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4. <유인원과의 산책> 읽고 생각해요

D-29
안녕하세요 4기 신청해놓고 참여가 어려워서, 그래도 모임이 닫히기 전에 글은 써야 될 것 같아서 몇 자 남겨봅니다. 제목에 이끌렸고, 3명의 멋진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그녀들의 삶에 대해 알고 싶어 신청하였는데, 책장이 잘 안넘어가지더라구요. 우선 제가 동물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인지 어떤 장면을 묘사하는데 그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체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근데 그게 그래서 뭐?'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그것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실로 대단한 일이라는 건데, 그게 깊은 성찰로까지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초반에 가장 힘들었던 점이 동물에게 이름을 붙여 누구를 지칭할 때 그게 동물인지 사람인지 계속 체크해야 하더라구요. 유인원들의 행동이 사람이랑 유사해서 자주 사람의 행동인지 동물의 행동인지 이미지 형상에 오류가 있었습니다. (물론 소개가 있었겠지만 눈에 잘 안 들어왔나 봐요.) 마지막으로 과학자들의 개인적인 삶과 연구가 합쳐져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어느 쪽에도 집중이 잘 안되는 점이 있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 구달에 대해서만 표면적으로 알고 있었고 나머지 두 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삶이 궁금했는데, 연구와 그들의 삶, 업적이 섞여 나오니까 따라가기가 힘들었습니다. 이 과학자들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었으면 이런 걱정이 전혀 없었을텐데 동물행동학 분야에 대한 책들을 접하고 이 책을 봤으면 훨씬 더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아요. 완독은 했지만 단상을 남기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함께 참여하지 못해 저도 안타깝습니다. ㅠㅠ 그러나 여기서 여러분들이 남겨주신 소중한 의견을 보며 제가 읽으면서 놓쳤던 부분에 대해 깨달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음에 이 책을 재독할 때는 훨씬 더 깊이있는 독서가 될 것 같아요. 모임이 끝나는 시간까지 모든 분들이 끝까지 즐겁게 참여하기를 제가 옆에서 응원해드리겠습니다.^^
5-1 당시 원숭이를 인간의 심리학적 대용물로 생각해서 극단적인 실험장치를 통해 동물 실험을 한 과학자 할로의 이야기나, 동물을 범주화하고 수량화하라는 요구를 한 영장류학자의 이야기를 접하니 서술적, 개별적인 제인의 연구방법이 당시에 얼마나 파격적이고 공격받기 쉬운 것이었을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인이 소아마비에 걸린 ‘미스터 맥그리거’에게 ‘개입’한 사건도 그녀가 ‘연구’ 자체보다 그 대상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을 얼마나 우선순위로 여겼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통제와 조작이라는 실험장치를 통해 명성 있는 상을 받은 할로의 ‘개입’과 크게 다른 행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5-2 그 순간 아무런 경계심도 없던 그와의 소통을 이해하기 위해 어떠한 과학적 지식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손가락을 부드럽게 내리 누르면서 머리가 아닌 보다 원초적인 정서적 채널을 통해 내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인간과 침팬지가 각각 상이한 진화를 겪었던 헤아릴 수 없는 긴 세월 동안 두 종 사이에 가로 놓인 장벽이 그 몇초 동안만큼은 완벽하게 무너졌다. p177 좀더 최근에 제인은 대다수가 여성인 어느 물리치료사 집단에게 그 소아마비 유행병 이야기를 꺼냈다. 그 질병에 대해 처음 언급했을 때 그들이 던진 질문은 예상과 사뭇 달랐다. “선생님은 도와주려 애쓰셨나요?” p191
제인의 힘은 바로 통제를 멈추었다는 데에서 비롯되었다.
유인원과의 산책 5. 제인구달, 권위적인 과학을 넘어서 p209, 사이 몽고메리
이 동물을 사랑하라. 신은 이들에게 사고의 맹아와 고요한 즐거움을 주었다. 이들을 괴롭히지 말라, 이들을 귀찮게 하지 말라, 이들의 행복을 빼앗지 말라, 신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
유인원과의 산책 6. 다이앤 포시, 니라마카벨리의 희생 p233, 사이 몽고메리
6-1 ‘그들은 모두 자신의 동물을 사랑했다. 그 사랑은 마치 자식이나 배우자, 연인에 대한 사랑처럼 깊고 열정적이었다. 하지만 그 어느 것과도 다른 사랑이었다. 그 여성들과 그들이 연구한 유인원이 맺은 유대는 복잡하고 미묘하며, 간단히 이해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었다. - 작가의 머리말 p24 작가의 말처럼 세 여성 과학자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동물을 사랑했다고 생각합니다. 제인이 그들을 통제하지 않고 지켜보면서 동화되었다면 다이앤은 열정적으로 그들의 일부이고 싶어했했다고 느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고릴라를 해치는 일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그녀입니다. 6-2 하지만 다이앤은 남성 지배적인 경험 과학의 가장 중요한 규칙을 배우는 데는 결국 실패하고 만다. 그 규칙이란 자신의 연구 대상 동물과 분리의 선을 긋는 것, 그들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 관찰자와 대상 간에 벽을 치는 것이다. p232
10-1 인도네시아의 문화와 사회구조를 잘 파악하고, 거기에 무조건 대항하는것이 아닌 영민한 작전으로 입지를 굳힌 비루테, 대단하네요. 전남편이 떠났을때는 아팠겠지만 팍과 재혼하여 자녀를 두게 된 것도 결국엔 비루테에게 좋은 일이 되었네요.
다이앤은 고릴라를 보호하려고 벌채용 칼을 들었다. 제인은 침팬지를 지키려고 마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비루테의 전략은 그것보다 훨씬 간접적이었다. 그녀는 의자를 당겨 앉아 함께 차를 마시는 방식으로 다가갔다.
유인원과의 산책 p.381, 사이 몽고메리
10-4 저는 다이앤에게 제일 마음이 가네요.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격으로 대응한 강한 모습 뒤에, 너무나 외롭고 많은 상처를 받았을 시간들이 그려져 안타깝습니다.
10-1. 비루테의 정치력이 어마어마하네요^^. 자기가 있는 곳에서 그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건 엄청난 재능이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가 익숙한 문화를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자신의 문화가 좀더 탁월하다고 그러니 내 것을 따르라고 강요하기 십상인데 비루테 갈디카스는 선입견이나 고집을 내려놓고 배우고 소통하려는 자세가 인상적입니다. 10-2. 비루테는 이제 더 이상 인도네시아에서 손님 신분이 아니다. 팍과 결혼하여 두 아이를 낳은 그녀는 영주권을 얻었다. 이곳 문화는 정실주의를 선호하는 문화이다. 많은 사람이 팍을 지역 행정 관청에 채용하려고 탐내고 있는데, 이런 남편의 지위는 비루테의 권력을 강화하는 데 큰 밑천이 된다. 그녀는 이 사회에서 자신의 지위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면 늘 찰스 왕세자의 말을 떠올린다. "나에게는 권위가 전혀 없다. 다만 영향력이 있을 뿐이다." p.386-387 10-3. 평전은 자서전과 달리 작가의 입장에서 관찰한 내용을 독자가 작가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갑갑하게 느껴지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사이 몽고메리는 자기가 서술하는 사람과 밀접한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평전이 아닌 마치 다큐멘터리나 자서전을 넘나드는 느낌이 좋았어요. 저는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작가 발자크의 모든 작품과 발자취를 파고들며 인물의 내면을 추정하는 내용들이 유쾌하면서도 인상적이었어요.
8-1. 제인이 곰베에 대해서는 속속들이 알고 있었지만, 다른 곳의 침팬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했었다는 점에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가혹한 동물실험을 보고 헌신적으로 대외 활동을 하게 된 제인에게 감동했고요. 8-2. 323p 국립 보건원에 몸담았던 수의학자 토머스 울플은 제인이 제안한 개선 사항 (좀 더 큰 우리, 더욱 편안한 잠자리, 동정심을 갖고 보살피는 관리인)을 실험실 영장류에게 제공하려면 비용이 터무니없이 많이 들어 곤란하다고 말했다. 제인은 차분한 목소리로 되받아쳤다. “당신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 거주하는 집, 당신의 사무실과 그 사무실이 들어선 건물을 보세요. 당신이 보내는 휴가를 떠올리세요. 그리고 차라리 우리 인간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에게 아주 조금 더 넒은 공간, 아주 조금 더한 보살핌이나 동정조차 베풀고 싶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하세요.” 저 말에 제가 반성합니다...
7-1 오랑우탄이 다른 유인원에 비해 혼자 활동하고, 자신들의 면모를 아주 서서히 드러내기 때문에 연구에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오랑우탄과 함께하고 8년이 지나서야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았고, 출산을 본 것은 그로부터 15년 이후였다니 기나긴 비루테의 노력이 느껴집니다. 자신이 목격한 것을 분 단위로 기록한 것이라든가 ‘초점 동물 표집’, 또 생포 고아 오랑우탄을 돌보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 등이 인상적입니다. 7-2 과학자들은 그러한 대중적 언론의 입씨름에 휘둘리기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편을 좋아한다. 그들이 동료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름 아니라 학술 출판물이다. 그런데 연구자들은 이 기준에 비춰 볼 때 비루테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여기고 있다. p291 7-3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리다 보니 『앵무새 죽이기』의 한 구절이 생각나네요.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p213 저에게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하기로 했으니 그냥 한다.’라는 단순한 습관입니다. 8-1 제인이 처음부터 침팬지 보호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곰배에서 침팬지와 평온한 관계를 맺어오던 그녀가 갑작스럽게 싸움의 한복판으로 뛰어드는데는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8-2 “당신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 거주하는 집, 당신의 사무실과 그 사무실이 들어선 건물을 보세요. 당신이 보내는 휴가를 떠올리세요. 그리고 차라리 우린 인간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에게 아주 조금 더 넓은 공간, 아주 조금 더한 보살핌이나 동정조차 베풀고 싶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하세요.” p324
이 전쟁에서 적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 태도나 원칙, 혹은 멀리서 일어나고 있는 행위이다.
유인원과의 산책 9. 마법 : 다이앤 포시의 광기 p349, 사이 몽고메리
9-1 다이앤은 자연보호 투쟁으로 아프리카적 전술과 철학을 취했다는 점이 (피와 총탄, 증오와 인질로 얼룩진 진짜 전쟁) 인상적입니다. 자연의 세계를 지키려는 그녀의 노력은 그 세계의 험난함을 닮았기에 극단적이고 폭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9-2 환경보호 기금 모금 광고 전단은 종종 환경보호 투쟁을 전쟁에 비유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실제로는 말로만 치르는 전쟁이며 서류 작업, 정책, 선전 활동을 무기로 하는 싸움이다.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벌이는 이 전쟁은 이 지역에서 저 지역으로 배달되는 외교문서를 통해 개시된다. 이 전쟁에서 적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 태도나 원칙, 혹은 멀리서 일어나고 있는 행위이다. 이들에게 ‘희생자’는 개체가 아니라 종이라는 개념이다. p349 2-1 멀리 떠난 태초의 세계에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한 제인의 경외가 세밀히 느껴집니다. 섬세한 관찰과 열린 마음이 없이는 알아채기 힘들 것 같은 플로의 어머니로의 역할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종을 초월해서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자신과 동일시 하는 부분에서 인간과 침팬지 사이의 견고한 담이 하나 허물어지는 느낌입니다. 2-2 제인은 인간이 자신을 인간이라고 규정하는 특성들, 즉 인간의 상상력, 인간의 유희, 접촉하며 서로 맺는 관계 등의 기원을 바로 이들 침팬지에게서 보았다. 곰베 침팬지의 삶에서 제인은 인간의 유산을 보았고 우리 혈통의 먼 과거를 보았다. 그리고 플로의 깊은 눈동자에서는 어렴풋하게나마 자신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p66 3-1 다이앤을 알아보고 받아들인 디짓과 그런 디짓에게 위로받는 그녀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녀의 개인적인 삶의 아픔과, 문화 세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그녀의 대상을 향한 독점적인 열정은 그녀를 전사로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3-2. “동물을 우리에 가둔 채 먹이를 주거나 인간이 다친 동물을 도와주는 경우를 위시한 대다수 인간-동물 관계에서는 인간이 동물을 위해 뭔가를 합니다. 하지만 다이앤과 고릴라는 완전히 평등한 조건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서로 함께 있기만 원했습니다. 그건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경지입니다.” 3-3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침팬지가 인간과 가장 유사한 DNA를 가지고 있다는 점만 알고 있었을 뿐 그들의 구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다 비슷해 보였습니다. 책에서는 침팬지는 인간과 흡사한 놀이, 제스쳐를 하며 가족을 구성하고 양육을 하는 존재로, 고릴라는 유인원 가운데 가장 크고 힘이 센 존재로, 성년 오랑우탄은 그들 중 가장 고독하게 지낸다고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인이 만난 현명한 엄마 ‘플로’, 다이앤이 독점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했던 ‘디짓’, 비루테가 치료하려고 애쓴 ‘수피나’는 그녀들에게 그 자체로 개별적인 특별한 존재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9-1. 혼돈의 카오스같던 장이었어요. 읽는 내내 도무지 집중이 안되서 몇번을 한두페이지 앞으로 가서 다시 읽고 또 읽었어요. 앞에서 전개된 내용들로써는 상상할 수 없던 내용이지 않았나싶어요. 제목처럼 광기어린 다이앤포시군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주말과 현충일 사이의 월요일입니다. 주말과 연결해서 모처럼 기나긴 연휴를 즐기는 분도 있으실 것 같아요. 휴식 속에 책도 함께 하고 계실까요? :) 또는 바쁜 월요일을 보내고 계신 분들도 있을텐데요, 아무쪼록 기분 좋은 월요일을 시작하셨길 바랍니다. 독서 진도표에 적어두었듯이 이제 내일이면 4기 그믐북클럽은 마무리됩니다. 이미 완독하신 분들도 계시죠? 축하드립니다! 뒤늦게 책장을 펼친 분들 또는 아직 남은 분들은 모임이 끝나기 전까지, 조금이라도 답변 나눠주세요. (모임은 6일 밤 11시 59분에 끝이 나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4기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참여하시면서 느꼈던 점들이나 더 나은 북클럽이 되기 위한 제안이 있다면 자유롭게 총평 나눠 주세요, 앞으로의 그믐북클럽 운영에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빠트린 답변 없이 다 남기셨는지 마지막으로 한번 확인 부탁드려요! 모든 질문에 답을 해주신 멤버분들에게는 이메일로 그믐북클럽 4기 수료증을 전달하여 드리겠습니다. (수료증은 모임 종료 이후 3일 이내 전달할 예정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그로 인해 적대적인 감정과 태도를 갖기도 합니다. 그럴 때 변화에 필요한 것은 대상에 대해 알고자 하는 노력, 알게 되는 기회인 것 같아요. 침팬지에 대해 잘 모르고 두려움과 모호한 감정을 느꼈을 사람들에게 침팬지 각 개체의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친근함을 갖게 해주었던 제인의 노력은 효과적이었을 것 같아요. 이야기의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어요. 아무리 올바른 일이라고 해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그 일의 성패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도요. 제인이 초반에는 동물 보호 운동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으나 그 문제를 확실히 인식한 후 헌신적으로 투신한 점도 인상적이지만 그녀 자신이 가진 침팬지에 대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이야기꾼이라는 자신의 자질을 잘 활용했다는 점도 특기할 부분이라 생각되고요. 자신의 장점 혹은 성향(‘그녀의 우아함, 자기 확신, 부드러운 영국식 발성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었다는 데서 제인이 현명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제인의 운동은 다름 아닌 그녀가 뛰어난 이야기꾼이고 그 이야기가 너무나 강력하고 진실해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들을 눈물짓게 했기에 실효를 거둘 수 있었다.
유인원과의 산책 321, 사이 몽고메리
사람들은 그녀가 개체에 관해, 즉 저마다 역사와 동기를 지녔고 환상과 꿈을 가지고 있고 죽음을 애도할 줄 알고 유쾌한 농담을 즐길 수 있는 침팬지 각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에 그녀에게 귀 기울인다.
유인원과의 산책 321, 사이 몽고메리
9-1. “훌륭한 보호주의자는 자신들이 구출하려고 애쓰는 군집 모두에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보호주의자가 해야 하듯이 대규모로 군집 전체를 다루게 된다면 개체는 큰 의미를 띠기 어려울 겁니다.” (…) “야생동물 보존과 동물의 권리, 이 둘은 양립 가능한다.” 하는 제목의 연구를 후원한 적이 있는데, 연구 결과는 “가능하지 않다”였다. 356쪽 다수를 위해서는 소수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어렵다라는 이 말은 어쩔 수 없이 소수가 희생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문득 장애인 저항 운동으로 출근길 지하철 이용이 불편해졌을 때, 다수의 불편을 강조하며 장애인 운동을 반대했던 보수 정치인이 떠오릅니다.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불편은 감내하거나 무시될 수 있는 문제일까요? 어쩌면 다수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소수의 특정 집단이 큰 불편을 겪은 점을 배려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점진적으로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지 않을까 싶고요. 그 점에서 누군가는 군집 전체를 위한 운동에 중점을 두더라도, 어떤 이는 그 안의 개체가 직면한 문제를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해야하는 게 아닐까 싶고요. 이 사이의 조화가 어렵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일 것 같아요. 다이앤의 경우 그 사이의 ‘조화’ 혹은 ‘타협’의 지점을 찾지 못해 비극적 결말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싶고요. 제인의 온화한 방식과 대조되면서 다이앤의 고집스런 방식이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인도의 독립에서 간디가 비폭력 운동을 주장했지만 정권이 폭력적으로 통제하는데, 무조건적으로 비폭력 운동을 고수하는 것만이 바람직한가 생각해 보면, 필요한 경우 폭력적으로 대응하는 힘도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고요. 그런 면에서 다이앤의 과격 운동의 힘과 효과가 요구되는 지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다이앤의 방식이 과격하고, 아프리카인의 권리나 의견을 넘어 오만했던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고릴라의 보존과 권리 보호 측면에서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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