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림 독서의 장 📖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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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p54 자기만의 방은 독립과 해방의 공간이기 이전에 나의 눈물을 타인에게 들키지 않을 권리였다. p104 내가 지낼 공간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시간은 처음으로 스스로를 책임기지 위해 아등바등하는 순간이었다. p115 여전히 처음 하는 일들이 두려웠지만 두려움 때문에 원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변화는 해내지 못할 것 같던 일을 해냈던 날, 행신동 집을 고치던 날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p198 나는 집에 대해 쓰려했으나 시절에 대해 썼다. 내가 뭔가를 알게 되는 때는 그것을 잃어버렸을 때이다. 현재의 집이 가진 의미를 깨닫는 것도 이곳을 영원히 상실한 다음일 것이다. <댓글부대> p54 인터넷에 목적이랄 게 있나요? 인터넷은 이제 그냥 있는 거죠. p77 남이 좋은 댓글 많이 달아주면 자기가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드는 거에요. 그런데 자기가 생각할 때에는 별 대단치도 않은 글 올린 녀석이 관심을 많이 받으면 질투심을 넘어서서, 이건 옳지 않다, 정의롭지 않다, 그런 생각마저 하게 되죠. p147 요즘 정치하는 친구들은 그걸 몰라. 경제가 사회 분위기를 결정하는 게 아니야. 사회분위기가 경제를 결정하는거야. 집단의 힘, 군중의 마음!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믿음을 품게 되면, 주변이 다 잿더미고 쓰레기산이어도 상관없어. 인간은 강한거야. p169 우리는 그 아이들한테 걔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걸 보여준 거에요. 자칫하다가는 그렇게 될 것만 같은 미래의 자신의 모습. ‘비겁한 낙오자’의 모습. p221 임상진이 그 말을 다 믿었어?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공간으로서의 집이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거대한 영향을 설명하지 못한다. 전작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으로 국내 논픽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하재영 작가가 집에 관한 에세이로 돌아왔다. 그는 신작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에서 일생에 걸쳐 지나온 집과 방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유년시절을 보낸 대구의 적산가옥촌, ‘대구의 강남’이라 불렸던 수성구의 고급 빌라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점점 작은 집으로 이사를
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장편소설. 그간 <표백>, <한국이 싫어서> 등 사회성 짙은 소설을 써온 장강명의 소설 <댓글부대>는 이전 작품들보다 훨씬 더 강력한 목소리로 부박한 현실에 정면 돌파를 시도한 소설이다.
<그랑주떼> 1. P129 슬픔은 나눌수록 줄어든다는 이 진리를 알지 못해 나는 내 유년의 상처를 항상 감춘채로 살았다. 2.P130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며 절망의 늪으로 몰아갔던 '나'를 이제는 다 놓아주고 풀어주었으니, 앞으로는 과거의 상처에서 돋아나는 새 살의 희망과 아름다움에 대해 좀 더 편하게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3.P40 학원 강사는 외로운 직업이었다 4.P60 있잖아, 나는 네가 정말 예뻐서 좋았어. 꽃을 보고 있는 것 같았어. 다 피어나는 꽃이 아니라,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어. 5.P121-122 우리는 매일 한이불을 덮고 누웠지만 리나는 단 한번도 나를 향해 돌아눕지 않았다. 나는 언제나 리나의 비쩍 야윈 등을 안은 채로 잠들었다. <반인간선언> 1. P228 상훈씨는 버려진 신의 아들이고 길승호는 그 신의 아들을 세상이란 시장 앞에 내다 판 유다예요 2. P247 신의 뜻을 품고도, 눈을 뜨고도, 진실을 발견한 선각자임에도 진실에 역행하는 행동을 한 존재가 바로 가룟유다야. 3. P174 아버지는 단지 불우한 아이들을 지원하는 일만 하신 게 아니었어요 그건 진짜 큰 불행을 키우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라고 하셨죠 4. P155 두 손이 묶인 채 매달려 있는 사체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상태였다. 오른 손목이 잘려 나갔으며, 오른 발목 역시 마찬가지였다. 5. P162 입은 무언가를 말한다는 의미입니다. 누구한테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알아내는 것은 서희 씨의 몫입니다
그랑 주떼젊은 감성을 위한 테이크아웃 소설 시리즈 「은행나무 노벨라」 제2권 『그랑 주떼』. 도서출판 은행나무에서 200자 원고지 300매~400매 분량으로 한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을 만큼 속도감 있고 날렵하며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형식과 스타일을 콘셉트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두 번째 작품은《제리》, 《정크》의 저자 김혜나 작가의 소설이다. 발레에 적합한 몸을 지녔지만 정작 춤에는 재능이 없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의
반인간선언 - 증오하는 인간, 개정판『열외인종 잔혹사』로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주원규의 『반인간선언-증오하는 인간』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드라마로 제작되어 매회 화제성을 낳고 있는 OCN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의 원작소설이다.
<유진과 데이브> p.21 해가 지는 시간, 바닷가의 집, 커다란 창문으로 들여다보이는 두 명의 사람. 거리를 두고 서 있는 그들의 표정을 살피려 유진은 눈을 더 가늘게 떴다. p.49 나는 그의 가족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문득 유진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스쳤다. 그날의 대화가 모두 단절되어버린 이유가 거기 있었다. 유진과 그들 사이에는 아주 진하고 명료한 선이 그어져 있었고, 누구도 그 선을 넘어서지 않았다. 말들이 데굴데굴 굴러가다가 선 앞에서 멈춰 서는 식이었다. p.115 사랑이 그렇게 쓸모없고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한 거라고 유진은 한때 생각했었다. p.135 유진은 팀의 등껍질이, 자신이 보고 있는 그 사람의 등껍질이 독일의 아름다운 응접실에 걸려 있는 상상을 했다. 그러고는 황급히 발걸음을 돌려 미술관을 빠져나오려 했지만 미로에 갇힌 것처럼 같은 작품을 몇 번이고 다시 마주쳤다. p.179 괴로운데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라면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싸우지 말라고, 도망치라고,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묻혀서 몸의 무엇도 빼앗기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40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나는 나대는 아이가 미움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학습했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아이는 남을 괴롭히는 아이도, 못된 장난을 치는 아이도 아닌 '잘난 척하는 아이'였다. 여자아이가 잘난 척하면 특히 더 싫어했는데 그런 여자아이는 관습적 여성성, 다시 말해 생물학적 여성성과는 관련이 없지만 문화적으로는 ‘그래야 한다’고 여겨지는 여성성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p.83 리베카 솔닛에 따르면 가부장제가 지배하는 곳에는 어디든 침묵이 있다. 남성과 여성에게 다른 침묵을 요구할 뿐이다. 여성의 침묵과 달리 남성의 침묵은 힘과 소속을 얻기 위한 대가다. p.147 나는 (엄마가 평생 반복해온 무급 노동의 수혜자인) 딸이자, (무급 노동을 담당하는 성별이 주로 여성이라는 현실에 비판적인) 다음 세대 여성이다. ‘딸이자 다음 세대 여성’이라는 말은 수혜자이자 비판자'라는 말로 바꿔 쓸 수 있다. 이 글의 첫 문장 에는 이중적인 내가 있다. 엄마의 노동에 대해 말하는 것은 나의 이중성을 직시하는 일이다. p.195 시어머니는 여성이 아니다.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가부장제에서 그-그녀는 아들의 대리인이기에 고부 관계는 여성 대 여성의 관계라기보다 여성 대 명예 남성의 관계에 가깝다. p.211 나에게 엄마는 낡은 관습을 상징하지 않는다. 타인이 나를 비주체적 인간으로 내모는 상황에서도 주체적 인간이기를 끝내 포기하지 않는 이의 상징이다.
유진과 데이브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마흔 번째 소설선, 서수진의 『유진과 데이브』가 출간되었다. 2020년, 장편소설 『코리안 티처』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우리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서수진의 이번 작품은 국적과 인종을 달리하는 두 연인의 사랑의 불가능성에 관한 진지한 고찰을 담은 소설이다. “우리가 외면해선 안 될 이 나라의 진짜 모습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이 책의 표제인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I never had a mother)”는 에밀리 디킨슨이 편지에 썼던 유명한 문장이다. 이 선언은 모계에 대한 부정이 아니다. 내 안의 ‘여성적 힘’을 선포하는 것이고, 어머니의 시대를 넘어서는 것이며, 나를 낳은 여자의 분신으로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그 여성에게는 모두 어머니가 없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는 작가 하재영이 어머니의 생애사를 인터뷰하며 그와 교차하는 본인의 이야기를
돈의 속성(300쇄 리커버에디션)2020ㆍ2021ㆍ2022ㆍ2023 4년 연속 최장기 베스트셀러 80만 깨어있는 독자들이 선택한 경제경영 필독서 『돈의 속성』 ▶ 『돈의 속성』 300쇄 기념 개정증보판 발행! ▶ 『돈의 속성』 300쇄 기념, 김승호 회장의 추가 메시지를 담다! ▶ 중국, 일본, 대만, 태국 4개국 출간! 이 책은 초판 발행 후, 경제경영 필도서로 자리매김한 『돈의 속성』 300쇄 기념 개정증보판이다. 300쇄에 맞춰 코로나19로 바뀐 경제상황과 돈에 관한 김승호 회장
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개정판스테디셀러 『피프티 피플』의 10만부 판매 기념 전면개정판. 그는 이 작품을 기점으로 소설 속 세상에 사회문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의 감수성에 걸맞도록 문장 표현을 다듬었고 출간 이후 달라진 의료 정보 등을 손보아 전보다 한층 섬세해지고 정확해졌다.
[컨설턴트-임성순] p.23 진정한 구조는 결코 조정되지 않는다. 사라지는 건 늘 그 구조의 구성원 뿐이다 p.73 심장은 프라이팬에 올려둔 메뚜기처럼 뛰어다니고 있었다 p.208 살아남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어쩔 수 없는 것들을 빨리 포기하는 것이다. p.209 삶이 어느 순간 위태롭게 흔들거리면 가능한 것부터 발판을 만들어가면 된다 p.270 저들은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자신들이 먹을 옥수수를 키우지 못한다. 우리가 마실 커피를 키워야 하므로 그들에게 얼마의 돈을 더 쥐어주면 공정함도 살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공정해 진다 p.280 결국 나는 매니저와 결혼했다. 청혼할 때 줬던 반지를 원래 예린에게 주려 했던 것이다. (중략)... 다이아몬드는 영원한 거니까 그건 어쩌면 콩고에서 온 것인지도 몰랐다. (중략).... 그녀의 손가락엔 정글 속 어딘가에 하얗게 백골이 된 누군가의 목숨이 걸려 있는 셈이다. 아주 친란하게 우리의 모든 일상엔 이런 식으로 유령이 맴돌고 있다. 하지만 그 유령을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컨설턴트 - 2010년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2010년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컨설턴트>. 1인칭 시점의 회고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은 현대인의 익명성과 자본주의가 타인에게 가하는 폭력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회사'라는 거대한 구조는 곧 '보이지 않는 손'으로 개인의 삶을 지배하며 거기에 속한 구성원은 무력하게 모든 걸 '받아들이거나 체념할' 수밖에 없다.
[나를 숨 쉬게하는 것들-김예나] p.27 자, 계속해서 호흡을 하세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러분 요가는 한 동작으로 멈추어 있는 것이 같지만 사실은 호흡을 통해서 끊임없이 앞으로 또 안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내부에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움직이고 있어요. 사실은 굉장히 동적인 움직임이죠. 겉보기에는 멈추어 있는 것 같지만 전혀 멈추어 있지 않고 주저 앉아 있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 이 순간 알아야 합니다. p.75 태어나 처음으로 나는 내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략)... 부디 살아야 한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결코 좌절되지 않으며 나는 살아야 한다. 붉은 빛은 나에게 말했다. 작가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 작가가 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야 내 안의 나를 위해 아름다운 신성과 빛과 자연을 통해 살아지는 것 뿐이야 더이상 무엇이 되기 위해 힘겹게 노력하거나 세계와 맞서 싸우지 않아도 괜찮아 너는 존재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워..... p. 89 하지만 이제는 다른 무엇이 아닌 오직 '나' 자신을 위해서 요가를 하고 싶었다. 작가가 되기 위해 소설을 잘 쓰기 위해 요가를 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요가를 해 나가고 싶었다. p.238 나는 사랑을 받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주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었다 (중략).... 그 동안 이 사실을 알지 못해서 깨닫지 못해서 나는 늘 타인의 사랑을 받으려 안간힘을 쓰며 살아 온 것이다. (중략).... 이 진리와 사랑을 알지 못해 그 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가지려고 하고 받으려고만 했던가 내가 원하는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까닭은 그것이 이미 내 안에 있는 줄 모르고 늘 바깥에서만 찾아 해맸기 때문이었다.
나를 숨 쉬게 하는것들현재 유능한 요가 강사로, 그리고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혜나 작가가 이번에 판미동에서 출간되는 신간 『나를 숨 쉬게 하는 것들』은 이처럼 힘겨운 청춘을 지나온 저자가 요가를 통해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고 극복하는지를 보여 준다. 특히 우리 안에 내재된 열등감과 좌절, 슬픔, 비참함 등을 어떻게 떨쳐 내는지를 한 편의 소설처럼 생생하게 그려내면서,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든다.
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개정판스테디셀러 『피프티 피플』의 10만부 판매 기념 전면개정판. 그는 이 작품을 기점으로 소설 속 세상에 사회문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의 감수성에 걸맞도록 문장 표현을 다듬었고 출간 이후 달라진 의료 정보 등을 손보아 전보다 한층 섬세해지고 정확해졌다.
돈의 속성(300쇄 리커버에디션)2020ㆍ2021ㆍ2022ㆍ2023 4년 연속 최장기 베스트셀러 80만 깨어있는 독자들이 선택한 경제경영 필독서 『돈의 속성』 ▶ 『돈의 속성』 300쇄 기념 개정증보판 발행! ▶ 『돈의 속성』 300쇄 기념, 김승호 회장의 추가 메시지를 담다! ▶ 중국, 일본, 대만, 태국 4개국 출간! 이 책은 초판 발행 후, 경제경영 필도서로 자리매김한 『돈의 속성』 300쇄 기념 개정증보판이다. 300쇄에 맞춰 코로나19로 바뀐 경제상황과 돈에 관한 김승호 회장
<헬로 베이비> 김의경 1. 문정은 ‘픽션과 논픽션을 아우르는 글쓰기’라는 말에 매료되었다. 소설 같은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가 굳이 픽션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p.19 2. “시험관 아기 시술은 역사가 유구하다고 봐야 해.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낳았다는 마리아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시험관 시술을 받은 여자가 아니었을까? 그 시절에 천재 의사가 있었을지 누가 알아. 그가 기록으로 남기지 않아서 시험관 시술이 후대에 바로 전해지지 않은 건지도 몰라.” p.78 3. 언니, 나 이번에도 실패하면 고 샘 반으로 넘어갈래. 잘생긴 영수 샘 얼굴 못 보는 건 아쉽지만. 혜경은 단톡방 친구들과 이런 대화를 나눌 때면 고시 공부를 함께 하던 친구들과 고시학원 강사에 대한 정보를 나누던 시절이 떠올랐다. 정말 고 선생만 믿고 따르면 시험관 시험에 합격해 엄마가 될 수 있는 걸까. 혜경은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이 떨어졌다. p. 107 4. 은하는 시험관을 할 때마다 임테기의 늪에 빠져 허우적댔다. 세 시간 간격으로 소변을 짜내어 임테기에 묻힌 뒤 눈이 빠져라 노려봤다. 임테기 위로 붉은색이 노을처럼 번지다가 사라지면 한 줄 혹은 두 줄 선고가 내려진다. 은하는 우주의 시간처럼 아득하게 느껴지는 그 고독한 시간을 눈을 부릅뜨고 견뎠다. p.125 5.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게 인생인가봐. 정효 언니처럼 결국 아기를 얻어 지금 이 순간 남부러울 게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신생아실에서 아기를 도둑맞은 사람도 있고 말이야. 무슨 수를 써도 아기가 생기지 않으니 아기를 도둑맞을 일이 없는 나는 불행한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 p.178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하재영 1.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면서 여성의 권리에는 정반대의 잣대를 가질 수 있다. 여성 운동에 헌신하면서 계급적 불평등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계급적 불평등에 민감하면서 성소수자의 권리에 편협할 수 있고, 성소수자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인종적 소수자의 권리에 무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차별에 일관되게 반대하고 약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에게도 동물권 문제만큼은 인식의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 p.47 2. 이윤추구의 수단이 된 동물은 개든 고양이든, 소든 돼지든 무생물과 똑같이 취급된다. 여전히 동물에 관한 우리의 가장 지배적인 사고방식은 사람/물건의 이분법적 체계다. p.103 3. 어떤 자연사는 가장 비참한 죽음이라는 것을, 어떤 안락사는 고통사라는 말과 동의어라는 것을, 어떤 입양은 죽음으로 가는 급행열차라는 것을, 언어들은 알려주지 않는다. 그 대신 저 언어들은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는 고통을 은폐한다. 그래서 모든 보호소가 인도적인 장소라고, 모든 유기동물이 마지막 순간만큼은 편안하다고 믿게 만든다. p.144 4. 어쩌면 개식용 문제에서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동물학대나 환경오염이 아니라 오직 이것,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인지 모른다. 어떤 사람들이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학대당하는 소, 돼지, 닭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가 동물의 고통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건강 때문인 것처럼. p.196 5. 이십대에 나는 여성, 아동, 노인, 장애인...다양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인간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어요. 평등과 권리를 최우선으로 여기면서도 동물까지는 생각이 못 미쳤던 거야. 사십대에 유기동물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비로소 생각이 바뀌었어요. 동물이 말을 못 한다고 하는데 사실은 동물도 말을 해요. 우리가 못 알아들을 뿐이지. 마찬가지로 사람이 말할 수 있다고 해서 진짜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동물 앞에서는 우리 모두 강자지만 다른 인간 앞에서는 우리 모두 약자일 수 있는 거예요. p.271
헬로 베이비장편소설 《콜센터》로 제6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한 김의경의 신작 《헬로 베이비》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평균 결혼 연령의 변화, 삼십대 중후반이 되어서야 임신과 출산을 계획할 수 있는 현실. 그 과정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심리적 압박.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사회는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길고 지난한 시간을 견디고 싸워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헬로 베이비》는 그러한 고민을 안고 난임 병원에서 만난 삼사십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 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관한 르포『달팽이들』 『스캔들』 등의 작품을 발표한 바 있는 소설가 하재영의 첫 논픽션으로, 버려진 개들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번식장, 보호소, 개농장을 취재하고, 그 과정에서 만난 번식업자, 유기견 보호소 운영자, 육견업자 등 다양한 사람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개 산업의 실태를 그려낸다.
자네의 자기만족이, 그 잘난 윤리가 저 가족을 희생시킬 만큼 가치 있나?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p.56, 임성순 지음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세계문학상 수상작가 임성순의 세 번째 장편소설. 작가가 매스컴에서 누차 밝힌 바 있는 '회사 3부작' 시리즈의 완결판으로, 앞선 작품들과 다르게 이번 소설에서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사뭇 진중하고 인간의 본성을 향해 좀더 고뇌하는 양상이다.
임성순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Ⅰ. “선택할 수 없는” p.56 "자네의 자기만족이, 그 잘난 윤리가 저 가족을 희생시킬 만큼 가치 있나?" "의술이 인술이라고? 개뿔. 의술은 기술이다. 수십, 수백만명의 목숨을 발판 삼아 지금까지 발전한 거야. 알량한 도덕 나부랭이가 의학 발전에 기여한 적은 없어. 한 명을 실수로 죽이면 그렇게 배운 기술로 열 명을 살리면 돼. 그게 의학의 도리지." "그럼, 물어보자고. 저 가족은? 저들은 누가 책임지지?" 6인실의 아주머니는 다른 환자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액자에 넣어두고 싶을 만큼 밝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자신이 하려는 일이 저 행복을 파괴할 만큼 가치 있는 것일까. 범준은 자신 없었다. "도덕? 좋지. 하지만 능력 없는 인간이 외치는 도덕이야말로 약자의 위선일 뿐이야" “속죄의 가격” p.78 박 신부는 처음으로 그에게서 다른 이와 하나의 끈으로 묶인 보다 큰 의미의 위대한 삶을 보았다. 그저 맹목적으로 따랐던 '순명하라, 겸손하라, 희생하라'는 말들은 단순한 계명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 있었고 하나의 풍경처럼 우리의 곁에서 인성을 초월한 숭고함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그 순간 박 신부는 보다 큰, 자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커다란 섭리가, 자신의 앞에 펼쳐지리라는 예감을 전율했다. 비록 그것이 그가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를 띠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Ⅱ “고해성사” p.104 "인간이기에 판단은 흔들릴 수 있죠. 그리고 판단은 이성이 하지만 그 출발은 신념에서 시작되는 겁니다. 심지어 신은 없다는 것조차 논리적인 영역 밖에 존재하는 일종의 신념이죠. 신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건 변치 않는 정의나 진리가 존재하고 있다고 믿는 일이고 진정한 존재가 있다는 믿음이죠......" “향연” p.137 ".... 정말 신이 존재한다면 그는 무책임하거나, 악하거나 무기력한 존재라는 겁니다. 저는 진짜 고통의 모습을 봤습니다. 그것은 존재 자체를 뒤흔들죠. 그런 일은, 결코...허용 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신이라 해도 말이죠. 그가 어떤 이유에서도 침묵한다면 결국 사람이 나서야 하는 겁니다. 신이 아니라 인간이 직접 자신의 행동과 세계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배우고, 가르치고, 부조리한 것을 바로잡고, 이성의 힘에 의지해서 헤쳐 나가야 하는 겁니다. 그게 제가 이곳에 있는 이유죠. 그것만이 이 미친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글쎄요, 말씀하신 대로 저는 미숙하고 진짜 고통을 알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더욱 좁고 곧은길에 대해 확신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죠. 그 길에 대한 믿음이, 말씀하신 존재를 뒤흔드는 고통이 눈앞에 있을 때 오히려 방향을 잡고 지탱하는 힘이 돼주지 않을까요?" Ⅲ “성과 속” p.204 그토록 강렬한 선의도, 고결한 마음도, 거대한 세상의 흐름 앞에선 어쩔 수 없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편으로 팀장에게 미안함을 느꼈고, 유감스러웠지만, 그들의 고통을 왜 십자가를 지고 계신 이에게 맡기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세상 앞에 한 인간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신에게 의지하는 것이다. p.213 바람이 불 때마다 붉은 물결이 성당을 향해 일렁거리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가슴속 깊이 이 땅을 사랑하는 마음이 절로 샘솟았다..... 수단을 입은 채 운전을 하는 박 신부의 모습을 알아보고 아이들이 다정하게 손을 흔들었다. 박 신부 역시 그들을 향해 미소 지었다. .... 그렇게 언덕길에 올랐을 때 토마스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는 빗자루를 든 채 성당 앞마당을 청소하고 있었다. 황혼을 고스란히 등진 채 아이는 웃고 있었다. 성당을 청소하는 저 귀찮은 일이 어떻게 저런 미소를 그에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p.215 박 신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 해서 서로를 증오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 원로의 말처럼 이들은 농부였고, 땅을 사랑하는 마음은 어디나 같은 거라고, 어제의 예감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두 여자아이의 죽음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 “실낙원” p.261 어느새 그곳에 모여 있던 수많은 사내들은 달아나고 없었다. 그에게 칼을 겨눴던 아이만이 남아서 박 신부를 신기한 생물이라도 되는 양 바라보고 있었다. 박 신부도 그를 바라보았다. 새벽녘 혼자 기도를 마치고 돌아갈 때 마주쳤던 그 눈빛과 다를 바 없는 맑고 투명한 눈이었다. 그는 매일 무엇을 위해 기도했던 것일까. Ⅳ “고통받지 않을 권리” p.273 "아니오, 사람의 생명은 어떤 경우에도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설사 자신의 생명이라 해도 마찬가지죠. 누구도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그게 바로 자살이 용납될 수 없는 이윱니다. 인간을 가치로 따지고 생명을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순간, 인간은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되는 겁니다." ..... "고통은, 고통은 덜어줄 수 있으니까요!" 범준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누구나 고통받지 않을 권리는 있는 겁니다." “돌이킬 수 없는” p.297 아이는 작은 일에도 짜증 냈고, 화를 냈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범준 역시 일찍이 그런 환자들의 모습을 보아왔었다. 하지만 그는 의사일 뿐, 그들의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가슴 안쪽부터 마음이 갈가리 찢겨져 아뭣도 남지 않은 것만 같은 고통이 그림자처럼 범준의 뒤를 따랐다. 아이의 상황은 점점 그가 손쓸 수 없는 영역으로 하루가 다르게 나아가고 있었다.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누구나 자기만의 고통이 있었고, 그것은 각자의 몫이었다. “침묵과 안식” p.316 그렇게 유학생이 되고, 다시금 신학을 공부했지만, 믿음이 사라진 자리에 찾아온 신학은 마치 허공에 세우는 크고 아름다운 성전이나 다름없었다. 아름답고 빛났지만 땅에 닿지 않는, 현실과는 무관한 이야기였다. 논리는 아름답게 빛났고, 철학은 음악처럼 듣기 좋았지만, 점점 더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여전히 그를 따르던 불면증처럼. p.319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져서 마치 어떤 보이지 않은 개연성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누군가는 이것을 신의 섭리로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인간들의 의도였다. 베드로는 성서에서 내내 어떤 상징성을 띄고 있었고, 이 상징에 실체를 구현하기 위해 교회는 노력해왔던 것이다. 우연한 일은 없었다. 물론 독실한 이에게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만드는 인간의 의지 자체를 신의 섭리라 말할 테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죽음 역시 신의 섭리이리라. 베드로와 같은 세례명을 가지고 같은 잘못을 저지른 자신이, 같은 곳에서 죽는 것은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일이었다. “피에타” p.344 아니야, 난 네 명을 살렸어. 생명은 그 누구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그의 말이 떠올랐다. 아이가 생각났다. 아이에게 묻고 싶었다. 자신은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자신은 누군가를 살린다는 말로 아이의 죽음을 모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은 모든 행위들이 실은 죄책감을 감추기 위한 자기만족과 자기기만은 아니었을까?
[1부] 자르기 “알바생 자르기” p.33 "합리적이라고요........ 과장님, 지난달에 태국 바이어들 왔을 때 환송회 한 거, 제가 영수증 정리하다 보니까 일차 밥값만 제 월급보다 더 나왔던데요. 그 환송회에 서울 사무소 직원들이 다 갔잖아요. 사장님 오신 다음에 그런 식으로 회식을 몇 번이나 하셨잖아요. 그것도 합리적인가요?" p.42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여자아이는 가방에 손을 넣어 봉투를 확인했다. 봉투를 땅에 떨어뜨리고 돈을 잃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겁이 났다. 건물을 나서자마자 은행을 찾아갈 참이었다. 학자금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독촉을 받고 있었다. 여전히 발목이 아팠다. 인대 수술을 받느라 퇴직금을 다 썼지만 별로 나아진 게 없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기발령” p.51 선대 회장은 음식은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니라 문화이며, 자신의 목표는 이윤이 아니라 사회 공헌이라고 강조했다. 어렸을 때부터 가난한 집안 형편에 읽을 것이 없어서 은행이나 공공기관에 비치된 잡지를 닥치는 대로 읽었다고 했다. 그는 어느 날 잡지 발행 제작비가 라디오 광고 두 편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듣고, 문화 잡지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p.55 "왜 이런 결정을 내리셨는지, 저희한테 다른 길은 없는지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중훈이 말했다. "그 팀이 돈을 얼마나 버는지 아세요? 다른 부서에서 똑같이 여섯 명이 얼마나 벌어 오는지는 아세요?" 경영기획실장이 픽 웃으며 대꾸했다.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어린아이를 타이르는 말투였다. "저희는 돈 벌어오는 부서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요." "돈이 아니면, 어떤 식으로 회사에 기여했나요? 사이트 방문자 수도 매달 줄고 있잖아요." "방문자 수가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으면 거기에 맞춰서 일했을 겁니다." p.63 "그게 뭐라고...... 난 자기 만나기 전에는 사외보가 뭔지도 몰랐는데." "그 잡지 좋은 잡지였어. 종이 잡지 없앨 때 발행 부수가 1500부나 됐어. 학교나 병원, 교도소 같은 데서 계속 받아 볼 수 없느냐고 문의도 많이 받았어. 그리고 다들 자존심이 상했어. 회사가 우리를 밥벌레 취급했잖아. 적선하듯이 티앤티로 가라고 하니까 기분이 나빴지." "자존심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잖아." "자존심이 밥 먹여주는 거 아니지. 그런데 그때는 사람이 밥만 먹고 사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 p.65 전날 술자리에서는 실존적 형벌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이건 실존적이라기보다는 초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를 하지 않는데 어떻게 업무 보고서를 쓰라는 건가. 회사 혁신 방안을 사무실 안에서 말없이 꼼짝 않고 앉아서 떠올릴 수 있는 걸까. 자기 주도 학습이라니, 나에게 뭘 가르쳐야 하는 걸까. 눈치? 적응력? 비굴함? p.67 자회사로 가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왜'라는 의문을 품었던 것 자체가 잘못이었을까? 그들은 이리 와서 일하라고 하면 이리 와서 일하고, 저리 가서 일하라고 하면 저리 가서 일해야 하는 잡부나 다름 없는 처지였던 걸까. 그런 주제에 자신들이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자부심을 느끼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스스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착각했던 걸까. p.77 "회사가 자기네들 나가라고 몰아세운 건 알겠어.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변화가 두려운 것도 알겠고. 그런데 회사는 처음에 대안도 제시했고, 대기발령이라는 게 욕하고 때리는 것도 아니잖아. 솔직히 더 영세한 회사들에는 그런 프로세스도 없잖아." p.78 "그게 기업이지. 쇼 미 더 머니. 사람이나 휴지나." 남편이 말했다. '나는 그런 기만에 화가 났던 걸까?' 연아는 생각했다. "그때 윗분이 화났다면서 나더러 반성문 쓰게 한 건 어떻게 생각해? 그건 옳은 일이야?" 연아가 물었다. '그건 옳지 않지. 잘못한 게 없는데 뭘 사죄해. 아무리 회사라고 해도 그런 건 시키면 안 되지." "쇼 미 더 머니라며. 돈만 준다면 얼마든지 시킬 수 있는 거 아냐?" "그건 아니지. 그건 인간의 위엄이나 품위에 관계된 일이지. 자기가 돈이 있다고 남의 존엄을 무시하면 안 되지. 그게 갑질이잖아." "그러면 대기발령은? 그건 옳은 일이야?" 연아가 물었다. 남편이 생각에 잠겼다. [2부] 싸우기 “사람 사는 집” p.164 동네를 새로 지을 때 땅을 깊이 파내면 재개발이다. 재개발을 할 때에는 세 들어 살던 사람에게도 이사비를 줘야 한다. 동네를 새로 지을 때 땅을 깊이 파내지 않으면 재건축이다. 재건축을 할 때에는 세 들어 살던 사람에게 이사비를 주지 않아도 된다. 아니, 주지 말아야 한다. 주지 않아도 될 돈을 멋대로 주는 것은 주인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이므로. 재개발은 재건축과 달리 공익성이 있기 떄문에 세 들어사는 사람도 보호해주는 거라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 나는 공익성도 없는 남의 돈벌이 때문에 쫓겨난단 말인가요? 어차피 쫓겨나는 건 똑같은데 공익성도 없이 쫓겨나는 억울한 사람에게 돈을 더 챙겨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선녀가 되물었다. 당신은 꽃겨나는 게 아니라 계약이 해지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p.193 "그런데 부위원장님, 사람한테는 왜 집이 필요할까요? 옛날에는 다들 집이 없었을 거 아니에요? 원시인들은 다 떠돌며 살았잖아요. 그런데 어쩌다 아무 데서나 못 자고 집이 필요한 생활을 하게 됐을까? 사람 말고도 집이 필요한 동물이 있나? 아 ,새가 있지. 그런데 새들 둥지는 작잖아. 개집은 사람들이 만들어 준 거고... 그렇지, 토끼굴이라는 말도 있네. 그런데 토끼들이 굴에서 살아요? 난 잘 모르겠는데." "그런데 부위원장님, 우리 어릴 때 운동장에 새끼 돼지를 풀어놓고 아이들이 잡게 하는 놀이가 있지 않았어요? 혹시 기억나요?" “카메라테스트” p. 207 지민은 그런 추천제도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려 했다. 그런 선택은 '지상파가 아니면 안돼'라는 식의 아집이라기보다 자기 보호 본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군소 방송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이 겪는 일에 대한 무서운 소문은 차고 넘쳤다. 지민은 그런 위기 상황에 부닥쳤을 때 제대로 대처할 기지나 배짱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지 않았다. “대외활동의 신” p. 234 "상사가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어떻게 하겠냐는 따위를 묻는 면접관 말입니다. 지원자들은 열심히 머리를 굴려서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트집 잡히지 않을 답을 합니다. 그걸 듣고 면접관은 '모범답안 열심히 외워왔네. 요즘 애들은 말하는 게 죄다 똑같아'라며 고개를 젓고요. 어쩌란 말입니까?" 신이 그런 건 오히려 회사가 직원들에게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내부 고발은 꼭 필요한 일이니 어디로 신고하면 된다든지, 아니면 반대로 최대한 팀 안에서 대화로 해결하라든지. 어차피 다들 시키는 대로 할텐데요 하고 그는 말한다. "최소한 그 부정행위가 어떤 건지라도 알려주고 물어봐야죠. 그 상사가 뭘 어쨌다는 겁니까? 커피믹스 스틱을 몇 봉 집에 가져갔다는 겁니까, 아니면 시체를 토막 내서 비품 창고에 숨겨놨단 말입니까?" p. 265 악을 쓴다고 다리에 힘이 솟거나, 갈증이 해소되거나, 더위가 가시지는 않는다. 그것은 각성제도 스테로이드도 아니고, 인센티브도 패널티도 아니다. 육체적으로는 더 힘이 들고 더 고통스러워질 따름이다. 그럼에도 신은 대원들이 악을 쓰는 이유를 이해했다. 반복 동작으로 머리가 멍해질 때에는 그렇게라도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실신해서 쓰러진다. 발바닥이 아프거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울음이 나올 것 같으면 악을 쓰는 게 유용한 요령이다. [3부] 버티기 음악의 가격 p. 304 소비자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한 곡을 들을 때 뮤지션이 가져가든 돈이 1원도 안된다는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한 곡을 재생하면 매출이 7원쯤 발생하는데 거기서 1.3원쯤 되는 돈을 작곡자, 편곡자, 보컬, 연주자가 나눠 갖는다고 했다. 그 1.3원도 서비스 가입자가 아무 할인을 받지 않고 정가로 서비스 요금을 낼 때 얘기였다. p.310 "제가 예술가가 주인공인 소설에는 좀 알레르기가 있어서... 그리고 프리랜서들한테 사람들이 늘 하는 말이 있잖아요. 그거 네가 원해서 하는 거 아니냐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편의점 나가서 일하면 최저임금은 받을 수 있다고. 반박하기가 어렵더라고요." p.311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주체, 이콘이라고 가정한다. 경제학 밖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한다. 진실은 언제나 꼬여 있다. 인간은 이콘이 아니다. 하지만 완전히 아닌 것도 아니다. 소설을 쓸 때마다 내 안의 이콘이 그렇게 공들일 필요 있느냐며 딴죽을 걸었다. 강연 한 회 수입이 단편소설 고료와 비슷하거나 더 높다. p.318 이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은 이미지, 캐릭터, 스토리였다. 지푸라기 개가 포장지라고 여겼던 것이 진짜 상품이었고 음악이 포장지였다. 왜냐하면 음악은 너무 쌌기 때문이다. 상품 가치는 희소성에서 나온다. P.326 음악이 그렇게 싸져서 모든 사람이 거의 공짜로 음악을 즐기게 됐는데 사람들이 음악으로부터 얻은 효용은 얼마나 늘어났나요?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그 10년 사이에 175만 배나 100배, 아니 열 배라도 더 행복해졌나요? 오히려 반대인가요? 사람들은 이제 음악을 공기처럼, 심지어 어떤 때는 공해처럼 받아들입니다. P.335 그리고 그건 그리 나쁜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 모든 재화와 용역에 무제한 스트리밍으로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사물의 가치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다시 세울 수 있을 테니까. 그래야 할 테니까. 공급량, 보완재, 대체재를 넘어서. 그러면 좋은 음악은, 다시 소중해질지도 몰라.
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장강명 연작소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여러 문예지에서 발표된 10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2010년대 한국 사회의 노동과 경제 문제를 드러내는 소설들은 각각 '자르기' '싸우기' '버티기' 총 3부로 구분되어 리얼하면서도 재치 있게 한낮의 노동을 그린다.
1. 바다는 패턴으로 가득차 있어. 꼭 인터넷 같아. 고래들은 저주파로 노래를 불러 그런노래는 물속에서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들을 수 있지. 그래서 전세계에 있는 고래들은 인터넷에 접속해 있는것과 마찬가지야. 북극에 있는 고래가 남극에 있는 고래와 토론도 할 수 있지. (12p) 2. A와 B, 두가지 노선이 있어. A는 슬프지만 아름답게, 오늘 헤어지는거야. 나는 이편을 추천해 당분간 마음이 아프겠지만, 너는 결국에 극복해. B는 내일이나 모레쯤 헤어지는거야. 대신 아주 비참하게 헤어지게돼. 못 볼 꼴을 보게 될지도 몰라. 우리가 함께했던 기억도 결코 좋은 추억이 되지못해. 끝이 안좋으니까(46p) 3. 우리 회사 안에서도 이런책들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다른 책들은 워낙 안팔리고 그나마 이건 돈이 되니까 하는거지 뭐랄까, 우리팀 전체가 술집 나가서 돈 벌어오는 큰딸 같아. 단행본이나 잡지, 이런게 고시 공부하는 아들이고.(81p) 4. 이 남자가 잘못 저질렀어요. 잘못된 일이었어요. 하지만, 그래서 이 남자도 감옥데 가서 구년을 살고 나왔다고요. 그게 나라에서 정한 죗값이었어요. 너는 사람죽였지만,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으니까 구년을 살아라. 그랬다고요. 구년이 아니라 칠년이라고 봐야지. 쟤는 군대 안가도 되잖니. 아주머니가 대꾸했다. (131p) 5. 벌 키우는거. 차에 벌집을 싣고 꽃을 따라서 전국을 돌아다닌다네. 젊은 사람들 중에서 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돈이 된대. 당신도 나랑 같이 하면 좋을거요. 신선한 공기도 마시고, 우리 알아보는 사람도 없을테고(154p)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김영하, 조경란, 박현욱, 박민규 등 역량 있는 신진작가들을 발굴해온 문학동네작가상의 이번 수상작은 한겨레문학상, 수림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장강명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다.
1. 누구나 잠들면 꿈을 꾼다. 잠꼬대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민은 평범한 꿈을 얘기하는게 아니었다. 조민의 깊은 눈과 마주한 정인의 이마에 다시 식은땀이 맺혔다. 정인은 꿈을 정확하게 기억했다. 자신의 무의식을 할퀴고 간 세계는 지옥도 그 자체였다. 갑작스럽게 발화된 화마처럼 휩쓸고 지나간 악몽의 파장을 찢고 조민이 성큼 들어온 것이다. (39p) 2. 정인의 눈빛은 한 자기 집념에만 저당 잡혀 있었다. 재우에게는 익숙한 집념이었다. 강력계 형사시절, 범인을 잡아야겠다는 일념 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 당시 그의 삶의 목표는 오직 그것 하나였다. 어느 날 문득 거울 속에서 자신의 눈빛과 마주했을 때, 재우는 무언가에 압도당한 기분이었다. 영혼은 없고 목적만 남은 눈빛. 지금 정인의 눈빛처럼.(189p) 3. 죄송해요 대장. 전 행동할 수 밖에 없어요. 대장이 답을 알려주지 않을 거란 거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행동할 거라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적어도 대장은..... 누가 말해주기 전에 저에 대해 알고는 있어야 할 거살고 생각했어요.(227p) 4. 어차피 우린 반드시 죽어. 반드시. 우린 좀 일찍 죽는 것 뿐이야. 다행이지. 뭐. 나쁜짓을 좀 하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더 크면 더더더 많이 할게 뻔하잖아. 여기 있는 애들 다 같아. 지금 죽는게 차라리 나아(354p) 5. 정인이게 살아야 하는 이유 같은 건 없었다. 그저 그 순간을 견뎌내지 못하면 죽는 것이었다. 매우 단순한 생존 논리였고, 그 단순한 방식이 그녀의 의식과 말, 감정과 종교가 되었다. 그러므로 정인은 죽을 수 없었다. 죽는 법을 배우지 못했으니까.(481p)
기억의 문주원규의 장편소설 『기억의 문』. 기억 전달이란 특수한 능력을 가진 아이 '조민'을 뒤쫓는 택시 운전사 '정인', 비리 경찰 '재우', '비밀단체 'A'의 각기 다른 욕망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은폐되어야만 했던 학살의 평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시속 20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구형 소나타 택시에 올라타 거대한 지옥도로 묘사되는 대한민국의 곳곳을 누빈다. ‘돈 앞에서 과연 무엇으로 나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묵직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임성순 1. 인간이기에 판단은 흔들릴 수 있죠. 그리고 판단은 이성이 하지만 그 출발은 신념에서 시작되는 겁니다. 심지어 신은 없다는 것조차 논리적인 영역 밖에 존재하는 일종의 신념이죠. 신이 존재 한다고 말하는 건 변치 않는 정의나 진리가 존재하고 있다고 믿는 일이고 진정한 존재가 있다는 믿음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신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겁니......(p104) 2. 어느 곳에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와야 한다. (p119) 3. 우리가 한다는 위대한 선행 역시 별다를 거 없다는 거야. 인간의 선의란 고작 상황과 본능에 휘둘리는 금박일 뿐이라는 거지. 물론 금박도 금이긴 하지만.. (p125) 4. 범준은 깨달았다. 견딜 수 없는 비참한 순간이 만들어내는 찬란한 아름다움을. 그들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것들이 아름다웠다. 그 무심한 아름다움에 자꾸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p170) 5. 인간이 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저지른 죄를 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야. 그것을 감출 수 있다고 믿는 동안 또다시 죄의 노예가 되는 법이지. (p242) 6. 인간이 짐승과 다를 바 있나요? 생명의 가치, 존엄성, 다 좋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런 말은 반짝일 뿐 아무 가치가 없는 얇은 금박 같은 것이지요 (p273)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세계문학상 수상작가 임성순의 세 번째 장편소설. 작가가 매스컴에서 누차 밝힌 바 있는 '회사 3부작' 시리즈의 완결판으로, 앞선 작품들과 다르게 이번 소설에서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사뭇 진중하고 인간의 본성을 향해 좀더 고뇌하는 양상이다.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장강명 1.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진짜 현실 세계는 소설만큼 그리 개연성 있게 굴러가지 않는다. 요즘은 세계 전체가 '예측하가 어렵다'의 수준을 넘어, 숫제 맥락들이 사라지는 느낌마저 든다. 프랭크퍼트 는 개소리가 넘치는 게 우리 문화의 특징이라고 주장하는데, 그와도 상관있지 않을까 (p80) 2. 그래서 인간은 부정 신호를 긍정 신호보다 더 크게 받아들이며, 비판을 극복하는 데에는 대략 그 네 배의 칭찬이 필요하다고 한다. (p136) 3. 그러나 작가의 시간은 공공재가 아니며, 모든 작가가 다 독자를 직접 만나고 싶어 하는 거도 아니다. (p173) 4. 한국문학 위기를 선언하며...... 결국 작품만이 해낼 수 있는 일 아닐까. 한국문학의 위기는 작가들이, 독자와의 만남이나 유튜브를 통해서가 아니라, 작품으로 돌파해야 한다. 이 역시 문학의 힘에 대한 나의 믿음이다. (p254) 5. 아아, 그러니까 이건 더 이상 독서 생태계 문제가 아니로군. 이제 사람들이 긴 글을 읽지 않는군. 아니, 읽지 못하는군. (P262) 6. 이 비유가 어디로 뻗어나갈지 충분히 예상 가능하지요? 그러니까 삶은 '나이지는 것'이 아니라 '낫게 만들어야 하는' 대상이다. 안전한 선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역경은 삶을 보다 고귀하게 만드는 지렛대가 된다.....하지만 무섭습니다. 그렇게 40대 후반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제가 '초짜 인생가'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말하고 듣는 세계’보다 ‘읽고 쓰는 세계’를 지향하며 책을 중심으로 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누구나 책을 써보자고 제안했던 소설가 장강명.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유유히)에서는 자신의 직업인 ‘소설가’가 헌신할수록 더 좋아지는 직업이라고 당당히 고백하며, 부지런히 글을 지어 먹고사는 소설가의 일상과 더불어 문학을 대하는 본심을 숨김없이 풀어놓는다. 소설가 장강명은 오후 11시 반쯤 자고 오전 6시 반 전에 일어난다. 글 쓰는 시간은 스톱워치로
남자들 사이에서는 생식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수치 스러운 일인 걸까. 남자들은 왜 생명을 만드는 신성한 순간에 체면 따위를 생각하는 걸까. 물론 여자들도 난 임병원 다니는 것을 회사에 숨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 것은 창피해서라기보다는 임신 계획으로 업무에서 배 제되지 않을까 걱정해서였다. 10p 하지만 아이는 낳고 싶어요. 솔직히 말하면 결혼보 다는 아이를 원해요. 평생 결혼하지 않아도 아쉬울 것 없지만 아이가 없다고 생각하면 허전해요. 난자 냉동은 서른다섯 살 전에 하면 좋다기에 한동안 생각만 하다가 결심을 굳혔어요. 올해 서른다섯이거든요. 83p 혜경은 맹모삼천지교가 이 상황에 맞는 말인가 생각하면서 아직 생기지도 않은 아이를 위해 그렇게까지 하 는 것이 옳은 일일까 생각했다. 혜경은 극성스러운 엄 마 때문에 혼란스러운 사춘기를 보냈다. 혜경의 엄마는 혜경이 어릴 때부터 온갖 사설 영재학원에 보냈다. 엄 마의 개입 없이도 충분히 잘해낼 수 있었는데 말이다. 혜경은 사교육 없이도 명문대에 진학해 사법고시에 합 격할 자신이 있었다. 111p 그동안 교제한 여학생이 몇 명 있었던 것 같은데 석 달을 못 넘기더군요. 아들이 어릴 때 내가 제대로 못 돌 봐줬어요. 애 아빠가 젊은 여자하고 바람이 났는데 거 기 쫓아다니느라 바빴거든요. 엄마로서 안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어요. 우리 집안은 일찍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야 하는데 아들이 나 때문에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저래서 장가나 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2년이나 만난 여자가 있다고 해서 내심 기 대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무슨 일인지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고 얼굴이 말이 아니더라고요. 며칠 동안 술만 마시네요. 이러다가 상사병으로 죽겠다 싶어서 체면이고 뭐고 내던지고 왔답니다. 155p "우리 콩닥이, 여기 있었구나." 정효는 그대로 아기를 품에 안고 신생아실을 나왔다. 아이가 추울까봐 롱패딩 안에 아이를 넣고 지퍼를 올린 뒤 아기 엉덩이를 한 손으로 받친 채로 엘리베이터에 올라 병원을 빠져나왔다. 정효는 춤을 추듯이 걸었다. 나비라도 된 것처럼 몸이 가벼웠다. 혹시나 아기가 깰 까봐 발꿈치를 들고 걸었다. 192p
헬로 베이비장편소설 《콜센터》로 제6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한 김의경의 신작 《헬로 베이비》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평균 결혼 연령의 변화, 삼십대 중후반이 되어서야 임신과 출산을 계획할 수 있는 현실. 그 과정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심리적 압박.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사회는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길고 지난한 시간을 견디고 싸워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헬로 베이비》는 그러한 고민을 안고 난임 병원에서 만난 삼사십대
그러면 저 아가씨한테 연봉을 60퍼센트 줄 테니 오전근무만 열심히 하고 가라면 어떨까? 우리는 인건비 절감 해서 좋고, 저 아가씨도 그 시간에 뭐 다른 걸 준비할 수 있으니 좋지 않겠어? 공무원 시험 같은 거20p 돼지고기가 일주일 동안 상하지 않고 버틸 리 없다. 남편이 제 후배들에게 그 고기로 한턱내고 싶어 한다는 걸 여자도 알았다. 월급이 반년 동안 두 번 나왔는데 제때 나오지도 않았고, 그나마도 반만 나왔다. 부부 자신이 반찬을 줄이고 있는 형편이었다. 아이들 학원을 끊고 적금과 보험을 깬 다음 카드 빚을 졌다. 전기와 수돗물 겠다는 독촉장까지 받았다. 평소 같으면 “대의원 감투 참 높다."고 비꼬아 줄 만한 일이었으나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남편의 마지막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87p 떠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에 합의 했는지 절대로 털어놓지 않았다. 집주인이나 조합이 액수를 절대로 밖으 로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모양이었다. 세입자 보상 금은 500만 원이라는 말도 있었고 1000만 원이라는 말도 돌았다. 가옥주들은 다들 협상 중이라고 했다. 집주인이나 조합이 1000만 원을 준다고 하면 나는 어 떻게 할까, 선녀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선녀에게 아무런 제안도 하지 않았다. 179p 다 조작이라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적당히 저희들이 스 티커 미리 붙여 놓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사정하거나 친 구들 불러내서 행인인척 연기하게 하는 겁니다. 놀라는 모습도 연출하고요. 하루가 아니라 여러 날에 걸쳐 한 것 처럼 보여야 하니까 장소를 조금씩 바꿔 가면서 한 사람 이 옷을 갈아입거나 안경이나 모자 같은 걸로 다른 사람 인 척해서 몇 번씩 찍습니다. 사진이 정말 중요한데, 연인 이 나오는 그림이 좋습니다. 그래서 별로 친하지도 않은 애들끼리 연인인척하면서 팔짱 끼고 가는 모습을 연기하고 그럽니다. 251p 현대 경제학은 노동가치설을 부정한다. 어떤 재화나 용 역이 가치를 갖는 것은 누군가 그걸 만들어 내느라 고통 을 참고 정성을 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보석 반지가 비싼 이유는 세공사의 노력 때문이 아니다. 보석의 원석이 부 족하기 때문이다. 재화와 용역의 가치는 투입한 노동이 아니라 구매자의 주관적인 효용과 공급량, 보완재와 대체 재의 가격 같은 요소들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므로 나는 열흘 동안 쓰는 원고가 두 시간 남짓 드는 강연보다 가격이 낮게 책정되는 데 대해 불만을 품 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동시에 경제적으로 완벽하게 합리적인 일이다. 313p
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장강명 연작소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여러 문예지에서 발표된 10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2010년대 한국 사회의 노동과 경제 문제를 드러내는 소설들은 각각 '자르기' '싸우기' '버티기' 총 3부로 구분되어 리얼하면서도 재치 있게 한낮의 노동을 그린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하재영 p. 26 집은 우리에게 같은 장소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집이 쉼터이기 위해 다른 누군가에게 집은 일터가 되었다. 보수도, 출퇴근도, 휴일도 없이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가사 노동의 현장. 엄마는 운전을 배우고 싶어 했고 같은 지역에 사는 친언니를 만나러 가고 싶어 했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는 웬만해선 며느리의 외출을 허락하지 않았다. ‘집처럼 편하다’는 관용구대로 일과가 끝난 뒤 돌아가는 휴식의 공간을 집이라 한다면 엄마에게 집은 집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가족에게 집이 집이기 위해 엄마는 집을 비워선 안 되었다. p. 58-59 가난은 서로에게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가난은 월세 30만 원짜리 자취방이지만 누군가에게 가난은 포클레인이 밀어버릴 쪽방이었다. 누군가에게 가난은 자기만의 방을 가지지 못한 것이지만 누군가에게 가난은 거리로 내몰린 노숙인의 삶이었다. 가난을 가늠하는 일은 자신의 과거든 타인의 현재든 비교 대상이 필요했다. 마포의 30평대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친구의 집을 다녀온 날, 나는 가난했다. 원룸에서 불과 몇 정거장 떨어진 난곡의 쪽방을 목도한 날, 나는 가난하지 않았다. p.121-122 범준과 함께라면 오랫동안 소망했던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로에게 기꺼이 영향받고 동시에 나 자신으로 자유롭게 존재하는 관계를. 자유롭다는 것은 나의 의지나 노력만이 아니라 나와 상대가 맺고 있는 관계에서 가능해진다. 그와의 결혼이 타협, 해결, 목표, 희생, 의존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에 나오는 문장처럼,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이 “홀로 있을 때만큼이나 자유롭고 여럿이 있을 때만큼 즐겁”기를 바랐다. 열정적인 사랑이나 낭만적인 결혼이 아니라 온화한 마음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지지하는 관계가 되고 싶었다. 그와 함께, 나의 삶을 살고 싶었다. 두 사람이 함께, 서로의 삶을 살고 싶었다. p.143 엄마는 '읽는 사람’이었다. 솔제니친과 체호프 같은 러시아작가들을 특히 사랑했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읽고 내가 받은 충격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사람도 가족 중에서 엄마가 유일했다. 나는 끝까지 읽지 못했고 앞으로도 읽지 못할 것 같은 박경리의 『토지』와 최평희의 『혼불』을 완 독하고 재독까지 한 사람도 내 주변에서 엄마뿐이었다. 가세가 기운 뒤 엄마는 집 안팎에서 이중노동을 하면서도 잠들기 전까지 시와 소설을 읽었다. 엄마에게 독서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자기만의 정신적 공간이었으리라. p.194 누군가는 집 안에 길이 있 다고 하고 다른 누군가는 집 밖에 길이 있다고 하지만 나에게 두 문장은 다르지 않다. 몸을 집 안에 두고도 세계를 유랑하는 이들이 있다. 디킨슨처럼 아무데도 가지 않는 여행자를, 먼 곳을 떠도는 은둔자를 나는 흠모한다. 나의 방-작업실-서재가 내면으로 들어가는 길이자 외부로 나가는 길이기를 바란다. 책상 앞에 앉을 때마다 디킨슨이 했던 말을 떠올린다. "이제 자유야."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공간으로서의 집이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거대한 영향을 설명하지 못한다. 전작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으로 국내 논픽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하재영 작가가 집에 관한 에세이로 돌아왔다. 그는 신작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에서 일생에 걸쳐 지나온 집과 방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유년시절을 보낸 대구의 적산가옥촌, ‘대구의 강남’이라 불렸던 수성구의 고급 빌라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점점 작은 집으로 이사를
<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 김혜나 p.28 돌이켜 보면 삶에 있어 나는 단 한 번도 멈춰 있던 적이 없었구나, 라는 사실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앞이 전혀 보이질 않던 스무 살.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비틀거리며 주저앉아 있던 나였지만 그것은 결코 멈춰 있는 상태가 아니었던 것 이다. 절망과 방황에 휩싸여 비틀거릴 적에도, 쓰러져 죽은 듯이 누워 있을 적에도 나는 진짜 '나'를 찾기 위해 내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p.73 하지만 왜였을까. 그럼에도 나는 떠나지 못했고, 나를 버리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나는, '나'만큼은 버릴 수 있었다. 나 같은 건 아 무것도 아니었다. 하나 ‘나’를 버리고 가려는 그곳은 이 세계의 근원이 아니었다. 내가 가는 곳은, 내가 자꾸만 끌려가는 곳은 다름 아닌 소설이었다. 때문에 나는 현실의 그 어느 것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 우주는 나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고, 나는 끊임 없이 아팠다. 아프므로, 쓸 수밖에 없었다. 쓰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었다. p.137 모든 욕망은 결국 채움으로써 이루는 것이 아니라 비움으로써, 내려놓음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구나. 모든 일은 내가 하고자 해서 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삶과 현실을 온전히 받아 들일 때에 가능해지는 것이었다. 그러니 나의 개인적인 욕망에 결코 연연하거나 집착할 필요가 없다. p.195 어떻게든 건강해진 몸과 마음으로 다시 살고 싶었다. 다른 모든 것을 다 포기하더라도 반드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로 건강한 몸과 마음이었다. 글을 쓰더라도 맑은 정신으로, 건강한 육체로 써 나가고 싶었다. 지금처럼 불안정한 정신과 몸 상태로는 단 하루도 더 살고 싶지 않았다. p.233 "숨을 들이쉴 때는 에너지가 생성되고, 내쉴 때는 에너지가 몸 안으로 퍼져나갑니다. 계속해서 숨을 들이쉬고 또 내쉽니다.“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숨을 쉬고, 또 쉬었다. 아랫배 안쪽에서 마치 만다라처럼 동글게 퍼져 나가는 열기. 내 안에 ······ 생명이 있구나. 그래서 나는 이렇게 살아 숨 쉬고 있구나. 뱃속으로 퍼져 들어가는 따뜻한 기운이 나에게 속삭이듯 말해 주고 있었다. 매일 이 렇게, 질병을 무찌르고, 죽음을 넘어, 영원한 생명의 문으로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것. 요가는 그렇게 내 안에 오롯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나를 숨 쉬게 하는것들현재 유능한 요가 강사로, 그리고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혜나 작가가 이번에 판미동에서 출간되는 신간 『나를 숨 쉬게 하는 것들』은 이처럼 힘겨운 청춘을 지나온 저자가 요가를 통해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고 극복하는지를 보여 준다. 특히 우리 안에 내재된 열등감과 좌절, 슬픔, 비참함 등을 어떻게 떨쳐 내는지를 한 편의 소설처럼 생생하게 그려내면서,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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