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꾸러미 : 케이트 디카밀로 <비어트리스의 예언>

D-29
두 번째로 다 읽고, 이 모임에 올라온 글들도 천천히 다시 읽어보았어요. 작품도 이 모임의 글도 처음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에요. "깊이 연결된 기분" 비 오는 토요일 아침에 소리님이 던져주신 화두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어디까지 어린이 독자에게 보여줘도 괜찮은 거지?" 제 생각에 작가님들이 본 그대로를 보여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처음에 링크해주셨던 디카밀로의 글에서(달여인님이 재인용해주셨던 구절) " 누군가 나를 봐주었구나 하는 기분"을 아이들도 느낄 듯해요. 연결의 시작이겠지요. 대신, 그 시선은 한 방향이면 안 될 것 같아요. 작가님들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겠지요("남들도 우리를 보도록 허락하는 것").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작가님들 스스로가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해"를 믿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세상을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작가는 아니지만, 저도 어린이들을 대할 때 이런 마음이면 좋겠습니다.
저도 오늘 다 읽었습니다.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다 쓰고 보니, 아직 다 읽으신 분들에게는 아래 두 메시지가 스포 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안스웰리카 ㅡ 단단한 머리,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는 게 눈에 띄었어요. 비어트리스를 잡아주는 단단한 중심, 같은 역할 아니었을까요. @토요일 님이 인용해주신 구절에 “닻”이라는 말처럼요. 마음이 약해질 때, 내가 누구인지 다시 생각하고 힘낼 수 있게 해주는 양심, 용기, 정체성 같은 존재요. 꿀벌은 어떤 존재일까, 했는데 @달여인 님 설명 듣고 보니 정말 빕스피크 할머니의 상징인 것 같네요. 잭도리를 이끌어주는. 잭도리 카녹 에딕 수사 안스웰리카가 비어트리스를 찾으러가는 장면은 오즈의 마법사가 연상됐어요. 그들은 비어트리스를 찾아가는 것이었지만 자기자신을 찾아가는 것이기도 했겠지요? 모두 마침내 자기가 속한 곳을 찾아간다는 말은 자기가 자기 자신일 수 있는 그 어떤 곳일테니까요. 퀘렌시아. 비어트리스의 엄마가 가정교사에게 비어트리스의 위험한 의지를 꺾지 말고 그대로 키워달라고 당부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습니다. 위험한 의지를 간직하고 살아가면 그만큼 더 힘들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하는 엄마의 마음이 어떨지 가늠할 수 있어서 더 마음에 남았나봐요. 진정 비어트리스를 믿었기에 할 수 있었던 말이겠지요.
말씀 듣고 보니 정말 오즈의 마법사가 떠오르네요. 저는 작품에서 비어트리스보다 주변인물들이 더 매력적이었어요. '퀘렌시아'라는 말도 검색해봤어요.^^ 저는 작가가 말한 "우리가 속한 곳"까지는 이해가 되었는데, 왜 "집"(원문으로는 home일까요?)이라고 표현했는지가 조금 의문스러웠어요. 로알드 달의 작품에서처럼 집이 지옥인 아이들도 많잖아요. 여기서 말하는 "집"이 원가족은 아니겠지만요.
원문은 이렇더라고요: We shall all, in the end, be led to where we belong. We shall all, in the end, find our way home. 우리가 속한 곳으로는 "이끌어지고 (be led)" 집은 우리가 "찾아간다 (find)"고 표현한 것을 보면 이 때의 집은 내가 스스로 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공간, 또는 진정하누나 자신을 말하는 것 같아요. 이름을 말하게 해서 자기가 누구인지를 잊지 않게 하는 장면들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와, 원문과 연필님의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되네요. 감사해요. "be led"를 어떻게 번역할지 역자 선생님이 고민하셨을 것 같아요. 집에 대한 이야기가 또 나오기도 하더라구요. "집은 원래 자기 모습 그대로를 인정받고 사랑받아야 하는 곳이지 않나?(150쪽) 에딕의 생각이에요. 연필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아요.^^
오랜만에 들어왔어요. 연필님이 지적해 주신 오즈의 마법사의 여정. 자신을 찾고 자기가 속한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습니다.
@소리 님이 아쉽게 생각하신 부분도 궁금합니다. 저는 동화책의 호흡이라 어쩔 수 없나 싶으면서도 비어트리스가 기억을 찾고 본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친절하게 설명되진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자신이 해야할 일에 대한 깨달음을 너무 금방 찾아낸 것 같은 느낌이요. ^^; 그렇지만 결말도 신선했고, 묵직한 메시지를 개성있는 각각의 캐릭터를 통해 표현해낸 방식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고 위에 다른 분들이 언급하신 동화책들도 읽어보려고 메모해두었어요. 이런 식의 온라인 책모임이 처음이었는데, 덕분에 더 재미있게 책을 읽었습니다. 다들 감사해요.
@연필 님 의견에 동의해요. 독자가 비어트리스의 감정선을 온전히 따라가기 전에 비어트리스가 목표를 설명하니까 그 대목이 사실 완전히 와닿지는 않았어요. "왕이 직접 자기가 한 짓을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비어트리스가 이런 방법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낸 과정이 드러났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덧붙이자면 비어트리스는 자기 꿈에서 힌트를 얻곤 하는데, 저는 꿈과 현실을 오가는 흐름이 사건 전개를 명확히 이해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어요. 시를 읽는 느낌이었다는 제 감상에는 요런 아쉬운 점도 담겨 있었네요. 덕분에 복기해볼 수 있었어요.
잭 도리는 자기 안에서 무언가 작은 것이 타오르는 걸 느꼈어. 읽는다는 건 어떤 것일까?
비어트리스의 예언 p.142, 케이트 디카밀로
"세상은, 글자로 다 쓸 수 있어."
비어트리스의 예언 p.159, 케이트 디카밀로
비어트리스는 잠시 서서 올려다보았어. 수백, 수천 개의 별이 보였고 행성도 자기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어. 틀림없이 저 위에서 자기를 내려다보는 행성이 있을 거야. 그런데 갑자기, 별들이 사라져 버렸고 세상이 어두워졌어. 곰팡이와 피 냄새가 진동했지.
비어트리스의 예언 177쪽, 케이트 디카밀로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도 쓸 수 있다니 감탄한 부분이 많았어요. 위 인용구처럼요. 뒷부분의 짧은 두 문장으로(앞문장의 상황과 대조를 이루는 상황이어서 더욱더)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집중하게 만들고, 꼭 내가 곰팡이와 피 냄새가 진동하는 어두운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해요.
용감하다는 것은 도망가지 않는 거야. 용감하다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용감하다는 것은 사랑하는 거야.
비어트리스의 예언 43장 , 케이트 디카밀로
우리는 몰라. 무엇이 될지. 무엇이 될지는 두고 봐야 아는 것 우리가 아는 건 그뿐.
비어트리스의 예언 211쪽, 케이트 디카밀로
카녹이 노래를 한다는 설정도 재미있어요. 노랫말도 좋고요. "나와 함께 신나게 가 보지 않을래요?"라는 대사도 좋습니다. @달여인 님과 @고쿠라29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작품에서 이름을 중요시 여기는 것 같아요. 인물이 혼란스러워할 때 누구냐고 묻고 이름을 읊게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모임의 문이 닫히기 전까지 날마다 <비어트리스의 예언>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오늘은 트라우마와 복수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사실, 비어트리스나 잭 도리는 엄청난 사건을 겪었고, 트라우마가 생겼을 것 같아요. 결국 이들은 사랑과 용기, 그리고 이성으로 이를 극복하지만요. 이 과정이 너무 '동화'(약간 부정적인 뉘앙스)스럽다고 느껴지지는 않으신지 궁금해요. 사람들은 <더 글로리>에 더 열광하잖아요. @소리 님이 처음에 던져주셨던 화두, '어린이를 위한 동화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가 떠오르네요. 잭 도리는 검으로 복수하면 안 되었을까요? 왜 안 되는지 작품에서 잘 설득이 되었는지 궁금해요.
저도 자꾸 책을 떠올리고 있어요. ^^ 잭 도리가 복수를 참아내는 장면 저도 인상깊었거든요. 결국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했어요. 카녹과 빕스피크 할머니, 그리고 비어트리스. 복수하지 않는 게 잭 도리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는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마침 잭 도리를 사랑하고 잭 도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던 거죠. 그리고 글자,로 상징되는 새로운 삶/세계에 대한 "기대감"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저도 무척 재미있게 본) 더 글로리에서 물론 복수가 중심에 있지만 주인공을 치유해주는 건 복수 그 자체라기보다 그 과정에서 "네가 옳다"고 말해주는 사람들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저의 생각 자체가 너무 "동화"스러운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잭 도리가 복수의 욕망을 이겨내는 장면이 충분히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설득이 안 되었는데,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검 자루에 새겨진 글자(알파벳 E)를 느끼고, 벌(빕스피크 할머니)의 철자를 깨치며 깨달음을 얻은 장면이 인상적이더라구요. 말씀하신 "기대감"과 연결이 되는 것 같고요. <더 글로리>(저는 사실 보진 못했어요)에 대한 연필님의 해석도 신선해요!
제가 아쉬웠던 지점도 잭 도리가 검을 휘두르고픈 유혹을 비교적 쉽게 이겨냈다는 것이었어요. 스펠링을 묻는 대목이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처음엔 엉뚱했다고 할까... 잭 도리와 강도의 신경전이 있었더라면 잭 도리가 마음을 달리먹는 방식이 더 극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아요. 복수를 결심했던 인물 치고 약간 느슨하게 그려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는 수첩에 메모와 필사를 겸하며 이 작품을 읽었는데요. 그러자니 생각을 찬찬히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동안 이 모임이 외롭지 않도록 여러분들이 예리하고 따뜻한 의견을 아낌없이 나눠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읽으면서 많은 부분이 공감 갔습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줄거리인데 왜 이렇게 열심히 필기하며 읽고 있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이 작품이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우리가 가치관 측면에서 맞닥뜨리는 혼란스런 현재와, 과거(작품 배경처럼 아주 먼 역사적 시기이기도 하고, 구시대적인 잔상이 남아 있는 이곳 어딘가이기도 하고요)를 담고 있어서인 듯했어요. 한마디로 작가는 문화적 상징(동물도, 언어도 여기 들어가겠지요)을 두루 심어놓아서 독자가 그 의미를 곱씹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느 책에서 읽은 구절인데, 어린이문학은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듯 보이지만 어린이 독자는 엇비슷해보이는 서사에 익숙해짐으로써 문학을 이해해간다는 설명이었어요. 어린이 독자도 어쩌면 나이에 상관없이 독서 경험(넓게는 콘텐츠 향유 경험)이 뒷받침된다면 할 얘기가 정말 많은 작품이겠다 싶었네요ㅎㅎ @고쿠라29 님이 안스웰리카를, @토요일 님이 인어 이야기에 주목하신 부분을 읽으며, 염소와 인어도 그런 점에서 왜 작가가 선택했을지 계속 궁금하더라구요. 1. 염소는 작가가 통념을 깨뜨리는 한 방법이라는 @고쿠라29 님 해석에 동의합니다. 염소가 등장하는 다른 작품으로 <나니아 연대기>의 반인반수 캐릭터가 떠오르는데, 염소의 신체 일부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양가적인 의미를 가진 신선한 캐릭터가 되는 것 같아요. 2. 인어도 과거 어부들에게 상상 속 바다생물의 대표격이었기에, 욕망이자 배제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져 오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그런 점에서 비어트리스가 자신을 인어로 상정하고 이야기를 구술하는 대목이 인상 깊었어요. 여기도 @고쿠라29 님의 생각과도 겹치네요. 에딕 수사가 좋아했던 어머니의 인어 빗도 통상적으로 여자의 전유물이면서 현실 너머를 꿈꾸게 만드는 매개물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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