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D-29
저도요. 작가가 약간 변사 같아요. 심지어 그런 화자 역할을 하는 걸 즐기는 듯한 기분마저 듭니다. ^^
당신은 시민권 신장을 위해서나 쇠고기 값이 오르지 않도록 활동하는 편이 더 나을 거요. 인류에 대한 사랑이라는 측면에서 그 편이 철학보다 더 손쉽고 가까운 길이니까."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자넨 자기 이익을 위해 쇠고기 값을 올릴 테지. 그래서 1꼬빼이까로 1루블은 벌어 들이겠지."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중) 11권 4. 찬미가와 비밀 , 도스토예프스키
만약 악마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고 인간이 창조해낸 거라면, 인간은 자기 모습과 비슷하게 악마를 만들어 냈을 거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한글판+영문판)(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97)(전2권) p.196, 도스토예프스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입으로 까라마조프의 성격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는 자기 입으로 까라마조프에게서는 두 개의 심연을 동시에 볼 수 있다고 목청을 높이지 않았습니까? 정말 까라마조프는 양면성과 두 개의 심연을 갖춘 천성의 소유자인 것입니다. 강렬한 방탕의 욕망을 느끼고 있을지라도, 만일 다른 면에서 어떤 자극을 받게 되면 그는 곧 멈출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 다른 면이란 바로 사랑인 것입니다. 화약처럼 폭발해 버리는 사랑인 것입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하 제12권 오판,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그러면 자식은 〈아버지는 나를 낳을 때, 과연 나를 사랑했을까?〉 하고 더욱더 충격을 받으면서 의문을 제기하게 됩니다. 〈아버지가 나를 낳은 것은 나를 위해서일까? 아버지는 분명히 그 욕정의 순간에, 어쩌면 술에 잔뜩 취한 그 순간에 내가 누구인지 알기는커녕,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는 상태였을 것이다. 아버지는 다만 나에게 음주벽만을 물려주었으며, 그것이 아버지가 나에게 준 은혜의 전부인 것이다…. 아버지가 나를 낳고도 한평생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내가 왜 아버지를 사랑해야만 한단 말인가?〉 하고 자식은 생각할 게 분명합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하 제12권 오판,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발제문이라고 하기는 좀 멋쩍네요. 내일 그믐밤에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거리를 준비해봤습니다. 1. ‘반역’ 편에서 이반 까라마조프는 동생 알료샤에게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들을 말하며 신이 왜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놔두는지 묻습니다. 그리고 신이 어떤 계획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은 그런 신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합니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무신론)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신이 존재해도 자신은 그런 신을 따를 수 없다(반신론)는 것입니다. 이 강력한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신을 믿으시나요? 세상에 전지전능한 신이 있다면 왜 이렇게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나중에 최후의 심판이 벌어지고 선한 사람들이 천국을 가고 악한 사람들이 지옥에 가게 된다면, 그 전에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져도 괜찮은 걸까요? (2) ‘모든 번뇌는 우리 마음이 빚어내는 것’이라는 불교의 가르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끔찍한 아동학대가 옆에서 벌어져 참담한 기분이 들 때, 그 역시 내 마음이 빚어내는 허상일 따름이라고 여기고 내 자아를 없애면 되는 걸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2. 『죄와 벌』, 『악령』,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관통하는 한 문장이 있다면 ‘모든 것은 허용된다’는 말입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주장은 이러합니다. 신이 없다면 도덕과 가치의 근원도 없는 것이다(신 대신 무엇을 대답으로 제시하건 “그게 왜 의미가 있는 건데?” 하고 다시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무신론자에게는 무한한 자유가 열린다. 그리고 그 결과 한없이 허무해진다. 그가 뭘 하건 거기에 가치를 부여할 수 없으므로. 그래서 도스토옙스키는 위의 세 작품에서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사상을 진지하게 믿는 인물을 등장시켜 모두 파멸시킵니다. 스비드리가일로프, 끼릴로프, 스따브로긴, 스메르쟈꼬프, 이반 까라마조프가 바로 그들입니다. 미국 철학자 존 메설리는 유명 철학자와 소설가들이 삶의 의미에 대해 뭐라고 말했는지를 분류했는데, 그의 기준에 따르면 도스토옙스키의 사상은 ‘긍정적 유신론적 대답’에 해당합니다. 메설리의 분류표를 보면서 각자 자기 삶의 의미는 어디에서 오는지 찾아보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아요. 분류표는 그믐에서 들고 가겠습니다.
@장맥주 책방에서는 존 메설리의 『인생의 모든 의미』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
오! 제가 오늘 열심히 영업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따 뵐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 2번 마친 뒤 시간이 남을 때를 대비한 디저트 같은 발제) 3.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사실 속편이 예정되어 있었고, 도스토옙스키는 그 속편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쓰지 못하고 세상을 떴지요. 속편은 13년 뒤가 배경이며 주인공은 알료샤입니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쓰려고 했던 걸까요? 드미뜨리, 이반, 리자도 나오는 얘기였을까요?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아요.
발제문에 대한 대답을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자주 생각하는 건데도 답을 내리는 게 또 어렵네요. 그래도 수북강녕과 은평한옥마을 천천히 둘러보고 싶어 이미 반반차 기안 완료하였으니 시험 공부 안 한 학생의 찝찝하고도 가벼운 마음으로 출동하겠습니다^0^ 내일 뵙겠습니다! : D♥
수북강녕 굉장히 멋지고 은평한옥마을도 아름답습니다. 이따 뵐게요~~~.
「그런데 이반 표도로비치는 내가 그 못된 여자한테 화내는 것을 보자 내가 질투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에요. 말하자면 내가 아직도 드미뜨리 표도로비치에게 미련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말다툼을 벌이게 된 거예요. 사실 난 변명 따위를 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달리 사과할 수도 없었어요. 그분마저 내가 여전히 드미뜨리 표도로비치에게 아직 미련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견딜 수 없었던 거예요….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드미뜨리 표도로비치를 사랑하지 않으며 오직 당신만을 사랑한다고 직접 그분한테 말해 주었어요. 나는 단지 그 못된 여자 때문에 화가 나서 그분한테 화를 냈던 거예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하 에필로그,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당신은 내 용서를 구할 필요가 없어요. 그러나 당신에게 용서를 받든 안 받든 마찬가지예요. 영원히 당신은 나의 마음속에 깊은 상처로 남을 것이고, 나 역시 당신의 마음속에 똑같은 상처로 남을 테니까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하 에필로그,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이렇게 두 사람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열병 환자의 잠꼬대 같은 말을 주고받았다. 어쩌면 그것은 거짓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순간만은 진실이었다. 그리고 그들도 자신의 말을 절대적으로 믿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하 에필로그,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까라마조프 씨 만세!」 꼴랴가 환희에 차서 소리쳤다.「그리고 우리 곁을 떠난 일류샤가 영원히 우리의 기억 속에 살아 있기를!」 알료샤는 평온을 되찾은 목소리로 덧붙여 말했다.「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있기를!」 소년들은 다시 이렇게 맹세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하 에필로그,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과거의 모든 도덕률은 무너지고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이 나타나게 되는 거야. 사람들은 인생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인생에서 얻기 위해서, 그러나 오직 현세에서의 행복과 기쁨을 얻기 위해서만 하나로 결합하게 되지. 그러면 인간은 거대한 신적 자존심으로 위대해질 것이며, 인신이 등장하는 거야. 인간은 시시각각 자신의 의지와 과학으로 무한히 자연을 정복하면서 그때마다 그로 인해 커다란 희열을 얻을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천국의 희열에 대한 과거의 희망을 보상해 줄 수도 있겠지.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중) 11권 9. 악마, 이반 표도로비치의 악몽 p1127, 도스토예프스키
상권에서 이반과 알료샤의 대화만큼이나 강렬하고 인상적인 이반 스스로와의 대화입니다. 이 부분을 읽고 나니 뒤 늦게 '모든 것을 허용한다 '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미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사람 중에는 '신의 품'에 안겨 위안 받고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폭풍처럼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것은 가장 크고 위험한 유혹이 되겠지요. 불행하게 태어나서, 도덕적으로 타락한 표도르 까라마조프를 주인으로 섬기며 (심지어는 아버지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는) 세상을 관조 할 수 밖에 없었던 스메르쟈꼬프가 그런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인신(人神)’ ‘모든 것이 허용된다’ 같은 문구에 @수은등 님께서 써주신 ‘폭풍처럼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말을 덧붙이니 딱 니체가 떠오릅니다. 초인과 자유, 창조하는 파괴자를 역설했지요. 말년에 미쳐버린 니체와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속 한 캐릭터의 모습도 겹쳐 보이고요. 실제로 니체가 도스토옙스키로부터 배웠다며 극찬하기도 했고...
만일 그런 시기가 도래한다면, 만사가 해결되고 인류는 결정적으로 기반을 닦게 되겠지. 하지만 인류의 뿌리 깊은 어리석음으로 인해 어쩌면 천 년이 지나도 기반을 닦지 못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지금 현재 진리를 깨달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새로운 토대 위해서 임의로 기반을 닦아도 무방한 거야. 그런 의미에서 <그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되는 거지>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중) 9권. 악마, 이반 표도로비치의 악몽 p1128, 도스토예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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