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인생책> 윤석헌 번역가와 [젊은 남자] 함께 읽기

D-29
p.26-27 "이미 벌어진 장면과 행동들을 다시 연기하는 느낌이었다. 내 젊은 시절이라는 연극을, 혹은 정성스럽게 일화들을 만들며 소설을 쓰는 느낌, 혹은 그 소설을 체험하는 느낌이었다" (Ou encore celle d'ecrire / vivre un roman dont je construisais avec soin les episodes.) 원문을 같이 보고 있는데 이 부분 문장을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게 번역하셨을까...감동했어요. 에르노가 쓴 ecrire / vivre 이 부분 고민을 하셨나요? 궁금합니다. 또 아들을 키워낸 50대 여성으로서 이 말이 뭔지 너무 알겠어서 이 부분을 여러 번 멈추고 음미했답니다.
아름다운 번역이라니 과찬이십니다. 번역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원문의 힘입니다. (원문을 같이 수록하면서 오역 지적이 나올까 공포 그 자체였는데, 감사합니다.)
요 며칠 바빠서 댓글을 못 남겼어요. 이미 지나간 장면이긴 하지만, 22쪽 중간에 "그는 나를 뫼프나 뢰므라고 불렀다'라는 문장 주어를 보면 각각 여성을 의미하는 속어, 엄마를 의미하는 속어라고 쓰여 있어요. 혹시 이 속어를 우리말로 굳이 번역한다면 어떤 말과 비슷한지 알 수 있을까요?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니 감이 전혀 안 와서 궁금합니다.
이 단어들이 프랑스에서는 그냥 구어처럼 사용되는데요, 저는 한국어로 어떻게 옮겨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서… SNS에 질문을 했더니, 정말 거칠고 입에 담기 힘든 단어들이 답으로 돌아왔어요. 제겐 충격적인 사건이었어요.
27쪽까지의 내용에서 젊은 남자를 보면서 자신의 과거가 반복되는 인상에 젖는다는 게 흥미롭네요. 제 경우에는 저보다 스무살 정도 어린 이십대 친구들을 만나면 오히려 제가 스무살일 때와는 다른 차이점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단순히 친구 사이로 젊은 남자를 보는 게 아니라, 연애 과정을 통해 상대의 내밀한 부분까지 볼 수 있어서일까요? 타인에게서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은 마치 독서의 한 과정 같기도 해서 신비한 경험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그래서 소설로 쓸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아, 여기서 반복의 의미는 사랑이라는 행위의 반복이 아니었을까요? 사랑의 대상만 바뀌고 그 과정은 반복된다고 저는 받아들였어요. 물론 아이들에게 보여준 연극을 보여주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반복이었겠지만요.
저는 때때로 추억을 떠올리거나 어떤 경험을 하게 되면, 말로 표현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힘든 감정에 막막해지고 답답해져요. 그런데 작가들은 그 순간들을 문장으로 표현해서 꼭 맞는 감정을 해석해주고 구체화해줍니다. 작가로서의 아니 에르노는 그런 해석과 구체화의 치밀함이 놀랍네요
그래서 이 책의 첫 문장이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쓰지 않으면 그 사건들은 그 끝을 보지 못한다. 그저 일어난 일일뿐. ” 아니 에르노 작가는 늘 그 끝을 보고 싶었던 분. <사건> <여자아이 기억>을 읽으면 더 그런 생각이 들어요.
5.14 일요일 '그럼에도 나는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에서 그 무기가 허술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호이익, 지배적 위치, 저속한 명령문이 공존하지만 어쨌든 사랑이라. 참으로 오해받기 쉬운 입장이면서도 굳이 에두르지 않는 명쾌함과 당당함이 아니 에르노의 매력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킵니다.
5월 14일 일요일 읽은 부분은 젊은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 인식하는 것인지, 그도 아니라면 소설을 쓰기 위한 동기/동력을 찾기 위해 만나는 것인지 모호해지네요. 저도 예전에 아주 짧게 연애한 경험이 있는데, 상대방이 저보다 나이가 많이 어리기도 했고, 지독하달 정도로 착하고 순정적이라 저도 모르게 함부로 대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 적이 있어요. 이전까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감정이라서, 왜 이런 욕구가 생기는지에 대해서 오랫동안 사고할 수밖에 없었고요... 자기 내면의 수만 가지 감정과 욕구에 대하여 일일이 살펴보고 분석하기가 어려워 어느새 잊어버리고 말았지만요. 규명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하여 소설가는 결국 소설로 쓰는 것인가 싶어요.
아마도 화자는 젊은 남자를 만나는 동안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겪었을 것 같아요. 어쩌면 일반적인 대상이 아니어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본인도 이해할 수 없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규명하기보다는 그런 감정도 있음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분명 지배하는 자의 힘을 누리는 이가 있겠지요. 때론 허술하겠지만요.
안녕하세요, 그믐 안내자 도우리입니다. [번역가의 인생책] 오프라인 북토크 소식을 알립니다. 5월 25일, 윤석헌 번역가님과 함께하는 <젊은 남자> 북토크 신청 관련해서 안내드릴게요. ■ 일정 : 5월 25일 저녁 7시 ■ 장소 : 초콜릿책방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5길 46-11) https://naver.me/5xncdjjD ■ 진행 : 윤석헌 번역가 ■ 참가비 : 1만 원 ■ 신청 : 초콜릿책방 인스타그램 메시지(DM) 또는 이메일로 해주시면 됩니다. - instagram : https://www.instagram.com/chocobookcafe/ - email : chocobookstore@naver.com
5.15 월요일 '이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었던 주된 이유는 어떤 식으로든 이 이야기는 이미 일어난 일이며, 나는 그 이야기속 허구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28-29 A와 함께하는 사랑은 새로 살아보고픈 하지만 불가능한,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을 더 깊게 각인시키는 일이네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부분은 좀 서글퍼요.
‘포옹하며 둘 다 눈물을 흘리긴 했지만…’ 아니 에르노는 A. (필리프 빌랭)가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 쓴 책의 제목 <포옹>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사용합니다.
잠시 여행 중이라 이미 다 읽은 <젊은 남자>는 집에 두고 왔고, 아직 못 다 읽은 <사건>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제 22쪽 읽는 중인데 <젊은 남자>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네요. 일단 아니가 20대이니 만큼 문체와 시선이 확실히 다르게 느껴져요. <젊은 남자>의 문장에서는 중년의 여유로움 같은 게 묻어나는 듯했는데, <사건>에서는 왠지 20대의 독기랄까요 ㅎㅎ 강인한 듯하면서도 더 강렬한 절망 같은 게 느껴집니다. 절망도 사실 에너지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지 싶고요. 공통점이 있다면 두 작품의 문장 모두 특별히 화려하거나 아름답거나 하지 않고 굉장히 담백하고 사실적인데, 그럼에도 굉장히 문학적으로 다가와요. 개인적인 사건이 굉장히 사회적이라는 점 또한 아니 에르노 문학의 특징이구나 싶기도 합니다. 앞으로 아니 에르노의 소설 모두 찾아보고 싶네요.
사실 글이 쓰인 순서는 <젊은 남자> <사건> 순이긴 한데요. 아마 <젊은 남자>는 최근에 퇴고하고 출간해서 더 여유로운 느낌 같아요. 저도 <젊은 남자>에서는 뭔가를 다 쓴 작가의 여유가 느껴졌어요. 하지만 강렬하죠!
5.17 수요일 ' 내 육체는 이제 나이를 잃었다. 레스토랑에서 근처에 앉은 손님들의 무례하게 질책하는 시선을 느낄 때만 나는 비로소 나이를 깨달았다. ' 31p 나이를 잊었다는 표현에 익숙한 저에게 나이를 잃었다는 표현은 강렬하고 저돌적이네요^^
@유미소 님처럼 저도 사건을 마침내 읽었어요.^^ 책표지부터 너무 싸늘해서 사실은 펼치기에 망설여지더라구요. 읽는 내내 감당하기 어렵구요. ㅠㅠ 며칠 힘들 것 같아요
저도 힘들게 번역한 책입니다. 힘들었지만, 그럴수록 저는 작가가 더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정말 이렇게까지 써야만 했다는 것이 느껴져서요. @유미소
그만큼 공감대가 커져서 한편으로는 위로가 많이 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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