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3. 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

D-29
20세기까지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2020년대에 쏟아지는 신기술들을 보면서 제가 느끼는 건 ‘그냥 발명할 수 있어서 발명한다’ 혹은 ‘돈이 될지도 모르겠으니까 발명한다’입니다.
238~239쪽, [교육이란 학생에게 어떤 반응을 일으킬 때만이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그저 정보만 전달하는 것은 아무 소용없으며, 학생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여배우들이 연극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듣고, 그 대사와 연설을 따라하고, 진짜 성악가가 부르는 「무성한 나무」나 나아가 글르쿠의 「오르페」의 아리아를 들음으로써 우리의 인생에는 예술에 대한 열정이 싹튼다. 나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렸으며, 나는 과거에는 전혀 가 본 적이 없는 진정 새로운 세계였다.]
242쪽, [하루는 깊은 숲 속에서 둘씩 짝을 지어 일렬로 걷는데 나무 뒤에서 웬 남자가 나오는 것이었다. 음란한 노출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우리 모두 그 사람을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들 아무것도 못 본 척 품위 있게 지나갔다.] 바바리맨은 과거에도, 외국에도 있었군요...
244쪽, [나는 이제는 남자를 위해 나를 희생하는 이타적인 사랑을 할 수 없었다. 그날 이후로 청년은 오직 청년으로서, 즉 만나면 즐겁고, 그들 중에 하나가 언젠가 내 남편감(사실상 천생연분)이 될지도 모를 그런 존재로 여기게 되었다. (...) 나는 ‘진짜’ 청년을, 그것도 ‘많이’ 만나고 싶었다. 사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253쪽, [성적인 관계를 맺기는 힘들었다. 청년들은 아가씨들을 고귀하게 여겼고,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소문의 영향을 받았다. 청년들은 보통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유부녀와 성적 재미를 보거나, 아무도 모르는 런던의 ‘귀여운 친구들’을 만났다.] 이런 얘기를 보면 적어도 남자들에게는 그렇게 성적으로 억압적이었던 시대는 아니었던 것 같네요.
261쪽, [십여 명의 중년 대령들에게 유혹의 시선을 던지기는 했지만, 그들은 대부분 벌써 매력적인 유부녀, 즉 동료의 아내와 사랑에 빠져 있어서 재미없는 어린 것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다.] 불륜이 그렇게 공공연하다는 점이나, 젊음이 그다지 찬양할 대상이 아니라거나, 하여튼 지금의 눈으로는 신기한 시대입니다.
263쪽, [“물론, 아니지요. 대위와 결혼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사랑하지도 않고요. 하지만 청혼을 받고는 싶었단 말이에요.”] ㅋㅋㅋㅋ 이 마음을 왜 제가 이해할 것 같죠?
전 이해 못하겠어요. 전 청혼보단 사랑이 필요해요. ㅋㅋㅋㅋ.
https://www.youtube.com/watch?v=ZUqSNbJuGOw But if you try sometime you find, You get what you need!
와… 쇼펜하우어랑 친구하셔도 될 듯… ㅠㅠ
노래를 부른 믹 재거와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
281쪽, 비행기에 대한 열광과 택시를 휘파람으로 부르는 방식이 퍼지는 것. 이 당시 사람들도 자기들이야말로 혁신의 시대를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재미있습니다.
283쪽, [친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환경적으로 사귀게 된 사람들로서 나와 무엇인가 같은 일을 공유한다. 이들은 구식 리본 댄스와 같아서 굽이굽이 나아가며 내 인생을 스쳐가고, 나 역시 굽이굽이 나아가며 그들 인생을 스쳐간다. 몇몇은 기억하고, 몇몇은 잊는다. 둘째로, ‘선택된’ 친구가 있다. 수는 많지 않지만, 서로에 대한 진정한 관심 때문에 함께하고, 운명이 허락하기만 한다면 평생을 친구로 지낸다.] 매우 동의하는 분석입니다.
283쪽, [남자와 여자 사이에 무엇이 우정을 가져오는지는 나도 모른다. 남자는 그 속성상 여자를 친구로 두기를 원하지 않는다. 친구가 되는 것은 우연히 이루어진다. 예컨대 남자가 이미 다른 여자에게 매혹되어 있어 누군가에게 그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면 종종 여자도 친구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반면, 여자는 남자와의 우정을 갈망하곤 한다. 다른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며 기꺼이 친구가 되어 준 결과, 매우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서로 인간으로서 관심을 갖게 된다. 물론 양념으로 소금을 치는 듯한 성적인 긴장감도 분명 어려 있다.] 에... 제 경험으로는 맞는 얘기인 거 같은데, 사랑이건 이성 간의 우정이건 제가 경험이 미천한 터라서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네요.
286쪽, 크리스티 여사님이 시를 쓰지 않고 추리소설을 쓰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289쪽, [“써 보기 전에는 쓸 수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어.”] 혹시 이 책 최고의 명언 아닐까요? 어머니 때문에 크리스티 여사님이 단편소설을 쓰게 되었군요. 여사님도 그 전에 “에이, 제가 무슨 재주로”라고 하셨군요.
292~293쪽, 유명 소설가가 이웃이라는 이유로 습작을 읽어주고 예리하고도 유용한 조언을 해주고 거기에 원고를 자기 에이전트에게 보내주기까지 하다니. 큰 절이라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298쪽, [그런데 창의적인 노력의 산물은 잠시 시간을 둔 후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처음에는 영감에 불타서 그리고 희망과 확신에 가득 찬 채 뛰어들게 된다. (내 생에서 자신감에 꽉 찼던 적은 딱 세 번 있었다.) 참하고 겸손한 사람이라면 결코 글을 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인가가 떠오르며 어떻게 써야 할지 알 것 같은, 그래서 부랴부랴 연필을 쥐고 힘차게 글을 쓰기 시작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런 다음에 어려움에 부딪힌다. 어떻게 이야기를 진행시켜야 할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간신히 처음 의도 비슷하게 마무리를 짓지만, 자신감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다. 연필을 놓으면서 형편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두어 달이 지나면 정말 그렇게 형편없었나 싶은 의구심이 다시 드는 것이다.]
303쪽, [그런데 윌프레드가 나더러 읽고 낭독하라며 책들을 열렬히 추천하기 시작했다. 아주 큰 책으로, 대부분이 신비주의 서적이었다. 사랑하는 남자가 좋아하는 것은 나도 무엇이든 좋아한다는 환상이 먹혀들지 않았다. 당연했다.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것이 아니었으니. 신비주의 책은 무척 지루했다. 게다가 믿을 수가 없었으며, 대부분 순 엉터리 같았다! 윌프레드가 알고 지내는 영매에 대해 듣는 것도 지겨웠다.] 저도 어지간하면 다른 가치관 차이는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썸 타는 여인이 점집 다니고 굿 자주 보고 그러면 산통 깨질 거 같습니다.
315쪽, [매지 언니는 말했다. “네가 쓰기는 힘들지 않을까. 추리 소설 쓰기가 보통 어려워야지. 나도 쓸까 생각은 해 보았지만.” “꼭 쓸 거야.” “안 될걸.” 그것으로 결정되었다. 사실 내기라고 하기도 힘들었다. 기한을 정하지 않았으니. 하지만 한번 뱉은 말은 단호히 지켜야 했다. 그 순간 나는 추리 소설을 쓰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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