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제발트 읽기] 『토성의 고리』 같이 읽어요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10장~] 어느덧 마지막 장입니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 '나'는 1장에서 얘기했던 토머스 브라운 경을 다시 언급함으로써 이 책 전체가 닫힌 원환 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나'는 토머스 브라운 경이 남긴 다양한 글 묶음을 소개하면서 마지막으로 '누에'를 언급합니다. 나아가, 중국에서 시작하여 폐쇄적으로 번성하던 양잠업이 시리아의 상인들을 거쳐서 유럽으로 건너가 이탈리아와 프랑스와 영국을 지나, 독일에까지 흘러들어가서 국책 사업이 되었는지를 쓰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책 전체에서 '누에'의 이미지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나'는 '누에'를 어떤 상징물로서 보기보다는 20세기의 역사를 살피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맞닥뜨린 어떤 비극적 '종'의 사례로 본 듯합니다. 누에를 단순히 상징으로 보게되면, 20세기 유럽의 양잠업의 역사를 등한시하게 될 뿐 아니라 소위 열강들이 한 '종'을 타자화하고 도구화하는 방식으로 종내에는 자기 자신들조차 타자화하는 일련의 과정을 면밀히 살피지 못하게 됩니다. '나'에게 누에는 그 자체가 구체적인 이야기임과 동시에 여러 논의로 뻗어나갈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니게 됩니다. 제가 인상적으로 읽은 한 대목을 인용하면서 마지막 장 시작합니다.
주지하다시피 조명의 증가와 노동의 증가, 이 두가지는 평행선을 그리며 나타난다. 우리의 시선이 도시와 근교 위에 걸린 창백한 반사광을 더이상 관통하지 못하는 지금 18세기를 떠올려보면, 산업화 이전에 이미 적어도 특정 지역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련한 몸이 나무 틀과 살로 조립해놓은, 추가 매달리고 고문장치나 가축우리를 연상시키는 베틀에 평생 꽁꽁 묶여 있었는지 놀랍기만 하다. 인간과 기계 사이의 이 기이한 공생은 아마도 비교적 원시적인 그 형태 덕분에, 우리가 오직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기계에 묶여 있어야만 지상에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후에 등장한 어떤 다른 공업형태들보다 더 분명히 보여준다.
토성의 고리 330쪽,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10장] 마지막은 책 전체에 대해서 가볍게 얘기하겠습니다. (바깥이라서 지금 책이 없기도 합니다.) 책은 축적과 팽창을 위시한 진보의 역사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며 그 극점에 달하면 급속도로 반전되면서 수축한 역사의 사례집이라고 할 만합니다. 언젠가 다뤘던 『공중전과 문학』에서는, 알브레히트 뒤러의 그림 〈요한묵시록의 네 기사〉에 나오는 '진보의 천사'에 관한 벤야민의 묘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파편에 파편을 쉼 없이 쌓아올리며 그 파편을 자기 발 앞에 내던지는 단 하나의 파국을 (본다). 천사는 머물러 있고 싶어하고, 죽은 자들을 깨우고 산산이 부서진 것을 한데 모아 맞추고 싶어한다. 그러나 천국으로부터 폭풍이 닥치더니 그의 날개를 꼼짝달싹 못하게 할 정도로 강하게 불어대서, 천사는 날개를 접을 수도 없다. 이 폭풍은 그가 등을 돌리고 있는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그를 떠밀고 있으며, 그러는 사이 그의 앞에는 잔해더미가 하늘까지 치솟는다. 우리가 진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 폭풍이다." ⏤공중전과 문학, 95쪽. 우리는 '진보'라는 말을 떠올릴 때 앞으로 끊임없이 나아가는 것이자 거스를 수 없는 것이며, 인류의 진보를 멈추려거나 늦추려는 시도는 모두 무용하다는 식의 주장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진보'의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나'의 역사적 시선을 경유해서 보여줌으로써 과연 진보가 그렇게 좋기만 한 것인지를 재고하게 합니다. 철학자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는 최근 하이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진보'라는 말이 남용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무조건적으로 새롭고 기술적으로 뛰어나다고 해서 그것을 모두 '진보'이자 '지고의 선'으로 보는 관점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냅니다. 아무리 새롭더라도 그것이 휴머니즘의 파괴인 한 그것은 진보일 수 없으며, 설령 진보가 맞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에게 좋기만 한 것이라고 아무도 확언할 수 없다고 말이죠. 『토성의 고리』는 그 시절에는 당연한 것이었고 최선의 행동이었던 것들이 오늘에 와서는 몰락의 예표였음이 드러난 다양한 사례로 가득합니다. 오늘이라고 과연 다를까요? 현재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최선의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시간이 흘러서 되돌아보았을 때 몰락을 부추기고 앞당기는 요인들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조금 다른 얘기처럼 읽힐 순 있겠지만, 앞서 말한 다비트 프레히트의 책 속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토성의 고리』 마치겠습니다. 이로써 국내에 번역된 제발트의 책은 『이민자들』을 제외하고 모두 다루었습니다. 그러나 잇달아 모임을 열지는 않고 조금 긴 기간을 두고 다음이자 마지막 모임을 열려고 합니다. 더 다양한 얘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또 저혼자 떠들게 되어서 매우 쑥스럽습니다. 뭐가 됐든 수고하셨습니다.
공중전과 문학20세기 말 독일어권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제발트의 역사의식과 문학론을 살필 수 있는 저서. 1997년 스위스 취리히 대학에서 진행했던 강연과 후기를 정리하여 묶은 '공중전과 문학', 강연 주제의 문학적 사례인 작가 논문 '알프레트 안더쉬'로 구성되어 있다.
인공 지능의 시대, 인생의 의미현대 독일 철학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이 책의 저자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는 가장 시의성 있는 주제와 문제를 논하는 대중적 철학가이다. 프레히트가 이번에는 점점 고도화되는 〈인공 지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 실존〉과 〈인생의 의미〉를 묻는다. 그는 인공 지능의 발전을 이끄는 것은 앎에 대한 동경도 아니고 자연법칙도 아닌, 자본주의적 계산이라고 지적한다. 즉 특정 집단이 인공 지능의 도움으로 세계와 인간 속으로 깊이 침투하려는 목적은 인간
사실 기술의 "객관적인 문화"는 인간을 해방시켜야 한다. 인간과 자연과 자연의 제약으로부터 해방시켜 좀 더 독립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위한 지능적인 수단인 돈과 기술은 인간을 해방시키지 않는다. 그것들은 어느 순간 자기만의 삶을 얻더니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인간을 구속시킨다. 기술은 인간에게 옴짝달싹 못 하도록 마법을 건다. 인간은 더 이상 기술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없고, 기술은 그런 인간을 점점 더 높은 기술적 단계로 내몬다. 그로써 인간은 기술을 이끄는 존재가 아닌 기술에 쫓기는 존재로 전락한다. 결국 기술은 돈과 마찬가지로 우상으로 치켜세워지고, 가치 그 자체가 된다. 그전까지 인간에게 중요했던 가치의 상실에 대해서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인공 지능의 시대, 인생의 의미 260쪽, 리하르트 ���비트 프레히트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김영사/책증정] 무작정 퇴사하기 전에, <까다로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 함께 읽기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한 권을 넘을 때마다, 우리의 세계관은 한 뼘씩 더 넓어집니다
올해는 토지를 읽읍시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1. <김규식과 그의 시대> (1)[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2. <김규식과 그의 시대> (2)
오늘 밤, 당신의 위로가 되어줄 음식 이야기
디저트와 브런치 제대로 만들어보기솥밥 제대로 만들어보기[밀리의서재]2026년 요리책 보고 집밥 해먹기
버지니아 울프의 다섯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아티초크/책증정]버지니아 울프의 가장 도발적인 에세이집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3월 17일, 그믐밤에 만나요~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그믐밤] 43. 달밤에 낭독, 체호프 2탄 <세 자매>[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스토리 탐험단이 시즌 2로 돌아왔어요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
고전 단편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함께 읽기마거릿 애트우드 신간 단편소설집 읽기[책증정]송은주 번역가와 고전문학 탐방 《드레스는 유니버스》 함께 읽고 작가님께 질문해요!
쏭이버섯의 읽기, 보기
모순피수꾼이름없는 여자의 여덟가지 인생왕과 사는 남자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우리 입말에 딱 붙는 한국 희곡 낭독해요!
<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플레이플레이땡땡땡
The Joy of Story, 다산북스
필연적 혼자의 시대를 살아가며 같이 읽고 생각 나누기[다산북스/책 증정] 박주희 아트 디렉터의 <뉴욕의 감각>을 저자&편집자와 같이 읽어요![다산북스/책 증정] 『공부라는 세계』를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다산북스/책 증정] 『악은 성실하다』를 저자 &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총, 균, 쇠>를 읽으며 머문 사유의 시선
<총,균,쇠> 독서모임 1일 차<총,균,쇠> 독서모임 2일 차<총,균,쇠> 독서모임 3일 차<총,균,쇠 >독서모임 4일 차
ifrain의 과학 그림과 이야기
일본 주변 4개의 판 A glimpse of something deeply hidden홀로 선 두 사람
웰다잉 오디세이 1분기에 이 책들을 읽었어요
[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웰다잉 오디세이 2026] 1. 죽음이란 무엇인가
명품 연극, 할인받아 관람하세요~
[할인 받고 연극 보실 분] 슈테판 츠바이크 원작, 《운베난트: Y를 향한 마지막 수기》[초대이벤트] 이효석문학상 대상작 <애도의 방식>연극 티켓 드립니다. ~10/3[초대이벤트] <시차> 희곡집을 보내드리고 연극 티켓 드립니다.~10/31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