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꾸러미 : 케이트 디카밀로 <비어트리스의 예언>

D-29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도 쓸 수 있다니 감탄한 부분이 많았어요. 위 인용구처럼요. 뒷부분의 짧은 두 문장으로(앞문장의 상황과 대조를 이루는 상황이어서 더욱더)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집중하게 만들고, 꼭 내가 곰팡이와 피 냄새가 진동하는 어두운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해요.
용감하다는 것은 도망가지 않는 거야. 용감하다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용감하다는 것은 사랑하는 거야.
비어트리스의 예언 43장 , 케이트 디카밀로
우리는 몰라. 무엇이 될지. 무엇이 될지는 두고 봐야 아는 것 우리가 아는 건 그뿐.
비어트리스의 예언 211쪽, 케이트 디카밀로
카녹이 노래를 한다는 설정도 재미있어요. 노랫말도 좋고요. "나와 함께 신나게 가 보지 않을래요?"라는 대사도 좋습니다. @달여인 님과 @고쿠라29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작품에서 이름을 중요시 여기는 것 같아요. 인물이 혼란스러워할 때 누구냐고 묻고 이름을 읊게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모임의 문이 닫히기 전까지 날마다 <비어트리스의 예언>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오늘은 트라우마와 복수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사실, 비어트리스나 잭 도리는 엄청난 사건을 겪었고, 트라우마가 생겼을 것 같아요. 결국 이들은 사랑과 용기, 그리고 이성으로 이를 극복하지만요. 이 과정이 너무 '동화'(약간 부정적인 뉘앙스)스럽다고 느껴지지는 않으신지 궁금해요. 사람들은 <더 글로리>에 더 열광하잖아요. @소리 님이 처음에 던져주셨던 화두, '어린이를 위한 동화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가 떠오르네요. 잭 도리는 검으로 복수하면 안 되었을까요? 왜 안 되는지 작품에서 잘 설득이 되었는지 궁금해요.
저도 자꾸 책을 떠올리고 있어요. ^^ 잭 도리가 복수를 참아내는 장면 저도 인상깊었거든요. 결국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했어요. 카녹과 빕스피크 할머니, 그리고 비어트리스. 복수하지 않는 게 잭 도리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는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마침 잭 도리를 사랑하고 잭 도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던 거죠. 그리고 글자,로 상징되는 새로운 삶/세계에 대한 "기대감"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저도 무척 재미있게 본) 더 글로리에서 물론 복수가 중심에 있지만 주인공을 치유해주는 건 복수 그 자체라기보다 그 과정에서 "네가 옳다"고 말해주는 사람들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저의 생각 자체가 너무 "동화"스러운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잭 도리가 복수의 욕망을 이겨내는 장면이 충분히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설득이 안 되었는데,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검 자루에 새겨진 글자(알파벳 E)를 느끼고, 벌(빕스피크 할머니)의 철자를 깨치며 깨달음을 얻은 장면이 인상적이더라구요. 말씀하신 "기대감"과 연결이 되는 것 같고요. <더 글로리>(저는 사실 보진 못했어요)에 대한 연필님의 해석도 신선해요!
제가 아쉬웠던 지점도 잭 도리가 검을 휘두르고픈 유혹을 비교적 쉽게 이겨냈다는 것이었어요. 스펠링을 묻는 대목이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처음엔 엉뚱했다고 할까... 잭 도리와 강도의 신경전이 있었더라면 잭 도리가 마음을 달리먹는 방식이 더 극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아요. 복수를 결심했던 인물 치고 약간 느슨하게 그려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는 수첩에 메모와 필사를 겸하며 이 작품을 읽었는데요. 그러자니 생각을 찬찬히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동안 이 모임이 외롭지 않도록 여러분들이 예리하고 따뜻한 의견을 아낌없이 나눠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읽으면서 많은 부분이 공감 갔습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줄거리인데 왜 이렇게 열심히 필기하며 읽고 있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이 작품이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우리가 가치관 측면에서 맞닥뜨리는 혼란스런 현재와, 과거(작품 배경처럼 아주 먼 역사적 시기이기도 하고, 구시대적인 잔상이 남아 있는 이곳 어딘가이기도 하고요)를 담고 있어서인 듯했어요. 한마디로 작가는 문화적 상징(동물도, 언어도 여기 들어가겠지요)을 두루 심어놓아서 독자가 그 의미를 곱씹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느 책에서 읽은 구절인데, 어린이문학은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듯 보이지만 어린이 독자는 엇비슷해보이는 서사에 익숙해짐으로써 문학을 이해해간다는 설명이었어요. 어린이 독자도 어쩌면 나이에 상관없이 독서 경험(넓게는 콘텐츠 향유 경험)이 뒷받침된다면 할 얘기가 정말 많은 작품이겠다 싶었네요ㅎㅎ @고쿠라29 님이 안스웰리카를, @토요일 님이 인어 이야기에 주목하신 부분을 읽으며, 염소와 인어도 그런 점에서 왜 작가가 선택했을지 계속 궁금하더라구요. 1. 염소는 작가가 통념을 깨뜨리는 한 방법이라는 @고쿠라29 님 해석에 동의합니다. 염소가 등장하는 다른 작품으로 <나니아 연대기>의 반인반수 캐릭터가 떠오르는데, 염소의 신체 일부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양가적인 의미를 가진 신선한 캐릭터가 되는 것 같아요. 2. 인어도 과거 어부들에게 상상 속 바다생물의 대표격이었기에, 욕망이자 배제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져 오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그런 점에서 비어트리스가 자신을 인어로 상정하고 이야기를 구술하는 대목이 인상 깊었어요. 여기도 @고쿠라29 님의 생각과도 겹치네요. 에딕 수사가 좋아했던 어머니의 인어 빗도 통상적으로 여자의 전유물이면서 현실 너머를 꿈꾸게 만드는 매개물이 아니었을까요.
여러분들이 많이 이야기해 주신 것처럼 저도 잭 도리의 복수는 좀 시시했어요. ^^ 아무래도 동화다 보니 어린이들에게 용서의 참된 의미를 알려주고 싶은 작가님의 마음이 들어가 있겠죠? 그런데 마지막 부분은 나름 무서운 결말이에요. 나쁜 왕과 교활한 고문을 "돛대도 없고 노도 없는 엄청 작은 배에 태워 먼바다로 떠나보"내잖아요. 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스포일러 기능으로 감출게요. 그냥 죽이는 것보다 더 잔인하지 않나요? 이 부분 읽고 약간은 당황했어요. 배에 식수는 많이 실었나 괜히 고민하면서요.
식수ㅎㅎㅎ 정말 상상할수록 무섭네요. 방향을 모르고 정처 없이 흘러가야 한다는 벌이 바보 왕보다도 배운 것 많은 고문에게 더 지옥일 것 같아요. 그리고 삽화도 매력적이죠! 흑백이라 처음에는 심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주요 인물과 사물이 세심하게 그려져 있어서 중간중간 뚫어져라 감상하게 돼더라구요.
동화를 마지막으로 읽은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한 어른인데 @소리 모임지기님께서 소개해 주신 칼럼에 끌려 이 책을 완독하였네요. 동화책 답게 분량도 부담 없고 내용도 좋지만 간간히 등장하는 아름다운 그림도 참 좋았습니다.
와, 책을 읽고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저 혼자 읽었다면(아마 읽지도 않았겠지만) 결말이 좀 시시하네 하면서 그냥 넘겼을 것 같아요. 제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 또 막연했던 부분들을 명확히 이야기해주셔서 또 찾아보고 생각해보면서, 즐겁고 풍성한 책읽기가 되었어요. @소리 님이 언급해주신 꿈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봐야겠어요. @고쿠라29 님의 '식수' 얘기에 혼자 웃었어요. 사실은 심각한 건데... 저는 그 문장을 보면서도 그렇게 구체적으로 상상 안 해봤거든요ㅎㅎ. 스포일러 지정 기능이 있는 것도 첨 알았어요. 그믐,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요.
여러분들의 이야기 들으니 비어트리스의 예언 속 세상이 더욱 다채롭게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아직도 이해가 잘 안가는데요, 제목 '비어트리스의 예언'이 시사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다른 분들의 제목에 담긴 이야기 듣고싶습니다.
저도 제목의 의미가 궁금했는데, 뾰족한 답을 얻지는 못했어요. 비어트리스에 관한 예언인가? 비어트리스가 한 예언인가? 궁금증만 생기고요.^^ 사실 슬픔의 연대기 속 예언이 비어트리스에 관한 것인가 하는 점도 좀 불분명하지요. (마지막에 "중요한 건 예언이 아니야"라는 말도 나오고요.) 예언과 별개로 비어트리스가 한 '약속'과 비어트리스에게 한 '약속' 있었어요. 저는 이 약속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분의 말씀을 듣고 보니, 저는 책 제목이 비어트리스가 스스로/함께 만들어낸 예언으로 받아들여져요. 제가 기억하기로 비어트리스가 예언 비스무리하게 떠올려서 적은 것이 동화책의 한 구절이었는데요. 꾸며진 이야기 속 문장을 명제처럼 품고 자신의 현실을 바꾼 비어트리스의 행보가 새삼 멋지게 느껴지네요. 독자가 문학을 통해 얻는 변화도 이런 것 같구요.
스스로/함께 만들어낸 예언이라는 표현이 좋아요. 마침. "이야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어."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려고 들어왔는데, 소리님은 이미 답을 주셨네요:) "이야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어."라는 말에 저는 조금은 회의적이었는데요, 그렇게 믿는다면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요. 여기서 "세상"은 내가 느끼는 세상이겠죠.
비어트리스, 우리가 너에게 가고 있어
비어트리스의 예언 194쪽, 케이트 디카밀로
모임이 아직 종료되지 않았는데, 이야기가 끊긴 것 같아 아쉬워요. 저는 이 작품의 숨은 주인공이 에딕 수사가 아닐까 생각해요. 처음에 연필님과 소리님이 말씀해주셨듯이요. (제 기준에서) 비어트리스와 잭 도리의 변화(성장)은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에딕 수사의 변화는 정말 잘 설득되었거든요. 이 모임이 끝나도 동화꾸러미가 계속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토요일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에딕 수사가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마무리 짓는 인물인 듯 합니다. 예언은 중요치 않고 자신을 발견해가며 성장하는 이야기에 촛점이 있고, 또한 이야기를 글로 적어가며 전해주는 수사님의 역활과 중요성이 강조된 작품같아요. 작가님들의 중요성을 에딕 수사를 통해 넌지시 보여주는 듯 합니다.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주단/책증정] 장원석 제작자 추천, IMF 비화를 담은 장편소설 《밀》 함께 읽기[북다/책 나눔] 정기현 『이웃집의 탐스러움』 함께 읽어요 (6/17 라이브 채팅)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천천히 읽어요
[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세계문학전집 느리게 읽기 (1)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웰다잉 오디세이 2분기의 여정
[웰다잉 오디세이 2026] 6.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웰다잉 오디세이 2026] 4.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
나누고 싶은 책 이야기 by 꼬모
편지들이 알려주는 먼 시절의 인생역정낙담과 희망이 뒤섞인 사우디 아라비아 이야기편안하게 명랑하고, 평범해서 비범한 일상과 성장여전히 재미있고 여전히 김빠지는 시리즈 신간추리로 양념 친 러브스토리 연작집
조선과 한국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
[김영사/책증정] 다니엘 튜더 소설 《마지막 왕국》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어크로스/책증정] <뉴요커>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과 함께 진짜 한국 탐사하기!
우리 아버지는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4. <아버지의 시간>[도서 증정] 《아버지를 구독해주세요》마케터와 함께 자유롭게 읽어요~! <책방지기의 인생책> 좋은 날의 책방과 [아버지의 해방일지] 함께 읽기
한 출판사에서 나온 이토록 다양한 책들의 향연, 오늘 당신이 고를 이야기는?
[김영사/책증정] 쓰는 사람들의 필독서!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함께 읽기[김영사 / 책 증정]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편집자 & 번역가와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무작정 퇴사하기 전에, <까다로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 함께 읽기[벽돌책 독파] 주자와 다산의 대결 <두 개의 논어> 편집자와 함께 읽기 [김영사/책증정]수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세상은 아름다운 난제로 가득하다》함께 읽기
같이 연극 보실 분들, 구합니다.
[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그믐연뮤번개] 2. [독서x관극x번역가 토크] 인간 내면을 파헤치는 『지킬앤하이드』[그믐연뮤번개] 1. [책 읽고 연극 보실 분] 오래도록 기억될 삶의 궤적, 『뼈의 기록』
우리의 노동 일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5. <쇳돌>[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여러분은 일을 즐기고 있나요?[그믐밤] 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기 @국자와주걱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비밀, 파헤칩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 탐험단 시즌 2 : 장르의 해부학 읽기 3. 신화 4. 회고록과 성장물
한국 희곡 낭독이 이렇게 재밌다니!
<플.플.땡> 4.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플.플.땡> 3 당신이 잃어버린 것 2부<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플레이플레이땡땡땡
히어로와 함께
카라마조프의 피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
나이지리아 소설가, 치누아 아체베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8.신의 화살,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7.더 이상 평안은 없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혼자이기에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부커상을 받았어요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서울국제작가축제X비채]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함께읽기 챌린지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