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3. 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

D-29
383쪽, [솔직히 나는 추리 소설에 낭만이 들어가면 몹시 따분하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로맨스 소설에나 어울렸다. 과학적 추리 과정에 사랑이라는 동기를 억지로 끼워 넣는 것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추리 소설에 반드시 사랑이 들어가야 했다.] 와, 여사님 소설에는 거의 매번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가 나오던데, 그게 저자 본인의 의지는 아니었다는 말인가요.
388쪽, [이렇게 하여 나는 내 평생을 지속한 유서 깊은 교훈을 배우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인맥이다.’ 동양의 공개적인 족벌주의에서부터 서양 민주주의의 좀 더 은밀한 학연과 지연에 이르기까지 결국 모든 것이 인맥에 따라 움직인다.] 어, 좀 그런 거 같기도 하고...
390쪽, [어리석게 들릴 테고 실제로 어리석은 생각이긴 하지만, 수입의 차이가 사람들을 구분 짓는 것을 아닌 척할 수는 없다. 이는 속물근성이나 사회적 지위의 문제가 아니라, 친구들이 추구하는 취미 생활을 자신도 함께할 경제적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친구들은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면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이건 매우 동감합니다.
101페이지, 아이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평가하고, 사람이나 인물을 꽤 정확하게 파악한다. 하지만 ‘어떻게’ 나 ‘왜’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하다. 저희 집 어린이를 비추어보니 확 와 닿는군요.어린이는 생각보다 많은 것를 파악하고 사유하더라고요.
저는 아이가 없고, 제가 아이였을 때 그리 명민하지는 않았지만... 친척 어르신 중에 병을 숨긴 분이 계셨어요. 그런데 그 분이 병에 걸리신 걸 다른 어른들은 모르는데 제가 먼저 알아차리고 그 분이 편찮으신 것 같다고 부모님한테 말씀드린 기억이 납니다. 제 눈에는 뚜렷하게 보였는데 다른 어른들이 잘 모르는 게 오히려 신기했어요.
아이들이 눈썰미가 날카로운지는 여전히 모르겠는데, (아마도 사회화를 덜 거친 탓에) 너무 무섭게 솔직하다는 생각은 종종 해요. 특히 외모 평가할 때... 어휴...
맞아요. 외모 평가할 때 놀랍도록 날 것의 평가를 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신기한 것은 본인들에게도 똑같이 엄격합니다. 대략 6-7세까지는 세상 모두에게 잔인하리만치 객관적이었는데, 초등학생 되고 나더니 무언가 본인에게 확 너그러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 또한 신기해요. 엉터리 임상 결과이기는 한데 제 아이 포함 11명의 조카들을 지켜본 결과 대부분 그렇더라고요.
저는 임상 관찰 사례가 더 적기는 한데요(조카 5명), 나이가 6, 7세를 넘겼는지와 무관하게, 아주 놀라운 일관성으로 자기 자신에게 관대하고 남에게 엄격한 모습들을 보여주더라고요. 저희 집안 유전자 문제인지... ^^
409쪽에서 출판사가 제시하는 조건은 거의 착취라고 해야 할 정도입니다. 저런 조건으로 계약하면 절대 안 됩니다.
409~410쪽, [이것이 나의 기나긴 글쓰기 경력의 출발점이 되었다. 당시에는 이렇게 오래 글을 쓰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다음 다섯 권이라는 조항이 있었지만, 나로서는 딱 한 번 해 본 실험에 지나지 않았다. 용감하게 추리 소설 쓰기에 도전했고, 추리 소설을 썼고, 출판 계약을 했고, 책이 인쇄될 것이었다. 그것으로 추리 소설 쓰기는 끝이었다. 설마 책을 더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내 나이 46세, 이것저것 도전해보며 살겠습니다.
414쪽, [젊은이들의 상황은 절망적이었고, 군에서 나왔어도 일자리가 없었다. 집집마다 초인종을 눌러 스타킹이나 이런저런 기구를 팔면서 돌아다니는 젊은이들을 보고 있자니 애처로웠다. 그래서 형편없는 스타킹임에도 격려하고 싶은 마음에 덜컥 사곤 했다.] 실업난이 엄청났군요...
145쪽부터 나오는 여사님의 상상 속 친구들 만들어내는 썰이 상당히 재밌네요. 그리고 좀 다른 포인트로 외국 이름에도 스테레오타입이란게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사벨라”라는 이름의 현실 속 착한 친구나 캐릭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잘난 척 많이 하고 화려한 이미지요. 이사벨라, 일라이저, 요런 이름들의 이미지가 딱 여사님이 쓰신대로 속물의 화신들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엘제는 듣기만 해도 벌써 동정심이 생기는 것 같고요. 엘제, 엘리자벳, 사라 이런 이름들은 웬지 막 안아주고 싶은 성격들로 느껴지구요.
‘일라이저’라는 이름이 속물적이고 무섭게 들리는 이유가 만화 《캔디 캔디》 때문인지 실제 저 이름이 원어민들에게도 그렇게 들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한테는 ‘앤’이랑 ‘애니’라는 이름도 각각 《빨강머리 앤》이랑 뮤지컬 영화랑 도무지 분리가 안 됩니다. ‘벤’은 마이클 잭슨 노래랑 그렇고요. ^^;;;
168페이지의 여사님 아버님의 편지 너무 멋지네요. 아내에게 하실 수 있는 모든 찬사를 다 하셨군요. 멋진 부모님 아래서 멋진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진리인 것 같습니다. 급히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어떤 부모로 보일까 한 번 짚어보게 됩니다.
정말 멋지고 로맨틱하죠? ‘당신과 함께한 세월이 한 해 두 해 흐를수록 당신에 대한 사랑은 깊어만 간다오.’ 저는 이게 혹시 손편지를 쓰던 시절이라 가능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p.222] "카이로서의 카이로는 관심도 없었따. 18~21세 아가씨들은 오로지 젊은 남자밖에 생각하지 않았으며, 이는 타당하고도 올바른 일이었다!" ㅋㅋㅋ [p. 226] "나의 외모는 꽤 괜찮았다 (생략) 당시 사진들 일부가 매우 웃긴 던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생략) 옷 탓이다" ㅋㅋㅋ 고대 유물의 경이로움에는 일도 관심 없었던 여사님 솔직하심 ㅋㅋ 그러나 중년에는 고고학 매우 좋아하심
제 경우에는 18~31세까지 생각의 95퍼센트가 젊은 여성에 대한 것이었던 듯합니다. ^^ 이 나이가 되고 보니까 카이로에 가보고 싶네요.
[p. 229] 프랑스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사교장에서 단둘이 있을 수 없는 반면 영국은 좀 자유로웠다고. 흥미롭군요. 이집트 카이로에서의 생활을 넘나 좋아하신 듯 오늘날로치면 일종의 어학연수 같은 느낌이었을까나. "나는 꽤 괜찮은 청년 20여명정도는 알게 되었고 무도회장도 50~69회는 갔다" 여사님 좋을 수밖에 없었겠네요!! ㅋㅋ 청혼 받은 횟수에 대한 얘기가 나오네요 ㅎㅎ 오늘날로 치면 대시의 개념인건가 ㅎㅎ 계속 남자들한테 고백 받는 파트가 나오네요 ㅎㅎ
[p. 250] 오 비행기를 1911년에 처음 탔다고. 와 생각보다 비행기 기술이 빨리 대중화된 듯. 라이트 형제가 발명한 게 1890년대 정도 아니었나. 비행기가 노스캘로라이나에서 비행기스럽기 뜬 게 1900년인데 불과 11년만에? 오 놀라움.
[p. 251] 진짜 선택된 마음속 친구는 다 남자들이라고. 흥미롭네요. 남자는 여자와 잘 수 있을지만을 상상한다는 얘기를 하면서, 반면 여자도 만나는 남자를 모두 남편감으로 바라본다고. 양 성에 정말 솔직하게 적으시는 크리스티 여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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