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인생책> 윤석헌 번역가와 [젊은 남자] 함께 읽기

D-29
아니 에르노 작품에 자전적 소설이라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요, 정확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자전적 글이라고 해야 합니다. 초기의 작품인 <빈 옷장> <그들의 말 혹은 침묵> <얼어붙은 여자>까지만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고, 나머지 작품들은 ‘자신이 체험한 것만을 글로 쓴다’는 작가의 선언처럼 허구적인 장치들은 작품 속에서 사라집니다. 이러한 글쓰기의 계기가 된 작품이 <남자의 자리>입니다. 아버지의 삶을 소설로 쓰려고 했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허구를 배제한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를 시도하지요. 그 작품부터 가장 최근작인 <젊은 남자>까지 모두 소설이라는 분류로 구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다만 서점에 도서를 등록하는 과정에서 편의상 에세이 혹은 소설로 분류를 할 뿐입니다. 말 그대로 아니 에르노라는 장르가 존재하는 셈이죠. 저는 이런 의미에서 ‘오토 픽션(자전적 허구)’라고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규정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장르를 구분하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느냐마는 저도 처음 읽은 책이 '남자의 자리'인데 그 책에도 허구를 배제한다는 내용이 나와서 이게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좀 헷갈렸어요. 복복서가에서 나온 '완벽한 아이'도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로 마치 소설처럼 읽혔지만 에세이로 분류됐거든요. (에세이라서 놀랐지만요) 지금은 그냥 쟝르를 굳이 따진다면 아니 에르노라고 말하는게 낫겠군요. 그리고 수정된 번역본에서는 혹시 종의 복수를 위해 이 부분만 수정된건가요? 저는 종이본으로 있어서요.
아니 에르노뿐만 아니라, 요즘은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글을 많이들 쓰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실화냐 허구냐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허구라고 해서 진정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고, 실화라고 해서 더욱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은 하지 않아서요. 델핀 드 비강의 <내 어머니의 모든 것>과 <실화를 바탕으로>가 이런 질문에 답을 찾게 해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권 모두 현재 절판 상태고, 레모에서 출간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기는 아직 미정입니다.) 연설문에서 수정한 사항은 그 문장 하나입니다만, 총 네 번 나옵니다.
안녕하세요. 좋은 모임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문을 통해서 아니 에르노를 다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모임 참여하면서 더 깊이 생각할 기회를 갖을 수 있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
안녕하세요! 아니 에르노의 글쓰기에는 발견할 것들이 많죠!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함께 발견했으면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우연히 들려서 올려 주신 아니에르노 노벨상 연설문을 읽었는데 무척 인상적입니다. 즉흥적으로 아님 직관적 선택으로 <젊은남자 > 책을 주문했네요. 이곳의 읽기가 좋은 동기가 될 듯합니다.
안녕하세요! 맞아요, 굉장히 인상적이고 강렬한 연설문이었지요. 그 생생한 느낌을 제대로 살리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29일간 재미있는 이야기 함께 나누길 바랍니다.
아니 에르노가 종과 성을 구분한 이유가 있을까요? 종을 위한 복수와 성을 위한 복수라는 말이 나오거든요. 제가 이해를 잘 못한건지..🥲 (저는 아니에르노의 글쓰기 목적이 여성들을 위한 하나의 복수라고 생각했는데요. )
연설문에서 ‘종’과 ‘성’을 분리해서 말한 것은, 작가의 의식 변화 과정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계급 때문에 부모들이 받았던 모욕과 멸시를 문학을 통해 분풀이해주겠다고 다짐을 했었지요. 그런데 데뷔작인 <빈 옷장>을 쓰면서, 여성이라는 성별이 자신의 출신 계급만큼 불합리하게 차별 당하고 있음을 인식합니다. 그래서 이제 젊은 시절 다짐했던, 종’을 위한 복수는 ‘성’을 위한 복수와 동일한 선상에서 작동하게 됩니다.
아..이해됐습니다! 😁
늦었지만 함께 하고 싶습니다..
반갑습니다! 이제 시작인걸요.
와 기대됩니다!
저도 기대하고 있는데, 제가 좀 더 구체적으로 읽을 분량을 분담해서 독서 모임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처음 시작은 쉽지가 않네요. ^^
제가 ‘그믐’ 독서 모임을 처음으로 진행해서 좀 미숙했던 것 같아요. 연설문을 사흘 동안 읽자고 했으면, 좀 더 구체적으로 페이지를 제시하고 이야깃거리를 제안했으면 좀 더 활발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15페이지 ‘동일한 일이 되었을 겁니다’까지 읽고 이야기를 했으면 합니다. 이 부분까지는 작가가 어떤 글을 쓰겠다는 각오, 그리고 그러한 결정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니 에르노 글쓰기의 근간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혹시라도 읽으면서 이해가 안 되었던 부분이 있다면 편하게 질문 남겨주세요.
기대하던 작품이라 펀딩까지 해서 받았어요. 늦게 모임이 열린 것을 확인해서 열심히 따라가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부터 별책부록으로 나간 노벨문학상 연설문 읽고 있습니다. 오늘은 15페이지 첫 째줄까지 읽고 이야기 남겨주시면 됩니다.
‘자신이 경험한 것만을 쓴다’라고 선언한 아니 에르노의 작품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에 대한 기본 정보가 필요할 것 같아요. 아니 에르노는 1940년 릴본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카페 겸 식료품점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는 노동자 계급을 벗어나 소상공인이 되고자 노력했고요. 아니 에르노가 태어나기 전에 딸이 한 명 있었는데, 어려서 병으로 일찍 죽어요. (아니 에르노의 <다른 딸>은 자기가 태어나기 전에 죽은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딸을 더 애지중지하며 키웠죠. 특히 아버지가 그랬지요. 부모가 같이 카페 겸 식료품점을 운영하니, 당시 관습적으로 남녀에게 주어진 역할과는 다른 모습을 많이 보였지요. 또한 아버지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책을 좋아했고 딸에게 집안일을 시키기보다는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같은 부류의 친구들과는 달리 사립학교로 진학해서 계속 공부를 하고요. (1950-60년대 프랑스 시골 마을도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일을 해야만 했지요.) 사립학교에서 부유한 계층의 아이들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계급 간의 격차를 인식했을 것 같아요. 그때 학교에서 배운 언어와 집안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괴리도 확인하게 됩니다. (이 부분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전기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자기 부모를 비롯해 주변의 사람들이 못 배우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다른 계층의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주눅 들어 있는 모습을 많이 목격하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작가는 60년 일기에 ‘나는 나의 종의 복수를 위해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지요. (<젊은 남자>에 수록된 작가가 직접 작성한 연보를 먼저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프란츠 카프카라서, 10쪽에 카프카의 <법 앞에서>를 언급한 부분이 인상 깊네요. 내가 들어가야 할, 혹은 들오가고 싶은 세계로의 진입을 실패한 채 죽음을 맞이하는 일은 소설 속의 메타포나 알레고리가 아니라 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현실이지요. 낮은 계급으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이 현실을 체험한 아니 에르노의 심정이 생생히 와닿습니다. 이어지는 내용에서 낮은 계급과 이민자 계급의 교육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번역가님이 언급해주신 대로 어째서 자신이 읽어온 문학의 세계가 자신의 글을 쓰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는지 보다 명확하게 느껴집니다. 다만 이 부분은 작가가 의식의 흐름, 낭만주의 문학 등을 비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에 절망하는 것인지 궁금하네요. 마지막으로 <빈 옷장>을 언급하는 부분은 마치 자벌레가 탈피해 새로운 세상으로 나오는 듯한 인상이 남습니다. 번역가님이 언급해주신 아니 에르노에 대한 기본 정보와 연보를 읽는 것만으로도 연설문의 내용이 보다 선명하게 다가와 좋았습니다.
‘오로지 나만이 쓸 수 있는 책을 쓰지 못하고 죽는 운명’ (p.10) 아니 에르노는 그런 운명을 뛰어넘으려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책을 읽다 보면, 죽을 각오를 하고 글을 쓴다는 말들을 가끔 마주치게 됩니다. ‘자주, 나는 내 책을 끝마치고 나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 생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른다. 출간에 대한 두려움인지, 완성했다는 만족감인지. 책을 다 쓰고 나면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글을 쓰는 사람들, 나는 그들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여자아이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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