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18. <우리 슬픔의 거울>

D-29
“전쟁과 평화, 계급 갈등 같은 구조적인 문제와 인간의 가장 내밀한 감정(욕망, 애정, 연민, 증오 등)이 추동하는 갈등을 제1차 세계 대전 후의 혼란한 프랑스 사회를 배경으로 절묘하게 결합해 놓았다. 그것도 눈을 뗄 수 없는 수다스러운 이야기로 말이다. 심지어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다는 말미의 고백도 반전이다. 겉만 보면, 이 소설은 끔찍한 전쟁(절대 폭력)에서는 살아남았지만 정작 공동체로부터 버림받아(사회 폭력) 좌절한 두 청년의 좌충우돌 생존기다. 100년의 시차를 두고서 20세기 초반의 청년과 21세기 초반의 같은 세대가 똑같은 상황에 부닥쳐 있다는 사실은 르메트르가 이 소설을 쓴 중요한 계기였을 테다. 하지만 이 소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희극처럼 수많은 등장인물이 얽혀서 야단법석 소동이 벌어진다. 그렇게 갈등이 증폭되는 과정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구조가 민낯을 드러낸다. 이 소설은 이 대목에서 한 단계 도약한다. 그 구조의 폭력 속에서 인간성이 압살당하기는커녕 오히려 빛을 발한다. 독자는 그 감동의 순간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오르부아르』의 성취는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르메트르는 『오르부아르』 다음에 대선배 작가인 알렉상드르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다시 쓴 듯한 『화재의 색』(2018년)을 펴내서 독자를 즐겁게 하더니, 『우리 슬픔의 거울』(2020년)로 프로젝트의 첫 번째 3부작을 완성했습니다. 최근에 바로 이 『우리 슬픔의 거울』이 한국어로도 번역되었습니다. 르메트르의 팬으로서 나오자마자 이 소설을 읽고서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대작이었으니까요! 르메트르는 독일 나치가 1939년 9월 1일 폴란드를 침공하고 나서 시작한 제2차 세계 대전이 지지부진했던 개전 초기 1940년의 프랑스 파리와 마지노선 참호에서 소설을 시작합니다. (전쟁터에서 시작한 3부작이 전쟁터에서 끝나는 설정부터 기가 막히죠!)
독일군은 마지노선을 비웃듯이 프랑스 북쪽의 벨기에 등을 공략하며 우회해서 전차를 몰고 파리로 진격합니다. 이때 주인공 ‘루이즈’는 오랫동안 어머니가 감춰온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독일군과의 전투에서 부대를 이탈한 두 군인은 졸지에 군사 감옥에 갇혀서 위험천만한 피난길에 내몰리죠. 여기에 가세하는 또 다른 욕망을 가진 미워할 수 없는 인물들의 난장판! 1940년 4월부터 6월까지 딱 두 달간 벌어진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르메트르는 전쟁의 광기와 개인의 비극이 맞물리는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그 안에서도 어떻게든 삶을 꾸려가려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사실적이면서도 문학적으로 묘사하며 독자에게 감동을 줍니다. 르메트르 특유의 해학도 빼놓을 수 없고요.
다시 20세기 프로젝트입니다. 르메트르는 이미 프랑스 현지에서 2022년, 2023년 잇따라 제2차 세계 대전 후를 배경으로 한 3부작의 첫 두 권을 내놓았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1948년, 두 번째 이야기는 1952년. 이번에는 배경도 세계로 넓어집니다. 프랑스 파리뿐만 아니라 레바논 베이루트와 베트남 사이공에서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르메트르는 올해(2023년)로 만 72세입니다. 앞으로도 최소한 네 권의 작품을 더 내야 완성되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라도, 그가 오래오래 건강하길 바랍니다. 이제 여러분이 할 일은 르메트르의 작품을 펼치는 일입니다. 참, 『오르부아르』를 먼저 읽은 분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그 귀엽고 당돌한 여관집 꼬마 ‘루이즈’가 30대의 산전수전 다 겪은 여성이 되어서 바로 『우리 슬픔의 거울』의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그러고 보니, 중국에 위화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르메트르가 있다, 같은 비교도 해보고 싶네요. :)
다들 책은 재미있게 읽고 계신가요?
전 벌써 다 읽었습니다~^^ 재미도 있는데 세계사 지식도 쌓이니 일석이조의 독서였습니다. 3부작 두 권도 빨리 읽어보고 싶은데 내년에 나온다 생각하니 슬프네요. 저도 르메트르의 건강을 간절히 바랍니다.
네, 저도 전후 1948년, 1952년을 배경으로 한 신작들 번역을 열심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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