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책 5문5답] 22. 신새벽 편집자

D-29
안녕하세요, 민음사 편집부에서 일하고 있는 신새벽이라고 합니다. 인문잡지 <한편>과 '탐구' 시리즈를 만들고 있어요. 인생책이라고 하면 보통 책을 들면 안될 것 같은데.. 이름에 걸맞은 규모의 <2666>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Q2 이 책이 인생책인 이유에 관해 조금 더 듣고 싶어요.
로베르토 볼라뇨의 '메가소설' <2666>은 말 그대로 인생 내내 읽어도 될 책이에요. 패티 스미스는 <M 트레인>이라는 책에 이렇게 썼는데요. " 지난 이 년 동안은 볼라뇨의 <2666>을 읽고 낱낱이 해체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책은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샅샅이 훑었고 상상 가능한 모든 각도에서 뜯어보았다." 저도 그랬습니다. 세번은 1권부터 5권까지 정독했고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상상 가능한 모든 각도에서 뜯어보기'는 지금도 수시로 하고 있어요.
Q3 어떻게 이 책을 읽게 되신 거예요? 이 책을 만나게 된 계기와 사연이 궁금합니다.
예스러운 질문이지만 처음 만난 사람과 친해지고 싶으면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물어보는데요. 10년 전에 만난 남자에게 좋아하는 작가를 물었을 때 볼라뇨라는 낯선 이름이 돌아왔어요.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추천받은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을 처음 읽었는데 너무 재밌었고, 이어서 읽은 <칠레의 밤>에 완전히 빠졌고, <야만스러운 탐정들>은 아직도 완독을 못했지만 <2666>을 비롯한 볼라뇨 전작을 거의 읽었습니다.
Q4 이 책을 다른 사람이 읽는다면, 어떤 분들께 추천하시겠어요?
책이 증오스러운 사람.. 저도 그랬기 때문에.. 비평적인 소설 또는 시적인 비평의 광대무변인 <2666>을 읽으면 책에 대한 사랑이 회복됩니다.
Q5 마지막으로 책에서 밑줄 그은 문장을 공유해 주세요.
"어느 날 밤 아말피타노는 젊은 약사가 선반에서 약품을 찾는 동안, 대화로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고 그에게 무슨 책을 좋아하며,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약사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변신』, 『필경사 바틀비』, 『순박한 마음』, 『크리스마스 캐럴』과 같은 종류를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서 트루먼 카포티의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 『순박한 마음』과 『크리스마스 캐럴』은 엄밀히 말해 책이라기보다는 중편소설이기에 예외로 치더라도, 책을 좋아하는 젊은 약사의 취향은 무언가를 드러내 주었다. 아마도 그는 전생에 트라클이었던지, 아니면 아마도 먼 옛날에 살았던 오스트리아 작가처럼 아직도 너무나도 절망적인 시를 쓰려고 마음먹은 사람 같았다. 그리고 그는 이론의 여지 없이 대작보다는 소품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을 선호했다. 그는 『소송』 대신 『변신』을, 『모비딕』 대신 『필경사 바틀비』를, 『부바르와 페퀴셰』대신 『순박한 마음』을, 『두 도시 이야기』나 『피크위크 페이퍼스』 대신 『크리스마스 캐럴』을 골랐다. 너무나 슬픈 역설이야. 아말피타노는 생각했다. 이제는 심지어 책을 좋아하는 약사조차도 위대하고 불완전하며 압도적인 작품들, 즉 미지의 세계 속에서 길을 열어 주는 작품들을 읽기 두려워해. 사람들은 위대한 스승들의 완벽한 연습 작품들만 골라서 읽고 있어. 마찬가지 이야기지만, 그들은 위대한 스승이 연습 경기하는 걸 보고 싶어 해. 하지만 위대한 스승들이 무언가와 맞서 싸울 때, 그러니까 피를 흘리며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악취를 풍기면서 우리 모두를 위협하고 두려움으로 사로잡는 것과 맞서 싸울 때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아." 로베르토 볼라뇨, 송병선 옮김, <2666> 2권 중에서
[인생책 5문5답] 인터뷰에 함께 해 주셔서 진솔한 이야기 나눠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자신의 인생책을 소개해 주실 분들은 아래 주소에 입장하여 참여해 주세요. https://www.gmeum.com/gather/template/1 전 국민이 자신의 인생책 한 권씩 소개할 수 있는 그 날까지!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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