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인생책> 윤석헌 번역가와 [젊은 남자] 함께 읽기

D-29
저도 그믐의 글쓰기에 날짜 기능이 없어서 좀 아쉽습니다. 여러분들의 글을 찬찬히 읽어봅니다.
저도 ‘그믐’이 처음이라 조금 답답한 면이 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점도 있어요. 글이 많지 않으니 천천히 따라오세요.
오늘은 (5월 5일) <젊은 남자> 14쪽 ‘그는 나보다 서른 살 가까이 어렸다’까지 이야기를 나눠요. 딱 두 문단입니다. ☺️
연설문 마지막 부분에 대한 감상을 오늘 남깁니다~ 저는 '나는'을 인용하며 일인칭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방식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오로지 경험한 것만 쓴다"는 문장만으로는 아니 에르노 문학 세계를 오해할 소지가 있지 않나 싶었거든요. 그러나 이 연설문을 읽으며 작가의 일인칭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국 '나는'은 개인을 넘어서고, 개별적인 것은 보편적인 것에 도달합니다"라는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연설문의 마지막 문단은 왠지 울컥할 정도로 감동이 있네요.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을 이렇게 책자로 읽을 수 있어 매우 뜻깊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다음 페이지에 이어지는 내용도 좋죠. “한 권의 책은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고, 참아내고 감추었던 경험들의 고독을 깨트리는데, 스스로 다르게 생각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말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해질 때, 그것은 정치적입니다.”
내가 쓰지 않으면 사건들은 그 끝을 보지 못한다. 그저 일어난 일일 뿐.
젊은 남자 아니 에르노
인터넷 서점용 <젊은 남자> 카드 뉴스를 만들었는데요, 첫 번째 카드에 ‘섹스’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모서점 엠디님께서 추천사를 제일 앞에 두어도 되냐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답니다. 그게 그렇게 자극적인 표현인가요? ☺️
<젊은 남자> 도입부 두 단락은 자극적이기보다는 고독한 느낌이 듭니다. "섹스 후의 고독과 피로를 느끼며, 삶에서 더는 기대할 것 없는 이유들을 찾고 싶었다." 라는 문장 때문인가 싶기도 합니다. 담담한 문체와 함께 '섹스'라는 어휘 또한 '식사', '목욕', '수면'과 같이 일상적이고 무미건조한 어휘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그러면서도 '젊은 남자'와 이어가는 만남이 궁금해 두 단락만 읽기가 오히려 어려웠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게 만드는 서사 구조가 굉장히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남성 작가 혹은 예술가들이 ‘뮤즈’라 칭하며 거창하게 헛소리들을 한 것에 비해, 아니 에르노는 굉장히 솔직하고 거침없이 표현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욕망이 사라진 후 남은 것은 오직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뿐.
맞습니다. 저도 그런 것이 좀 연상되어서 묘한 기분이었어요. 나이든 남자가 젊은 여자를 만나 영감을 얻는 식의 것은 식상한데요. 나이든 여성이 관계를 주도 하는 영향력이 있는 듯해서요. ^^
카드 뉴스 당장! 찾아봤습니다. '한 권의 책을 쓰는 것'보다 약한 자극이 '섹스'인걸요~~😊 추천사의 문장이 너무 좋아서가 아닐까......라고 넘겨짚어 봅니다. 오늘의 두 문단은 유미소님의 말씀대로 저에게도 멈추기 어려운 지점이었습니다, 서른 살 가까이 어린 수줍은 남자가 앞으로 어떤 글이 될 지요.... '글을 쓰도록 나 자신을 몰아붙이기 위해 나는 종종 섹스를 했다.' 빽빽하고 단단한 문장들이 숨 쉴 틈 없이 저를 몰아붙입니다. 몇 번을 읽어도 쉬이 놓여나질 못하는 올가미같습니다.
책 표지에 소문자 a와 대문자 A는 각각 젊은 남자와 아니 에르노 인거죠?
저는 잘 모릅니다. 오로지 디자이너 선생님만 알죠. 프랑스어판은 작품 제목만 적혀 있어요. @유미소
@72mandu 아, 그러고 보니 책표지가 다르게 보이네요! 그렇다면 지금 한국어판 표지는 레모에서 제작한 것인지, 아니면 프랑스판 표지와 같은지 궁금합니다. 만약에 서로 다르다면 프랑스판 표지는 어떤지도 궁금하고요^^ @레모
저는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젊은 남자를 A.로 지칭하는 것을 보며 빵 터졌습니다. <단순한 열정>에서 화자가 열정에 빠진 대상을 A.로 명명했었지요. 그리고 <단순한 열정>을 읽고, 아니 에르노에게 편지를 보내고 마침내 만나게 된 젊은 남자. 그의 정체를 굳이 밝히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이야기를 이어가려면 어쩔 수 없네요. 그는 아니 에르노와의 만남과 이별을 <단순한 열정>과 똑같은 방식으로 쓴 <포옹>으로 데뷔한 필리프 빌랭입니다. 젊은 남자는 대학에서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연구합니다. 작가보다 작품을 더 많이 읽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다 보니 <단순한 열정>의 작품 속에 있는 A.를 질투하기에 이르죠. 아니 에르노는 젊은 남자와 만나는 동안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를 출간합니다. 그 책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간병하며 쓴 일기죠. 그 당시 만났던 남자가 있었는데, 작가가 P.라고 명명하자 젊은 남자가 화를 냅니다. <단순한 열정>의 그 남자만 왜 A.로 부르냐며, P.도 A.로 고치라고 하죠. 알파벳 첫 번째 문자이자, 프랑스어로 ‘사랑(amour)의 약자인 A.를 <단순한 열정>의 그 남자만 갖는 것을 질투하죠. 그래서 결국 아니 에르노는 P.를 A.로 고칩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흘러 아니 에르노는 <젊은 남자>를 다시 A.라고 명명하죠.🤭
<단순한 열정>을 읽은 후 바로 <젊은 남자> 를 집어들어서 그러지 않아도 젊은 남자를 칭하는 A 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네요. 재미나네요^^
글의 첫문장을 강조하는 이유가 이래서 그렇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은 첫 페이지 자체가 강렬하네요. 막 읽고 싶어지게요~
아마 어떤 글이든, 글을 쓸 때 가장 힘든 문장이 첫 문자일 것 같아요.
오늘(5월 6일)은 16 페이지 첫 번째 문단, ‘각기 다른 남자와 침대에 있을 때도 그랬다.’까지 읽고 이야기 남겨주세요. 도어스의 노래도 한 번 들어보고요.
화려한 미문이나 거추장스러운 묘사 없이 담담하게 사실적으로 이어지는 문장이라서 쉽게 잘 읽히고, 상황도 잘 연상되네요. 마치 홍상수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해요. The Doors 의 <Love Street>는 말씀 안 하셨으면 굳이 찾아듣지는 않았을 텐데 ㅎㅎ 비오는 날 맥주 한 잔 마시며 책 읽고 <Love Street>까지 들으니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하네요. 어쩐지 빔 벤더스 영화의 한 장면도 떠오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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