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D-29
그러자 그는 인생의 변화에 흥미가 안 생기냐고 물었다. 나는 결코 인생을 바꾸지는 못하며, 아무튼 모든 인생이 가치 있고, 여기서의 내 인생도 전혀 마음에 거슬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방인 1부-5장 중에서,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바로 그때 모든 게 흔들렸다. 바다가 뜨겁고 텁텁한 바람을 실어왔다. 내게는 그게 하늘이 불의 비를 내리기 위해 활짝 열리는 것 같았다. 나의 온 존재가 팽팽해졌다. 나는 권총을 쥔 손을 그러쥐었다. 방아쇠가 당겨졌다.
이방인 1부-6장 중에서,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어제 시간이 나서 끝까지 읽었습니다. 말씀해주신 살라미노 영감의 모습에서 저도 모슈되고 다중적인 감정을 느꼈어요. 키우는 강아지에게 욕을 퍼부으면서 키우지만 막상 강아지를 잃어버리자 슬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말과 행동과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사회의 모습이구요. 처음에 뫼르소의 차갑고 냉정한 태도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인물들이랑 비교해보면 뫼르소는 굉장히 솔직하고 솔직함을 넘어서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관된 사람인 것 같습니다. 뫼르소가 재판을 받게되어서도 재판에 참석한 사람들은 저마다 많은 말을 하고 행동하지만 과연 그것이 그들 자신의 것인가? 생각하게되는 것 같아요. 반면에 뫼르소는 재판의 과정 중에 소외되어 있으면서도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거침없이 직선적으로 말합니다. 살인을 하게된 원인이 태양이 뜨거워서라고요.
태양, 뜨거운 햇빛이 소설내내 계속 고통스럽고 짜증나게 묘사되는 이유는 어쩌면 뫼르소가 정말로 그렇게 느꼈기 때문인 거 같기도 해요. 재판장에서 뫼르소의 증언은 사회적인 통념을 거쳐서 나왔다기보다는 자신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그 자체를 그대로 내뱉은 것이겠죠?
아랍인을 죽이는 장면에서 내적인 죽음을 생각해보진 못했는데, 그런 은유로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뫼르소라는 인물이 살인에 어떤 이유나 동기가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저질러버린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정상적인 평범한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고요.
관련된 유튜브 같은 걸 찾아보면서 재미있는 해석을 보았는데요. 뫼르소가 아랍인을 죽이는 행위가 지진이나 천둥번개가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가는 것처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까뮈의 사상 중 중요한 것이 부조리라고 하는데, 어쩌면 까뮈는 뫼르소의 살인을 통해서 우리가 세계를 바라 볼 때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이해하고 해석하려고 하는데서 오는 부조리함, 그런 것을 보여주려 한 것 같기도 합니다. https://youtu.be/_yuiN0U4HIg
문득 한국 사회에서 뫼르소 같은 인물이 있을 수 있을까, 삶과 죽음에 무관심하고 생각하는 것과 말하는 것의 간극이 거의 없는 채로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사회라는 것은 뫼르소같은 인물이 살아갈 수 없는 곳이고, 그것이 결국 이방인이라는 제목이 말하고 있는 바가 아닐까요.
조심을 하기는 하면서도 때로는 나도 한마디 참견을 하고 싶었다. 그러면 변호사는, 가만있어요. 그래야 일이 잘됩 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나를 빼놓은 채 사건을 다루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참여도 시키지 않고 모 든 것이 진행되었다. 나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나 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었다.
이방인 p.110.,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뫼르소로 말하자면 그에게는 긍정적인 그 무엇 이 있습니다. 그것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 는 결연한 거부의 자세입니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있 지도 않은 것을 있다고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자기가 아는 것보다 더 말하는 것에 동 의하는 것도 의미합니다. 피르소는 판사들이나 사회의 법칙이 나 판에 박힌 감정들의 편이 아닙니다. 그는 햇볕이 내리쬐는 곳 의 돌이나 바람이나 바다처럼(이런 것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요) 존재합니다. 카뮈가 쓴 이방인에 대한 편지 중에서
이방인 p.139.,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민음사의 책에는 카뮈가 쓴 글들이 함께 실려있었고 카뮈의 분명한 의도를 읽어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lou 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사법절차 등 요즘의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뫼르소는 현재에 충실한 성향이며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가 다른 것처럼 행동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과연 '있는 그대로'를 보려고 하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게 됩니다. 이 책에서 뫼르소라는 인물로 나타났던 인간의 감각성, 자연에 대한 서정성을 통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충분히 느끼면서 살아가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2부(체포된 직후) 2장 본문의 '회상하는 법을 배운 순간부터 더 이상 전혀 지겨워하지 않게 되었다' 라는 문장처럼 죽음을 선고받은 이후부터는 남은 삶의 시간을 스스로 지겹지 않아하고 '나'의 존재를 판단내리는 사람들(사회)로부터 저항해 살아내려는 노력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게끔 나름의 방식대로 애쓰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도 끝까지 읽긴 했는데 계속 머릿속에서 '뭘까?'라는 의문이 자꾸 들기도 하고 알베르 카뮈의 저술 의도에 어느정도는 가까워지고 싶은데 머릿속이 정리가 아직 덜 된 것 같습니다 감상 정리되는 대로 또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저도요. 드라마틱한 소설이라기보다는 곱씹으면서 생각해 보게 하는 거 같습니다. 뫼르소라는 인물도 일반적이지 않고요.
나는 내 앞에 있는 내 모습을 흔들어봤다. 웃음을 지어 봤지만 똑같이 엄하면서 슬픈 표정이었다....그리고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나는 내 음성의 소리를 뚜렷하게 들었다.
이방인 2부-2장 중에,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확실히 나는 그의 말이 옳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내 행위를 그다지 후회하지 않고 있었다....나는 언제나 장차 일어날 일에, 오늘이나 내일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방인 2부-4장 중에서,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죽음에 임박해 있던 엄마는 거기서 분명 해방감을 느꼈고 모든 걸 다시 살아갈 준비가 되었음을 느꼈다.....나도 모든 걸 다시 살아갈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다...나는 처음으로 세상의 다정한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다. 세상이 나와 아주 닮았음을, 결국 형제같음을 경험함으로써 나는 내가 행복했었음을, 그리고 여전히 행복함을 느꼈다.
이방인 2부-5장 중에서,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여담이지만 불어로 주인공 Meursault는 morceau(조각)과 비슷해서 이름부터 단두대로 갈 것을 암시한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가 있다니 놀랍습니다. 저도 여담이지만 제가 읽은 책을 번역하신 분이 해석의 여지가 다양한 어절의 경우, 주석을 다셔서 그렇게 해석한 이유를 밝히셨더라구요.. 이런 책은 처음이어서 그런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소설 전체에서 부조리,무관심,고립의 발전 양상 본문에서 뫼르소가 '중요하지 않다', '아무런 뜻(의미)이 없다', '안 믿는다' 라는 문장 또는 그러한 뉘앙스의 서술문이 여러번 언급한 것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재판 중~그 이후엔 위와 같은 문장들이 적어지더라구요. (전자책이다보니 페이지번호가 정확치않은 단점은 있지만 '단어검색'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장점..) <이방인>을 읽는 틈틈이 작가 알베르 카뮈의 생애, 실존주의, 부조리에 대해 검색하다보니 카뮈는 태어나자마자 식민지 현실을 겪어야했고 뫼르소와 공통되게도 사정상 학교를 중퇴해야 했으며 lou 님께서 올려주신 유튜브 영상 내용에 있듯이 사르트르의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명언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카뮈가 검열을 의식하고 표현을 제한받아야 했던 시대적인 상황, 이에 대해 저항하고자 했던 이력들이 잔상처럼 남았습니다. 이 책에서는 사법제도로 나타났지만 그 외에도 우리 현실에서 인간이 인간에게 적용하는 잣대(합리성)에 대해 초점을 맞춰봤습니다. 사람들에게 보편적이고, 표준적으로 적용되고 여겨지는 시스템들 또한 특정한 '인간'에게서 만들어진 것들이기에 부족한 점들이 있을 수 있고,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고 합당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이방인>의 재판 과정에서 느꼈습니다. 뫼르소는 결국 사회적으로 자신이 이해받지못하고, 이방인처럼 소외됨을 느끼지만 살아있음을 의식할 수 있는 본인의 방식을 찾았고 삶에 만족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네. 뫼르소라는 캐릭터가 세상에 무관심하고 그렇다고 무기력하거나 냉소적이지도 않은 참 신기한 캐릭터 같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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