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3. 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

D-29
414쪽, [젊은이들의 상황은 절망적이었고, 군에서 나왔어도 일자리가 없었다. 집집마다 초인종을 눌러 스타킹이나 이런저런 기구를 팔면서 돌아다니는 젊은이들을 보고 있자니 애처로웠다. 그래서 형편없는 스타킹임에도 격려하고 싶은 마음에 덜컥 사곤 했다.] 실업난이 엄청났군요...
145쪽부터 나오는 여사님의 상상 속 친구들 만들어내는 썰이 상당히 재밌네요. 그리고 좀 다른 포인트로 외국 이름에도 스테레오타입이란게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사벨라”라는 이름의 현실 속 착한 친구나 캐릭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잘난 척 많이 하고 화려한 이미지요. 이사벨라, 일라이저, 요런 이름들의 이미지가 딱 여사님이 쓰신대로 속물의 화신들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엘제는 듣기만 해도 벌써 동정심이 생기는 것 같고요. 엘제, 엘리자벳, 사라 이런 이름들은 웬지 막 안아주고 싶은 성격들로 느껴지구요.
‘일라이저’라는 이름이 속물적이고 무섭게 들리는 이유가 만화 《캔디 캔디》 때문인지 실제 저 이름이 원어민들에게도 그렇게 들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한테는 ‘앤’이랑 ‘애니’라는 이름도 각각 《빨강머리 앤》이랑 뮤지컬 영화랑 도무지 분리가 안 됩니다. ‘벤’은 마이클 잭슨 노래랑 그렇고요. ^^;;;
168페이지의 여사님 아버님의 편지 너무 멋지네요. 아내에게 하실 수 있는 모든 찬사를 다 하셨군요. 멋진 부모님 아래서 멋진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진리인 것 같습니다. 급히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어떤 부모로 보일까 한 번 짚어보게 됩니다.
정말 멋지고 로맨틱하죠? ‘당신과 함께한 세월이 한 해 두 해 흐를수록 당신에 대한 사랑은 깊어만 간다오.’ 저는 이게 혹시 손편지를 쓰던 시절이라 가능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p.222] "카이로서의 카이로는 관심도 없었따. 18~21세 아가씨들은 오로지 젊은 남자밖에 생각하지 않았으며, 이는 타당하고도 올바른 일이었다!" ㅋㅋㅋ [p. 226] "나의 외모는 꽤 괜찮았다 (생략) 당시 사진들 일부가 매우 웃긴 던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생략) 옷 탓이다" ㅋㅋㅋ 고대 유물의 경이로움에는 일도 관심 없었던 여사님 솔직하심 ㅋㅋ 그러나 중년에는 고고학 매우 좋아하심
제 경우에는 18~31세까지 생각의 95퍼센트가 젊은 여성에 대한 것이었던 듯합니다. ^^ 이 나이가 되고 보니까 카이로에 가보고 싶네요.
[p. 229] 프랑스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사교장에서 단둘이 있을 수 없는 반면 영국은 좀 자유로웠다고. 흥미롭군요. 이집트 카이로에서의 생활을 넘나 좋아하신 듯 오늘날로치면 일종의 어학연수 같은 느낌이었을까나. "나는 꽤 괜찮은 청년 20여명정도는 알게 되었고 무도회장도 50~69회는 갔다" 여사님 좋을 수밖에 없었겠네요!! ㅋㅋ 청혼 받은 횟수에 대한 얘기가 나오네요 ㅎㅎ 오늘날로 치면 대시의 개념인건가 ㅎㅎ 계속 남자들한테 고백 받는 파트가 나오네요 ㅎㅎ
[p. 250] 오 비행기를 1911년에 처음 탔다고. 와 생각보다 비행기 기술이 빨리 대중화된 듯. 라이트 형제가 발명한 게 1890년대 정도 아니었나. 비행기가 노스캘로라이나에서 비행기스럽기 뜬 게 1900년인데 불과 11년만에? 오 놀라움.
[p. 251] 진짜 선택된 마음속 친구는 다 남자들이라고. 흥미롭네요. 남자는 여자와 잘 수 있을지만을 상상한다는 얘기를 하면서, 반면 여자도 만나는 남자를 모두 남편감으로 바라본다고. 양 성에 정말 솔직하게 적으시는 크리스티 여사님.
[p. 256] 드디어 처음 글 쓰는 과정. 어머님이 권하시다니 다시 의외. 어렸을 때 문자 읽히면 오염된다고 글 읽지 못하게 하신 분 아니었나요 ㅋㅋㅋㅋ 매지 언니도 이미 글쓴이 기질이 잇었네요. 이미 필명도 따로 있었고. 그리고보면 글 재주도 유전은 아닌가 싶기도. 카이로 무도회 기억이 많아서 카이로 군인 관련해서 소재가 많이 나오네요. 아 이제 왜 추리소설 카이로가 배경인지 알 수 있을 듯. 이든 폴프츠라는 당대 글쟁이와의 네트워크도 있었네요.
[p. 263] 바그너 오페라 보고 뿅 가는 장면. 나는 매일 밤 이졸데를 노래하는 모습을 상상. 아 나는 개인적으로 바그너 별로 안 좋아하는데 ㅋ
495쪽, [또한 낙담시켜서는 안 될 누군가를 낙담시킬 수도 있다는 것은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나는 초기 단편 하나를 친절한 친구의 도움으로 유명 여류 작가에게 보인 적이 있었다. 슬프게도 그분은 내가 결코 작가가 될 수 없으리라고 단언했다.] 사람의 잠재력을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교훈. 우리 입시제도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봅니다.
516~517쪽에 묘사되는 시기가 그 유명한 행방불명과 기억상실 사건이 있었던 때인가 봐요. 뭐, 앞뒤 상황을 알고 나니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던 중에 그런 사건이 해프닝처럼 일어날 수도 있었겠다 싶기도 하네요.
529쪽, [내가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변한 것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쓰고 싶지 않고, 지금 쓰고 있는 글이 마음에 안 들고, 잘 써지지 않음에도 계속 글을 써야 하는 전문 작가의 무거운 짐을 그때 짊어졌던 것이다.] 프로 작가의 정의. 그렇군요.
566쪽, [“내가 좀 부도덕한 삶을 산 건 사실이야. 전 세계에서 온갖 사람들에게 빚을 졌지. 많은 나라에서 법을 어겼고. (…) 하지만 애거서, 나는 멋진 삶을 살았단다. 기가 막히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최고가 아니면 결코 만족하지 않았지.”] 한량이고, 약간은 풍운아이고, 약간은 파락호인 오빠 몬티의 인생관을 접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요. 재미있는 인생이란 무엇일까, 너무 도덕적인 삶은 재미가 없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그 일탈과 부도덕은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 수 있는 걸까.
책 앞부분은 마치 동화책 속 이야기 같네요. 매일매일 파티를 즐기고 집에는 당연하다는 듯 하녀가 있어서 음식을 해 주고 테니스와 골프와 승마를 즐기고. 정말 영국 귀족의 삶이 이런 걸까 싶은데, 사실 집이 부자는 아니었고 평범한 가정이었다고 덧붙이네요. 제가 여사님의 젊은 시절같이 시간을 보내려면 지금보다 네 배쯤 벌어야 할 것 같습니다만.....
하인과 유모가 아주 당연시되던 시기였나 봐요. 사실 한국도 1970년대까지만 해도 식모가 아주 흔했거든요. 중산층뿐 아니라 서민층에도 있었으니... 당시 지어지던 아파트에는 당연하게 식모 방이 있을 정도였고, 심지어 판잣집에서 식도가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1968년에는 식모에게 주는 한 달 급여가 한 달 담뱃값이랑 같았다고 하네요. ㅠ.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2401925 그러고 보면 육아와 가사는 예나 지금이나 한두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중노동인 거 같아요.
결혼 이후의 묘사를 보면 남편은 군인으로 일하고 자신은 간호사로 일하는 중산층 맞벌이 정도의 수입으로 두 명 이상의 사람을 고용하는 모습도 나타나서, 인건비가 그리 비싸지 않은 시대였던 게 아닌가 생각도 들더라구요. 과연 그 시대의 평민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궁금해지네요. 한편으로는 여사님이 전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이 좋은 시절의 여러 에피소드 정도로 서술하고 있는 것이 마음 불편하기도 합니다. 인권이나 평등에 대한 의식 역시 불과 몇십 년 전이 지금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인 걸까요.
식모나 하인은 노예와는 좀 다른 개념 같아요. 그래서 그 직업의 존재나 고용 경험을 문제의식 없이 말하는 걸 비판하려니 그 또한 주저됩니다. 미래 로봇 시대의 시민들에게는 21세기 초반의 환경미화원이나 음식 배달기사, 출장 가사도우미, 연예인 매니저, 비서 같은 직업도 기이하게 느껴질 것 같고요. (2022년현재 저는 그 직업들에 별반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지는 않는데 말이지요.) 과거의 소작농 같은 신분이나 집사 같은 직업은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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