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북클럽] 선량한 차별주의자

D-29
2년 전쯤 이 책을 읽었을 때의 화두는 '선택장애'라는 말이었습니다. 다문화, 장애인, 성소수자 등 우리 사회의 소수자로 인식되는 계층을 차별없이 편견없이 보자고, 이런 문제를 생각하고 고민하자고 만든 독서모임 [모.다.우.(모두가 다른 우리)]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런 제가, 심지어 국어선생이기까지 한 저조차도 '선택장애'라는 차별적 언어를 인지하지 못하고 남용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아, 우리 속에 차별이 이렇게 뿌리 깊구나. 아직도 나는 멀었구나.' 통렬한 자아비판?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 [유.인.아.]에서 첫 발제책으로 다룬 '보물섬'에서 나온 단어 '장님, 외발이, 애꾸, 곱추'에 대한 어린이문학편집자의 고민을 듣게 되었습니다. 고전을 어린이책으로 출간할 때 현재 시점에서 이런 장애감수성에 저촉되는 단어를 수정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30분 정도 열띤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번역가, 작가 입장에서는 맥락을 읽어야 한다, 차별적 의도가 없는데 무리하게 바꾸어야 하나, 스토리 전개상 인물의 특징을 함축하는 말이고 단어가 주는 '말맛'이 있는데 그 단어를 ㅇㅇ장애인으로 다 대체해서 쓰는 것이 가능하냐, 고전을 그 당시의 모습을 그저 보여주는 것인데 그것을 요즘 관점에서 다 바꾸는 것이 과연 옳은가 라는 의견이었고, 교과서 편집자와 어린이문학편집자의 입장에서는 실무자로서 장애감수성, 성인지감수성에 저촉되는 표현들은 보수적으로 걸러낼 수밖에 없다. 교사, 학부모 집단에게는 지극히 민감한 문제다. 교육적 영향력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교과서 최종편집본이 문제되는 모든 표현이 걸려진 순한 맛? 버전이라 재미가 없다. 결론이 나지 않는 고민에 한 작가님이 그래서 내 작품은 교과서에 안 실렸지롱? 우스개소리에 다같이 웃고 말았지만 내내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다시 이 책에서 '김치녀'와 '한남충'에 대한 작가의 서술에 고개가 갸웃했습니다. 모임 후 우연히 장강명 작가의 투고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음 읽기] ‘깜깜이’라는 말은 혐오 표현인가 | 중앙일보 - https://naver.me/5dy4S3ys '젊은 여기자=기레기' 표현은 아마 잘못 쓰신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전반적인 논의의 흐름엔 공감합니다. 말의 힘을 믿습니다. 말이 생각을 만든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그런데 차별 표현을 다 거둬내고 나면 정말 우리는 서로 차별하지 않게 될까요? 그런 사회가 만들어질까요?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고 싶어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https://www.donga.com/jp/article/all/20230220/3971749/1?m=kor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 등으로 유명한 영국 아동문학작가 로알드 달(1916∼1990) 작품 속 표현들이 '정치적 올바름(PC)'에 맞게 수정돼 재출간됐다고 17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이 기사도 같은 맥락입니다. 작가의 고유한 창작물을, 작가가 죽은 다음에 이렇게 뜯어고치는 게 정말 'PC'한 일인가요? 소수자를 존중한다면서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작가 사후에 이러는 게 작가정신을 존중하는 건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싫은 걸 싫다고 표현할 수 있는 건 권력이다.이 권력은 잘 쓰이면 매우 의미 있다.권력자를 향해 싫다고 표현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시민이 권력을 획득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p.143, 김지혜 지음
사라 아메드는 감정이 단순한 심리적 성향이 아니라 사회규범에 투하한 일종의 자본이라고 말한다. ……혐오는 정동적 경제를 순환하며 부정의를 생산한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p.143, 김지혜 지음
유인아가 그믐에도 진출했군요! 몇 차례 강의를 아주 재미있게 들었지요^^ 위에 올려주신 칼럼들도 잘 읽었습니다. 이 책에 대해서는 당시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월례포럼에서 저자의 직강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친구가 인권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어서 끝나고 제가 거기에서 인턴을 했던 시절과 지금은 얼마나 바뀌었나 쐬주 한 잔 기울이며 야그도 했었지요. 두 칼럼 중 장강명 작가님 칼럼에서 당사자주의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생각했습니다. 안그래도 약자에게 그런가 싶었는데 이어서 딱! 표현해주시더라구요^^ 그런데 affirmative action처럼 (적극적 우대조치) 오랜시간 누적된 약자들에 대한 어떤 차별이 있다고 할 때, 그 사람들은 재벌이나 어떤 선망하는 것을 가진 자들과 동일선상에서 저들도 재벌이라 하는데 당신들은 왜 그걸 그토록 문제시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너무 이상적인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적극적 우대조치가 남발되어 역차별의 사례까지 등장하게된 지금의 모습처럼, 궁극적으로는 없어져야 매우 이상적이겠지만~ 그 없어져도 될만한 상태에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누적된 시간만큼의 '특권'이나 몰아주기를 통한 어느 정도의 형평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해요. 피아노를 연습할 때 같이 계속 반복해서 평등하게 연습하는 것 보다는 자꾸 틀리는 부분을 별도로 더 연습해주어야 어느 정도 전체 와꾸 ㅋㅋ가 맞아들어가는 것 처럼 말입니다~ 반갑습니다:)
@느려터진달팽이 반갑습니다, 선생님. 유.인.아. 저는 다국어도서관 Andiamo(이탈리아어로 함께 가자)를 운영하고 있는데 사실 전공이 아동문학이나 이탈리아어는 아니라서 이번 기회에 유럽아동문학을 한번 같이 공부해보면 좋을 것 같아 유.인.아. 수업을 처음 신청해서 듣고 있어요. 처음엔 가벼운?마음으로 신청했는데 막상 가보니 쟁쟁한 작가님과 편집자님과 연구자 선생님들이 계셔서 무겁게? 즐기고 있습니다. 저는 도서관 작가 덕질하다가 도서관 차린 경우라 수업 맡으신 김경연 선생님이 제가 좋아하는 <책먹는 여우> 역자셔서 사실 그 이유 하나로 바로 신청했어요. 그믐도 15일에 장작가님 북토크 갔다가 싸인 받으면서 작가님께서 알려주셔서 알게 되었답니다. "피아노를 연습할 때 같이 계속 반복해서 평등하게 연습하는 것 보다는 자꾸 틀리는 부분을 별도로 더 연습해주어야 어느 정도 전체 와꾸 ㅋㅋ가 맞아들어가는 것처럼"이라는 비유에 공감하면서도 '자꾸 틀리는 부분'을 따로 떼어내어 '별도로' 연습할 때 다른 마디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까요?
덕질하다 도서관까지 차리시다니! 실행력이 엄청나신데요^^ 책먹는 여우라니 궁금하네요~ 저는 다른 마디들은 이미 잘 치고 있으니 여유로울 거라 생각했어요. 얼른 더 연습해서 여기까지 올라오라고 기다려주고 응원하는 마음일거라구요. 또 윗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자본주의 하에서는 차별이 어느새 디폴트가 되어 그걸 줄이는데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말씀에도 공감합니다. 위의 다른 칼럼에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politically correct 소설로 다시 쓰는 것도 일종의 누적된 차별을 교정하며 고쳐쓰는 사회적 치유 social remedy의 일환이라고도 생각했는데 그럼 너무 거창할까요?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과정 중일땐 저게 옳아도 궁극적으로는 그 '차별'을 전시해야 문학적으로도 의미를 획득할 것이기에 교정된 그 소설이 원작없이 홀로 빛을 낼 수 없듯이~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도 거기에서 같이 논의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화두를 던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꽤 유의미하다는 생각입니다.
최소한 우리가 죽기 전까지 차별은 안 없어진다고 생각해요. 동질성을 선호하는 것은 본능이고, 시장주의 자체가 차별을 긍정하는 개념인걸요. 그냥 그렇게 태어난 게 '나'라는 개념으로 잡히잖아요. 우연적으로 어떻게 타고나든, 태생부터 출발선이 다른데 그걸 일부 보정할지언정 전면 부정하긴 힘들어요. 보정 정도를 합의해 나갈 뿐이겠지요. 차별이 없어지는 것보다 나보다 열등한 것을 동정할 수 있는 도덕성이 보편화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sns를 통해 도덕성을 과시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담영 @느려터진달팽이 지난주 유.인.아.에서 김경연 선생님께서 <책먹는 여우> 번역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는 문학에서 창작자의 권리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여우는 "~자빠졌어요"로 번역한 걸 편집부에서 고쳐달라 해서 결국 "뒤로 넘어졌어요"로 출간되었다고 아직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고 하셨어요. 누군가에게 올바르기 위해 창작자의 의도는 고려하지 않은 채 재단되고 수정되는 것은 괜찮을까요? 특히 문학이란 장르에서? 어린 아이는 접하는 책의 표현에 쉽게 영향을 받으므로 표현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도에는 공감하지만 차별적 언어를 지양하는 정도를 넘어서 '좋지 않게 들린다?'는 표현도 다 바꿔버리는 행태는 지나친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마찬가지로 성인들 사이에도 장님, 봉사 대신 '시각장애인' 선택 장애 대신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다'로 표현을 바꾸는 데만 온 힘을 기울이면 결국은 못할 말(금지어) 투성이라 입을 다물게 되지 않을까요? 작가들이 현재 사회의 일면을 그대로 그려내는 대목에서도 pc한 표현으로 수정하는 데 방점이 찍히면 과연 얼마나 자유롭게 현실을 묘사할 수 있을까요? 차별적 표현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것은 좋으나 누군가 차별적 표현이라 규정하면 그와 동시에 그 말은 금지되고 그 말을 쓰는 사람은 맹공격을 받는 현 세태에는 의문이 듭니다. 언어교육에서도 학습자가 오류를 저질렀을 때 이 표현은 틀렸어 직접 수정하는 방식보다는 그 학습자가 한 말을 아, 그래서 너는 ~하다고 말하는구나 하는 식으로 바른 표현으로 바꾸어 전달하는 간접수정방식을 지향합니다. 차별을 지양하기 위해 온갖 금지어를 만드는 것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대신 지향하는 표현(그 또한 다양했으면 합니다)을 많이 써서 그 말이 자연스레 일반 표현으로 자리 잡으면 좋겠습니다. 언어 생활에서 차별 표현을 조심하는 한편 실제 사회에서 차별을 줄이기 위한 제도나 방안의 합리성과 적절성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책 먹는 여우책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 급기야는 책을 먹게 된 여우 이야기!『책 먹는 여우』는 책에 빠진 독자의 모습을 과장되었지만 일리있게 표현하고 있다. 여우 아저씨는 책을 너무나 좋아했다. 급기야는 책을 다 읽은 다음 소금 한 줌, 후추 조금을 뿌려 꿀꺽 먹었다. 하지만 책값이 워낙 비싼 탓에 마음껏 책을 읽고 먹을 수가 없었다. 결국 여우 아저씨는 도서관을 털기로 결심하는데…….
THE FOX WHO ATE BOOKS(책먹는 여우 영문판)『THE FOX WHO ATE BOOKS』는 한국에서 40만 부, 100쇄 이상 팔린 아동서적 베스트셀러『책 먹는 여우』의 영어판 입니다. 책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 급기야는 책을 먹는 여우의 이야기를 재치 있고 유쾌하게 풀어내었습니다. 영어로는 처음 출간되는 책으로, 원어민 수준의 철저한 번역과 저자의 확인을 받은 유일한 영어본입니다. 여우 아저씨는 책을 너무 좋아해 책을 다 읽은 다음 소금 한 줌, 후추 조금을 뿌려 꿀꺽 먹었어요. 하지만 책값이
네 그렇게 고치는 표현은 좀 매가리가 없어진달까요?;; 일상에선 쓰면서 극구 글에서만 쌍심지를 켜고 그러지 말아라! 하는 것만 같달까요 ㅠ 물론 그 의도를 모르는 건 아닌데, 앞서 언급했듯 원저작의 빛을 받아야만 저렇게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수정된 저작물들이 의미를 가질 것 같네요. 여유가 여기도 없어보인다고나 할까요~ 문학이 아닌 사회과학적 글들에서는 당연히 그래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책 먹는 여우라는 책이 저렇게나 많이 팔리다니! 육아와 무관한 사람이라 과문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당시 저자특강에 다녀와서 후기를 썼었는데 공유해볼게요. 트레바리 논픽션 클럽에서 이 책을 하쟈고~~ 하셨는데, 저는 이미 출간 시에 직강 들었다고~~ 하면서 그 회차는 빠진 적이 있었는데요^^; 몇 년 또 지났다고 자발적으로 들어와 참여하고 있군요 ㅎㅎ https://m.blog.naver.com/widerhorizon/221707954767
@어머 " 차별이 없어지는 것보다 나보다 열등한 것을 동정할 수 있는 도덕성이 보편화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sns를 통해 도덕성을 과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선생님의 말씀의 의도는 충분히 알겠지만 이 또한 차별 표현을 지양하는 관점에서 보면 불편하게 느끼고 표현에 수정을 요청드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Andiamo 네, 애초에 차별 없애기 이상을 추구하시는 andiamo님과 차별이 없어질 수 없음을 인정하고 현실을 살고자 하는 저의 관점 차이니, 우리는 결코 합치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함께 가야겠지요, 티각태각하면서. 이상만 보는 건 공허하고, 현실만 보는 것은 개선 불가능한 상태를 정당화할 뿐일 테니까요.
andiamo님이 이상을 추구하시는 것같진 않은데... 오히려 차별을 없애는 표현을 쓰라고 작가에게 강요하다가 작가들이 입막음당하지 않을까 염려하시는 것 같습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경우 차별 없는 표현으로 뜯어고치는 바람에, 오히려 작가가 풍자하고자 한 대상의 어그러진 모습이 덜 보이는 건 아닌가, 하는 비판도 있다고 해요. 어휘가 세상을 표현하는 수단인데, 어휘를 제약함으로써 세상을 보는 시야를 그만큼 제약하게 되는 건 아닌지...싶습니다. 책 먹는 여우 작가님의 화도 그런 맥락인 듯해요. 자빠지다가 주는 어감이 있는데 뒤로 넘어지다는 너무..건조해지지 않았나요? 제가 느끼기에는 그렇습니다. 여튼, @느려터진달팽이 님 비유에 동의합니다. 피아노를 좋아해서 꾸준히 연습하는데, 힘든 부분을 열심히 연습하고 나면 다른 부분까지 연주가 더 좋아지더라고요. 우리 사회의 차별이 하나씩 개선될수록 전체 사회가 아름다워지겠죠ㅎ @어머 님도 차별의 보정에 동의하시는 것 같고요. 차별 자체야 뭐... 우열 나누기가 인간의 본능이라 없어지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비유에 동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자꾸 틀리는 부분을 오늘도 쳐보았습니다 ㅎㅎ 그리고 우열 나누기가 본능이라는 점은 애들 가르칠 때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거의 그게 그건데도 불구하고 진도가 조금 빠르면 나는 지금 체르니 치고 있어! 나는 지금 스텝 c야 등 고만고만한 사이에서 우위임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성인도 몇 평 사네 자가네~ 그런 시시한 우위를 확인하는 모습에서 만물의 영장 ㅋ 인간이 고작 그런 소유로 평가받아야 하는가!에서 자괴감을 느끼는 건 모두가 다 그런 본능을 소유한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도 들구요~ 가끔 선교사님들의 이야기를 유투브를 통해 듣는데 저런 분들은 세상이 정하는 기준으로는 전혀! 재단되지 않는 beyond measure랄까요? 그런 분들이 아닐까 하며 혼자 감동을 엄청 먹고 있는 1인 드림☆
@어머 님,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책을 좋아하세요? 저는 아직 들어만 본 유명한 책 느낌이라서요.
@진공상태5 지기 님의 초대로 가입하고 주제에 관해 생각을 흘려 놓았지만, 아직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어요.
아, 모임지기님 초대로 오신분이군요!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흥미진진합니다 ^^
@느려터진달팽이 <책 먹는 여우>는 사실 육아와 연계라기보다 제 덕질의 연장선이랍니다. 제가 도서관 덕후라서 아이도 도서관에서 키웠던 거고 그러다보니 채인선 작가가 쓴 <도서관 아이>의 모델이 된 '순천 기적의 도서관'과 같이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친화적 도서관을 꿈꾸었지요. 제 도서관에 놀이매트, 소파, 텐트도 있는 건 도서관이 아지트처럼 편하고 자유로운 곳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반영된 것이었구요. 책, 사람(작가), 공간(서점,도서관)이 너무 좋아서 도서관이나 책이 들어가는 제목이거나 그것들이 주제인 책들을 한동안 사다 모았던 터라 그런 맥락에서 서지명에 책이 있어 집어들게 된 책이랍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 책 먹는 여우의 작가님이 방한하셨을 때 남긴 싸인이 어린이 열람실 메인에 전시되어 있다는 것은 덕후의 TMI. 각설하고, 선생님의 강연 후기 잘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16년부터 20년까지 5년을 겪어내고나서야 내린 결론을 선생님께선 빨리 내리셨네요. 사실 저도 여유가 있었다기보다는 남의 공간에서(서울시 소유의 영어마을), 남의 돈으로(공모사업-정부나 기관의 돈) 유지했기에 가능했겠지만요. 저도 19년 처음 사립작은도서관을 만들고 월급 없는 관장하며 각종 공모사업으로 "다국어로 다문화를 즐기는 (다.다.락.)" 사회를 도서관에서 만들어보겠다며 열정을 불살랐던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저와 비슷한 배경이라 혼자 흠모해오다 도서관 열고 작가 강연으로 <후아유>의 작가 이향규 작가님께서 그러셨어요.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을 이젠 안 한다고. 내가 오만했다고. 나 한 명도 못 바꾸는데. 대의명분에 가슴이 뜨거웠던 저는 당시에는 그 말씀이 잘 안 들렸어요. 다 안다는 듯 작가님은 덧붙이셨죠. 내가 이야기해도 안 들릴 거라고. 나도 젊었을 때는 그랬다고. 젊어서 그럴 수밖에 없다고. 젊으니까 그럴 수 있는 거고. 조금은 쓸쓸하게 웃으시며 하셨던 그 말씀이 5년이 지난 후에야 이해하게 되었지요. 장기화된 코로나로 영어마을이 폐관되면서 건물을 임대하기엔 너무 부담이 되어 도서관을 집으로 이관하고 남은 사업을 집도서관에서 꾸역꾸역 마무리하다가 가족과도 마찰이 심해지면서 그제야 깨달았어요.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내가 경시했던 돈도 필요하구나. 내가 페이 없는 관장을 하니 도서관 일 같이 하는 선생님들도 무급 자원봉사일 수밖에 없었고, 제가 for the better world를 외치며 도서관에 제 돈과 시간을 쏟아부으면 그만큼 우리 가족들이 힘들어지는구나. 아무리 좋은 취지여도 "함께 가자. 나와 함께 가시밭길을..."를 오래 즐겁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가족들도요. 그 당연한 사실을 5년이나 지나 아프게 깨닫고, 집 도서관은 휴관하고 학교 학원에서 열심히 돈을 벌었습니다. 2년간 테트리스 수준으로 새벽부터 저녁, 주말까지일하며 번 돈으로 공간을 임대하여 다시 도서관을 열었습니다. 이제 크고 원대한 목표 대신 제 영역에서 지치지 않고 가늘고 길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해요. 당분간은 오전에 고등학교 국어강사, 오후에는 도서관 관장으로, 가끔 필라테스 강사도 하구요. 임대료는 강사일로 충당하고, 도서관에서는 돈과 무관하게 제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해보고 있어요. 하고 싶은 것이 곧 돈으로 연결되면 너무나 이상적이겠으나 그건 지금 당장은 불가능에 가까우니 돈과 꿈, 그 중간쯤을 오가고 있답니다. 결이 비슷한 선생님을 뵈어 반갑습니다. 선생님의 이야기 나눠 주셔서 감사하구요. <그믐>에서 선생님을 만나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책으로 사람을 만나고 생각을 교류하고 내 생각의 폭이 조금은 확장되는 이런 플랫폼도 대표님이 이상과 돈을 동시에 좇았다면 불가능했겠지요. 대표님과 통화하면서 15년 동안 번 돈을 그믐에 쏟아부었다는 말씀에, 하나를 얻기 위해선 하나는 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합니다. 5년간 공모사업에 제 시간과 에너지를 다 쏟아붓고 나서 번아웃이 심하게 왔고 이제 제 돈으로, 제 공간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즐기면서 할 수 있을 크기로만 하려고 해요. 그 여정에서 <그믐>을 만나서,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도서관 아이(양장본 HardCover)그림책 작가 채인선이 쓰고 배현주가 그린 『도서관 아이』. 도서관에서 책과 함께 자란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행복한 변화와 잔잔한 감동을 담아낸 그림책이다. 도서관 자원봉사자인 엄마를 따라 아기 때부터 도서관에서 날마다 지내게 된 도서관 아이 '솔이'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도서관은 언제나 우리를 열린 마음을 맞이하는 신비한 세계이자 상상의 세계일 뿐 아니라, 추리와 모험으로 가득한 긴장감 넘치는 세계임을 일깨워준다. 아울러 아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후아유“이름 붙이고, 경계 짓고, 회피하는 다수로부터 나는 자유로운가?” 우리 안에 감춰진 시선에 관한 고백 『후아유』(이향규 지음)는 자신이 다수에 속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반드시 곱씹어 봐야 할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담은 에세이다. 누군가의 이야기였다면 이렇게 흥미롭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삶이든 특별하지만 이향규의 삶은 더욱 그렇다. 서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았지만 영국 사람과 결혼하면서 영국에서 몇 년을 보냈던 결혼 이주 여성. 한국으로
오늘 마침 한 바이올리니스트의 에세이를 읽었는데 거기에서도 집에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가 그런 꿈은 감히 꾸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질타를 당하는 모습이 등장하더라구요. 도서관 덕후로 도서관을 만드신 분과 이렇게 온라인을 통해서나마 소통을 하다니, 한 때 나마 도서관 알바생이었고 오늘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온 1인으로서 반갑네요 ㅎㅎ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은 저도 젊었을 땐 그래도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공부도 밥먹는 시간도 아껴가며 무척 열심히 했었고 논문도 많이 읽고 했었지만 이제와 보면 그게 다 부질없다~ ㅠ 내꺼나 잘 챙길 것을ㆍㆍ아쥬 뒤늦게 후회를 해본들 세월이 벌써 이만치나! 흘렀구나~ 하는 것은 문득 고개를 들어 주변을 바라본 어느 사십대의 소회랄까요. 그나저나 국어강사에 도서관 관장님에 필라테스강사까지! 사기캐릭터시군요 ㅎㅎ 열심히 버신 돈으로 좋은 취지의 도서관을 운영하시니 사회적 기업 지원금은 이런데 쓰라고 있는 것 같은데 지원기준이 요즈음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네요. 초창기엔 굉장히 여기저기 다 지원해주었던 것 같은데 좋은데 안 쓰이고 대체 어디에들 쓰이는건지; 그믐도 무려 15년이나 버신 돈을 투자하신 것이로군요! 모두 대단하시네요~ 저는 북한에 학교짓기 같은 허황된 꿈을 갖고 있지만 두 분 처럼 당최 실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네요. 응원하겠습니다!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양장본 HardCover)《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를 쓴 저자 조진주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악기를 다뤘다. 아마 대다수는 기억도 잘 못할 네다섯 살 때부터 평생 해야 할 일이 정해져버린 것이다. 저자는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던 자신의 업과 생활을 소화해내기 위해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야 했다. 여전히 답을 찾아가는 길 위에 있는 조진주는, 자신의 첫 에세이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에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음악에 갖는 양가적인 감정과 박수갈채와 조명이 가득한 무대 뒤 개인으로서
@느려터진달팽이 응원 감사합니다. 사기캐가 아니라 역량이 부족해서 파트 타임 관장을 하고 있습니다. 좀더 단단해지고 커지면 책 쓰는 전업 관장이 꿈입니다. 선생님께서 소개해주신 책 찾아서 읽어볼게요. 선생님께서도 기회되시면 이향규 작가님의 <후아유>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서울대 교육학과 출신에 북한 쪽 연구 오래하시고 이주청소년들 교육과정 개발도 주관하셨던 작가님은 영국남자와 결혼해 두 딸을 낳고 지금은 영국에서 한겨레학교 교장으로 계셔요. 가톨릭신문에 매달 연재도 하고 계시니 한번 보셔요. https://naver.me/xfRMZWm1 +잠시 딴 이야기. 생각해보니 <후아유>도 <선량한 차별주의자>도 다 창비군요. 첫째랑 했던 어린이편집자 활동도 <미디어 창비>였네요. 작가 초청 강연 문의하고 어린이편집자 활동하며 창비 편집자분들과 만나고 대화하면서 참 좋았거든요. 창비 북카페 공간도 너무 좋았고. 내가 책을 쓰면 그 중 한권은 <창비>에서 내면 좋겠다는 소망을 그때부터 가지게 되었네요. 최애 작가를 발굴한 최애 출판사. "어린이가 보는 어린이책은 어린이가 직접 편집해 보자!" 참신한 기획을 하는 멋진 출판사. = 창비. 작가 덕질에, 도서관 덕질에, 혼자 출판사 덕질도 합니다, ㅋ 이향규 작가님도 거창하게가 아니라 토요일마다 장소 빌려 학교 운영하시는, 작지만 멋진 학교의 교장쌤이시랍니다. 저도 크게 말고 소박하게, 내 그릇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요. 작가님은 후아유에서 자신에게 묻고 또 물은 끝에 그렇게 살고 계시고, 작가님을 흠모하는 저도 그냥 작게, 그렇게 살려고 노력 중이고, 선생님께서도 선생님 영역에서 대단하지 않게! 하실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사회적 기업 지원금.. ㅋㅋㅋ 공모사업을 5년간 하고 나서 깨우친 것은 공모 사업이란 건 결국 남의 돈으로, 남의 이름을 빛내주기 위해, 남의 일을 내가 손발이 되어 대신 해주는 거구나.. 공모 사업으로는 제가 추구하는 것을 제 속도대로 할 수 없고, 사업 기한 내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 위해 자신을 소진시키게 되더라구요.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저도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고. 복지사업의 민낯을 봐버려서 사실 전 기부나 지원에 기대는 것은 회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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