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어떻게 전염되는가』 혼자 읽기

D-29
내가 읽어본 보고서들에 의하면 사람들이 가짜 약이라는 사실을 알고 삼킨 뒤에도 치료는 진전이 있었고 건강은 더 좋아졌다. 제럴드 러셀이 말했듯이 그 병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폭식증 같은 이상한 전염병에 걸릴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폭식과 구토의 역학이 이상한 전염을 전파한다고 해서 특별히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우리는 잘못된 신념에 기초한 정보와도 싸워야 한다. 전혀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이 맹신하는 정보 얘기다.
감정은 어떻게 전염되는가 리 대니얼 크라비츠
그리고 40년 후 우리는 인터넷이 감정도 전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계 최초의 쌍방향 컴퓨터 노드가 있는 스탠퍼드연구소에서 65킬로미터 떨어진 곳, 페이스북은 언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텍스트를 분석했다. ‘자신감’ 같은 단어를 긍정적 정서로 분류하고 ‘분노’ 같은 단어는 부정적 정서로 여기도록 프로그램한 뒤 알고리즘을 조작해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개인 뉴스피드에 포스트를 임의로 게재하게 했다. 페이스북이 뉴스피드에서 긍정 표현의 수를 줄이면 사용자들은 스스로 부정적 포스팅을 더 많이 만들어냈다. 뉴스피드를 잘라 긍정 표현만 보여주면 사용자들의 포스팅은 보다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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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원회보》의 2009년 논문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결과로 어떻게 소셜네트워크가 대규모 정서전염을 만들어내는지 알 수 있다. 시걸 바르세이드 같은 연구원들은 전송을 통한 직접 감염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한 반면, 페이스북은 더 이상 물리적 인접성이 사회전염의 한계가 아님을 실제 데이터로 증명했다. 페이스북이 연구 결과를 발표한 직후, 인디애나대학이 추가로 트위터의 정서전염을 측정했다. 사용자들은 이전에 긍정적·부정적 트윗과 얼마나 접촉했는지에 따라 비슷한 정서의 트윗을 올렸다. 긍적적이거나 부정적인 내용 중 어느 한쪽을 4퍼센트 정도 더 노출하면 사용자의 트윗도 그 방향으로 기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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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 읽을수록 이 연구의 포괄적 의미를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는 우리의 사사로운 온라인 생활을 훌쩍 뛰어넘는다. 예를 들어 최고의 공작 전문가가 온라인의 단어와 이미지를 조작해 감정을 자극하거나, 공감과 분노를 수단으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유도하려 한다면 그 어떤 정치이슈나 공공의 관심도 그들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을 것이다. 국방부는 온라인상의 감정전염에 관심을 갖고 소위 미네르바 연구구상(Minerva Research Initiative) 프로젝트에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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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예방 전문가들은 추모비가 자살을 방조할까 불안해한다. 지나친 추모는 약한 사람들에게 자멸 행동을 모방하도록 부추긴다. 사실, 아이들이 친구들 기념품을 모으지 못하게 하는 일이라면 팰로앨토의 포고꾼이라 해도 영원히 불가능한 업무다. 21세기 버전의 기념품은 온라인 대류권을 떠다니고 있어서 손길이 닿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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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온라인에서는 반응이 쏟아진다. 사람들이 자살을 얘기하는 방식이라면, 애넌버그 공공정책센터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온라인에서는 그런 식의 감독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일종의 가상 광장이며 사람들은 이곳에서 친구들을 만난다. 대화 또한 친구들의 감정 상태에 대한 질문과 제멋대로의 억측으로 가득하다. 사실 학생들과 여러 차례 대화를 해보았지만 그런 식의 참여가 나쁜 것 같지만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상당히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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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센터는 온라인 토론장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는지 증명했다. 온라인에서는 선한 사람의 감수성에 의도치 않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 그때쯤 나는 전염성 영향력의 근원이 단어나 이미지만큼이나 모호하다고 여기게 되었다. 정신은 그림이나 문자를 번역하고 말투를 해석하고 의미를 분류해내려고 애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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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임스는 팰로앨토 학생들을 보며 스트레스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직접 목격했다. 그녀는 학부모이기도 했지만 이미 10년 전부터 스탠퍼드대학 신입생 담당 학장이기도 했다. 그 이후 하임스는 부모 주도의 계획 집약적 양육을 종식해야 한다고 운동의 대변인처럼 주장하고 다녔다. 아이들을 강제로 소수의 일류 대학과 성공 신화로 몰아가는 것이 궁극적으로 스트레스의 직접 원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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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학교 시스템은 주와 국가 내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데 몰두한다. 공동체는 강박적으로 야심가들을 키우고 학생들은 만족을 미루는 기술을 습득한 채 매주 84시간의 학습 노동을 기꺼이 감내한다. 오로지 미래에 투자해야 부자가 된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리콘밸리행 비행기에 올라타라. 그러면 비상식적 기대감을 장착한 채, 타인과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군상들과 마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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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우리는 그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터무니없는 요구들에 적응하게 된다. 애플 직원 버드 트리블이 말한 유명한 ‘현실왜곡장’, 즉 가능성의 인식을 의도적으로 비틀어놓은,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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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까지 자신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데 이 역시 현실왜곡장이다. 대학 관계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AP 코스에서 학점을 쌓고 우등반에 들어가고 최고득점을 하고 최고상을 수상하고 스포츠와 특별활동도 열심히 하고 최고 클럽에 가입하고 봉사활동에 자원해야 한다. “이런 스트레스를 제공하는 사람들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저 가혹한 성공 기준에 맞추지 못하면 말 그대로 미래가 없다고 믿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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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들으며 뉴욕의 피터 골비처가 한 얘기를 떠올렸다. 개인의 야심은 공동체 규범에 크게 의존하며 그 기준에 맞추어 자신을 가늠한다는 얘기였다. 동기란 성공을 향한 질주와 실패의 두려움이 벌이는 줄다리기가 된다. 하임스의 말에 따르면 아이들에게 저 터무니없는 기준을 맞추라는 요구는 너무도 일반적이며 특권 사회라면 어디나 대동소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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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적 이상은 물론이고 아메리칸 드림의 왜곡이나 단순한 오해 또한 이미 전염병이 된 지 오래다. 학교와 학생들이 이런 광기에 매몰된 것도 당연한 일이겠다. 어차피 성공에 굶주리고 가장 높은 기준을 지극히 합리적으로 여기는 사회다. 아이들도 그 사회의 가치 내에서 태어나고 자랄 수밖에 없다. 개인의 자존감이 위기에 처한 사회에서 우리는 성공을 위해 어디까지 달려갈 수 있는지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자칫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날에는 결국 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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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또한 전염성 정서의 확산에 가장 효율적인 매개일 것이다. “합창단에 소속되면 서로 특정한 감정을 주고받습니다.” 허버트가 덧붙여 말했다. 음악은 생리 변화를 자극한다. 우리가 밝은 장조의 경쾌한 속도와 리듬을 온몸으로 잡으면 가슴은 환희로 벅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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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환자의 경우, 음악 치료는 공익적 측면에서 그 어느 치유법보다 유용하다. 병원 치료를 받는 아이들도 음악 치료를 좋아한다. 그 점에서는 연극 치료보다 낫다. 슬픈 음악은 체내 심장박동을 늦추기도 하지만 동시에 면역성을 강화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혈압을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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