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3. 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

D-29
일기를 쓴 걸까요 기억을 더듬은 걸까요.
150쪽, [“기초를 탄탄히 다져야 해. 이 연습곡은 필수품이자 현실이야. 그래, 다른 곡들은 다소 화려하지. 꽃처럼 활짝 피었다가 뚝 떨어져. 하지만 뿌리를 단단히 뻗어야 해. 튼튼한 뿌리와 잎을 가져야지.”]
566쪽, 실패와 성공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겉으로 보았을 때 몬티 오빠의 삶은 실패작이었다. 손대는 일마다 줄줄이 실패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재정적 관점에서만 본 것이 아닐까? 비록 경제적으로는 실패했어도 오빠는 인생 대부분을 더없이 즐기지 않았던가? 제 이야기 같아서 몬티에게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ㅋㅋㅋ.
[114쪽] 부모님한테 감사하는 대목을 보면서 19세기 유명한 작가들이 늘 불행한 가정환경에 노출되었던 것은 아니라는 생각. 아이러니컬하게도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크리스티 여사가 오히려 살인사건 관련된 추리소설을 잘 적었고 디자이 오사무도 부잣집 아들도 태어났는데 인간 실격 이런 걸 적는 걸 보면 집안 환경이 글쓰는 소재와 늘 비례하지는 않다는 생각.
예전에 김영하 작가님이 자신은 불우한 어린 시절이나 큰 격변을 겪지 않았는데 소설가가 되어도 되는 걸까, 그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나요. 정확한 기억은 아닌 거 같지만... 그런데 김영하 작가님조차 어렸을 때 연탄가스 중독으로 병원에 실려가신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저는 그야말로 평탄한 아동기-청소년기를 겪었거든요. 그렇다고 청년기를 대단하게 보낸 것도 아니고. 그래서 크리스티 여사님 어린 시절을 읽다 보니 왠지 작가로서는 용기가 나네요.
[118쪽] 확실히 유럽한 무덤이 묘지에 대한 반감이 없는 듯. 오히려 집 근처에 있으면 경건하다고 생각하는 듯요. "위령의 날에 일가족이 모두 모여 가족들의 무덤을 예배하고 장식하는 모습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페르 라세즈 얘기도 나오네요.아 자신의 개 토니가 손을 먹여줘야만 먹는다는 거 보고 빵 터짐. 프루디가 늘 토니에게 손으로 주는 게 습관이 되어서 그런 듯. 요즘 강아지보다 더 대접받은 듯 ㅋㅋ
[119쪽] 마리에 대한 애정이 듬뿍. [124쪽] 요즘 한국에서는 말이 많은 결혼할 때 재정 부담 얘기가 유럽에서도 나오네요. [125쪽] 애거서는 가정교사가 9살 될 때까지 없었다. 이건 좀 있던 집 치고는 예외적인 대목. 그러나 8살때까지 글을 읽지 말라는 어머니의 압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프랑스어 소설 희곡까지 집어들 정도로 재능이 이미 어렸을 때부터 나온 듯요. 가정교사가 없는 대신 비슷한 또래의 애들 모임을 가지고 그냥 '학교'라고 불렀다고. [132쪽] 아버지니 어머니가 둘 다 음악적 소질이 있었군요. 특히 아버지쪽이 "한번 듣기만 하면 무엇이든 연주할 수 있었다니" 역시 오페라 가서 하려고 했던 게 우연은 아니었음. 애거서 여사도 피는 못 속이던가..
[132쪽] 그리그와 슈만을 좋아했군요. 그리그는 페르퀸트 모음곡밖에 몰라서 애거사 여사님이 좋아한 erotique랑 rustle of spring을 검색해서 봤는데 3분짜리 짧은 피아노곡인데 좋네요 역시! 애거사 여사님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음! [135쪽] 토키 무용 교습소에서 잘 생긴 남자 보고 반하는 모습 보고 웃었음요. 질투쟁이 애거사 여사님 ㅋㅋ 프랑스어, 무용, 피아노, 역시 크리스티 여사님 좋은 교육은 다 받으셨군요!
[137쪽] 아버지 병세 위독 파트. 의학이 당시에는 형편없어서 위가 나쁘다 심장이 나쁘다 의사들마다 다른 얘기들이 나옴. 재정 문제도 번짐. 할아버지한테 받은 유산으로 뉴욕 주택에 투자했으나 토지가 아니라 건물에 투자. 그러다보니 토지주인하고 자주 갈등이 생겼는데 토지 주인은 개발을 별로 원하지 않아서 생각보다 수입이 좋지 않았던 듯.
[141쪽] 왠지 애거사 여사님은 어머님보다는 아버지쪽이랑 가까웠던 것 같음. 입도 무거운 편이고 음악적 재능도 그렇고 유쾌한 파트도 그렇고 아래 대목 "반대로 나는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누가 무슨 재밌는 일 없느냐고 물으면 대뜸 대답한다. 네, 없었어요" ㅋㅋ "나는 전반적으로 내 생각을 남에게 털어놓지 않았다. 비밀을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다. 그저 중요한 일도 아닌데 왜 굳이 말해야 한단 말인가"
[142쪽] 마리 떠남. 매지 언니 신랑감 구하는 이야기. 오빠는 평생 독신이었군요. 딸(매지 언니)을 보내기 싫어하고 신랑감들을 평가절하하는 애거서 아버님의 모습도 보임 ㅋ
아버님이 아주 딸바보이셨던 것 같고, 남매가 부모님 사랑 듬뿍 받으며 자란 거 같아요. 그리고 그 오빠 몬티는 정말 나사가 빠진 분이었던 것 같네요.
[148쪽] 11살에 아버지 돌아가심. 말년에 돈 걱정이 많으셨던 듯. 아버지 돌아가시던 시절은 약간 불황이었는지 "변호사나 의사나 부동산 관리인이나 공무원이 아니라면 요즘과는 달리 기업에 취직자리가 거의 없었다" 그 때도 의사 변호사 공무원 선호도는 여전했네요 ㅋ [151쪽] 아버님 돌아가시고 어머님 깊은슬픔. 2부 끝남.
[155쪽] 3부 시작. 아버지가 뉴욕 집값 올리려 이것저것 돈만 쓰다가 날린 것 같다며 당시 변호사들에 대해 좋지 못한 감정을 보여줌.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에슈필트에서 생활이 가능할지가 문제로 떠오름. 집을 팔고 가자는 얘기가 나옴. 하지만 집에 대한 애착은 크리스티 여사가 강했던 듯 "매지 언니와 나는 물론이고 몬티 오빠도 인도에서 편지를 보내 에슈필트를 파는 것에 극구 반대하면 제발 팔지말라고 애걸했다." - 안 팔길 잘하신 듯요. 이후 크리스티 여사의 정신적 지주가 된 지역이 에슈필트. 그리고 보면 사람들마다 뭔가 기둥이 되는 집 같은 게 좀 있는 듯. 한국은 이런 느낌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너무 아파트에만 있으니. 그런 감정은 오히려 적을 수도. 에슈필트에 대한 찐 사랑이 남아 있음. 검색해보니 1940년에 크리스티 여사가 정말 마지못해 판 거 같음. 60년대는 헐리고 새 집으로 만들어진 듯.
아, 지금은 이 저택을 볼 수 없군요. 하도 애정이 묻어나서 나중에 생가 체험 가볼까 하는 마음마저 들었는데... 저는 이 대목에서는 여사님의 어머님에 감정 이입이 되어서, ‘곱게 자란 철없는 아이들 때문에 생활형편에 맞는 작은 집으로 이사도 못 가시고 안 됐다’ 하면서 읽었어요.
[160쪽]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우리의 생활은 완연히 달라졌다. 사교 생활은 사실상 끝이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사교 생활이 사라지면서 크리스티 여사가 글을 더 일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162쪽] 여기 보면 정말 크리스티 적극적인 여성상일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기타 다른 사름과는 다를 바 없는 모습도 있어서 인간적이라 보기 좋았음.
[165쪽] 노래에 대한 사랑 또 나옴 "상점에 잘 들어가지도 못하고 대규모 파티에 갈 때는 도착 전에 이를 악물고 마음을 다독여야 할만큼 지극히 숫기 없는 아이였는데도 단 하나 수줍을 타지 않는 행동이 있었으니 바로 노래부르기였다"
[169쪽] 코넌 도일 책 얘기가 나오네요. 크리스티 여사가 제일 좋아하는 코넌 도일 작품은 "푸른 카멍클" "빨간 머리 연맹"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 시간 나면 저도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매지 언니가 vanity fair에 글을 실었는데 이게 당시에는 엄청난 문학적 성취라고 하네요 아 재미있네요. 오늘날로 치면 뉴욕타임즈 글 하나 올리는 거랑 비슷한 건가. 매지 언니도 글쓰기 자질이 있었네요! 역시. [170쪽] 매지언니가 오히려 글쓰는 데 소질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본인은 오히려 "나는 전혀 아무 꿈도 업었다. 그 무엇도 잘한 것이 없었다. 작가가 되기를 긴 세월 염원하다 마침내 성공했다 말하는 편이 훨씬 극적이겠지만, 사실은 한 번도 작가가 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머나 이게 무슨 망언입니까!! ㅋㅋㅋㅋ
「빨간 머리 연맹」은 유쾌한 내용이어서 기억이 나는데, 「푸른 가벙클」과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은 검색을 하고서야 생각이 났어요. 그리 인상적인 작품들은 아니었는데 나무위키에 적힌 평가도 그렇네요. 어린 크리스티는 왜 저 세 단편에 꽂혔을까요.
에스콰이어도 한때 미국 문학계에서 어마어마한 권위를 지닌 잡지였다고 들었습니다. ‘캡틴 픽션’으로 불렸던 고든 리시가 에스콰이어 편집자였고, 제가 알기로는 아마 그때 레이먼드 카버를 발굴했을 겁니다. 한국에는 지금 그렇게 문학전문지가 아니면서 훌륭한 문학 작품이 실리는 잡지가 없는 거 같네요. 아니, 전에도 있었나 모르겠습니다. 문학을 너무 고고하게 받아들여서 그런 걸까, 문학이 일상과 너무 멀다고 여기는 걸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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