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D-29
네, 저도 도스토옙스키가 무신론에 정면으로 맞서려 했다고 생각해요. 무신론자는 도덕적 중심이 없기에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생각에 빠지고야 만다, 그리고 그런 무시무시한 자유를 버틸 수 없어서 정신적으로 무너지고 만다, 그런 게 도스토옙스키의 주장이었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게 참 시대를 초월한 통찰인 게, 아직까지 그에 대해 완전한 반론이 없는 것 같아요. (사이코패스가 아닌) 사람은 자기 자신을 도덕의 중심에 두고 과연 건강히 살 수 있을까요. 스메르쟈꼬프는 디킨스의 『데이비드 코퍼필드』에 나오는 유라이어 힙과 함께 문학사에 남을 인상적인 악인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읽으며 사람들을 파국으로 몰고간 '거짓말'과 잘못된 '소문'이 만들어 내는 파장, 그리고 당시 귀족들이 무서워한 '수치', '모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네요.
“당신은 남편감으론 적합지 않은 사람이에요. 내가 당신에게 시집을 간 연후에 누군가를 사랑하게 돼서 갑자기 그 사람한테 갖다주라면서 당신에게 쪽지라도 건네주면, 당신은 그걸 받아 들고 반드시 전해 줄 테고, 그것도 모자라 답장까지 갖고 을 테죠. 마흔 살이 돼도 당신은 여전히 이런 이유의 내 쪽지 심부름이나 하고 다닐 사람이에요.” > 알료샤와 약간의 썸 관계인 리자가 하는 말인데, 알료샤 캐릭터를 너무 잘 보여주는 문장인 것 같아서 책 옆에다 ‘ㅎㅎㅎ’라고 적게되더라고요. 알료샤같이 많은 이들에게 말동무가 되어주고 편안함을 느끼게하는 사람이 소유욕, 독점욕, 질투 같은 감정이 일어나는 연애를 할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알료샤 캐릭터도 잘 보여주는데, 여성의 심리를 모르면 또 나오기 힘든 구절 같아요. 그런데 알료샤도 쑥맥인 척 하는 선수 같기도... ^^
못 믿을지도 모르겠지만, 알렉세이, 난 지금 살고 싶어 미치겠고, 바로 이 헐어 빠진 담벼락 안에서 존재하고 싶고 의식하고 싶은 갈망이 내 안에서 너무도 강렬하게 되살아났어! 라키친은 이걸 이해하지 못해. 그 녀석은 그냥 집을 짓고 세 들어 살 사람들만 있으면 되는 거지만, 나는 너를 기다렸단 말이다. 도대체 고통이라는 것이 뭐냐? 비록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고통이 밀려오겠지만, 그런 것 따윈 두렵지 않아. (…) 지금 내 안에서 이 힘이 얼마나 강하게 용솟음치는지. 그저 나 자신에게 시시각각 나는 존재한다! 하고 말하고 얘기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 모든 고통을 때려눕힐 수 있 을 것 같아. 수천 개의 고통 속에서도 나는 존재한다. 어떤 고문을 당해도 나는 존재한다! 망루 위에 앉아 있어도 나는 존 재하고 태양을 볼 수 있고, 설령 그것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나는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태양이 존재한다는 것 을 아는 것만으로도 이미 삶은 충분한 거야. 알료샤, 나의 게루빔아, 이런저런 철학들 때문에 나는 아주 죽을 지경이구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민음사 3권 11장 184-185p,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카라마조프 일가를 가까이서 깊이 관찰해 온 청년, 즉 라키친 군이 아까 진술한 훌륭한 의견을 여러분은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라키친 군은 걷잡을 수 없이 방탕한 성격을 지닌 그들에게는 저열한 타락의 실감이 고상하고 고결한 실감과 마찬가지로 필요 불가결한 것' 이라고 말했는데 그건 옳은 말입니다. 사실 그들에겐 이 부자연스런 혼합이 항상 필요한 것입니다. 두 개의 심연, 이 두 개의 심연을 동시에 본다는 것 - 이것이 없으면 우리는 불행하고 불만스러워합니다. 우리의 생존은 충실해질 수 없습니다. 우리는 광범합니다. 어머니인 러시아처럼 광범합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를 내부에 공존시키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잡다한 것들과 함께 살 수가 있는 것입니다.
카라마조프의 형제(하)(세계문학선 2-5) 225p 제 12편 오판,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의 형제(하)(세계문학선 2-5)
그러나 그 무렵 이반은 그와는 전혀 관계없는 다른 한 가지 일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모스끄바에서 돌아온 이후 그는 첫날부터 까쩨리나 이바노브나에 대한 활활 타오르는 미칠 듯한 열정에 몰두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훗날 이반 표도로비치의 일생에 영향을 끼칠 그 새로운 열정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꺼낼 입장이 못 된다.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 또 다른 소설의 소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언제 그 이야기에 착수할지는 필자도 알지 못한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하 제11권 작은형 이반 표도로비치,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항상 용감하셨었지요, 〈모든 것은 허용된다〉고 하시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렇게 떨고 계시다니!」 스메르쟈꼬프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레몬수라도 한잔하시겠습니까? 가져오라고 할 테니. 기분이 아주 상쾌해지실 겁니다. 먼저 이것부터 치워야겠군.」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하 제11권 작은형 이반 표도로비치,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토마가 믿음을 갖게 된 것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목격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전부터 믿음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지. 예를 들면 강신술사(降神術士)들이 있는데…. 난 그들을 무척 좋아하지…. 그런데 그들은 믿음이 유익한 것이라면서, 그건 악마들이 저 세상에서 자신들에게 뿔을 보여 주기 때문이라는 거야. 〈이것이야말로 저 세상이 존재한다는 물적 증거〉라는 것이지. 저 세상과 물적 증거들이라니, 나 원 참! 아니, 악마의 존재가 입증되었다고 해서 하느님의 존재가 입증되었다고 할 수는 없잖아? 난 이상주의자 모임에 등록하고 싶어. 그래서 〈난 현실주의자이지, 유신론자가 아니란 말이오, 헤헤!〉 하고 반론을 펼 거야.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하 제11권 작은형 이반 표도로비치,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어느 장관이 직접 내게 고백한 바에 따르면, 자신은 잠을 잘 때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거야. 그런데 바로 지금이 그렇거든. 내가 비록 자네의 환영이긴 하지만, 악몽 속에서처럼 자네가 이제까지 생각도 해보지 못한 독창적인 말들을 하고 있잖아. 보다시피 난 자네의 생각을 절대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잖아. 그러니 나는 다만 자네의 악몽일 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거야.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하 제11권 작은형 이반 표도로비치,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옛날에 자네들의 이 지상에는 사상가이자 철학가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법률도, 양심도, 신앙도 모두 부정했었고〉, 무엇보다도 내세를 부정했었다는 거야. 그러다가 마침내 죽음을 맞게 되었는데, 곧장 암흑과 죽음을 향해 나아갈 거라고 생각했다가 내세를 맞게 되었어. 그런데 한편으로 놀랍기도 하고 화가 치솟기도 한 그는 〈이건 내 신념과 배치된다〉고 말했다는 거야. 그 일로 해서 그는 재판을 받게 되었지…. 여보게, 용서해 주게, 난 다만 내가 들은 이야기를 전하는 것뿐이니까. 이건 단지 전설에 지나지 않아…. 그에게는 1천조(兆) 킬로미터(지금 우리 세계에서는 미터법을 사용하고 있거든)의 암흑 속을 걸어서 통과하라는 판결이 내려졌고, 1천조 킬로미터의 형벌이 끝나야만 천국의 문이 열리고 용서를 받을 수 있다는 거였어….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하 제11권 작은형 이반 표도로비치,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오늘은 7. 신선한 공기 속에서 까지 읽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눈물을 흘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어요. 알료샤의 손가락을 깨물어 피가 철철나게 만든 어린이의 눈물 때문에, 200루블을 거절한 수세미 때문에 마음이 찢길 것 같았습니다.
너무 약한 자들의 필사적인(하지만 별 성과는 없을) 저항이라서 더 절절한 느낌이 드는 거 같습니다.
ㅜㅜ 별 성과는 없을 ㅠㅠㅠㅠㅠ 아버지라서 받지 않을까 생각했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저도 그 부분 읽다가 울었습니다. 같은 문장에서 멈춰서서 곱씹어 보았지요. 그렇게 가난한데도 "존엄"이라는 가치를 돈보다 더 높이 산다는 것이 신기하게도 느껴지고 또 당연하게도 느껴졌어요.
아이쿠 같은 감정을 느끼셨군요. 다른 분들은 이 부분을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엔 무슨 마술을 부린다는 건가 싶었어요. 한숨,,, 존엄, 존엄이라는 말이 딱 맞습니다. 정말.
당신을 여기 보낸 분에게 가서 말해주세요. 이 수세미는 결코 자기 명예를 팔지 않는다고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p.128,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드디어 에필로그만 남았습니다. 12편 오판은 정말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제가 방청석에 있는 것 마냥 배심원 판결이 얼른 나길 바라며 속도를 내며 읽었네요. 저는 검사 이폴리트가 말할 땐 미차에게 유죄를 내릴 수 밖엔 없겠구나 했다가 변호사 페추코비치가 변론할 때는 이건 무죄다 이랬어요. ㅋ 진짜 그들의 논리에 완전 홀딱 넘어가 버렸어요. 근데 배심원 결과가 있고 그걸로 판사가 최종 판결하는거 아닌가요? 저는 도선생님 작품 세 편을 읽으며 인간 안에 있는 선과 악 그리고 그 가늠할 수 없는 인격의 엄청난 스펙트럼을 느낍니다. 제 안에도 선과 악이 공존하고요. 이건 지난 번 두 번의 모임에서도 말했고요. 어떤 인간이 선하다 악하다 무자르듯 판단할 수 없기도 하고 '인간을 안다'라는 교만을 버려야 할 것 같아요. 악령은 중권이 재밌었는데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은 마지막 하권이 제일 재밌네요. 에필로그를 읽고나서 다시 정리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검사는 아까 그렇다면 스메르쟈코프는 왜 유서 속에서 고백하지 않았느냐고 언성을 높여 물었습니다. 한쪽에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그것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실례입니다만, 양심이란 이미 후회를 뜻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살자가 반드시 후회를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겁니다. 그는 그저 절망 때문에 자살했을 뿐입니다. 절망과 후회, 이 두 가지는 전혀 상이한 것입니다. 절망은 때론 증오에 넘쳐 있어서 절대로 타협을 허용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카라마조프의 형제(하)(세계문학선 2-5) 289p 제 12편 오판, 도스토예프스키
스메르쟈코프가 왜 자살을 했을까 생각해보았는데 타인에 대한 증오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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