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D-29
나는 창문을 닫았고, 방 안 으로 돌아오다가 거울 속에 알코올램프와 빵 조각이 나란히 놓 여 있는 테이블 한끝이 비친 것을 보았다. 나는, 일요일이 또 하 루 지나갔고, 엄마의 장례식도 이제는 끝났고, 내일은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겠고, 그러니 결국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 각을 했다.
이방인 p.32,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뜨거운 태양을 맞으면서 장례를 끝내고 무료한 주말도 보내고, 약간은 건조하고 허무한 주말의 끝인 거 같습니다.
책을 '김진하 번역, 을유문화사'판 전자책으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모임책과 다른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ㅡ 1부-1장 < 감상 (뫼르소에 대한 묘사,인상을 중심으로) > 뫼르소(이하 '나')가 사장과 양로원 원장을 대면하는 장면에서 방어적인 특성을 두드러지게 가진 인물임을 느꼈습니다. 권위를 가진 인물을 대할 때 '나'는 왠지 잘못한 것 같고, 변명을 하지 않으면 불리할 거라는 생각을 하는 느낌이었고요. '엄마의 친구들'이 왔을 때 마치 '나'를 "심판하기 위해 거기에 있다는 터무니없는 인상을 받았다"는 부분에서는 무의식적으로나마 '나'가 죄책감을 가졌지만, 의식적으로는 그걸 애써 외면하고 싶어하는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1장의 후반부무렵, 유독 풍경에 대한 묘사에 있어서 '나'는 서정성을 발현한다고 느꼈는데요. '저녁은 우울한 휴식', '햇빛은 비인간적이며 절망적'이라는 부분이 뫼르소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를 알고싶게 만들었습니다. lou 님의 말씀처럼 주인공은 어머니에 대해 애정이 깊어보이지 않았습니다. 평소 '엄마'에 대한 '나'의 감정은 어떤지에 대해 궁금해졌고, 어떤 계기로 '나'는 엄마의 장례를 회상하게 됐으며 장례때의 감회와 '지금'의 감회가 왜 달라졌을지를 앞으로 읽어나가면서 유추해보는 긴장감이 기대됩니다.
하늘 가까운 언덕들까지 줄지어 선 사이프러스 나무들, 그 황갈색과 초록색 대지,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윤곽이 또렷한 집들을 통해 나는 엄마를 이해하고 있었다
이방인 1부-1장 중에서,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무언가 방어적이라는 느낌을 저도 받은 거 같아요. 무덤덤하게 대응하고는 있지만 무의식 중에 그런.죄책감 같은게 있을 거 같기도 하고요!
lou 님도 그렇게 느끼셨군요. 제시해주신 발제문도 잘 참고하면서 읽겠습니다. ChatGPT 는 답변만 해주는가 싶었는데 질문까지 만들어주는 걸 보니 새삼 신기합니다. 여러모로 유용하네요! (질문리스트 생성이 답변 그 자체라는 신선함..!)
그 여자를 혼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그렇다면 나 같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나는, 어떻게 할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가 여자를 혼내 주겠다는 기분은 이해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나는 또 포도주를 약간 마셨다.
이방인 p.41.,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곤란한 질문을 잘 대답하는 방법 같네요.
1부 2장 ~ 6장(1부의 끝) <감상> ▶ 뫼르소와 등장인물 간의 관계가 의미하는 것 살라마노가 자신이 키우는 개의 존재에 대해 평소에는 투덜거리고 원망하는 말투였다가, 막상 개가 실종되니 망연자실하면서 개가 돌아오길 바라는 장면에서 감정이 모순되며 다중적인 것이 나타났고, 이는 뫼르소 자신이 의식하는(느낀다고 서술하는) 것 그리고 의식하는 것을 회피하고싶은 감정 이 두 가지를 대립시켜서 부조화스럽고 부자연스러운 자아를 나타낸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리와의 관계에서는 뫼르소 스스로가 욕망을 가진 존재임을 느끼게 해주는 대상임을 알 수 있었고 레몽은 자신의 일을 뫼르소에게서 확인받고싶어하는 인물이며, 뫼르소에게 선택이라는 과제를 던짐으로써 뫼르소 스스로 내적갈등을 하게끔 일으키는 인물 같았습니다. ▶ 태양의 더위(특히 해변에서)의 역할 소설에서 태양과 바닷물결은 마치 생명체처럼 '헐떡이다', '짓누르다', '닻을 내리다' 등 역동적으로 묘사되었습니다 마치 뫼르소의 몸을 겨냥해 무언가를 하라고 협박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뫼르소도 태양을 두려워하고 꼼짝못하는 존재로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 아랍인을 죽이는 장면의 의미 '엄마의 장례를 치렀던 날과 똑같은 햇빛'이 화염처럼 내 뺨에 닿는다고 서술한 부분에서 태양은 뫼르소에게 극한의 상황(더 나아가서는 죽음)을 의미하는 것 같았습니다. 따라서 태양이 칼날에 반사되어 눈이 멀어버릴 듯이 뫼르소의 눈을 향했을 때 뫼르소는 이미 내적 죽음을 당한 것 같았고 그에 의한 복수로 아랍인을 죽였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극한의 고통을 겪음을 통해 각성한 뫼르소가 불합리함(으로 대표되는 아랍인)에 정면으로 맞선 느낌이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인생의 변화에 흥미가 안 생기냐고 물었다. 나는 결코 인생을 바꾸지는 못하며, 아무튼 모든 인생이 가치 있고, 여기서의 내 인생도 전혀 마음에 거슬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방인 1부-5장 중에서,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바로 그때 모든 게 흔들렸다. 바다가 뜨겁고 텁텁한 바람을 실어왔다. 내게는 그게 하늘이 불의 비를 내리기 위해 활짝 열리는 것 같았다. 나의 온 존재가 팽팽해졌다. 나는 권총을 쥔 손을 그러쥐었다. 방아쇠가 당겨졌다.
이방인 1부-6장 중에서,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어제 시간이 나서 끝까지 읽었습니다. 말씀해주신 살라미노 영감의 모습에서 저도 모슈되고 다중적인 감정을 느꼈어요. 키우는 강아지에게 욕을 퍼부으면서 키우지만 막상 강아지를 잃어버리자 슬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말과 행동과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사회의 모습이구요. 처음에 뫼르소의 차갑고 냉정한 태도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인물들이랑 비교해보면 뫼르소는 굉장히 솔직하고 솔직함을 넘어서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관된 사람인 것 같습니다. 뫼르소가 재판을 받게되어서도 재판에 참석한 사람들은 저마다 많은 말을 하고 행동하지만 과연 그것이 그들 자신의 것인가? 생각하게되는 것 같아요. 반면에 뫼르소는 재판의 과정 중에 소외되어 있으면서도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거침없이 직선적으로 말합니다. 살인을 하게된 원인이 태양이 뜨거워서라고요.
태양, 뜨거운 햇빛이 소설내내 계속 고통스럽고 짜증나게 묘사되는 이유는 어쩌면 뫼르소가 정말로 그렇게 느꼈기 때문인 거 같기도 해요. 재판장에서 뫼르소의 증언은 사회적인 통념을 거쳐서 나왔다기보다는 자신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그 자체를 그대로 내뱉은 것이겠죠?
아랍인을 죽이는 장면에서 내적인 죽음을 생각해보진 못했는데, 그런 은유로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뫼르소라는 인물이 살인에 어떤 이유나 동기가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저질러버린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정상적인 평범한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고요.
관련된 유튜브 같은 걸 찾아보면서 재미있는 해석을 보았는데요. 뫼르소가 아랍인을 죽이는 행위가 지진이나 천둥번개가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가는 것처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까뮈의 사상 중 중요한 것이 부조리라고 하는데, 어쩌면 까뮈는 뫼르소의 살인을 통해서 우리가 세계를 바라 볼 때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이해하고 해석하려고 하는데서 오는 부조리함, 그런 것을 보여주려 한 것 같기도 합니다. https://youtu.be/_yuiN0U4HIg
문득 한국 사회에서 뫼르소 같은 인물이 있을 수 있을까, 삶과 죽음에 무관심하고 생각하는 것과 말하는 것의 간극이 거의 없는 채로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사회라는 것은 뫼르소같은 인물이 살아갈 수 없는 곳이고, 그것이 결국 이방인이라는 제목이 말하고 있는 바가 아닐까요.
조심을 하기는 하면서도 때로는 나도 한마디 참견을 하고 싶었다. 그러면 변호사는, 가만있어요. 그래야 일이 잘됩 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나를 빼놓은 채 사건을 다루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참여도 시키지 않고 모 든 것이 진행되었다. 나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나 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었다.
이방인 p.110.,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뫼르소로 말하자면 그에게는 긍정적인 그 무엇 이 있습니다. 그것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 는 결연한 거부의 자세입니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있 지도 않은 것을 있다고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자기가 아는 것보다 더 말하는 것에 동 의하는 것도 의미합니다. 피르소는 판사들이나 사회의 법칙이 나 판에 박힌 감정들의 편이 아닙니다. 그는 햇볕이 내리쬐는 곳 의 돌이나 바람이나 바다처럼(이런 것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요) 존재합니다. 카뮈가 쓴 이방인에 대한 편지 중에서
이방인 p.139.,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민음사의 책에는 카뮈가 쓴 글들이 함께 실려있었고 카뮈의 분명한 의도를 읽어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lou 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사법절차 등 요즘의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뫼르소는 현재에 충실한 성향이며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가 다른 것처럼 행동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과연 '있는 그대로'를 보려고 하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게 됩니다. 이 책에서 뫼르소라는 인물로 나타났던 인간의 감각성, 자연에 대한 서정성을 통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충분히 느끼면서 살아가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2부(체포된 직후) 2장 본문의 '회상하는 법을 배운 순간부터 더 이상 전혀 지겨워하지 않게 되었다' 라는 문장처럼 죽음을 선고받은 이후부터는 남은 삶의 시간을 스스로 지겹지 않아하고 '나'의 존재를 판단내리는 사람들(사회)로부터 저항해 살아내려는 노력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게끔 나름의 방식대로 애쓰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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