라 뒤축이 닳았나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인간의 삶이 때때로 아니 사실은 자주 그러하듯 햇빛과 물이 늘 충분한 것은 아니다. 바라고 믿는 것과 무관하게 나무는 시들고 열매는 상한다. 그럼에도 그 나무를 어떻게든 길러보려고 편향과 열정을 다하는 것. 누가 내게 삶의 정의를 묻는다면 그렇게 말할 것이다.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p.179, 안희연
얼마 전에 일 년 동안 키우던 화분을 분갈이해 왔습니다. 일 년 새 무성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자라주어 뿌듯해하면서요. 식물이던 동물이던 키우는 과정엔 정말로 키우는 사람의 편향과 열정이 필요한듯 합니다. 바라고 믿는 대로 자라주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향과 열정을 다하는 것. 이것은 서점을 운영하는 일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듯 하군요.
저도 같은 부분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오늘도 제뜻대로 되어 주지 않는 작업에 편향과 열정을 바쳤네요.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짓밟힌 눈은 더이상 희지 않다. 깨끗하지 않다. 나는 풀지 않으면 흔나는 숙제처럼, 소탕해야 할 폭도처럼 눈을 바라본다. 눈은 내가 겨울을 사랑하게 돕지 않는다. 도리어 나를 미끄러트리고 엉덩방아를 찧게 만들 뿐.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p.182, 안희연
작가님의 생각에 유일하게 반기를 들었던 대목입니다.ㅎㅎ 저는 눈과 겨울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지요. 짓밟혀 더러워진 눈, 흙탕물을 뒤집어쓴 눈, 차갑고 딱딱하게 얼어버린 눈 모두 좋습니다. 비에 젖은 흙보다 좋습니다. 녹아내려 흙을 적시면 다를 게 무어냐 하겠지만, 눈이었기 때문에 좋습니다. 제겐 작가님이 말하는 그런 부분보다 차가운 공기 속에 퍼지는 입김, 추위에 빨갛게 변한 코끝과 손끝, 눈이 내리고 쌓이며 생기는 적요, 눈 자체가 가진 흰 차가움이 더 우선입니다. 눈이 모든 걸 덮어 세상을 빈 캔버스로 돌아가게 하는 지점에서부터 무한한 기쁨을 느낍니다. 그에 반해 저는 여름이 무척 괴롭습니다. '초록과 연두의 무한한 스펙트럼' '초록이 가장 무성하고 환한 시간'은 정말 좋지만...
어쨌든 무릎이 깨졌다는 건 사랑했다는 뜻이다.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157쪽, 안희연
당신 지금 슬픔 속에 있어요. 이곳은 당신의 슬픔이 만든 공간이에요. 그러니 슬픔을 탕진할 때까지 머무세요.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161쪽, 안희연
3부를 읽으며 밑줄 그은 문장들을 옮겨 보았어요. 언젠가 힘들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엽서에 적어 주고 싶은 문장들이에요.
할아버지는 뭔가를 쪼개고 있었다. 아가야, 나는 이것을 작게 만들어야 한단다. 그리고 아주 깊숙한 곳에 감추어야 하지. 어디가 깊은 곳인데요? 얘야, 지척에. 흘러가버리는 순간순간에.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18쪽, 안희연 지음
그리고 문틈으로 스며드는 빛을 보았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빛을 보았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49쪽, 안희연 지음
어느새 오늘이 이 모임의 마지막 날이군요. 아쉬워요. 그러면서 동시에 또 다음 모임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저는 요번에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을 읽으면서 동시에 같은 작가의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을 읽었는데요. 이렇게 한 작가의 에세이집과 시집을 동시에 읽으니 에세이는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시는 에세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어 좋네요. 위에 인용한 두 부분에서 이야기하듯, 지척에, 흘러가버리는 순간순간이 바로 ‘깊은 곳’이라는 것, 그리고 빛은 ‘문틈으로’, ‘아주 가까이에’ 스며들고 있다는 것, 즉, 삶의 구석구석이 깊고도 빛나는 소중한 순간이라는 것이 에세이집 전체를 통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었어요.
덕분에 저도 제 일상을 다시 돌아보고 작지만 새로운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일 년간의 휴직을 마치고 이제 2주 후면 복직을 하는데 제 안에 새싹 같은 용기가 꿈틀대네요. 이렇게 좋은 기회 마련해 주신 @무슨 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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