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D-29
‘더스토리’ 출판사 책으로 두 권을 어렵게 어렵게 읽었어요. 저도 장작가님의 [재수사]덕분에 도스토옙스키를 도전하게됐고요, 혼자 읽으며 답답했던 것들 해소하고싶습니다. — 저는 100쪽 을 한~~~참 넘어가서야 인물들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어요. 1권의 중반이 넘어갈 때까지 줄곧 이런 생각을 했어요. 도대체 요점이 뭐야. 왜 계속 발단만 있어. 주요 사건이 뭐야. 이 인물의 이야기를 내가 왜 읽고 있나. 이 사람 왜 나온거지. 말이 장황하다. 심리를 잘 모르겠다. 인간성이 아직 거칠고 미숙할 때의 이야기들인가. 구질구질하고 찌질하고 왜 저러나 싶다. 공감이 안되는 거다. 저 인물이 왜 저런 감정에 빠져있는지 잘 모르겠는거다. 인물들의 감정 표현이 과하다. 북받혀 오르는 감정, 기쁨에 도취된 말에 공감이 안되는것 같다. . —- 작품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것, 쓰려던 작품의 전반부였다는 것, 글자수로 원고료를 받았던 시대였다는 설명이 이해에 도움이 됐습니다.
저는 민음사본으로 읽는데요. 김연경님 번역본이요. 근데 민음사본으로 1권 4편 파열들 중 무려 4장(앞.뒤로 8면)이 인쇄가 안 된 걸 발견했어요. ㅎ 읽는 도중이어서 내용이 궁금해 e북으로 제일 저렴한 더스토리 출판사본 2권을 구매했거든요.(더스토리는 4권이더라고요) 더스토리로 민음사본의 인쇄되지 않은 부분을 읽는데 번역이 좀더 재밌더라고요. 약간 현대적이기도 하고요. 김연경님 번역은 번역투이기도 하고 좀 욕이 정말 리얼한데 더스토리거는 욕이 좀 순화됐더라고요. 두 출판사본을 번갈아 읽으니 그것도 재밌네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1권 중반까지가 고비입니다. 거기 넘어서면 적어도 줄거리는 아주 명료하게 잘 진행됩니다. 저는 제정 러시아 시대 사람들은 정말 이렇게 장황하게 말을 했는지 아니면 도스토옙스키가 그렇게 쓴 건지 궁금하더라고요. 감정 과잉 부분도요.
나는 사람이 어떻게 자기랑 가까운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초판본) (p.525) 4.반역,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초판본)1881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출간 “견딜 수 없는 극한의 고통과 시련이 있을 때, 도스토옙스키를 읽어라.” _헤르만 헤세 “세상의 모든 책을 불살라도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은 남겨야 한다.” _레프 톨스토이 줄거리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는 러시아의 한 소도시에 사는 지주로, 그에게는 네 명의 아들이 있다. 첫 번째 아내와의 사이에 태어난 큰아들 드미트리
나는 그 여자를 때려 주러 갔다가 그만 그녀의 집에 눌러앉고 말았어. 벼락을 맞은 끝에 몹쓸 병이 들어 감염된 뒤 지금까지도 앓고 있는 거지. 물론 나는 만사가 이미 끝나 버렸고 다른 길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시간의 순환이 끝난 것이지. 바로 이게 나의 실상이야.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3권 색마들,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결국 사흘 만에 나는 빈털터리 신세가 되었지만 매가 된 기분이었어. 넌 그 매가 어떤 목적을 이루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겠지? 그녀는 어떤 것도 주지 않았어. 말하자면, 곡선미라고나 할까. 악녀나 다름없는 그루셴까는 놀라운 육체적 곡선미를 가지고 있어서 그 곡선미는 그녀의 발 하나에도 나타나 있고, 심지어는 왼발 새끼발가락에서도 그걸 느낄 수 있지.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3권 색마들,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그녀의 남편이 되어 부부가 되는 영광을 누리면서 정부(情夫)가 찾아오면 다른 방으로 자리를 비켜 주는 거야. 그녀의 남자 친구들의 덧신이 더러우면 털어 주기도 하고 사모바르도 끓여 주고 심부름도 쫓아다니면서….」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3권 색마들,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난 아버지의 목덜미, 그 코, 그 두 눈, 그 파렴치한 조소를 증오해. 개인적인 혐오감이 느껴지거든. 바로 그걸 두려워하는 거야. 난 참을 수가 없어….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3권 색마들,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아무것도 아니에요. 주 하느님께서 창조 첫날에 빛을 만드시고, 넷째 날에 해와 달과 별들을 만드셨다면 첫날 빛은 어디서 비쳤을까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3권 색마들,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만일 내가 더 이상 기독교도가 아니라면, 다시 말해서 〈너는 기독교도냐, 아니냐?〉라고 물었을 때 나는 박해자들을 속인 것이 아닌 것입니다. 왜냐하면 박해자들에게 내 의사를 밝히기도 전에 그런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도 나는 하느님으로부터 이미 기독교도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했기 때문이지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3권 색마들,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벌레들에게는 쾌락을! 동생아, 내가 바로 그 벌레다. 이건 특별히 내게 해당하는 말이야. 우리 까라마조프는 모두 그런 존재들이지. 네 안에도, 천사 같은 동생아. 그 벌레가 살면서 네 핏속에 폭풍을 낳고 있어. 쾌락은 폭풍이니까.
까라마조프 형제들 1(창비세계문학 85) p205, 도스토예프스키
성서에서 말하기를, 설혹 좁쌀만 한 신앙이라도 가지고서 태산을 향해 바다로 들어가라고 명하면 그 이야기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태산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바다로 들어가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리고리 바실리예비치, 만일 제가 무신론자이고, 당신은 저를 쉬지 않고 비난할 수 있을 정도의 성실한 신자라면 태산더러 바다가 아니라(바다까지는 멀기 때문에) 우리집 정원 뒤편에 흐르는 악취 풍기는 개천으로 들어가라고 직접 말씀해 보시지요. 그때는 당신이 아무리 악을 써도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는 것을 아시게 될 거예요. 그렇다면 그것은 당신이 올바른 자세로 하느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늘 다른 사람들한테 욕설만을 퍼붓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그리고리 바실리예비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3권 색마들,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이제 제가 기독교인이 아니다 보니까 스메르쟈꼬프의 이런 기독교 비꼬기가 그저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약간 통쾌하기까지 하네요. ^^;;;
젠장, 하느님을 처음으로 고안해 낸 놈들 때문에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3권 색마들,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나는 언제나 뒷골목이 좋았어. 광장 뒤에 있는 인적이 드물고 어두운 골목 말이야. 그곳에는 모험이 있고 예기치 못한 일들이, 진흙탕에 묻힌 진주가 있거든.
까라마조프 형제들 1(창비세계문학 85) p206, 도스토예프스키
드미트리의 방탕하고 공허한 삶이 느껴지는 문장입니다. 이런 그에게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사실 둘째인 이반이나 셋째인 알료샤에 비하면 드미트리는 어디 하나 칭찬 받을 구석이 없는 사고뭉치인데, 읽다 보면 오히려 이반이나 알료샤보다 드미트리가 더 살아 있는 인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반이나 알료샤가 어떤 사상을 형상화한 인간이라면 드미트리는 대표하는 사상이 없고, 오로지 욕망으로 설명되는 인간이기 때문인가 싶기도 합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의 주인공을 어떤 면에서는 드미트리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든 사건을 일으키는 장본인이고 모든 사건이 그의 운명을 중심이 두고 돌아가니까요. 독자들이 감정 이입하는, 또 작가가 진주인공이라고 밝힌 알료샤가 이야기에서 하는 역할이라고는 그저 구경하는 사람 정도입니다. 이반은 눈부신 입담을 보여주지만 역시 조연 정도의 위치에 그치고요.
홀 구석에서 그 아가씨의 눈동자가 나를 좇는 걸 보았어. 불꽃이, 은근한 분노의 불꽃이 이글거리는 것을 보았지. 이런 장난은 내 속에서 키우던 벌레 같은 정욕만 즐겁게 해주었어. 다섯달 뒤에 그 아가씨는 어느 관리와 결혼하면서 도시를 떠났다. 어쩌면 화를 내면서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까라마조프 형제들 1(창비세계문학 85) p207, 도스토예프스키
여성들과의 관계도 드미트리에게는 '자존심 게임'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런 그의 영혼에 따뜻함과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사랑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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