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3. 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

D-29
340쪽, [마음 아파하며 열심히 하긴 했지만, 간호라는 것이 주로 환자용 변기 씻기, 방수포 씻기, 구토물 치우기, 썩어 가는 상처 냄새 맡기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도 베개를 바로하고, 우리의 용감한 병사를 나직이 다독여 주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하여 이상주의자들은 곧바로 임무를 포기했다. 이런 일을 해야 하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많은 이상주의자들이 이상주의자인 이유가 현실을 제대로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저는 종종 합니다.
350~353쪽, 크리스티 여사의 첫 결혼 이야기. ‘오늘 결혼해야 해’라고 결심하고 그날 결혼하다니. 거리에서 증인을 데려오고. 저도 결혼식 안 올리고 구청에서 혼인 신고만 했거든요. 뭔가 유사하지 않나 억지로 우기며 읽었습니다.
356쪽, [다리 골절로 입원했던 스코틀랜드 남자도 마침내 회복하여 고향으로 떠났다. 그런데 사실 그는 돌아가던 길에 기차역 플랫폼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하루 빨리 스코틀랜드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다리가 다시 골절되었다는 사실을 숨겼다. 그는 엄청난 고통을 겪으면서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했으나 다리는 처음부터 다시 치료해야 했다.] ㅋㅋㅋㅋㅋㅋ
364쪽, [늙으면 누구나 자립적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수많은 노인들이 누가 먹을 것에 독을 탔다거나 물건을 훔쳐 간다고 믿는 것은 삶에서 추방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성이 약해져서는 아니라고 본다. 단지 흥분과 자극이 필요할 뿐이다. 만약 누군가가 나를 독살하려 한다고 생각하면 삶은 훨씬 흥미진진해진다. 차츰차츰 이모할머니는 이러한 환상에 빠져들었다.]
368쪽, [아무래도 나는 간호사가 천직이 아닌가 싶다. 간호 일을 계속하였더라면 무척 행복했을 텐데.] 누가 봐도 천직이 추리소설가인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니 참 기분이 이상합니다. 재능과 소질, 적성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생각해보게 되고요.
377쪽, [그 후 얼마 안 있어 실습 과정을 마쳤지만, 종종 P 씨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순진한 얼굴인데도 나에게는 다소 위험인물처럼 느껴졌다. 그에 대한 기억은 오래도록 남아 훗날 『창백한 말』을 쓸 때 영감을 주었다. 자그마치 50년 가까이 내 기억 속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니.] 가끔 소설 소재를 어디서 얻습니까, 영감을 어떻게 구합니까, 하는 질문을 받는데 순도 100퍼센트로 정직하게 대답하자면 저도 잘 모릅니다. ‘그냥 여기저기서 얻습니다’가 정답일 거 같습니다.
377쪽, [나는 내가 쓸 수 있을 만한 추리 소설의 종류가 무엇일까 고민했다. 독에 둘러싸여 이으니 독살에 관한 이야기를 쓰면 될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장난삼아 독살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내 마음에 쏙 들어 그대로 밀어붙이기로 했다. 다음으로는 등장인물을 설정해야 했다. 누가 독살당하지? 누가 독살하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왜? 그리고 나머지 온갖 것을 정해야 했다.]
380쪽, 에르퀼 포와로가 이렇게 탄생했군요! [여기서 나는 실수를 했다. 지금쯤 나의 탐정은 100살도 훌쩍 넘었으리라]에서 미소를.
381쪽, [나는 어머니에게 내 계획을 이야기했다. 어머니는 여느 어머니들처럼 자신의 딸이라면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래? 추리 소설? 멋진 시도가 될 것 같아. 어서 시작하렴.”] 어머님 멋지시네요!
383쪽, [솔직히 나는 추리 소설에 낭만이 들어가면 몹시 따분하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로맨스 소설에나 어울렸다. 과학적 추리 과정에 사랑이라는 동기를 억지로 끼워 넣는 것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추리 소설에 반드시 사랑이 들어가야 했다.] 와, 여사님 소설에는 거의 매번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가 나오던데, 그게 저자 본인의 의지는 아니었다는 말인가요.
388쪽, [이렇게 하여 나는 내 평생을 지속한 유서 깊은 교훈을 배우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인맥이다.’ 동양의 공개적인 족벌주의에서부터 서양 민주주의의 좀 더 은밀한 학연과 지연에 이르기까지 결국 모든 것이 인맥에 따라 움직인다.] 어, 좀 그런 거 같기도 하고...
390쪽, [어리석게 들릴 테고 실제로 어리석은 생각이긴 하지만, 수입의 차이가 사람들을 구분 짓는 것을 아닌 척할 수는 없다. 이는 속물근성이나 사회적 지위의 문제가 아니라, 친구들이 추구하는 취미 생활을 자신도 함께할 경제적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친구들은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면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이건 매우 동감합니다.
101페이지, 아이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평가하고, 사람이나 인물을 꽤 정확하게 파악한다. 하지만 ‘어떻게’ 나 ‘왜’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하다. 저희 집 어린이를 비추어보니 확 와 닿는군요.어린이는 생각보다 많은 것를 파악하고 사유하더라고요.
저는 아이가 없고, 제가 아이였을 때 그리 명민하지는 않았지만... 친척 어르신 중에 병을 숨긴 분이 계셨어요. 그런데 그 분이 병에 걸리신 걸 다른 어른들은 모르는데 제가 먼저 알아차리고 그 분이 편찮으신 것 같다고 부모님한테 말씀드린 기억이 납니다. 제 눈에는 뚜렷하게 보였는데 다른 어른들이 잘 모르는 게 오히려 신기했어요.
아이들이 눈썰미가 날카로운지는 여전히 모르겠는데, (아마도 사회화를 덜 거친 탓에) 너무 무섭게 솔직하다는 생각은 종종 해요. 특히 외모 평가할 때... 어휴...
맞아요. 외모 평가할 때 놀랍도록 날 것의 평가를 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신기한 것은 본인들에게도 똑같이 엄격합니다. 대략 6-7세까지는 세상 모두에게 잔인하리만치 객관적이었는데, 초등학생 되고 나더니 무언가 본인에게 확 너그러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 또한 신기해요. 엉터리 임상 결과이기는 한데 제 아이 포함 11명의 조카들을 지켜본 결과 대부분 그렇더라고요.
저는 임상 관찰 사례가 더 적기는 한데요(조카 5명), 나이가 6, 7세를 넘겼는지와 무관하게, 아주 놀라운 일관성으로 자기 자신에게 관대하고 남에게 엄격한 모습들을 보여주더라고요. 저희 집안 유전자 문제인지... ^^
409쪽에서 출판사가 제시하는 조건은 거의 착취라고 해야 할 정도입니다. 저런 조건으로 계약하면 절대 안 됩니다.
409~410쪽, [이것이 나의 기나긴 글쓰기 경력의 출발점이 되었다. 당시에는 이렇게 오래 글을 쓰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다음 다섯 권이라는 조항이 있었지만, 나로서는 딱 한 번 해 본 실험에 지나지 않았다. 용감하게 추리 소설 쓰기에 도전했고, 추리 소설을 썼고, 출판 계약을 했고, 책이 인쇄될 것이었다. 그것으로 추리 소설 쓰기는 끝이었다. 설마 책을 더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내 나이 46세, 이것저것 도전해보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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