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D-29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시골의 수도원마다 이런 끌리꾸샤가 흔히 보였고 자주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오전 미사에 데려오면 그들은 비명을 지르거나 교회 전체를 돌아다니며 개처럼 울부짖다가도, 성혈성체를 내와서 그들을 성혈성체 쪽으로 데려가면 '귀신 들림 현상'이 곧바로 사라졌고 병자들은 몇분간이라도 늘 평안해졌다.
까라마조프 형제들 1(창비세계문학 85) p91, 도스토예프스키
<까라마조프 형제들>에서 끌리꾸샤가 자주 나와서 무엇일까 했는데 요즘으로 말하면 일종의 '우울증'같다고 하네요. 여성들에게 이런 일들이 흔히 일어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회라니!! 요즘처럼 '여성 인권'이라는 말이라도 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지라는 의문이 듭니다. p91 그러나 놀랍게도 훗날 나는 의사들을 통해 그것은 결코 꾀병이 아니며 무서운 여성질환으로 주로 우리 루시에 많으며 시골 여성의 힘겨운 운명을 증명하는 병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 병은 아무 의료적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올바르지 않은 방식으로 힘겹게 출산한 직후 곧바로 극도의 고된 노동을 감당한 탓에 발병한다는 것이었다. 그 밖에 출구없는 슬픔과 폭력등에서 비롯하기고 하는데 일반적인 예에 따르면 어떤 여성은 천성적으로 그런 것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전 우리나라에도 '울화병'이라는 병이 많이 있었는데 일종의 '끌리꾸샤'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옛날에는 가끔 동네에 머리에 꽃을 꽂은 여자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들을 비웃거나 놀리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 때는 이러한 단어와 행동들의 일상화되었던거 같은데 어쩌면 이들의 슬픔을 집단적으로 희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클리꾸샤가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어쩌면 여권이 바닥이던 사회의 유물일지도 모르겠네요...
ㅎㅎ전 처음에 끌리꾸샤가 사람이름인 줄 알았습니다~ 러시아 장편은 처음인데 정말이지 등장인물들 이름때문에 혼동됩니다(부칭에 애칭까지)~ 그 안에서 스토리라인과 등장인물 관계 찾기까지!! 옛날 90년대 유행했던 매직아이보는거 같아요^^;;~
저도 예전에 ‘화병’이 한국 고유의 병이고 영어 사전에도 등재됐다, 영어 사전에도 올랐다고 들었었습니다. 주로 여성들이 가부장제에서 억압 받으며 억누른 화가 병이 된 게 아닐까 혼자 짐작했는데, 동남아에도 이런 비슷한 개념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DSM에는 그냥 우울증의 한 양상으로 적혀 있나 봐요.
러시아 그 시대에는 여성의 히스테리, 발작이 흔하고 일반적인 증상이었던가? 그게 뭘까 했는데 ‘울화병’, ‘그들의 슬픔을 집단적으로 희화한 것’으로 읽으니 이해가 됩니다.
저는 ‘유로지비’라는 말을 도스토옙스키 소설 읽으며 처음 알게 되었어요. 이것도 러시아 문화 고유의 개념인 거 같은데 ‘바보 성인’이라고 합니다. 열린책들 판에는 그대로 ‘유로지비’라고 옮겼는데, 다른 번역본에는 단어가 어떻게 나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악령에 어떤 '유로지비' 일화가 꽤 나왔는데 우리나라 '애기동자' 비스름하더라고요. 뭔가 기괴했어요.
'유로지비'가 우리나라 '애기동자'와 비슷한가요?? (악령 같이 봤는데도 기억이~^^;; )제 번역본에서는 '백치성인'이라도 소개하더라구요~ 솔직히 무엇인지도 모르겠구~그런데 애기동자라니 뭔가 오싹하고 궁금하네요~
[악령] 에서 무슨 수도원에 바보같은 성인이 한 명 있고 부자, 가난뱅이 할 것 없이 우루루 몰려와 매일 그에게 은혜받기를 기다리던 장면 기억하세요? 그 '유로지비'는 바보'같은' 성자가 아니고 정말 '바보'였던 거 같은데 사람들이 모여서 숭배하고 그런 거 보니까 우리나라도 법당? 이나 신당? 같은 곳에서 '신' 이 들어왔다고 우기면서 점 봐주고 미래 예측해 주는 그런 거랑 묘하게 비슷하더라고요. 역시 사람사는 거 다 똑같다 이렇게 느꼈어요.
아... 유로지비와 애기동자. 생각 못했는데 비슷한 거 같기도 합니다. 먼 훗날에는 지금의 공황장애, 우울장애, 불안장애 같은 명칭과 분류 기준을 황당하다며 어이없어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울장애나 공황장애가 어떤 바이러스나 단백질로 인해 발병하는 것임이 확인되어 알약 하나로 해결된다면 얼마나 어처구니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옛 사람들에게는 천연두도 하늘이 내린 벌처럼 느껴졌겠지요.
적어주신 부분을 보면 '산후 우울증'도 일종의 끌리꾸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애요. 당시 어떤 불안 장애, 공황 장애, 우울증 등을 다 통틀어서 그냥 저런 여자들이 있지 라고 하면서 '끌리꾸샤'라고 불렀던 것 같애요. 분명 같은 증상을 겪고 있는 남성들도 있었을텐데 그들에게는 특별한 딱지를 붙이지 않고 여자들에게만 저렇게 이름을 붙이고 카테고리화 하지 않았을까 싶으네요.
따라서 표도르 파블로비치가 저지른 이런 돌발적인 어릿광대짓은 지금 이 장소에는 맞지 않는 불경스러운 것으로서, 동석한 사람들, 적어도 그들 중 몇몇에게는 의혹과 놀라움을 유발시켰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p. 89,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장로 앞에서 광대짓을 벌이는 표도르 파블로비치를 보면 최민식 배우가 술주정부리듯 연기를 해도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최민식 배우님! 딱인데요.
안녕하세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열린책들 판본으로 시작합니다. 저는 이 소설에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스무 살때, 한 학기 동안 오직 이 소설만을 강독하는 강의를 들었는데요. 오전 수업이라 항상 숙취에 허덕이며 들었지만 제 인생 항로의 각을 틀었던 강의와 소설이었던 것 같습니다. 알로샤나 이반과 같이 되고 싶었던 사람이 드미뜨리에 끌리고 내면의 스메르쨔코프성?을 받아들이는 계기였던 것 같아요. 이 소설을 변화의 시기에 계속 만나게 되네요. 대학 새내기 시절, 군 복무 당시에 소설을 완독했는데요. 신입사원이 되어 이 소설을 다시 읽겠다고 다짐하니 이번엔 우리 도형이 저를 어디에 데려갈지 기대가 됩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와 너무 좋은 수업이었을 것 같아요! 조금 부럽습니다.
저도 부럽습니다. 한 작품을 한 학기 내내 읽다니... 독서든 뭐든, 어떤 대상에 그렇게 집중해서 깊이 파고든 적이 최근에 있었나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는 겨우 네 살 때 어머니를 잃었으나 그 후 평생에 걸쳐 <마치 정말로 어머니꼐서 살아서 내 앞에 서 계신 것처럼> 어머니의 얼굴과 그 부드러움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기억들은 훨씬 더 어린 나이, 그러니까 두 살 때 부터도 기억될 수 있는 것이지만(이러한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마치 모든 것이 묻혀 버린 어둠 속에서 솟는 빛줄기 처럼, 혹은 형상을 알 수 없이 발기발기 찢긴 커다란 그림 조각들처럼 한평생 뇌리에 남아 있게 된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p39, 기억의 테마가 등장하는데, 같이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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